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란 

영국의 한 출판사에서 상금을 걸고 '친구'라는 말의 정의를 독자들에게 공모한 적이 있었다.
1등은 다음과 같은 글이었다.  

'친구란 온 세상이 다 내 곁을 떠났을 때 나를 찾아오는 사람이다.' 

 

서문성의 <작은 이야기 큰 깨달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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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나비  

                 / 김기림 

아무도 그에게 水深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
흰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靑무우밭인가 해서 나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거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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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 김광규 

4.19가 끝나고
우리는 오후 다섯시에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불도 없이 차가운 방에 앉아
하얀 입김 뿜으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위해서 살리라 믿었던 것이다
결론 없는 모임을 끝낸 밤
혜화동 로우터리에서 대포를 마시며
사랑과 아르바이트와 병역 문제 때문에
우리는 때묻지 않은 고민을 했고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는 노래를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노래를
저마다 목청껏 불렀다
돈을 받지 않고 부르는 노래는
겨울밤 하늘로 올라가
별똥별이 되어 떨어졌다
그로부터 18년 오랜만에
우리는 모두 무엇인가 되어
혁명이 두려운 기성 세대가 되어
넥타이를 매고 다시 모였다
회비를 만 원씩 걷고
처자식들의 안부를 나누고
월급이 얼마인가 서로 물었다
치솟는 물가를 걱정하며
즐겁게 세상을 개탄하고
익숙하게 목소리를 낮추어
떠도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모두가 살기 위해 살고 있었다
아무도 이젠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적잖은 술과 비싼 안주를 남긴 채
우리는 달라진 전화번호를 적고 헤어졌다
몇이서는 포우커를 하러 갔고
몇이서는 춤을 추러 갔고
몇이서는 허전하게 동숭동길을 걸었다
돌돌 말은 달력을 소중하게 옆에 끼고
오랜 방황 끝에 되돌아온 곳
우리의 옛사랑이 피 흘린 곳에
낯선 건물들 수상하게 들어섰고
플라타너스 가로수들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아직도 남아 있는 몇 개의 마른잎 흔들며
우리의 고개를 떨구게 했다
부끄럽지 않은가
부끄럽지 않은가
바람의 속삭임 귓전으로 흘리며
우리는 짐짓 중년기의 건강을 이야기했고
또 한발짝 깊숙이 늪으로 발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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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의 碑銘
-청년화가 L을 위하여 

                                 함형수 

나의 무덤 앞에는 그 차거운 碑돌을 세우지 말라. 

나의 무덤 주위에는 그 노오란 해바라기를 심어 달라. 

그리고 해바라기의 긴 줄거리 사이로 끝없는 보리밭을 보여달라. 

노오란 해바라기는 늘 태양같이 태양같이 하던 화려한 나의 사랑이라고 생각하라. 

푸른 보리밭 사이로 하늘을 쏘는 노고지리가 있거든 아직도 날아오르는 나의 꿈이라고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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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絶壁   /이상

 꽃이보이지않는다.꽃이香기롭다.香氣가滿開한다.나는거기墓穴을판다.墓穴도보이지않는다.보이지않는墓穴속에나는들어앉는다.나는눕는다.또꽃이香기롭다.꽃은보이지않는다.香氣가滿開한다.나는잊어버리고再처거기墓穴을판다.墓穴은보이지않는다.보이지않는墓穴로나는꽃을깜빡잊어버리고들어간다.나는정말눕는다.아아.꽃이또香기롭다.보이지도않는꽃이-보이지도않는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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