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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퓨징 - 분노 해소의 기술
조셉 슈랜드 & 리 디바인 지음, 서영조 옮김 / 더퀘스트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내가 학생이던 어느 날 아침, 남자친구와 전화를 하며 집을 나서다가 엄마의 잔소리에 괜히 짜증을 냈던 적이 있었다. 그날 남자친구가 나에게 “엄마를 너희 학교 교수님이라고 생각해봐. 똑같이 짜증내고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겠어?”라고 한 말은 나의 뇌에 아주 깊숙이 박혔다.
이후 어떤 사람이 나를 짜증나게 하고 화나게 할 때면 항상 그 말을 떠올리며 그 사람이 아주 높은 자리에 있는,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결과는 아주 바람직했다. 나 스스로도, 상대방에게도 더욱 만족스러운 결과가 만들어졌다. 상대방을 존중하기 시작했고 비난하거나 무시하기보다는 좋은 점을 찾아 칭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친구관계와 가족관계, 사회적인 관계가 좀더 원만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심리학에 관심이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도 알고 있는 이야기를 한다며 무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심리학이 최근에 주목 받고있는 뇌과학과 결합하면서,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개되고있다. 그동안 심리학은 본성이나 상황에 따라 인간의 선과 악. 좋은 행동 나쁜 행동을 구분지어 왔었는데 이 새로운 관점은 그 둘의 출발점이 사실 같으며 이를 발현시키는 것은 본인의 노력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인간의 이중적인 면과 본능적인 욕구를 인정하고, 상황이나 주변의 변화가 아닌 자신 스스로의 변화를 이끄는 방법을 연구한다는 점에서 나는 뇌과학을 통해 인간의 심리를 살펴보는 방법이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도 그런 방법 중에 하나다.
“대부분의 분노는 우리가 사실 중요한 존재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욕망에서 발생한다. 내가 화가 나는 것은 상대방이 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서이고, 상대방의 그런 태도를 바꾸고 싶어서이다.” 이 책이 기본적으로 전제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분노를 다스리고 상대방의 태도를 더욱 효과적으로 다스리기 위한 7가지 단계를 제시한다.
(1) 분노 알아차리기
(2) 질투 이해하기
(3) 의심의 실체 파악하기
(4) 호의적인 태도 취하기
(5) 공감하기
(6) 명확하게 의사소통하기
(7) 감사 표현하기
분노를 좀 더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이 책은 사실 스스로의 분노를 다스리는 방법과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안내하는 지침서이다. 분노는 사실 나 자신으로부터 비롯된다. 나의 현재 상황, 나를 둘러싼 것들에 대해 위험을 느끼는 것이 분노를 일으키는 제 1의 원인이 된다. 사실 내 스스로가 그 위험을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있다면 그러한 위험을 감지하는 것은 더 나은 발전으로 나아갈 수 있는 촉매제가 될 수 있으나 반대의 경우에는 좌절감, 슬픔, 절망감, 불만, 불편, 두려움 등을 느끼게 되며 더욱 공격적이 되거나 상황을 포기, 결국 나 스스로를 초라하게 만들어 자존감을 낮추게 되고 정상적인 뇌의 업무수행 능력도 방해받게 된다
나 자신을 믿고 사랑하는 사람은 또한 다른 사람을 믿어주고 인정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보다 더 많은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들고 더욱 존중받는 사람이 되는 것. 물론 당장의 화를 틀어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애초에 분노하며 씩씩댈 필요 없이, 혹은 화를 삭히느라 스트레스를 내 속에 쌓아둘 필요 없이 대화와 타협만으로도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루어가는 것. 그것이 바로 누구나 걷고 싶은 길이 아닐까?
"공감이란 지구가 가진 가장 위대하면서도 아직까지도 가장 이용되지 않은 자산 중의 하나"라는 저자의 말이 참 인상 깊다. 종교 · 문화 · 이념 · 인종 · 환경 등과 관련한 다양한 사회적인 갈등과 분노들을 해결하는 방법도 어떻게 생각하면 저자가 계속해서 강조하는 이 참으로 간결하고도 기본적인 방법, 즉 존중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낯선 사람들, 멀리 있는 사람들, 나와 다른 사람들로 가득한 세계를 공감을 통해 잠재적 동맹자들로 가득한 세계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준 이 책에게 고맙다.
아! 참고로 내가 생각할 때 이 책의 좋은 점은 왜 분노를 다스려야하는지에 대한 원인을 굉장히 근본적으로 제시해준다는 점, 직접적이고도 다양한 사례, 재미있는 연구 및 실험 결과를 소개하며 다소 딱딱할 수 있는 주제를 아주 흥미롭게 풀어냈다는 점, 뇌과학이나 심리학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여졌다는 점이다.
비즈니스 강의를 들을 때, “효과적인 연설은 사실 중학교 2학년 정도가 들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연설이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아마 이 책을 중학생들이 읽는다고 해도 아무런 문제없이 잘 읽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