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왜 험담을 할까 - 모두가 하고 있지만 알려지지 않은 험담의 심층 심리
사이토 이사무 지음, 최선임 옮김 / 스카이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사람은 왜 험담을 할까?

모두가 하고 있지만 알려져 있지 않은 험담의 심층심리

사이토 이사무 저 l 스카이출판사 l 2014.03


 


■ 사람과 사람 사이 대화의 필수 요소, 험담


평생 다른 사람에 대해 쓴 소리 하나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까? 

타인의 잘못을 짚고 넘어가는 것부터 인격적인 공격에 이르기까지.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 사회에서 ‘험담’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우리가 친구들을 만나면 가족이나 지인, 생활과 밀접한 기업이나 단체,  회사, 연예인, 유명인 등에 대한 얘기를 빼놓고서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상상하기가 어렵다.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해보니, 나 역시도 타인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보다는 부정적인 평가와 더 가까이 살았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 사람에 치여 사는 우리에게 ‘험담’은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


이 책의 저자, 사이토 이사무는 저 멀리 유럽이나 미국이 아닌 바로 옆나라, 일본에서 거주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 책에 실린 내용이 더 신뢰가 갔는지도 모르겠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이 많다. 좁은 땅에 많은 인구가 모여 산다는 것, 하루 24시간 중 가정보다는 비즈니스와 관련한 시간이 더 많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좁은 땅덩어리에 오밀조밀 붙어 살다보니 부딪칠 사람이 참 많다. 어쩌면 사람이 치여 산다는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씹을 사람도 많고, 같이 씹어줄 사람도 많다보니 우리나라에서 ‘험담’은 활개를 칠 수밖에 없다. 유난히 오지랖이 넓다고 하는 민족적인 특성도 이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나의 하루가 끊임없이 사람과 사람으로 연결되다 보니 하고 싶은 말도, 할 수 있는 말도 사람과 관련된 말들인 것이다. 그러나 사실 사람과 관련해서 좋은 얘기는 ‘그래 그래서 좋구나’ 정도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나쁜 얘기는 어떤가? 끊임없이 이유를 찾게 된다. 그 사람이 그렇게 행동한 이유는 뭘까? 어떤 상황에서 어떤 갈등을 겪었는가? 앞으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그렇다보니 사람과 관련한 대화 중에서도 유독 나쁜 쪽인, 험담이 더 비중이 큰 것처럼 느껴진다. 



■ 험담을 하는 더욱 근본적인 이유


이 책에서 사람이 험담을 첫 번째 이유는 투영의 매커니즘이다. 자신이 싫어하는 부분은 항상 신경이 쓰이고 열등감의 근원이 되기 마련이다. 마이너스 감정이 항상 작용하기 때문에 타인을 볼 때에도 똑같은 결점이 있으면 바로 감지하고 비판하게 되는 것이 바로 이 이유다.


두 번째 이유는 공정성의 신봉이다. 이 부분은 조직론을 배울 때도 보았던 내용인데, 사람은 누구나 내면에 공정함을 재는 자를 품고 있다. 내가 노력한 만큼 기대를 하게 되고 보상받기 마련인데 기대만큼의 보상이 주어지지 않으면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보상 자체에 대해 불만을 가질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의 노력을 깎아내려 합리화시킬 수도 있다. 


세 번째 이유는 내가 가장 공감한 부분이기도 하다. 바로 험담 대상자와 나는 피할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어느 출근길에 단순히 누가 내 발을 밟았을 때, 일시적으로 분개를 할 수는 있어도 오랫동안 담아두고 험담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가까운 동료가 지속적으로 내 발을 밟는다면 나 또한 그를 공격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그러한 감정을 ‘험담’ 형태로 분출하게 된다.



■ 잘하면 약 못하면 독, 험담의 두 얼굴


사실 험담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일상적인 불안을 해소해주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며 에너지를 밖으로 분출해주는 긍정의 역할을 한다. 또한 자존심과 자신감을 회복시켜 주기도 한다. 그러나 뭐든 과하면 독이 되는 법. 과한 험담으로 타인에 대한 본질을 흐리거나 피해를 주는 행위, 나의 재미를 위해 반복적으로 험담을 일삼거나 사실을 왜곡한다면 그 험담은 나를 구제불능으로 낙인찍게 만들 수도 있다. 적당한 험담을 위해 이것만은 지키도록 하자.


- 신체적인 비판이나 결함은 언급하지 않는다.

- 가족이나 친구 등의 인간관계를 건드리지 않는다.

- 학력, 수입, 사회적 지위 등 열등감을 자극할 수 있는 소재는 삼가자.

- 성이나 섹스 등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는 말은 하지 말자.


이와 더불어 비판을 하기 전, 대상자의 장점 등을 같이 언급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같이 험담을 해준 사람에게는 자신의 불만을 함께 해소해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꼭 표시해야 할 것이다. 험담을 들을 때에는 화자의 감정에 공감해주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카운슬러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인물 평가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단, 이 책에서는 계속해서 관계를 맺어나갈 사람들에 대한 험담만을 기준으로 한 듯 하다. 만약 갈등이 심하거나 불만이 극에 달해 얼굴조차 보기 싫은 사람, 험담을 하면 할수록 분노가 고조되고 모멸감을 주어 험담 자체로 스트레스를 풀기 어려운 사람은 그냥 연을 끊고 모르는 사람처럼 살아가는 게 건강에 이로울 것 같다.  


책에 대한 평가가 너무 적었나? 이 책의 앞과 끝부분에는 읽을거리가 많다. 그러나 중간중간 사례는 아리송한 것들도 많았고 관계별로 분류하는 것이 무의미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단지 이해와 공감을 바라는 험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험담, 그 사람에 대한 평가를 바꾸기 위한 험담 등에 회사사람/가족/친구/연인 간의 분류가 의미 있는 것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