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살 하영이의 스웨덴 학교 이야기 - 창의.다양.여유를 배운다 양철북 청소년 교양 8
이하영 지음 / 양철북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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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학교], 참 흥미로운 책입니다.
스웨덴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도 당연히 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스웨덴 학교 이야기가 더 이상 특별할 것도, 부러워할 대상도 되지 않을 때, 우리는 어쩌면 제대로 된 교육을 실천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해한 [스웨덴 학교]는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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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 손으로 배워가는 학습

(35)
학생들이 직접 참여해서 불도 붙이고 음식도 만들어 먹는 일은 좋은 체험인 것 같다. 한국에서는 위험하다고 손도 대지 못하게 할 불과 칼을 직접 다루게 하는 것은 학생들이 다쳐도 상관없다는 뜻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신뢰감을 보여줌으로써 자립심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2. 머리보다 마음이 먼저 가는 공부

(138)
이번 현장학습은 책상 앞에 앉아서 글만 읽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게 스톡홀름에 관해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한국의 친구들도 자신이 사는 지역을 돌아다니며 역사와 지리를 배우는 기회를 자주 가지면 좋을 것 같다. 넓은 세계를 경험하고 배우는 것도 좋지만,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나 마을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것도 아주 재미있고 유익한 일이다.

(154)
무엇을 하라는 제한은 없었다. 꼭 들어가야 하는 내용만 들어가면 두루마리 화장지에다 숙제를 하건, 100장짜리 논문을 쓰건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이런 점에서는 스웨덴 학교가 정말 좋다. ‘원고지 몇 장’처럼 틀에 박힌 것이 아닌, 자신의 개성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점이 적극적인 나로서는 마음에 든다.
나는 이 모든 내용을 3개 국어(한국어, 스웨덴어, 영어)로 쓰기로 마음먹었다. 일단 스웨덴어로 된 성경을 빌려와서 신약을 읽기 시작했다. 내용을 전체적으로 파악한 다음 차례를 작성하고 주요 도시와 지역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지도를 그렸다. 전체적인 테마는 ‘책’이었다. 책은 내게 가장 익숙한 주제이고, 차례를 정리하고 서문을 쓰는 등 재미있는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할 일도 많았다. 특히 중요한 단어에 주석을 달고 자료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SO 선생님은 내 멘토인 아디여서 훌륭한 학생으로 보이고 싶은 생각이 적지 않았다.
나는 스웨덴에 온 이후로 또래 친구들보다 선생님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더 즐거웠다. 선생님들이 스승이라기보다는 친구라는 느낌이 강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이 없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겠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학생이 일방적으로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사람 대 사람으로 존중하는 점에서 보면 그것은 확실하다.

(158)
아이들은 박수를 쳤고, 선생님들은 내 스웨덴어 실력을 칭찬했다(물론 그들의 입장에서는 아주 우스운 수준이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너무 선생님 쪽으로 몸을 돌리고 있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어쨌든 일바의 도움 없이 발표를 한 것이 나름대로 자랑스러웠다.
숙제나 시험을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매번 숙제가 나오기를 기다린다. 그것은 정해진 시간 동안 억지로 끝내야 하는 지긋지긋한 골칫거리가 아니라, 나만의 개성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비록 그것이 남들이 보기에는 우스운 수준의 자은 성취감에 불과해도 나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숙제가 늘 기다려진다.

 


3. 그들도 우리처럼
- 외국 학생을 위한 제도적 배려 그리고 친구들과의 어울림

(116)
스웨덴어 과목은 일반 스웨덴어와 제2외국어로서의 스웨덴어로 나누어져 있지만 수업 시간은 같다. 나는 부족한 스웨덴어를 보충하기 위해 ‘B언어’ 과목도 스웨덴어를 선택했다. B언어는 한국으로 치면 제2외국어인데,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외에도 영어나 스웨덴어를 추가로 들을 수 있다. 외국에서 온 학생들을 위해서 따로 수업을 준비해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성적 역시 똑같이 매겨지니 공평하고 괜찮은 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121)
“나 저 애들 알아. 같이 앉자고 하자.”
일바는(일바는 금발의 빼빼 마른 스웨덴 소녀였다.-118쪽) 여자아이들이 모여서 점심을 먹고 있는 곳으로 나를 이끌었다.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무언가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일바의 가공할 정도로 빠른 말투 때문에 망설여졌다. 알아듣지 못해서 다시 되묻기가 몹시 창피했기 때문이다.
내가 접시에 놓인 베이컨과 당근만 깨작이는 사이 아이들은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소피에룬드 학교의 여자아이들이 늘 하는 수다와 별로 다를 게 없는 내용이었다. 여자아이들의 모임이란 어느 나라에 가도 똑같다는 생각에 웃음이 났다.

(163)
할 것이 아무것도 없는 쉬는 시간, 버스 카드를 잃어버려서 매일 왕복 10킬로미터를 걸어야 하는 것, 자전거가 너무 비싸다는 것, 부모님과의 마찰, 고등학교를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는 것, 장래희망이 자꾸 바뀌는 것……. 나는 장장 1시간 30분 동안 내 이름에 대한 불평에서부터 진정한 친구는 언제쯤 생길지에 관한 고민까지 늘어놓았다. 지루할 만도 하건만 리누스는 불평이나 잔소리 한마디 없이 끝까지 참을성 있게 들어주었다.


공부와 어울림, 타인 속에서 나를 발견해 가는 과정을 열다섯살 하영의 눈(이하영 학생을 글의 제목과 걸맞게 ‘하영이’로 쓴다.)으로 사실적으로 그려낸 [스웨덴 학교]는 그녀가 접하고 있는 주변의 많은 이야기들을 이삭줍기 하듯 온몸을 숙여 주워 읽는 이에게 전해준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점은, 열다섯의 하영이가 ‘자신의 특별함과 대담함’을 앞세우기보다는 또래의 보통 학생의 눈으로 주변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점이다. 자신의 체험담을 글이나 말로써 타인에게 전달할 때 보통 사람들이 범하는 우는, 남들이 하지 못한 일을 자신은 이를 악물고 해냈다는 ‘간증’의 형태로 풀어내는 점이다. 하지만, 하영이는 그런 수위를 적절히 조절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언뜻 듣기에는 ‘스웨덴’은 우리에게 쉽게 다가오지 않는 곳일 수 있다. 그렇지만, 하영이의 글은 독자들(특히 학생, 교사, 학부모)이 알고 싶어하는 학교 안과 밖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일상의 눈을 갖고 그려갔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하영이가 스웨덴에서 만난 사람들이 하영이가가 이런 글을 쓸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 준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역으로 보자면, 방글라데시에서 한국으로 온 한 학생이,

 

<<열다섯 후세인의 신나는 한글 학교>>라는 책을 쓸 수 있을까?

그 책의 판매량이나 예상 독자를 따져 보기 전에, 한국에 있는 외국 학생들이 과연 하영이와 같은 글을 쓸 수 있는지 반문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에서 한국어를 배우면서 일상을 공유한 타인과의 이야기를 격앙된 어조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잔잔함으로 글을 쓸 수 있는 청소년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런 아이는 내가 만난 아이들 중의 한 명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섣부른 바람도 함께 갖고 있다는 사실을 감출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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