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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전주의 ㅣ Art & Ideas 18
데이비드 어윈 지음, 정무정 옮김 / 한길아트 / 2004년 11월
평점 :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은<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전 유럽에서 명성을 얻은 괴테가 1년 7개월 동안 이탈리아 전역을 여행하면서 남긴 기행문이다. 괴테의 이런 여행은 당시 부유한 귀족 청년들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은 그랜드 투어의 일종이었다.
18세기말, 화산재에 묻혀있던 폼페이와 헤라클레네움이 발견되면서 유럽인들은 고대 유산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에 매혹당하였다. 귀족 집안의 자제들은 어려서부터 그리스 로마 유산에 대한 지식을 쌓은 뒤 이탈리아에 가서 직접 고대 유적을 둘러보는 것으로 자신들의 부와 교양을 과시하게 되었다. 귀족 뿐 아니라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화가와 건축가들도 고대 유적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들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열풍은 신고전주의라는 국제적인 양식으로 발전하게 된다.
귀족들은 그리스식 만찬을 재현하는데 몰두하고, 건축가들은 그리스 신전의 기둥을 모방하고, 화가들은 폐허가 된 고대 유적을 배경으로 삼았으며, 조각가들은 당대의 유명인사의 조각에 토가를 입혀야할지 당시 복장을 그대로 재현해야 할지를 고민하였다. 런던의 대영박물관, 워싱턴의 백악관, 루브르 박물관을 장식하고 있는 다비드의 그림들, 토가 차림의 18세기 인물들의 조각상, 고대 그리스 도자기를 모방한 웨지우드의 도자기 등은 신고전주의 양식이 얼마나 널리 여러 분야에 걸쳐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시대를 뛰어넘어 난데없이 등장한 신전 기둥을 조롱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지나치게 권위적으로 굳어지는 아카데미의 취향에 대한 반발도 있었다. 무엇보다 위엄있고 장중한 신고전주의의 특성상 나폴레옹의 제정시대와 히틀러의 나치 독일에서 정치적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중세 종교의 시대를 지나 재발견한 고대에 대한 열정은 19세기 초에 끝나버린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도 미술과 건축 전반에 걸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저자는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