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비닛 - 제12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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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여우하고는 살아도 곰하고는 못 산다는 말 있잖아. 나는 그 말이 무슨 말인가 했는데 말이야, 저 여자를 보면 그 말이 그냥 이해가 된다니깐. 저 여잔 동굴 속에 집어넣으면 마늘이랑 쑥을 백일 동안 게워내고 다시 곰이 될 여자라니깐. 그런데 송과장, 미스 손이 일하는 건 어때?”
(중략)
“저희 부서 사람이 아니라서……” 송과장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한 사무실에서 일하잖아.”
(중략)
“맡은 일은 깔끔하게 처리하는 편이라고 들었습니다.”
송과장이 역시 점잖게 말했다.
“깔끔? 저 곰 새끼랑 돼지 새끼랑 합쳐 놓은 것 같은 여자가? 자네는 깔끔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나 알고 지금 말하는 건가!”    (216쪽)

"세상에 이런 사람이 어디 있어?" 라는 말을 뱉어가며 킥킥거리다가도, "맞아. 이 사람은 우리 사무실 그 인간하고 똑같네." 라는 말을 되뇌이며 읽게 되는 책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별종 목록 파일은 결국, 알고 보면 우리 주변에 있는 볼썽사나운 인간, 생각만 하면 왠지 마음이 아파오는 친구들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자기 눈 밖에 났다는 이유로 그 사람의 험담을 일삼는 직장 상사. 그는 언제나 함께 일하는 직원에게 나쁜 이름을 붙여 주었다. 암암리에 우리는 모두 상사 눈 밖에 난 동료를 '곰 같은 년'이라고 부르지는 않았는지 돌아보며 나 또한 그 못된 상사에 의해 '곰 같은 년'이 되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한 번쯤 의심하게 되었다.

'같이 지내는 사람들에게 나쁜 이름을 붙여 주지 말아야지.'

나는 왠지 이 소설을 읽고 이런 결심을 하게 되었다. 무엇을 보든지 어떤 글을 읽든지 지금 현재 내게 닥쳐 있는 무언가가 떠나지 않는 한 내 식으로 받아들이게 마련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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