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한 회사의 첫 업무를 가르쳐주는 선배를 보통 사수라 일컫는다.
나에겐 출납사수가 한명, 대출사수가 한명 있다.
입사해서 반년간은
지점 포함 4곳에 총 17대의 자동화기기를 관리해야 했던 적이 있었는데...
영업마감후에 현물시재와 엑셀시재가 틀려서 도저히 내손으로 처치가 안 될때면
내 부탁에 못이기며 후선으로 와서 10분도 안되어 귀신같이 맞추어주고 칼퇴근하던 4년터울 선배.
진한 부산 토박이억양, 항상 씩씩하고 남자답던 모습만 지점에서 지켜볼 수 있었던 시절.
그렇게 딱 6개월 함께 일한 인연.
그이후 회사의 영업방식도 크게 바뀌어가고,
서로 각자의 인사이동 스케줄로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하는 지점간 거리가 있었다.
단순히 메신저상에 온라인으로 떠있는 서로의 이름 정도로 안부를 가늠하던 '별일없겠지'의 시간들...
유독 작년에 여행사와 법무사사무소가 즐비한 서소문로 길 하나를 두고
인근에 배치되어 있을 때에도, 창구업무의 분주함을 핑계로 점심식사 한번 미루고 또 미루다
거래업체의 외환주문에 대처하고자 그날따라 지점에 바닥난 외화달러 좀 급히 꾸러갔던 작년 봄 쯤
객장에서의 짧은 만남이 결국 마지막 인사가 될 줄이야. 그는 그 짧디짧은 순간에도
담당하던 SOHO업체 사장님들에게 예의 씩씩한 톤으로 기일관리 전화를 돌리고 있었다.
그의 부음소식을 문자메시지로 받고 찾아가는 병원장례식장 길은 참으로 착잡한 것이었다.
투병중이란 사실도 두달 전에야 다른 루트를 통해 전해듣고 알았고,
어제(23일, 금) 오전에 전직원에게 울려온 SMS를 확인하는 순간에도
이름을 보고는 깜짝 놀라 잠시 멍할 수 밖에 없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