둠즈데이 북
코니 윌리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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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바드리의 넋두리가 낚시질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충분히 예상할수 있었다.

내겐 아래와 같은 이름의 면역세포강화접종이 20년전에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뭔가 보여드리겠따니깐요....' 

 

덧붙여서1...:코니윌리스의 소설은 고증에 충실하다는 평가가 따르는 걸 자주 들었다. <개는 말할것도 없고>와 <둠즈데이북>이 그런 저자의 일관된 작풍을 반영함에도 불구하고 전자는 그 성공의 사례로, 후자는 그 한계의 사례로 대척점에 있다고 여겨진다. (sf)장르작가로서 코니윌리스는 사건에서 사건으로 숨가쁘게 몰아치는 장르문법을 철저히 배제하는 작가다. 그녀는 하나의 사건을 이렇게도 다루어보고 저렇게도 다루어보고 잠시 미루어뒀다가 다른시점으로 다시 끄집어내는 지극히 '생략과 폭로의 타이밍'에 치중하는 화법을 가지고 있다. 그럴경우 작가에게 힘이 되는건 사건을 끌어가는 박력이 아니라 '모아놓은 많은 지식을 조리있게 풀어놓는' 센스다. 코니윌리스 화술의 원자재는 곧 역사적 지식이고 (코니윌리스가 sf작가라지만 그녀에게서 기대할만한 과학적 유희는 전혀 없다고 생각된다.) 동시에 두 책이 보여주는 가장 큰 차이도 바로 역사적 지식-고증의 질과 양이다. 빅토리아시대의 사료와 14세기를 증언하는 사료가 과연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비교가 될수있을까? <개는 말할것도 없고>에서 작가는 마치 악상으로 가득찬 모차르트의 머릿속 처럼 할말이 많았지만 <둠즈데이북>에서 작가는, 아는것도 별로 없고, 따라서 할말도 별로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의 두께가 같다면, 할말없는 쪽이 지루한건 당연한 이치.

덧붙여서2...:만약 누가 그럼 왜 이책이 그렇게 많은 상을 휩쓸었냐고 반문한다면, 나도 할말은 없다. 당시 평론가들이 아직 <개는 말할것도 없고>를 못 읽어봤기 때문이라고 대답하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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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엉덩이의 재발견 - 문화와 예술로 읽는 엉덩이의 역사
장 뤽 엔니그 지음, 이세진 옮김 / 예담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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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소사, 미시사, 잡학사전은

전혀 다른관점에서 대상을 비추던가

미처 몰랐던 사실들을 폭로하던가

최소한 둘 중 하나는 해줘야한다. 

그리하여 적어도 릴렉스를 위한 시간에 

풍성한 비유와 흥미거리로 대화의 여백을 메꿔줘야한다.

 

내용의 많은부분을 물들인 성도착적 내용은 사실

별로 궁금하지도 않고

이다도시처럼 소란스럽고

대화거리로도 불편한 것들이다. 

금기라고 보기에도 애처롭다.

누구나 욕망의 대상으로 보는 엉덩이를

그저 욕망의 대상으로 다루었기 때문에

역자의 말처럼 문학적 운치가 넘치는 텍스트로는 어떨지 몰라도

감추어졌던 소사를 기대했던 나로서는 실망이었다.

 

'실제 엉덩이의 역사가 그런걸'이라고 누가 말한다면    

간밤에 그 역사를 이룬 내 손이 손사래를 칠게 분명하다.

엉덩이는 이책처럼 시시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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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teen_포틴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3
이시다 이라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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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살 보다 지긋한 사람들이 이책을 펼쳤다면 미리 귀뜸해주고싶다.

부디 열네살을 대하듯 너그러우셔야 할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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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궁전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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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포그는 할아버지의 유언을 돕고, 아버지 바버와 자신의 뿌리를 함께 풀어헤친다.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는 와중에 모든 '아버지'들의 생명이 소비된다.

여자란 존재는 엄마고 애인이고 할 것 없이 모두 트러블 메이커다. 엄마는 출생에 얽힌 쓸데없는 비밀의 창시자이며 중국인 애인은 포그의 아이를 유산함으로써 모성을 거절한다.  남자들은 상처받은 희생양, 세상이 슬픈 돼지새끼, 끝내 외면당한 정자가죽이 된다.

달의 궁전이 자리한 60년대의 뉴욕은 사회부적응자가 자신의 부적응을 제대로 깨닫기엔 너무나 풍요로운 사회다. 부자들은 그들이 부자인 한 한없이 이물감에 관대하다. 잉여물자는 넘쳐나고 돈은 필요할때면 얼마든지 생긴다. 노숙자의 잠자리는 세계에서 가장 넓고 유명한 공원의 덤불이며 익명의 후원자들이 십시일반으로 헌금한 식품민주주의가 주변의 쓰레기통마다 가득하다. 포그는 생산성 제로의 무한소비를 통해 스스로를 추락시킨다. 돈이건, 시간이건, 휘발류건, 컨텐츠건, 여자건, 혹은 독자의 시간이건. 그러나 아무리 처먹어도 입에서 항문으로 귀결되는 물질대사의 메커니즘엔 잃어버린 가족이나 유산의 기억이라는 이름의 장기는 없다. 따라서 그 상실감을 메꿀수도 없다. 사회부적응 프로젝트는 실패다.

끝내 선문답과도 같은 깨달음이 찾아온다.  오리엔트를 향한 해변에서 포그는 기원을 담은 신비의 이미지에서 이젠 천문학을 넘어 지질학적 현실로 떠오른 달을 본다. 달은 문명으로 다다를수 있는 최초의 의미있는 미래이며 포장이 뜯기지 않은 최후의 상품이 된다. 그 균열의 틈으로 과거와 그것이 불발시킨 자신의 미래를 묻는다. 배부른 몽상가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새로운 시작의 눈길을 느낀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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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교육
로맹 가리 지음, 한선예 옮김 / 책세상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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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와 굶주림에 관한 에피소드가 줄기차게 나온다. 빨치산들을 가장 괴롭히는것도, 마을에 남은 여자들이 남편이나 애인을 배신하게 하는것도 모두 그러한 두려움 때문이다. 본능의 문제가 삶의 중심으로 대두되는 상황이 단지 전쟁만은 아니다. 짐승같은 삶을 아무리 고찰해 나가더라도 전쟁이 가져다 준 인권과 존엄으로의 궤적에 가 닿을수도 없을 것이다.

전선은 멀다. 전우나 적군이 아닌 피해자, 밀고자, 약탈자, 동지, 형제, 꿈, 과거가 그저 감자를 둘러싸고 궁색한 일진일퇴를 거듭한다. 정을 통하는 것이 곧 감자다. 밀고도 감자다. 남편의 죽음도 감자다. 감자를 외치는 아내에게 빨치산은 약탈로 응수한다. 독일군은 아내를 범하고 남편을 죽일지언정 적어도 감자를 빼앗아가지는 않는다. 

이 책에서 과연 유럽의 어떠한 교육이 그다지도 비인간적이었는지 충분한 예제를 제공받지는 못한다. 다만 우리는 그간 쌓여온 각자의 전쟁상을 책장마다 적절히 수혈해가며 내용을 보정하고, 빨치산의 상념이 불러온 아리송한 희망을 완성한다. 그들에게 숲 밖에서 벌어지는 학살과 폭력과 유린의 실체는 무적의 대장 나데이아만큼이나 서로를 의지하게 만드는 공포와 연대의 대물림이다. 숲속의 우등생 야네크의 정신을 갉아먹으며 비약과 증식을 거듭하는 어울리지 않는 절망이고, 밤하늘에서 내려앉는 순백의 병원체다. 그들의 손과 입술을 움직이게 만드는 감자와 장작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실탄이 아니라면 어떠한 가치도 그들에겐 집단 병리학적 증후군의 추가된 이름, 지평선 너머에만 존재하는 포성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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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31 03: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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