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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의 비밀 ㅣ 우리가 아직 몰랐던 세계의 교양 201
리처드 스템프 지음, 정지인.신소희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유럽에 갔을 때, 빼놓지 않고 했던 건 단 두 가지. 그 지역 유명 음식을 먹어 보는 것과 박물관과 미술관을 돌아보는 것. 이 두 가지로 우리는 배를 채웠고, 유럽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해보려 했으나...실은 전자는 착실히 해냈을 지 몰라도 후자는 상당히 미흡했다.
물론, 책에서나 보던 그 어마어마한 작품들앞에서 놀라거나 감성을 자극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그림의 대한 평이 단 3초에서 끝나니 문화와 역사는 커녕 그림 자체를 즐길 여유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오...최후의 만찬이다...생각보다 색이 훼손이 많이 됐네?...저기 소실점이다!
모나리자군...이야...의외로 환하잖아.
.....인류의 보물 앞에서 나의 평은 단순하고 어설펐다.
만약에 내가 조금 더 그것들을 바라보는 눈을 키웠더라면 나는 그 때 얻었던 감동보다 조금 더 한 것을 얻어왔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여기 그런 감동을 일깨워주는 화려한 책 한 권이 있다.
르.네.상.스
이름만으로도 찬란한 그 시대의 예술을 설명하는 이 책은 굉장히 친절하다.
르네상스 전반에 관한 철학적인 사상적 기초를 토대로 정치, 경제, 문화를 어우르는 탐구는
나처럼 일반 교양서를 위한 초심자에게 어렵지 않을 만큼의 설명과 구체적인 예를 보여준다.
이 책의 원제는 'the secret language of Renaissance' 즉 비밀보다는 '언어'라는 측면을 돌아본다는데 의의가 있다. 언어란 소통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것, 대화가 가능한 가장 편리하고 기초적인 수단이며 때론 그 자체로 목적이 된다.
말하자면, 르네상스 예술품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는 책이랄까?
저자는 꼼꼼히 그림, 조각 때론 문학 작품을 통해 우리가 그것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지를 인도한다.
어린 예수가 왜 사과를 들고 있는지, 그 상징성에 대해서도 알려주며
어째서 성인들의 옷이 붉은 지, 그것이 단지 색채의 미학은 아닌 숨겨진 의미를 찾아 내주며
예술작품을 만들어 낸 가문의 문장을 읽는 법을 가르쳐, 예술과 부에 관한 일반적인 관계를 찾아 낸다.
이런 것들을 살펴 볼 때, 수록되어 있는 그림들은 자세하고 선명해 그 때 그 때 그 작품앞에서 감상하는
것처럼 들뜬 순간을 맛보게 한다. 책이 무겁고 크다는 불편도 이 그림들의 구석구석을 살펴 보는 순간
자연스레 잊혀진다.
그림의 구도를 읽게 되고, 그림의 상징을 읽게 되며 그 그림 속 세상을 자세히 구경하게 하는 이 책은 또한,
작품과 작가와의 관계, 또는 작가와 사회와의 관계로 그 시대를 잠시 돌아보게 하는 여유까지 안겨준다.
한 장씩 넘길 때마다, 나는 조금씩 르네상스와 친밀한 관계를 만들어 간다. 그것이 아주 깊고 견고할 수는 없을지 몰라도 내가 르네상스에 관심을 갖고 즐거워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히 마련해 준다.
그렇게 우리가 막역히 알고 있는 것에 대해 확실한 근거를 통해 일종의 '번역'을 해주는 이 책은, 꽤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도와준다.
물론, 이 책을 읽은 나에게, '그럼 한 번 설명해보지'라고 말한다면 나는 '당연하지. 나 모르는 거 없어.'라고 대답할 만한 교양을 쌓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이 부족했다기 보다는 단지 내 기억력의 한계일 뿐이다.
그래도 아마, 내가 생생히 기억하는 보티첼리의 '프리마베라' 그림 앞에 다시 선다면 그 아름다운 선들과 화려한 정경들 앞에서 나는 미의 여신을 통해 그려진 사랑과 결혼에 대해서 조금 잘난체를 할 지도 모르겠다.
전에는 알지 못했던 알베르티의 메달 앞에서 그는 서자였지만 박학다식한 사람이었다면, 그를 두둔할 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르네상스 예술품들을 통해 노골적으로 혹은 숨겨져있던 언어 몇 가지를 익힌 나는 르네상스와의 다음 만남에서 좀더 세련되게 인사를 나눌 수 있게 되리라 생각한다. 그 인사는 아직 어눌하고 부족하겠지만, 그렇게 시작된 만남이 깊은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면 나는 아마 이 책을 꽤 고맙게 여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