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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모리스 세상의 모든 것을 디자인하다 ㅣ 윌리엄 모리스
이광주 지음 / 한길아트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윌리엄 모리스를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계관 시인에 추대될 만큼 시인으로의 명성을 얻었고, 레드하우스를 통해 자신이 가지고 있던 건축과 디자인에 대한 이상을 실현했고, <캔터베리 이야기>로 예술 제본 분야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았으며, 산업 사회의 부속품이 아닌 진정한 노동의 기쁨을 위해 사회 개혁에도 앞장선 19세기의 천재였던 그를 우리는 한 단어로 정의하기는 힘들 것이다.
나에게 친숙한 모습은 무엇보다도 공예가로서의 윌리엄 모리스이다. 평온한 느낌의 붉은 벽돌집 레드하우스를 들어서면 드라마틱하게 펼쳐진 떡갈나무 계단과 모리스가 디자인한 아름다운 벽지와 가구들의 세계가 펼쳐진다.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고 소박하게 느껴지는 그의 디자인은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고 안락하게 만든다. 중세의 필사본에 필적할만큼 아름다운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 제본도 그의 중세 취향을 잘 나타낸다.
산업화되는 19세기 영국 사회에 환멸을 느끼던 모리스는 존 러스킨과 고딕 건축의 영향을 받아 중세 시대를 이상적인 사회로 생각하고 중세의 장인과 공방을 재현해내려고 애썼다. 그의 방식이 시대를 역행하는 고지식한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지만 시대의 로맨티스트였던 그의 아름다운 시와 공예와 책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가 꿈꾸던 이상적인 사회의 평온함 속으로 빠져들 수 밖에 없다.
한 사람에게 이토록 많은 재능이 있다는 사실이 불공평하게 느껴질 법도 하지만 사생활에 있어서 아내인 제인 버든과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 간의 기묘한 삼각 관계로 상처받았던 그의 일생을 생각하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의 사진이 그토록 쓸쓸해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한길아트에서 나온 '이미지북'이기 때문에 얇은 두께의 절반 이상이 도판으로 채워져 있다. 윌리엄 모리스에 대한 상세한 전기가 아니라 말 그대로 모리스의 작품 이미지를 통해 모리스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이미지북 답게 모리스의 손길이 닿은 벽지와 가구 등의 실내 장식을 하나 하나 꼼꼼히 보여주고 있다. 도판의 질이 훌륭할 뿐 아니라 종이의 질감 또한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