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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시인님과의 인터뷰를 읽기 전, 김제동이 짧막하게 적은 글을 먼저 읽는데
어디서 본듯한 싯구를 적어놨다.
아.. 이거.. 하며 어제 저녁 뒤적뒤적 찾았더니..
여기서 봤던 시였다.
수선화에게
- 정호승 -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걷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예전에 서정주님의 '푸르른 날' 이란 시를 읽다가 (정확히는 노래를 듣다가..;;;)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라는 구절에서 가슴이 쩡- 하고 갈라지는 느낌을 받은 후로 그런 표현을 어디서 또 만날까 싶었었다.
처음 읽었을땐 왜 이 느낌을 놓쳤었을까?
몇 년이 지나서 시 전체를 다시 읽은게 아니고 몇 구절 인용한 부분에서 읽은 싯구가 새삼 눈에, 마음에 밟힌다.
김제동도 뻑이 갔다는 표현,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라는 구절은 정말이지 우리말이 아니면 어디서 이런 표현을 만날까 싶다.
우리말 참 이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