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탕카멘의 무덤
하워드 카터 지음, 김훈 옮김 / 해냄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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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하워드 카터는 카나본 경의 후원을 얻어 투탕카멘의 무덤을 발굴한 인물이다. 이집트 제18왕조 제12대 왕인 투탕카멘은 유일신을 섬겼던 아크나톤과 스멘카레의 뒤를 이어 즉위한 소년왕으로 통치 기간이 짧아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은 아니었다. 

하지만 1922년 하워드 카터에 의해 수천년 동안의 잠에서 깨어남으로써 고고학 사상 가장 유명한 인물이 되었다. 모든 이들이 왕들의 계곡에서 이제 더 이상 찾아낼 것이 없다고 말하던 그 때에 하워드 카터는 어린 나이에 죽은 투탕카멘 왕의 무덤을 찾아냈다. 게다가 그 무덤에서는 엄청난 양의 화려한 부장품이 쏟아져 나왔고, 무덤이 발굴된 뒤에는 파라오의 저주라는 해괴한 소문이 무성했으니 발굴의 역사에서 세계의 이목을 이만큼 집중시킨 사건도 없을 것이다.  

저자는 투탕카멘의 무덤을 찾아내기까지의 과정과 무덤을 찾아낸 후 수년에 걸친 조심스러운 발굴 작업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다. 이집트 당국으로부터 발굴 허가를 얻어내고, 후원자를 찾고, 무더운 날씨 속에 고생하던 이들에게 무덤의 발견은 그 무엇보다 값진 보상이었다. 하지만 도굴꾼에 의해 어지럽혀진 부장품들을 손상시키지 않고 발굴해내는 일은 정밀한 작업을 요하는 일이었다. 

우리에게 알려진 미이라의 저주라던가 인디아나 존스의 모험처럼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는 없지만 무덤을 처음 열어볼 때의 긴장과 흥분, 무덤이 최초로 발굴될 때 부장품의 위치를 세세히 설명하고 있어 마치 발굴 현장에 있는 듯 생생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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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훈의 뷰티풀 티베트 여행 - 뷰티풀 세계여행 2 뷰티풀 세계여행 4
이태훈 지음 / 다른세상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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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는 우리에게 가깝고도 먼 곳이다. 지리적으로 결코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고, 같은 아시아인이며, 달라이라마를 통해 티베트라는 이름에는 친숙하긴 하지만 그들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실이 얼마나 있을까. 달라이라마와 포탈라궁, 라싸 정도로만 알려진 이 곳을 저자는 애정을 담은 사진과 상세한 설명으로 소개하고 있다. 

뷰티풀 시리즈 중 하나이긴 하지만 '아름다운 티베트' 라는 제목만큼 티베트를 잘 표현해내는 제목도 없을 것이다. 우리와 비슷한 생김새의 그들이 소박하고 욕심없이 살아가는 모습 하나 하나가 사진을 통해 가슴 깊이 스며든다. 라싸 최대의 사원인 조캉사원에는 오체투지하며 고행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마니차를 돌리며 부처가 되기를 기원하는 사람들의 손길엔 욕심이 아닌 깨달음이 묻어난다. 히말라야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펼쳐지는 티베트의 풍경에 척박한 그들의 현실은 잠시나마 잊게 된다. 

시간의 흐름이 정지된 듯 세상에서 고립된 채 살아가던 그들은 1950년 중국의 침공 이후 개방의 물결에 직면해 있다. 일본의 식민지 정책 만큼이나 잔혹하고 교묘한 중국의 식민지 정책은 순수했던 티베탄들을 짓밟고 그들의 문화를 말살하고 있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주인 승려들을 무참히 학살하고, 티베탄들을 탄압하는 중국이 일본의 2차대전 만행에 대해 논할 자격이 있는 걸까? 티베탄의 정신적 지주인 달라이라마는 다람살라에서 망명생활을 하며 전 세계에 티베트의 독립을 호소하고 있고, 중국의 감시를 피해 탈출한 17대 카르마파는 암살의 위협에 시달리며 온전한 대외 활동조차 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우리가 일본의 식민지 시대를 겪지 않았다면 지금의 티베트 현실이 막연하게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식민지 시대의 탄압과 나라 잃은 설움을 겪은 우리에게 티베트의 주권 침탈은 남의 나라 일로만 치부하기에는 우리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있어 가슴 아프다. 

저자는 라싸를 중심으로한 티베트 지역 뿐 아니라 '오래된 미래'로 알려진 라다크, 티베탄들을 비롯한 다양한 민족들이 모여살고 있는 네팔에 이르는 지역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담아낸 풍광과 사람들의 모습은 금방이라도 비행기 티켓을 쥐고 떠나고 싶을만큼 아름답다.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인구 5천만의 우리나라에서 아둥바둥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아득하게만 느껴진다.

 이전에는 흘려들었던 달라이라마의 해외 순방 소식을 이제는 무심히 들어넘길 수 없을 것 같다. 티베탄들의 순박한 미소와 겹쳐져 중국의 식민 지배 아래 고통받는 그들의 모습이, 그 아름다운 땅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그들의 현실이 떠오르게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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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모리스 세상의 모든 것을 디자인하다 윌리엄 모리스
이광주 지음 / 한길아트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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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모리스를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계관 시인에 추대될 만큼 시인으로의 명성을 얻었고, 레드하우스를 통해 자신이 가지고 있던 건축과 디자인에 대한 이상을 실현했고, <캔터베리 이야기>로 예술 제본 분야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았으며, 산업 사회의 부속품이 아닌 진정한 노동의 기쁨을 위해 사회 개혁에도 앞장선 19세기의 천재였던 그를 우리는 한 단어로 정의하기는 힘들 것이다.

나에게 친숙한 모습은 무엇보다도 공예가로서의 윌리엄 모리스이다. 평온한 느낌의 붉은 벽돌집 레드하우스를 들어서면 드라마틱하게 펼쳐진 떡갈나무 계단과 모리스가 디자인한 아름다운 벽지와 가구들의 세계가 펼쳐진다.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고 소박하게 느껴지는 그의 디자인은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고 안락하게 만든다. 중세의 필사본에 필적할만큼 아름다운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 제본도 그의 중세 취향을 잘 나타낸다. 

산업화되는 19세기 영국 사회에 환멸을 느끼던 모리스는 존 러스킨과 고딕 건축의 영향을 받아 중세 시대를 이상적인 사회로 생각하고 중세의 장인과 공방을 재현해내려고 애썼다. 그의 방식이 시대를 역행하는 고지식한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지만 시대의 로맨티스트였던 그의 아름다운 시와 공예와 책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가 꿈꾸던 이상적인 사회의 평온함 속으로 빠져들 수 밖에 없다.

한 사람에게 이토록 많은 재능이 있다는 사실이 불공평하게 느껴질 법도 하지만 사생활에 있어서 아내인 제인 버든과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 간의 기묘한 삼각 관계로 상처받았던 그의 일생을 생각하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의 사진이 그토록 쓸쓸해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한길아트에서 나온 '이미지북'이기 때문에 얇은 두께의 절반 이상이 도판으로 채워져 있다. 윌리엄 모리스에 대한 상세한 전기가 아니라 말 그대로 모리스의 작품 이미지를 통해 모리스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이미지북 답게 모리스의 손길이 닿은 벽지와 가구 등의 실내 장식을 하나 하나 꼼꼼히 보여주고 있다. 도판의 질이 훌륭할 뿐 아니라 종이의 질감 또한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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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전주의 Art & Ideas 18
데이비드 어윈 지음, 정무정 옮김 / 한길아트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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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은<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전 유럽에서 명성을 얻은 괴테가 1년 7개월 동안 이탈리아 전역을 여행하면서 남긴 기행문이다. 괴테의 이런 여행은 당시 부유한 귀족 청년들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은 그랜드 투어의 일종이었다.  

18세기말, 화산재에 묻혀있던 폼페이와 헤라클레네움이 발견되면서 유럽인들은 고대 유산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에 매혹당하였다. 귀족 집안의 자제들은 어려서부터 그리스 로마 유산에 대한 지식을 쌓은 뒤 이탈리아에 가서 직접 고대 유적을 둘러보는 것으로 자신들의 부와 교양을 과시하게 되었다. 귀족 뿐 아니라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화가와 건축가들도 고대 유적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들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열풍은 신고전주의라는 국제적인 양식으로 발전하게 된다.

 귀족들은 그리스식 만찬을 재현하는데 몰두하고, 건축가들은 그리스 신전의 기둥을 모방하고, 화가들은 폐허가 된 고대 유적을 배경으로 삼았으며, 조각가들은 당대의 유명인사의 조각에 토가를 입혀야할지 당시 복장을 그대로 재현해야 할지를 고민하였다. 런던의 대영박물관, 워싱턴의 백악관, 루브르 박물관을 장식하고 있는 다비드의 그림들, 토가 차림의 18세기 인물들의 조각상, 고대 그리스 도자기를 모방한 웨지우드의 도자기 등은 신고전주의 양식이 얼마나 널리 여러 분야에 걸쳐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시대를 뛰어넘어 난데없이 등장한 신전 기둥을 조롱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지나치게 권위적으로 굳어지는 아카데미의 취향에 대한 반발도 있었다. 무엇보다 위엄있고 장중한 신고전주의의 특성상 나폴레옹의 제정시대와 히틀러의 나치 독일에서 정치적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중세 종교의 시대를 지나 재발견한 고대에 대한 열정은 19세기 초에 끝나버린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도 미술과 건축 전반에 걸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저자는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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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여유, 그리스 - 역사여행가 권삼윤의 그리스 문화기행
권삼윤 지음 / 푸른숲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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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아테네 올림픽을 전후로 그리스 관련 책들이 봇물처럼 쏟아져나왔다. 그 전에는 그리스에 대해 알고 싶어도 읽을 책이 없었는데, 너무 많은 종류의 책들이 나오다보니 오히려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모를 지경이었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저자의 이름이 권삼윤씨인 것을 보고 집어든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유럽에 있는 유네스코 문화 유산을 소개하는 <두브로브니크는 그날도 눈부셨다>의 저자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유럽 기행문들이 부실한 내용을 담고 있던 것과는 달리 <두브로브니크...>는 우리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문화유산에 대한 소개와 그에 대한 역사 상식을 균형감 있게 소개했던 책이라 마음에 들었었다. 그래서 그리스를 소개하는 이 책도 당연히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저자는 그리스 각지를 여행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아테네, 델피, 메테오라, 미코노스, 낙소스, 올림피아, 이타카 등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여행지 뿐만 아니라 조금은 낯선 곳까지 그리스 구석 구석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가 소개하는 그리스는 재미가 없다. 저자의 글에서는 그리스의 낭만과 시원한 바다, 신화의 아이러니가 전혀 느껴지지 않고, 사진은 그저 평범할 뿐이다.

 신화와 역사에 대한 지식을 여기저기 끼워놓긴 했지만 그리스 신화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그다지 새로운 내용이 아닌데다가 여행 내내 여행지에서 만난 그리스 여자들 이야기만 줄기차게 한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여행의 매력은 여행지 자체만큼이나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들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기행문이 흥미진진할 때 그런 이야기도 재밌는 법. 그리스 열풍에 휩쓸려 급하게 책이 나오기라도 한것일까? 전작에서 봤던 저자의 내공을 느낄 수 없어 아쉽기만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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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몬 2005-09-12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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