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강화
이태준 지음, 임형택 해제 / 창비 / 200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제 편지 쓰는 요령을 요약해 말하면

 

1. 쓰는 목적을 분명히 따져볼 것. 앞의 결혼축가 편지 같은 데서도. 저편을 즐겁게 해주기 위함

인가? 무슨 교훈이나 충고를 주기 위함인가? 똑똑히 그 경우와 자기의 분수에 맞추어 목적을 분

 명히 가지고 쓸 것이다.

 2. 편지 받을 사람을 잠깐이라도 생각해서 그와 지금 마주 않은 듯한 기분부터 얻어가지고 펜을 들 것.

 3. 한문식 문구를 무시하고 말하듯 쓸 것.

 
4. 예의를 갖출 것. 말하듯 쓰랬다고 품이 없는 말을 쓴다든지, 문안을 잊어버리고 제 말부터 내세운다든지 해선 안 된다.

 5. 감정을 상하지 않게 쓸 것. 마주 대해서 말로 할 때는 얼굴 표정이 있어 말은 비록 날카롭더라

도 표정으로 중화시킬 수가 있다. 그러나 글에는 표정이 따라가지 못한다. 그래서 이쪽에선 심한 말이 아닐 줄로 믿고 쓴 것도 저편에선 오해하는 수가 있다. 그러기에 중대한 일에는 편지로 하지 말고 만나러 가는 것이다.

 
6. 저편을 움직여 놓을 것. 무슨 편지든 저편을 움직여 놓아야 한다. 문안 편지라도 저쪽에서 받

고 무슨 자극이 있어야지, 그냥 왔나보다 하고 접어놓게 되면 헛한 편지다. 더구나 무슨 청이 있

어 한 편지인데 저쪽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 편지는 완전히 실패다. 써가지고 그 사연이 넉넉히
자기가 필요한 만치 저쪽을 움직일 힘이 있나 없나 읽어 보고, 없으면 얼마든지 그런 힘이 생기
도록 고쳐 써야 한다.

 
 편지는 누구나 가져보기 쉬운 자기표현의 한 형식이다. 실용적인 말만 씌어지는 것은 아니다. 

 

비실용적인 편지를 무시할 수 없다. 아무리 문화적으로 유치한 사람이라도 비실용적 감정, 비실
용적 시간은 있다. 비록 유치한 문장으로라도 마음을 서로 주고받는 친구끼리는 인생을 논하고,

 

자연을, 운명을 논하는 문장을 곧잘 서로 주고받는다. 표현욕은 본능이어서 자기가 느낀 바를 그
냥 묻어두면 갑갑하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편지는  문학적 표현의 첫 무대가 되는 수가 많다.

  그러나 인생을 말하고 자연을 말하고 운명을 말하는 것은, 벌써 편지가 아니요 감상문이나 서정문일 것이다. 한 사람을 상대로 한 감상문이요 서정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런 유의 편지는 따로 감상문과 서정문을 다룬 곳에서 참고하라.

 

*********************************************************

  

꽤 오래 전의 글(1946년의 글을 다시 현대에 맞게 바꾼 글입니다.)인데 인터넷 글쓰기가 유행하는 요즘에도 딱 걸맞는 내용이 아닌가 싶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글쓰기 연습, 정말 필요할 때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