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그늘에서 - 제인 구달의 침팬지 이야기
제인 구달 지음, 최재천 외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국산 제인은 영화에서와는 달리 밀림에 도착하자마자 타잔이 아닌 침팬지부터 찾아 나선다. 키스가 가능한 금발의 짐짝이라는 원작의 허물을 벗고, 고대의 영웅들이 세계의 지평을 열어주기 위해 미지의 바다를 항해하듯 스스로 침팬지들에게 다가간 것이다. 동물행동학을 빙자한 침팬지와의 체계적인 애정행각으로 점철된 신-밀림판타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짜 경감 듀 동서 미스터리 북스 80
피터 러브제이 지음, 강영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혼을 쏙 빼놓는 로맨틱 코미디.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oopsmax 2004-08-14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 안 빠지면 책임 지세요. 사야겠다,,
 
아랍인의 눈으로 본 십자군 전쟁
아민 말루프 지음, 김미선 옮김 / 아침이슬 / 200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향료와 계피, 화려한 직물과 비단의 천국으로 불리던 천년 전의 페르시아반도는 복면의 순교자와 ‘눈먼 유도미사일’을 끝없이 불러들이는 땡볕과 화염과 기름의 지옥으로 변했다. '말이 통할만한' 아랍의 지도자들은 오로지 악마의 눈물을 얼마나 비싸게 팔것인가를 골몰할 뿐이다. 그건 유일신과 구세주에의 ‘숭배’를 폐기하고 대신 합리적 이성을 ‘구사’하며 그에 따라 세상을 재단해야 하는 아랍의 적들이 밟아 온 기회주의적인 역사와 밀접하다. ‘유일신 부자’에 이어 권좌를 차지한 합리성의 신화는 고기를 감싼 푸른 채소의 면죄부를 걷어내고 필요에 따라 남의 고기마저 빼앗으라고 가르친다.   

   

지하드의 리믹스버전은 천년에 이르도록 갱신되는 중이다. 그 격렬하고 오랜 접촉에도 아랍과 ‘아랍의 적’들은 아직도 ‘내 살길’과 ‘네가 가진 것’만을 바라본다. 보다 정확히 팔백여년을 으르렁거렸으면서도 생판 남남이다. 천국으로부터 추락하여 이젠 모든 것을 잃고 돌격의 순간만을 기다리게 된 지옥의 전사들이 차선을 위한 깡통을 돌릴 리도 만무하다. 반면 ‘아랍의 적’들은 온건한 합리주의자들임을 자칭하는 지상의 메트로폴리탄들이며, 그 ‘수괴’격인 미국인들은 본토침공의 유례없음이 말해주듯 이념의 승리를 구가하고 있다. 그들은 범법자의 머리에 총을 겨눈 채 그의 권리를 설명한다.     

   

나름대로 고백의 형식을 빌린 전쟁의 실체를 넘기면서 근시안, 속물근성, 표리부동, 사리사욕 등등 가능한 모든 한심한 수식어들을 그 멋들어진 터번의 주름속에 쑤셔넣고 싶지만 예나 지금이나 악의 축은 여전히 ‘아랍의 외부’, 그리고 심지어 ‘나의 내부’에 있기 때문에 ‘결코 그들을 이해할 수 없는’이라는 판단유보로 스스로를 구원하는데 그치겠다. 악은 풍요롭고 정의는 지옥의 구호일지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기 앞의 생 (특별판)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가난과 회피의 풍경을 사서 읽었다. 그 거리의 시멘트 바닥밑엔 지폐나 베이컨, 감자 대신 '인간애'가 묻혀있을거라는 치기어린 신화를 독자의 귓구멍 속에 우겨넣고 뒤로 빠지는 게릴라성 복음이 가득했다. 아랍소년의 입술을 겨냥한 '어른'들의 파렴치하도록 시대착오적인 복화술이 울려퍼지는 것이다. 전쟁의 집단최면이 떠다니는 온갖 차별과 결핍의 벌판, 그 위에 뿌려지는 생의 씨앗은 도대체 무슨 이유인가. 비극을 증언할 '진짜 어른'들은 없다. 누가 살찐 소년들에게 사랑을 던져줄 것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특별판)
로맹 가리 지음, 김남주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스스로 죽은 자에게서 서빙받은 코스요리. 찢어진 종잇조각이라면, 화약 냄새라면, 속살의 물기라면, 사라져가는 관악기의 여운이었다면, 뭐하나 딱히 이렇다하기 힘든 그것들은 대체적으로, 주눅들만큼 정제된 냉소의 맛이었다. 허기나 포만감, 모두를 부정하며 가슴을 지그시 눌러오는 죽은 자의 계산서를 받아들었다. '살아있는 네 혀의 한계를 지불하라'.    

       

이 밥상에서 저 밥상으로 나는 짐승을 빗댄 경멸이나 우려스런 질병의 수준에 도달하지 않을 만큼의 정상적인 간격으로 이동할 뿐이다. 별 볼일 없는 나의 일상에도 이제 지긋지긋한 밥상을 떨쳐내고 삶을 부벼댈 기회가 몇차례 고통스럽게 주어질 것이다. 뭐 별것 있겠는가. 제삿상으로의 이동, 십중팔구는 개인적인 사별에 의한 오열일 것이다. 그러나 상상컨대 그 격렬함은 단숨에 일상을 지워 버릴 것이다. 거봐라. 넌 울고 있지 않니. 넌 헐떡이지 않니. 난 깊숙이 엎드려 삶의 발등을 적시는 것이다. 무엇과 닮았든 간에 삶은 대부분 그런 식으로 자신을 깨우고, 망각을 씻어낸 뒤, 다시 잠들 것이다. 만약 내게 모피어스가 남기고 간 권총이 있다면 삶의 폭로를, 혹은 침묵의 강요를 견디지 못해 죽은 자의 최후를 흉내낼 것인가. 마치 이 책이 그렇듯 내게 권총이란 그저 연민과 우수가 어린 정보의 과잉일 뿐으로, 쓸데없는 책을 그만 읽던가, 백해무익한 티비 시청을 자제할 것으로 처방될 것들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anicare 2004-08-12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도 내 삶을 읽지 않겠지만...읽고 있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