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2013 -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2013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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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경제 불황과 그에 따른 여파.

 

새로운 대통령 취임 및 정부부처 개편, 매체의 더욱 심화된 발달,

 

잦은 자연재해로 치솟는 농산물 가격, 그리고 임금동결 및 인플레이션,

 

집값은 지하까지 추락할 기세, 각종 범죄의 난무,

 

부도덕한 기업들과 각종 조직들. 이러한 자극들 속에 점점 무뎌지는 개인.

 

 

나 또한 하루가 멀다하고 바뀌는 내 주변 상황 속에 정신 없다.

 

2013년 아직 상반기가 지났을 뿐인데 하루도 바람 잘 날 없이 정신없었다.

 

 

이런 와중에 2012년이 지나고 2013년으로 넘어갈 즈음, 국내 트렌드 연구자의 대표격인 서울대 김난도 교수가 올해의 소비 전망을 담아낸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올해의 10대 트렌드 키워드는 바로 COBRA TWIST. 프로레슬링의 가장 치명적인 기술의 하나이기도 하고, 2013년 흑사띠에 맞춰 뱀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재미있게 읽은 부분이 많기에 자세한 내용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1) City of hysterie 날 선 사람들의 도시

 

 

사회/경제적 불안감이 높아지고 개인이 직접 체감하는 불안의 정도는 더욱 높아진다. 공동체의 유대감이 약해지고 개개인은 끊임없이 주변을 경계한다. 스스로만이 자신을 지켜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서로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거리를 둔다.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는 사건을 위해 서로를 감시하고, 굳게 믿는 것을 뒷받침하는 물리적 근거만을 골라 강박적으로 수집하는 극도의 편향성을 보인다. 최근에는 결백이나 나의 정의를 증명해줄 만한 기술/제도가 충분히 뒷받침 되어있다. (블랙박스,CCTV,GPS) → 나의 가치판단에 기준하여 정보를 수집하며 확증편향의 태도를 보인다. 새 정부가 출현하고 기업들은 변화를 추구한다고 하지만, 이제 소비자들은 긍정적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희망과 확신에 찬 미래와 변화를 기대했다가 여러 번 실망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어디 한번 해봐라”, “얼마나 잘하나 두고본다” 등의 신경증적 태도를 보인다. 혹은 “이번에는 뭐 다르겠어?”와 같은 태도로 애초에 기대 수준을 낮춰 이후에 받을 실망감에 대비하려 한다.

 

 

(2) OTL..Nonsense! 난센스의 시대

 

 

상식과 일반의 논리가 통하던 시대는 갔다. 논리와 상식을 뛰어넘은 기발한 감정과 상상이 필요하다. 진지하고 심각한 접근보다는 가볍고 위트있는 재치가 선호되며 가벼운 개그와 펀마케팅이 사랑받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은 이제 특별한 의미를 두는 메시지보다는 가벼운 위로와 위안이 될 수 있는 웃음이 더욱 필요하다. 이러한 현상은 불황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1998년 IMF 구제금융 당시 김국진의 인기를 생각해볼 수 있다. 과거의 이성적인 경제질서와 합리적 계산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긴 불황의 그림자가 사람들에게 새로운 접근 방법을 모색하게 만든 것이다.

 

 

(3) Bravo, Scandimom 스칸디맘이 몰려온다

 

 

최근 북유럽의 인테리어나 패션과 함께, 감성을 자극하는 북유럽식 양육방법 또한 인기를 얻고 있다. 극성스럽고 과도하게 경쟁적인 국내의 육아 환경에서 벗어나 질적인 정서적 교감교육, 평등관계, 단순함, 친환경, 실리를 추구하는 스칸디맘의 출현은 보다 근본적인 사고방식의 전환을 의미한다. 현재 2~30대를 주축으로 하는 스칸디맘은 기성세대 엄마들처럼 헌신과 희생의 이름으로 가족을 위해 희생하던 엄마가 아닌, 가족에 대한 사랑만큼 본인의 행복을 중시할 수 있는 엄마이기에 가능했다. 앞으로 이런 양육방식을 지향하는 젊은 엄마의 수가 늘어날 것은 자명하며 사교육 시장이 새롭게 재편될 것으로 예측된다. (예능교육/감성교육/체험교육/인성교육 등)

 

 

(4) Redefined ownership 소유냐 향유냐?

 

 

새로운 의미의 ‘무소유’소비가 인기다. 누릴 수 있다면 더 이상 소유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비데/정수기부터 시작하여 최근에는 TV/냉장고/PC/안마의자까지 포괄하는 렌탈리즘은 찰나적 소비가 가능하게 만들었다. 또한 스마트폰의 발달로 실시간 중계나 의견 게시가 가능해지면서 생활 공동체 형성과 쉐어리즘의 실현이 더욱 쉬워졌다. 또한 불필요한 물건을 기증하는 도네이즘도 인기다. 이러한 현상들을 가능하게 한 것은 첫째, 기술의 변화. 그리고 그에 따른 소유 및 경제활동에 대한 개념 변화. 둘째, 소비자의 심리적인 불안과 싫증 증대 등이었다.

 

 

(5) Alone with lounging 나홀로 라운징

 

 

인터넷-모바일로 인간관계 폭은 넓어졌지만 공허를 느끼는 사람들이 늘었고 이를 적극적으로 대처하려는 노력이 증가하고 있다. 집단의 분화현상이 라운징 트렌드를 촉구했다고 볼 수 있다. 혼돈의 시대를 살고 있는 개체화된 현대인들이 자신의 존재감을 찾아나서려는 의식과도 같다. 선택적인 소비패턴 증가, 나만의 휴식을 추구하려는 사람들, 심부름 서비스의 성장, 솔로족을 노리는 다양한 마케팅 현상 등이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6) Taste your life out 미각의 제국

 

 

최근 음식 관련 프로그램의 인기가 다시 상승하고 있다. 디저트와 푸드스타일링 산업 또한 성장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해피투게더의 야간매점이나 인터넷 커뮤니티 곳곳의 생활정보란은 미각 노마드족의 ‘야매요리’를 유행시켰고, 쿠킹솔루션 시장이나 미각 정보 앱 발달 등은 미각을 넘어 시각 등 공감각적 표현을 중시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친환경 푸드운동에서 발전한 로컬푸드 운동은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욕구, 그리고 그 지역의 친환경 농산물을 성장시키고자 하는 욕구를 둘다 충족시켰다. 미각은 다른 어떤 영역보다 럭셔리함을 누리기 쉬운 분야이다. 한정된 수입 안에서 최대의 사치를 즐길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값싼 생필품을 찾으면서도 특정 분야에서는 고급 소비에 집중하는 현상은 경제가 어려울수록 더욱 뚜렷한 현상이다.

 

 

(7) Whenever U want 시즌의 상실

 

 

날씨/기후/계절의 변화로 시기에 대한 고정관념이 사라지고 있다. 게다가 자기 시간을 자유롭게 쓰는 인구의 증가 + 유통업계의 불황 + 자신만의 소비스타일을 창조하려는 개성적인 소비자들이 이러한 현상을 더욱 부추겼다. 소비자들은 이제 굳이 때를 기다리지 않고 자기가 하고픈 순간에 하고 싶은 행동을 하려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바로 타임마케팅. 시장점유율보다 이제 소비자의 시간을 점유하는 기업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한정된 시간을 무기로 시즌에 맞춰 제작한 제품을 팔기보다 고객의 삶 속에 파고들어 일상을 함께하려는 진정성이 필요하다.

 

 

(8) It's detox time 디톡스가 필요한 시간

 

 

유해물질과 중독의 대상으로 가득한 세상, 스스로를 정해하고 보호하려는 해독의 움직임이 보인다. 유해물질 중독에서 벗어나려는 물리적 디톡스도 중요하지만 신체적 혹은 정신적인 건강을 해치는 물질로부터 벗어나려는 정신적 디톡스 또한 매우 중요하다. 커피나 카페인 등의 특정한 약물, 게임, 도박, 디지털, SNS, 스마트폰 등이 최근 정신적 디톡스의 대상이 되고 있다.

 

 

(9) Surviving burn-out society 소진사회

 

 

현대 사회는 ‘과잉의 시대’. 제품이나 서비스 또한 그렇지만 최근까지 유행하고 있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슈스케 등), 사람들의 평소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언어문화(끝장토론처럼 굳이 극단적인 언어를 선택하는 것), 놀이문화(밤샘 놀이문화, 떼창문화, 24시간 창업, 인천펜타포트나 UMF와 같은) 또한 과잉 시대에 동조했다. 정신적인 긴장감을 해소하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스스로 자신을 타도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불사르는 소비를 하는 것이다.

 

 

(10) Trouble is welcomed 적절한 불편

 

 

이제 손님이 무조건 왕인 시대는 지났다. 소비자에게 주체적인 참여의 기회를 주는 기업이 주목 받는 시대다. 과잉 논리에 지배당하는 현대인들은 이제 넘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친절에도 내성이 생긴 것이다. 적절한 기다림을 강요하는 맛집 문화, 예약문화, 한정판 마케팅 등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에 대해 강력한 애착을 가지게 도와준다. 글램핑, DIY, 프리믹스 제품 등의 인기는 불편을 감수하고 나만의 방식으로 완성하는 순간 색다른 희열을 느끼는 소비자들의 수가 많음을 입증해준다. 애플이나 SPA매장의 고객응대 등은 소비자를 향한 무심함을 보여준다. 제품에 대한 당당함이나 자신감을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적절한 불편이 선행되기 전, 제품 자체의 품질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며 소비자가 사랑할 수 있는,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과 기억’을 창조할 수 있는,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는 적절 수준의 불편을 제공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의 분석은 어느정도 정확했다. 약간 어긋난 부분이라면 난센스의 시대 부분에 언급된 팩트와 상상력이 만들어낸 팩션의 인기가 계속될 것이라 예상한 것. 분명히 작년까지 드라마 <해를 품은 달>, 혹은 영화 <광해> 등은 정통사극에서 떨어져 나와 새로운 분야를 개척,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올해 <불의 여신 정이>, <장옥정 사랑에 살다>, <구암 허준> 등은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재미없고 식상하니까.

 

 

콘텐츠의 품질에 대한 고려 없이(사극이라면 분명히 역사 고증이 선행되야 할 것인데) 그저 배우들을 데려다가 새로운 이야기를 전개하려고만 하니 인기가 식어버린 것이다. 여기서 얼마나 소비자들이 똑똑한지 알수 있다. 퓨전이든 각색이든 새로운 해석이든 품질이 우선 갖춰지고 난 후에 얘기해야 하겠다.

 

 

그 외에 날이 선 사람들, 북유럽풍 생활양식을 추종하는 사람들, 소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에너지가 다 소진될 때까지 화끈하게 소비하는 사람들, 먹을 것으로 작은 사치를 누리고자 하는 사람들 등은 분명 최근에 우리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내 안에도 분명히 그러한 사람들이 있다.

 

 

경제가 풍요롭건 그렇지 못하건, 주머니에 돈이 얼마나 들어있던 사람들이 무언가를 소비를 하며 값을 치르는 이유는 단 하나다. 그만큼의 가치를 통해 자기 자신을 표현하려 하기 때문이다.

 

 

분명 2013년에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된 트렌드들, 그리고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 이 상황이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그간의 소비문화가 저물어가는, 어떻게 보면 기존의 기업이나 판매자에게는 절망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사점을 통해 판매자도, 구매자도 서로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소통하고 타협해서 양쪽 다 만족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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