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꽃이 날아다니다가
뚝
떨어져요
작년 6살 때, 아이가 지은 시다.
유치원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주제를 달리 해서 관련 내용으로 수업을 진행하는데, 작년 3월의 주제는 '봄'이었다.
아이와 봄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려는데,
마침 벚꽃잎이 눈꽃처럼 날렸다.
"저기 봐, 꽃이 꼭 눈 같다."라고 했더니,
아이는 위와 같은 말을 했다.
말이 아주 예뻐서 한동안 써 놓고 붙여 놓았다.
얼마 후,
아는 시인을 만나 현우의 시를 읊어주며
내 아이가 작가로 대성하지는 않을까, 하는 나의 조잡한 우려를
즉, 철없는 엄마의 호들갑을 숨김없이 보여주었다.
"하이쿠 같네."
문득, 나는
한 편의 하이쿠를 떠올려 보았다.
너무 울어 텅 비어 버렸는가, 이 매미 허물은
- 바쇼
일본의 짧은 시 하이쿠.
몇 해 전 바쇼의 하이쿠를 몇 편 듣고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다.
내 아이의 하이쿠 실력을 가늠해 보기 위해 이 책을 구입했다.

꽃잎 하나가 떨어지네
어, 다시 올라가네
나비였네!
- 모리다케
첫 페이지를 열어 보니 내 아이가 쓴 시와 너무 비슷한 시가 있어서 깜짝 놀랐다. 잠시 진정한 뒤, 나를 위한 하이쿠를 한 편 썼다.
한 줄도 너무 길다
이 엄마의 호들갑
- 초짜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