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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늑대 삼 형제와 못된 돼지 - 생각이 커지는 명작 그림책
헬렌 옥슨버리 그림, 에예니오스 트리비자스 글, 조은수 옮김 / 웅진주니어 / 2001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성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아기돼지 삼형제" 이야기를 패러디한 동화책입니다.
어느 날, 아기늑대 삼형제는 독립을 하게 되어 집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엄마 늑대는 '못된 돼지를 조심
하라'며 아기늑대들에게 당부를 합니다. 길을 떠난 늑대 삼형제는 벽돌을 가지고 가던 캥거루에게 벽돌을
얻어 튼튼한 벽돌집을 만듭니다. (이 때부터 이야기가 원작과는 전혀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하죠.)
정말 덩치 크고 못된 돼지 한 마리가 늑대들을 찾아오고, 늑대들은 집 안으로 꼭꼭 숨어 버립니다.
화가 난 퇴기 콧김과 입김을 불어대어 집을 날려 버리려 하지만 벽돌집이 날아갈 리 없죠. 그러나 돼지는
단단한 쇠망치를 가져와 집을 부수기 시작하고 놀란 늑대 삼형제는 허겁지겁 도망을 갑니다. 그 뒤 아기늑대
들은 콘크리트와 철골구조물로 각각 집을 지어 보지만 못된 돼지에 의해 집은 번번이 무너지고, 늑대들의
몸은 상처를 입기도 합니다. 집을 지은 재료를 잘못 선택한 것이 아닐까 고민하던 터에 꽃을 한아름 들고
가는 홍학에게 꽃을 얻어 아기늑대 삼형제는 꽃으로 집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도 찾아온 돼지 늑대
들은 집안으로 들어가 벌벌떨기 시작하는데 돼지는 콧김과 입김으로 집을 날려 버리기 위해 숨을 들어
마시다 꽃향기를 맡고 착한 돼지가 됩니다. 아기늑대들은 용기를 내어 돼지에게 접근하고 이윽고 이들은
함께 어울려 놀다 아기늑대들의 집에서 함께 살 것을 약속합니다.
이 동화책은 내용이나 그림 면에서도 너무 훌륭하지만 작가의 편견과 대립, 공동체적 삶에 대한 멋진
생각들이 듬뿍 담겨 있어 독자들로 하여금 커다란 감동을 느끼게 해 주는 책입니다.
흔히 늑대는 악의 대명사로 이야기 세계에서 인식되어 있는데요, 남을 해치고 폭력을 휘두르는 돼지가 이
동화책에서는 선량하고 겁이 많은 아기늑대들로 등장합니다. 또한 돼지하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왠지
온순하지만 탐욕스럽고 멍청한 캐릭터가 연상되지 않으시나요? 그런데 이 책에서 나오는 돼지는 못됐고,
폭력을 휘두르며 자신이 뜻한 바를 이루기 위해 머리까지 쓸 줄 압니다. 작가는 이야기의 구조는 그대로
살리면서 기존의 캐릭터와 결말을 180도 전환하여 기존의 편견적인 사고에 대한 발상의 전환을 꾀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이야기는 아기늑대 삼형제와 못된 돼지의 대립구도를 바탕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중반까지 폭력에 대한 강한 방어가 점점 증폭되어 갑니다. 지친 늑대들은 꽃으로 집을 짓게 됩니다.
돼지의 폭행에 대한 자기 포기보다는 꽃의 아름다움에 끌렸던 것이지요. 아름다운 꽃집을 지은 늑대들은
행복해 집니다. 다시 못된 돼지가 찾아오자 집안으로 들어간 늑대들 문을 열어 달라는 돼지의 요구를
역시 거절합니다. 폭력을 휘두르기 위해 숨을 들이마쉬던 돼지는 꽃 향기에 의해 착한 돼지로 바뀌어 더이상
늑대들을 위협하지 않습니다. 여기에서 작가는 폭력에 대항하는 것은 인위적이고 강력한 방어가 아닌 자연
적이고 아름답고 평화스러운 것이라는 자신의 생각을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습니다.
원작의 돼지들과는 달리 늑대들은 서로 서로 힘을 합해 한 집을 지으며 함께 삽니다. 또한 착해진 돼지와
늑대들이 친구가 되었을 때 이들은 함께 살기로 약속합니다. 늑대와 돼지가 함께 산다는 것이 왠지 어색하지
않나요? 하지만 서로를 사랑하게 된 이들은 함께 살기로 약속하는데요.
여기에서 작게는 한 형제, 한 가족끼리 크게는 인간에게 속한 인종, 국가, 성별 등의 차이를 극복하고 서로
사랑하며 더불어 살기를 원하는 작가의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유아들과 함께 이 책을 읽어보세요. 여러번 읽어가시는 과정에서 위의 것들에 대해 조금씩 이야기를 나누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유아들에게 자신이 사귀고 싶은 친구와 그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서 이 이야기에 비추어
친구를 사귈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시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돼지가 착해진 것이 과연 꽃향기 때문일까, 아니면 친구가 생겼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을 해 보았는
데요. 그래도 중요한 사실은 돼지가 착해졌을 때 늑대들이 용기를 내어 돼지한테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점에 대해 유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또래와의 사회 기술에 대해 가르쳐 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굳이 원작을 먼저 읽고 이 책을 읽는 등의 순서는 필요없을 것 같습니다. 원작을 읽고 이 책을 읽으며 바뀐
점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수 있겠지만, 또 이 책을 읽고난 뒤
원작을 읽으면서 비판해 보는 것도 비판적 사고를 증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