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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훈의 뷰티풀 티베트 여행 - 뷰티풀 세계여행 2 ㅣ 뷰티풀 세계여행 4
이태훈 지음 / 다른세상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티베트는 우리에게 가깝고도 먼 곳이다. 지리적으로 결코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고, 같은 아시아인이며, 달라이라마를 통해 티베트라는 이름에는 친숙하긴 하지만 그들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실이 얼마나 있을까. 달라이라마와 포탈라궁, 라싸 정도로만 알려진 이 곳을 저자는 애정을 담은 사진과 상세한 설명으로 소개하고 있다.
뷰티풀 시리즈 중 하나이긴 하지만 '아름다운 티베트' 라는 제목만큼 티베트를 잘 표현해내는 제목도 없을 것이다. 우리와 비슷한 생김새의 그들이 소박하고 욕심없이 살아가는 모습 하나 하나가 사진을 통해 가슴 깊이 스며든다. 라싸 최대의 사원인 조캉사원에는 오체투지하며 고행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마니차를 돌리며 부처가 되기를 기원하는 사람들의 손길엔 욕심이 아닌 깨달음이 묻어난다. 히말라야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펼쳐지는 티베트의 풍경에 척박한 그들의 현실은 잠시나마 잊게 된다.
시간의 흐름이 정지된 듯 세상에서 고립된 채 살아가던 그들은 1950년 중국의 침공 이후 개방의 물결에 직면해 있다. 일본의 식민지 정책 만큼이나 잔혹하고 교묘한 중국의 식민지 정책은 순수했던 티베탄들을 짓밟고 그들의 문화를 말살하고 있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주인 승려들을 무참히 학살하고, 티베탄들을 탄압하는 중국이 일본의 2차대전 만행에 대해 논할 자격이 있는 걸까? 티베탄의 정신적 지주인 달라이라마는 다람살라에서 망명생활을 하며 전 세계에 티베트의 독립을 호소하고 있고, 중국의 감시를 피해 탈출한 17대 카르마파는 암살의 위협에 시달리며 온전한 대외 활동조차 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우리가 일본의 식민지 시대를 겪지 않았다면 지금의 티베트 현실이 막연하게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식민지 시대의 탄압과 나라 잃은 설움을 겪은 우리에게 티베트의 주권 침탈은 남의 나라 일로만 치부하기에는 우리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있어 가슴 아프다.
저자는 라싸를 중심으로한 티베트 지역 뿐 아니라 '오래된 미래'로 알려진 라다크, 티베탄들을 비롯한 다양한 민족들이 모여살고 있는 네팔에 이르는 지역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담아낸 풍광과 사람들의 모습은 금방이라도 비행기 티켓을 쥐고 떠나고 싶을만큼 아름답다.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인구 5천만의 우리나라에서 아둥바둥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아득하게만 느껴진다.
이전에는 흘려들었던 달라이라마의 해외 순방 소식을 이제는 무심히 들어넘길 수 없을 것 같다. 티베탄들의 순박한 미소와 겹쳐져 중국의 식민 지배 아래 고통받는 그들의 모습이, 그 아름다운 땅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그들의 현실이 떠오르게 될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