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시인님과의 인터뷰를 읽기 전, 김제동이 짧막하게 적은 글을 먼저 읽는데 
어디서 본듯한 싯구를 적어놨다.
아.. 이거.. 하며 어제 저녁 뒤적뒤적 찾았더니.. 

 

  

여기서 봤던 시였다. 

 

 

   

 

 

수선화에게 

- 정호승 -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걷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예전에 서정주님의 '푸르른 날' 이란 시를 읽다가 (정확히는 노래를 듣다가..;;;)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라는 구절에서 가슴이 쩡- 하고 갈라지는 느낌을 받은 후로 그런 표현을 어디서 또 만날까 싶었었다.   

처음 읽었을땐 왜 이 느낌을 놓쳤었을까?
몇 년이 지나서 시 전체를 다시 읽은게 아니고 몇 구절 인용한 부분에서 읽은 싯구가 새삼 눈에, 마음에 밟힌다. 

김제동도 뻑이 갔다는 표현,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라는 구절은 정말이지 우리말이 아니면 어디서 이런 표현을 만날까 싶다.  

 

우리말 참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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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5-11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화에게, 오늘처럼 구질구질 비가 내리는 날 낭독하면 정말 눈물이 주르르~~ 흘러요.
내 이웃에게 전화를 들려줬던 시인데... 둘이 전화선을 통해 같이 울었더랬어요.ㅜㅜ
이런 시는 그 절절한 체험에서 시가 나오겠지요.

무스탕 2011-05-11 14:36   좋아요 0 | URL
그러길래 시도 날씨 봐가며 읽어야 한다니까요. ㅎㅎㅎ

김제동..에서 정호승시인이 언급한 운주사와 정채봉님 이야기가 있지요? 저 시집에, 저 시에 바로 이어서 정채봉님의 '엄마' 라는 시에서 운주사 와불에 안겨누워 엄마를 부르는 정채봉님의 시가 이어져요.
전 어제 그 부분에서도 울컥했어요 ㅠ.ㅠ

글구, 이 시집 순오기님이 저 주신거에요 :)

순오기 2011-05-11 16:29   좋아요 0 | URL
내가 보낸 시집이라는 거 알지요~ ^^
정채봉 '엄마'는 제가 운주사 와불 페이퍼에도 올렸었지요.
http://blog.aladin.co.kr/714960143/1645637

무스탕 2011-05-12 14:04   좋아요 0 | URL
기억해 주시는군요 ^^ 덕분에 다시 한 번 좌라락~~ 들춰봤어요 :)

책가방 2011-05-11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처럼 흐리고 비오는 날에 산 그림자는... 아무리 외로워도 마을에 내려올 수 없겠네요.
그래서 비가 마을에 내려올 수 없는 산 그림자 만나러 산으로 가나 봅니다.
산에도 비는 올테니까요..^^

저 시집은 제게도 있는데... 뒤적여 볼 계기가 되었답니다..^^

무스탕 2011-05-11 14:37   좋아요 0 | URL
그러고 보면 햇님이건 비님이건 누구든 하나는 산이랑 꼭 같이 있나보네요 ^^

저도 처음 받았을때 스치듯 읽었었는데 이번에 김제동.. 읽으면서 언듯 생각이 나서 다시 들춰봤지요. 그랬더니 거기서 얌전히 저를 기다리고 있더라구요.
책가방님도 좋은 글 발견하시거들랑 알려주세요~

섬사이 2011-05-11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 김제동이 파장을 크게 일으키고 있는 것 같네요.
여기저기서 김제동의 이번 책을 자꾸 만나게 돼요.
눅눅한 날씨에 마르지 않는 빨래 걱정을 하다가
저 시를 읽고는 이 날을 다른 눈으로 바라봐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

무스탕 2011-05-12 14:06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눈에 띌수밖에 없을듯 싶어요. 김제동이란 작가도 주목을 받지만 책 내용도 눈길을 끄는 내용이라서 많이들 읽을듯 싶더라구요.
저도 빨래를 이틀을 말렸어요. 겨우 걷어서 개켜 넣었네요.
오늘은 비는 안오는데 (제가 사는곳 기준으료^^) 흐렸다 햇볕이 쨍 했다 제 멋대로에요.

마녀고양이 2011-05-11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호승님의 이 시를 너무 좋아해요.
특히 앞의 구절,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를 중얼중얼 읽고 있으면
괜히 눈물나려 하거든요. 그러니 사람이야 싶어서.

맞아요, 우리말 우리시 너무 이뻐요.

무스탕 2011-05-12 14:0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외로운걸 아니까 사람이겠죠. 멍멍이도 야옹이도 꿀꿀이도 외롭다는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요. 간혹 사람이랑 같이 사는 멍멍이나 야옹이는 쥔님들이 없으면 외로워 하기도 하려나요? 저녁때 귀가하는 가족을 반겨주는걸 보면 하루종일 혼자 있을때 외로웠나 싶기도 하고요..

누구나 자기네 말이 최고겠지만 정말 우리말처럼 이쁜말이 또 있을까 싶어요.

하늘바람 2011-05-11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우리말 우리글 우리 마음 참 예뻐요

무스탕 2011-05-12 14:09   좋아요 0 | URL
태은이도 이뻐요. 우리 말, 글, 마음이 원래 이쁜것처럼 태은이도 태은이 자체로 이뻐요 +_+

마노아 2011-05-11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너무 습하고 덥고, 컨디션도 바닥이고, 그래서 계속 기분도 별로였는데 이렇게 고운 말의 잔치를 보고 나니 머리가 맑아졌어요. 고운 말의 힘이에요.^^

무스탕 2011-05-12 14:10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이나 저를 포함한 우리의 강장제는 별게 아닌데 말입니다.
어제는 정말 끕끕하니 기분 나빴어요. 바지 뒷단은 다 젖고 우산에서 튕기는 물은 차갑고..
오늘은 어제와 180도 다른 하루를 보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