소설의 기술 밀란 쿤데라 전집 11
밀란 쿤데라 지음, 권오룡 옮김 / 민음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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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실제를 탐색하는 것이 아니라 실존을 탐색하는 겁니다. 그런데 실존이란 실제 일어난 것이 아니고 인간의 가능성의 영역이지요. 인간이 될 수 있는 모든 것,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입니다. 소설가들은 인간의 이러저러한 가능성들을 찾아내 실존의 지도를 그리는 것이죠. 그러나 거듭 말하지만 존재한다는 것은 `세계-안에-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인물과 그의 세계를 `가능성`으로 이해해야만 하는 겁니다. 카프카에게서는 이 모든 것들이 아주 명확히 나타납니다. 카프카적인 세계는 이미 알려진 어떤 현실과는 비슷하지 않습니다. 인간적 세계의 극단적인, 그러나 현실화되지 않은 가능성이죠. 이러한 가능성이 우리의 실제 세계를 통해서 나타나고 또 우리의 미래를 미리 그려 보여 주는 것처럼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카프카의 예언적 차원에 대해 말하는 겁니다. 그러나 설혹 그의 소설에 예언적인 것이 전혀 없다 하더라도 가치를 잃는 것은 아니지요. 왜냐하면 그것들은 실존의 가능성을 포착하고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우리가 누구인가를 보게 하고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알게 해 주니까요.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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