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6·25 전쟁 즈음에 태어나 급격한 경제 성장, 투철한 반공정신, 독재 정부 등이 한데 엉킨 시절에 묵묵히 많은 사람들을 살해하며 살아 온 연쇄살인범이 인생의 말년에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이야기.

 

 주인공은 무능력하고 폭력적인 아버지를 시작으로 자신을 맹렬하게 뒤쫓는 형사도, 일말의 죄책감도, 자신을 의심하거나 비난하는 사람도 하나 없이 너무나 쉽게 사람들을 죽이며 살아왔다.

 

 수의사라는 직업 덕분에 마취제나 수술도구 등을 쉽게 구할 수 있었고, 그 누구도 자신과 주변의 삶을 둘러볼 새 없이 바쁘게 살아가야 했던 사회의 분위기 덕에 몇십년 넘게 그와 같은 삶을 영위할 수 있었다.

 

 70년 넘게 살면서 살인과 글 쓰는 것 외에 흥미를 느낀 적 없는 그에게는 마지막으로 죽인 여자가 부탁한 딸 - 본인은 입양아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 영희가 있다. 알 수 없는 책임감에 나름대로 정성껏 영희를 키워왔고, 유일하게 정을 주며 살아왔는데, 어느 날 신랑감으로 데려온 남자에게서 자신과 같은 살인범의 기운을 느끼고 그녀를 지켜주는 것이 자신의 마지막 임무라고 믿지만, 딸은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본인마저 점점 기억을 잃어간다.

 

 메모와 기록을 통해 필사적으로 그 살인범을 죽이고자하는 의지를 불태우며 그를 죽이기 위해 찾아가지만 마지막에는 자신이 정말 임무를 달성했는지, 자신의 임무가 타당한 건지, 그 남자가 정말 위험한 사람이었는지, 심지어 영희를 정말 딸로 생각하고 키워온 것이 사실이었는지조차 구분하지 못하게 되면서 이 소설은 끝이 난다.

 

 

 


 

 

 

 

 짧지만 강렬한 느낌. 압축되고 절제된 표현들이 특징. 여유 없는 삶이 살인과 같은 극단적인 부분에까지 둔감해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것이나.. 법이나 제도의 제재를 피한 것은 둘째 치고 사회적인 비난 대상조차 될 수 없었다는 것. 안타깝다. 그러나 뭔가 저자가 보여준 다른 작품들과 달리 조금은 식상한 느낌? 재미는 있었지만 뭔가 인사이트를 주는 작품은 아니었던 것 같다. 비슷한 주제 의식을 담은 작품, 개인의 자유와 삶의 여유가 사회로 인해 파괴되어가는 조지 오웰의 1984 혹은 자신의 기록과 단편적인 경험들을 엮어 자신만의 기억에 갇혀 사는 영화 메멘토. 이 둘을 약하게 섞어 놓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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