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얘들아, 정말 과학자가 되고 싶니? - 자연의 아이들
권수진.김성화 지음, 이윤하 그림 / 풀빛 / 2001년 10월
평점 :
‘내 삶을 바꾼 한권의 책’이라는 주제로 글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난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노란 바다를 춤추 듯 수영하는 여자아이가 그려진 책 한권을 떠올렸다. 내가 설 곳을 만들어 준 책, 내가 천문학자가 될 수 있도록 등불이 되어준 책, 바로 <얘들아, 정말 과학자가 되고 싶니?>라는 책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별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했다. 밤하늘에 설탕가루처럼 촘촘히 박혀있는 별을 보고 있으면 몸이 붕 뜨고 내가 먼 우주를 향해 날아다니는 듯한 느낌에 빠졌다. 그래서 밤이면 창을 열고 별을 보았다. 별과 이야기를 나누고 별과 함께 우주를 여행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나는 별을 관찰하는 과학자가 되고 싶어졌다. 하지만 과학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 피아니스트가 되려면 피아노를 열심히 쳐야하고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책을 열심히 읽고 글 쓰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는 것까지는 알겠는데, 과학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밤마다 별을 관찰하면 자연히 과학자가 되는 걸까? 이런 고민에 빠져 있던 나에게 선생님께서 이 책을 권해 주셨다.
처음 이 책을 읽고 과학에 굉장히 다양한 분야가 있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생물학, 물리학, 화학, 지학, 공학, 의학 등, 더욱 놀란 것은 농업을 연구하는 농학도 과학의 일종이라는 것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별을 연구하는 과학이 천문학이라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난 그때부터 막연히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것에서 천문학자가 되고 싶다는 것으로 꿈을 좁힐 수 있었다. 천문대의 대장님이 천문학자들은 부자는 될 수 없지만 아주 특별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말씀을 하셨다는 얘기를 읽고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래, 나도 특별한 일을 하는 특별한 사람이 되자! 결국 나는 특별한 사람이 되었다. 내가 발견한 11번 째 행성은 인간이 살기에 적합한 환경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구는 극심한 환경 오염으로 더 이상 인간이 살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그래서 머지않아 지구인들은 내 이름을 딴 ‘마녀 행성’으로 이주를 하게 된다. 정말 설레고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과학자가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것들, 이를 테면 호기심과 상상력, 글을 잘 쓰는 것, 책을 많이 읽는 것 등에 대해서 그에 알맞은 위인들의 일화를 소개하며 재미있게 이야기해 준다. 호기심 많은 파브르가 ‘빛은 입으로 볼까? 눈으로 볼까?’ 라는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눈은 감고 입은 크게 벌려서 빛을 볼 수 있는 지 실험했었다는 대목을 읽고는 위대한 사람들도 이런 바보같은 행동을 할 때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한바탕 웃기도 했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니 어떻게 그렇게 당연한 것처럼 보이는 것에 호기심을 갖을 수 있었는지 의아하기도 했다.
나는 실수를 많이 한다. 어렸을 때는 건망증 때문에 물건을 잃어버리거나 의자를 뱅뱅 돌리다가 의자 다리를 부러뜨리기도 하고, 컴퓨터를 이것저것 만지다가 아버지의 자료를 모두 날려버리기도 했다. 난 그런 내 자신이 쓸모없이 느껴져서 속상했지만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실수도 많이 해야 한다는 부분을 읽고 정말 기뻤다. 물론 실수를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책을 모두 읽은 후 나는 엄마를 졸라 지구본, 나침반, 세계지도, 망원경, 노트 등을 샀다. 어려서부터 이런 것들과 가까이 하는 것이 과학자가 되는데 도움이 된다고 쓰여있기 때문이다. 노트에는 내가 관찰한 것들을 꼼꼼히 적어놓았다. 비밀관찰노트인 셈이었다. 이 책을 교과서처럼 생각하고 천문학자가 되기 위한 여러 가지 것들을 갖추려고 노력한 것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재미없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제인구달, 아인슈타인, 파브르, 케플러 등 유명한 과학자들의 일화는 너무너무 재미있다. 또한 과학자가 되기 위해 어린이들이 갖추어야 할 것들이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어서 유익하다. 마음 속에 꿈을 지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어릴 때부터 그것을 이루기 위해 차근차근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해 주니 꼭 과학자가 되려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이 책은 충분히 값어치가 있다. ‘마녀 행성’을 발견하고 지구인을 구한 천문학자, 마녀물고기를 있게 한 이 책에 언제나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