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탁 : 가방을 넘어서
레나테 멘치 지음, 이수영 옮김 / 안그라픽스 / 2013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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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국내에서의 인기가 좀 식은 편이지만, 제작년에서 작년까지만 해도 번화가에 가면 심심찮게 볼 수 있었던 프라이탁 가방. 뭔가 싶어 찾아봤는데 트럭 방수포로 만든 재활용 가방이 3~40만원을 훌쩍 넘긴다고 해서(비싼 건 7~80만원대를 호가하기도) 아이러니 했던 기억이 있다.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국내의 그래픽 디자인 기업이 선택한 스위스의 신진 디자이너가 소개하는 고품격 리사이클링 기업 프라이탁 이야기. 나같이 호기심 많은 독자를 위해 이 책은 프라이탁의 어떤 매력이 소비자를 사로잡았는지 담담하게 설명하고 있다.

 

 


 

 

 

1. 저자소개 및 저술동기

 

취리히 예술대학, 예루살렘 브살렐미술디자인아카데미, 베를린홈볼트대학에서 제품 디자인과 문화학을 공부한 스위스의 젊은 디자이너 레나테멘치가 프라이탁의 설립자이자 현재도 CEO로 활발히 활동 중인 프라이탁 형제와 프라이탁 직원들을 만나 나눈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엮어낸 책이다. 프라이탁이 주목받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 곳곳에는 인터뷰를 하면서 직접 찍은 사진도 있고, 팬들이 웹사이트나 페이스북같은 SNS에 정성을 담아 올린 사진들도 있다.

 

 

 

  

2. 내용과 느낀 점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프라이탁은 트럭 방수포로 만든 독특한 가방을 매년 30만여 개씩 세계 전역에 수출하며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1993년 가방 하나로 창업한 뒤 오늘날 정체성이 뚜렷한 브랜드로 성장해 독특한 지위를 누리게 된 프라이탁.

 

프라이탁과 관련된 광범위한 자료와 도판이 실린 이 책은 프라이탁 형제를 비롯해 프라이탁 직원들, 협력사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제품 디자인, 제작, 유통, 마케팅 등 기업 내부를 들여다보며 ‘개별주의적 대량생산’이라는 역설을 유머와 아이러니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으로 구현하는 기업의 이면을 탐구한다.

 

사실 기업 내 대표, 중간관리자, 직원들, 협력사 직원들까지 이렇게 적극적으로 상세한 인터뷰에 참여하기가 힘든데 역시 적극적이고 개방적인 마인드를 가진 기업이라는 인상을 준다. 인상 깊은 부분을 나름대로 정리해봤다.

 

프라이탁의 성장

 

 

 

1993년, 그래픽 디자이너 형제인 마르쿠스 프라이탁과 다니엘 프라이탁은 가방으로 할 수 있는 일을 궁리했다. 그들이 지금도 살고 있는 낡은 아파트에서 우연히 보게 된, 먼지에 쌓여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낡은 트럭들을 덮고 있는 방수포에서 그들은 영감을 얻었다. 그들은 트럭 방수포를 재단해 가방의 몸을 만들고, 어깨끈으로는 자동차 안전띠를 이용했다. 올이 풀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자전거 바퀴의 내부 튜브로 가방 덮개의 모서리를 둘렀다. 프라이탁이 ‘눈 좋은’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오늘날 프라이탁은 15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그래그래. 결과적으로 크게 성장한 건 알겠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프라이탁의 디자인 전략

 

- 디자인팀, 마케팅팀, 판매팀, 생산팀, 경영지원팀 등 모든 부서가 한 곳에 모여 서로 적극적으로 대화한다. 우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디자이너가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총 회의를 거쳐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면 샘플제작 및 검증 단계에 들어간다. 우선 다양한 시제품을 만들어 PT하고 대량생산여부를 결정하고 준비한 뒤 출시한다.

 

- 디자이너는 항상 분위기 게시판을 이용해 프라이탁과 어울리는 소품, 자동차, 가구, 도시, 여행, 건축물, 음식 등을 끊임없이 연상한다. 관점을 넓히다보면 의외로 새로운 곳에서 수확을 얻곤 한다.

 

- 여태 디자인이라는 가치를 재활용품에 부여하려는 회사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디자이너들은 항상 자부심을 느끼며 일하곤 한다. 재활용품을 이용한 제품도 충분히 감성과 스토리를 담을 수 있고, 좋은 품질을 보장할 수 있으며, 디자인적으로도 뛰어날 수 있고, 희귀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보여준 좋은 선례가 되었다.

 

 

 

- 제품 뿐 아니라 공장이나 사무실, 판매샵의 디자인 및 인테리어도 폐품을 적극 개조하고 보여주기만을 위한 구매 없이 실행했다. 특히 취리히에 있는 본사 플래그십 매장은 못쓰는 컨테이너 박스 9개를 그대로 쌓아올려 만들었고, 프라이탁 매장만의 특색이라고 손꼽히는 진열 서랍 또한 종이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 있는 그대로, 최대한 간결하게, 그러나 독특한 디자인과 아주 실용적인 방법으로 제품을 담아낼 시설과 가구들을 배치했다.

 

프라이탁의 총판매 전략

 

소비자에게 제품과 브랜드를 어떻게 표현하고 싶은지가 우선이다. 새로운 구매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 매장 진열대, 판매원 교육, 협력자들 혹은 자신들의 물건을 보관/판매하는 소매점에 이르기까지. 단순히 판매 매뉴얼이 아닌, 프라이탁의 탄생과 역사, 제작 과정 각 나라에서의 이야기, 관련된 모든 배경 지식을 시각화 한 책으로 엮어 교육시키기도 하고, 직접 매장에 거치해두기도 한다.

 

- 특히 판매원교육에 신경을 많이 쓰곤 하는데, 최소 3일은 공장으로 출근하고 방수포를 자르고 세척하는 등의 일을 한다. 그 다음은 회계 및 판매영업팀을 만나 방수포에 대한 지식부터 품질관리까지 제작 과정과 판매 매뉴얼을 몸소 체득하게 한다. 그리고 프라이탁 형제에 대한 이해와 프라이탁의 역사를 줄줄이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이해시킨다.

 

- 철저한 분석! 우리 제품과 어울리는 아이템 탐색, 어떤 브랜드가 잡지나 카탈로그에 같이 소개되는지, 조합이 잘 되는지(여태까지는 주로 오프닝 세레머니, 에드윈같은 브랜드) 철저히 분석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자주가는 핫 플레이스에 가서 사람들의 패션이나 문화를 유심히 관찰한다.

 

프라이탁의 마케팅 / 커뮤니케이션 전략

 

돈이 많이 들어가는 매체광고를 전혀 하지 않았다. 요태까지 그래와꼬, 아프로도 개쏙. Only 홍보만으로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알린다. 이 홍보라는 것에는 단순히 기사를 배포하는 것이나 일회성 프로모션만이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 만나는 모든 접점에 주의를 기울이는 방법들을 포괄한다.

 

 

 

- 브랜드 로고, 라벨, 전단지, 매장, 보도자료, 재미있는 포장이나 종이봉투 등 제품과 매장에 관련한 모든 것들 하나하나 프라이탁의 개성을 담았다.

 

- 사회 관계망을 적극 이용하고 소비자들의 참여를 아주 중요시했다. 매니아와 선도자들의 요구를 빠르게 수용하고, 의도적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실험용 영상, 깔끔한 디자인의 돋보이는 영상, 전염성 메시지가 담긴 영상 등을 SNS로 유포한다. 또한 고객과 웹사이트나 이메일을 통해 의사소통하는 방식도 남다르다. 배송문의/연락처문의/소식알림/컴플레인관련사항 모두 디자인과 양식, 멘트가 다르며 6개월에 한 번씩 바꿔주어 더 재미있게 해준다.

 

- 다양한 프로모션 캠페인을 고려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있으면서도 전달해주는 메시지에 일관성이 있어야한다는 것. 무조건 주제를 일찍 잡고 다양한 방법을 떠올린다. 프로모션들 중에는 내가 아주 좋아하는 방식들도 몇 개 있다.

 

프라이탁 제작에 사용되는 화물트럭이 수많은 동물을 도로 위에서 희생시키는 주범이기도 하다는 것을 감안, 죽어간 동물들을 존중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그런가하면 차고지같이 트럭이 연상되는 곳에서 알콜파티를 열거나 퇴비를 이용한 카페테리아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매장전시 및 마케팅을 위해 19세기 낡은 인쇄기로 만든 프라이탁 버전 사회 늬우스

 

 

 

찻길사고로 죽은 동물들을 추모하기 위한 로드킬 팬던트

 

 

 

국제 야생 횡단 디자인 공공기반시설 디자인 경연대회 주최

 

 

 

3. 주관적 평가

 

구성

 

- 정말로 실무진들의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옮겨 놓은 책이다. 어느 부서의 어느 직책을 맡은 누구누구. 실명까지 전부 언급이 되어 있어 그들이 얼마나 자신의 제품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굉장히 구체적인 사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말해준다. 사장부터 직원까지 누구하나 자신의 임무에 충실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 생각보다 책이 작다. 곳곳에 흑백사진도 있다. 책 표지가 4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신선하다.

 

- 제품이며 제작과정이며 캠페인이며 상세한 도면과 과정, 사진들이 실려 있어 생생함을 더해준다.

 

내용

 

-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요소들을 많이 담고 있는 기업이었다. 품질과 통찰력, 재미와 일관성, 거기에 친환경적 관점까지! (사실 제품은 내 스타일이 많이 아니지만..) 책에 있는 내용 대부분이 참 인상 깊은 내용이었다. 역시 북유럽에 있는 기업이라 그런지 친환경과 실용성을 멋스럽게 조화할 줄 안다. 비슷하게 폐품을 이용해 사랑받는 북유럽 의류 브랜드로 핀란드의 글로베호피가 있지만, 프라이탁처럼 고급화 전략을 쓰지는 않았다.

 

소비자들은 단지 나의 개성에 맞는 가방 하나를 구입했을 뿐인데도 포장이나 캠페인 등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고, 구매한 순간부터 실용성이 충족되었을 뿐 아니라 뭔가 환경에 도움이 되는 착한 구매를 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보편적으로 널리 알려진 브랜드가 아니라 희소가치도 있고, 이 제품을 구매한 사람들끼리의 유대감도 높여준다. 가격도 비교적 높게 형성되어 있어 내 가치를 높였다는 느낌마저 들게 해준다.

 

자전거를 즐겨 타던 프라이탁 형제가 자신들처럼 자전거를 즐겨 타는 사람들을 위해 만든 친환경적이면서도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가방, 디자인부터 유통, 재미있는 포장과 마케팅 및 커뮤니케이션까지 적극적으로 그리고 즐겁게 만들어주는 이 기업은 과연 대단하다. 현재 연매출이 500억가까지에 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프라이탁 형제는 여전히 자전거를 이용해 출퇴근하고, 단순 작업만이 가능한 작은 아파트에 산다. 검소하면서도 실용적인 생활, CEO의 라이프스타일마저 브랜드와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이 기업에 박수를 보낸다. 계속 성장하는 기업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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