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사람을 향해 손가락을 내밀며, “라고 부르는 습관이 있었다.

이 사람, 이 분, 이 아이 모두 라고 불렀던 것이다.

버스 옆 자리에 앉은 할머니를 가리키며,

엄마, 불편해. 얘 좀 옆으로 가라고 해.”라는 이야기를 하며 나를 난감하게 만들었던 때도 있었다.

 

김연수 소설집, <<나는 유령 작가입니다.>>를 읽고 있을 때였다. 

... 엄마, 얘 알아?”

 

없는 자리에서 이 새끼, 저 새끼도 마다하지 않는 마당에, 작가를 가리키며 라고 부르는 것은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생각에 아이의 말을 굳이 걸고 넘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 알아.”

얘도 엄마 알아?”

 한 때는, 내가 알고 있는 사람보다 나를 알고 있는 사람이 더 많기를 바라기도 했다.

 내가 아직도 그것을 꿈꿀 만큼 철부지가 아닌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래서 솔직히 대답할 수 있었다.

 

 얘는 나 몰라.”

 

 아이는 작가의 사진을 한 동안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엄마는 얘를 아는데, 얘는 엄마를 모른다. 우리는 무슨 관계라고 생각했을까? 현우는 한 마디로 결론을 내 주었다.

 

 엄마, 얘랑 놀지 마.”

 

 

 나도 작가 김연수랑 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것은 아마 김연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의 소설은 읽고 싶었다. <<나는 유령 작가입니다.>>는 좀 나에게는 난해했지만, 그의 전작 <<내가 아이였을 때>>는 참 좋았다. 그 창작집의 내용 중의 일부를 파일로 정리해 두고 가끔씩 열어 보곤 한다.

 

<연수>

내가 아이였을 때 중, 뉴욕제과점

이윽고 국밥이 나왔고 나는 내낸 고개를 숙이고 국밥을 먹었다. 국밥은 따뜻했다. 나는 셈을 치른 뒤, 새시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역전 거리의 불빛들이 둥글게 아롱져 보였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그렇게 많은 불빛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저 조금만 있으면 된다. 어차피 인생이란 그런 게 아니겠는가.

 

 잠시 후, 아이 A4지 한 장에 이런 글을 써 주었다.

 

 나는 레고 작가입니다.

-         조영미 소설집

 

아이가 써 준 제목 하나만으로도 나는 내 책을 갖게 된 것만큼이나 가슴이 떨렸다.

어쩌면 아이는 자기 손으로 엄마의 책을 한 권 출판해 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생각나는 대로 썼을 수도……

 

나는 은근히 전자이기를 기대했으나, 아마 가능성은 후자가 클 것 같다.

 

 

어쨌든,

아이들은 패러디에 능하다.

아이들은 레고도 잘한다.

아이들은 엄마의 마음을 알아 준다.

 

애써 떠올려 본다.

내가 아이였을 때, 나도 그랬을까?

생각이 나질 않는다.

 

 

이 모든 이야기가 2006년 어느 봄날의 일이라는 것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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