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전부터 많은 기대를 품게 만든 영화였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이나 작품상이라는 타이틀도 무척 매혹적이었지만 무엇보다 주제가 색달라서 더더 기대되고 보고싶은 작품이었다.
말더듬이 왕이라니! 이런 망극할때가..
물론 왕도 사람이고 말더듬이가 될수도 있지만 보통의 생각에 그런 왕이 있다해도 어디 드러내놓고 왈가왈부를 할 수 있냐 말이다. 하긴, 이건 영화니까 말더듬이 왕도 다루고 동성애자 왕도 다루고 그러지.. 그래서 영화는 좋다.
어려서부터 말을 더듬는 습관때문에 주눅들어 사는 영국의 둘째왕자 버티는 자신이 왕의 자리를 이어받지 않는 둘째라는게 얼마나 안심이 됐었을까? 그렇지만 왕자이기 때문에 산속에 숨어서 살수는 없고 국민앞에 나서기도 해야 하고 그들 앞에서 연설도 해야 한다.
아.. 저 마이크가 사람 잡아먹는 아귀도 아니구만 저 앞에만 서면 왜 그렇게 식은땀이 나고 입 벙긋 하기가 어려운 것인지.. 마이크와 맞장떠서 이겨본적이 없다. 항상 패자의 자리에 머물던 그를 가슴 펴고 자식들 앞에서 자랑스럽게 '아빠 어땠어?' 당당하게 만들어준 공로는 그의 현명한 아내와 마음의 빗장을 풀어놓게 도와준 언어치료사 로그에게 있다.
농담삼아 진담섞어 '아직도 W가 불안하다'고 말하는 로그에게 '조금은 더듬어야 난줄 알지'라 대답해 주는 왕의 위트.
항상 남편의 옆에서 용기를 주고 어려움을 같이 해결해 나갈수 있도록 노력해준 버티의 아내가 없었다면 그는 힘든 왕 노롯을 제대로 할수 있었을까 싶었다.
그동안 왕이 나오는 영화는 대부분이 시대물이었기에 이렇게 현대적이고 기존 관념을 깨버리는 영화는 무척 새로웠다. 두 딸 앞에서 펭귄흉내를 내며 무릎으로 걷기도 하고 자기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자 욕도 남발하는 왕이라니..
영화는 전체적으로 밝은 빛 없는 무채색의 진행이었지만 내 눈에는 어둠 걷히는 새벽빛으로 보였다.
영화랑 관련 없는 이야기..
집에서 안양으로 버스를 타고 가면 약 20분이 조금 안걸린다. 오늘 타고 간 버스의 운전기사 아저씨는 이 20여분동안 반대 차선에서 오는 아는 기사 아저씨에겐 일일이 손을 흔들어 아는 척을 했고 가끔 백미러로 뒤에 오는 차를 앞으로 보내는 손짓도 하고 그랬다.
내릴때쯤 되니까 이어폰을 끼기는 했지만 핸드폰 통화도 하고 버스 정류장에 정차를 할때마다 앞차와는 50cm도 안 되게 서는듯한 버릇이 있었다 (기사 아저씨 바로 뒷자리에 앉았거덩요)
영화를 다 보고 집에 오려고 버스를 탔는데, 얼라.. 아침에 그 아저씨다 -_- 여전히 귀엔 이어폰이 꽂혀 있었고 여전히 반대편 차선의 차량, 옆 차선의 차량을 대부분 참견했고 버스를 세우는 버릇도 마찬가지였다.
승객 입장에선 불안하다고요. 전방주시의 의무를 게을리 하지 말것이며, 공포를 조성하는 운전말고 주행을 느끼지 않는 안전운전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