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타비안 낫싱, 검은 반역자 1 - 천연두파티
M. T. 앤더슨 지음, 이한중 옮김 / 양철북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11)

담위로 올라가려는 불타는 충동은 어떻게 다 사위어버렸을까?

 

(12)

나를 기른 사람들은 물질세계의 대가였다. 나는 그들이 어두운 방에서 거대한 천구의로 천체의 운행을 탐색하는 모습이나 손바닥에

불꽃들을 튀기는 광경을 보았다. 그들이 죽어가는 송어나 청어의 모습을, 새로 발견한 모세 5경이라도 된다는 듯 열심히 살폈다.

사랑의 시를 쓰기도 하고, 상처의 독을 빨아내기도 하고, 우울한 풍경화를 그리기도 하고, 금속들의 울림을 분석하기도 했다.

 

나는 아버지 없이 자랐다. 그러면서도 그게 이상하다는 걸 알지 못했다. 또 내가 받은 교육 방식들이 특이하다는 것도 전혀 알지 못했다.

자신의 성장환경을 보편적인 것을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특수함을 일반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모든 아이들의 운명이기도 하다.

 

(14)

그래서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비밀스럽게 길러졌다. 마치 시간이라는 협곡에서 납치당해, 이다 산에서 뿔 달린 유모의 도움으로 극도로 비밀스럽게 성장한 어린 제우스처럼.

 

(45)

그것은 미소를 짓고 있는, 대상을 닮은 허구일 뿐이어서 영혼이 다가오지 못한다. 그리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들려줄 수도 없다.

/

하지만 나는 내가 본 것은 잘 알고 있다.

 

(46)

한동안 그렇게 함께 누워 있자니 내가 그녀의 엄마가 되고 그녀가 내 아들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87)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간이 아량과 공명정대함을, 이성과 미덕을 함양하기 위해 사랑으로 빚어진 존재라는 증거를 마침내

찾을 수 있음을, 또 정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인간의 완벽성을 함께 추구할 수 있다는 사실도 이해했다.

 

 

자신이 고귀하게 성장하는 줄만 알았던 옥타비안 낫싱, 그는 하인 보노로부터 자신 또한 '하찮은 처지'임을 알게 된다.

노예의 처지에서 벗어나게 해 줄 것만 같았던 첼소프 백작에게 옥타비안과 그의 어머니는 반항을 한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상대가 베푸는 연정 혹은 동정은 그의 잇속을 차리기 위함에 불과하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 노예가 되었을 때, 과연 그러한 상대의 속내를 알면서도 거부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일 것이다.

 

어쩌면, 자신을 잃어간다는 사실이 죽음보다 더 두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다행히, 그들은 이미 그것을 알고 있었다.

 

 

소설 <<옥타비안 낫싱>>은 인간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흑인들과 그 자좀심을 짓밟아 모든 인간을 소유물로 삼으려는 노예주들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을 보여준다.

 

수준 높은 대사는 옥타비안을 비롯한 그 주변인들의 내적 고귀함을 보여 주고,

무게감 있는 묘사는 이 시대의 암울과 속박을 드러내 준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느낌이 잘 전달되었던 것은 번역가의 빈틈 없는 번역 덕분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수준이 높다.

청소년 소설이라고 불리는 데 약간의 의구심을 갖게 한다.

청소년들의 수준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에 대한 기본 지식과

그에 따른 비판의식을 키운 독자가 읽으면 더 많이 얻어갈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로서의 한계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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