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브바하프 왕국 재건설기 1
김민희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키득거리는 소리에 엄마는 두 어 번쯤 날 이상하게 바라보다 한 말씀 하신다.
"그렇게 재밌냐?"
반쯤은 정말로 궁금해 하시는 것 같았지만, 나머지 반은 '니가 지금 나이가 몇 인데 아직도 만화책을 보면서
정신을 못차릴 정도로 웃고 있는 게냐?'라는 공격성 발언이기도 한 이 말에 난 달리 대꾸하지 못했다.
창피해서?
면목없어서?
.....아니, 그저 웃느라고 대답할 수가 없었다.

이 책은 재밌다.
한 나라가 망했다. 살아 남은 유일한 왕족인 왕자 한 명과 시녀, 그리고 왕의 조언자 이 셋은 훗날을 도모하며 숨어 지낸다. 여기까지는 흔히 봐왔던 구조다. 허나, 딱 여기까지만이다.
오버하지 않고도 웃길 수 다는 것과 눈물을 쥐어 짜지 않아도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이 작품의
최고의 승부수다. 

우선, 캐릭터들부터가 정형적인듯 인듯...살짝 비켜가버린다.
자세한 설명은 작품을 보며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가버리기 때문에 살짝 패스!
게다가 흐지부지 캐릭터들의 성격이 급격하게 변한다거나 혹은 초기의 설정을 뒤로 한 체 정체성을 잃어 버리고 마는 숱한 작품들과는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그들의 본연의 자세를 잊지 않는 일관성에는
작가의 꼼꼼한 준비성이 엿보인다. 게다가 어찌나 하나 같이 사랑스러운지 원..
누군가를 위해 장식처럼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닌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제 몫을 해내고 있는
기특함까지 한껏 가지고 있다.

스토리는 또 어찌나 대담한지.
주인공을 단련시킨다는 명목하에, 세상 모든 시련을 갖다 붙이고는 '자, 슬프지? 슬프지? 어? 안울어?'라면서
우리를 강요했던 억지스러움이라곤 조금도 보이지 않는 '유쾌하고 재치있는 드라마와 개그'는
순간 순간 우리를 긴장시킨다.
아무런 노력없이도 작가가 전해주는 삶의 비애감은 당연하게 받아 들여지고, 그 때문에 펑펑 울어 버리는 대신 담담하게 멀리서 지켜보는 '삶'은 3권의 길지 않는 만화책 속에서 더 진하게 남는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흐름을 갑자기 역류시키는 재주 또한 기발하다.
그 기발함으로 작가의 유머는 끝까지 도도하게 우리를 웃겨 버리고 만다.

훌륭한 드라마와 군더더기 없는 유머, 일관된 전개와 수긍할 만한 주인공들은
기억에 오래 남을 만한 좋은 작품을 만들었다.
가는 펜선이 오히려 선명도가 높은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느낌이기 때문에, 한 눈에 '예쁜 그림'은 아닐지
라도 절대로 지루해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유쾌한 이야기를 시간을 두고 두 번쯤 읽었고, 그 때마다 키득거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여러 번 독파한 후에도 자질구레한 다른 재미를 찾았기 때문에
꽤 후회없는 선택이었다고 자신한다.

아마, 올 해 산 만화책 중에 단연 상위권에 랭킹될만하다고나 할까?

작가의 내공 *****
스토리의 탄탄함 ****
등장인물들의 러브리함 *****
그리고 폭소 횟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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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6-07-19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키득거리며 읽었어요. 이 여름 땀 삐질거리며 짜증날 때, 다시 읽어봐야겠네요 ^^

날개 2006-07-19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의 신작 <풀의 꽃>도 기대중이어요~^^* 지금 1권만 나왔지만..

기다림으로 2006-07-19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절대 찬성입니다 치카님^^ 게으른 저는 여기서 그저 인사를 해버리고 맙니다만
정말 반가워하는 거 아시죠....? ^^:: 유쾌한 치카님께 짜증날 일이 생기실까 싶어요~
앗, 날개님^^ 오랫만에 뵙습니다. 네. 저도 1권을 읽었습니다. 이번 작품은 스토리 위주 인것 같아요. 여전히 캐릭터들을 독특하지만. 음..어쨌든 기대해보려구요^^ 잘, 지내시죠? 날개님의 활발한 활동은 늘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