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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미래 - 편견과 한계가 사라지는 새로운 세상을 준비하라
신미남 지음 / 다산북스 / 2017년 9월
평점 :
자기계발서 종류의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나 저자가 ‘난 이렇게 성공했다’ 며 자랑하듯이 쓴 책은 별로 공감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에 처음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지만, 일단 읽기 시작하자 술술 재미있게 읽히는 마법이 일어났다. 겉으로 보기엔 모자랄 것 없이 편하게 성공했을 듯 보이는 저자의 화려한 경력 뒤에는 회사 내 여성 차별, 스스로의 열등감, 일하는 엄마로서의 죄책감, 적성에 대한 스스로의 의문, 일생 일대의 교통사고 등 여자로서, 한 인간으로서 겪을 수 있는 수많은 고민과 역경이 녹아있어 충분히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유리 천장이 심하기로 유명하다는 대한민국에서 여성의 몸으로 공학 박사로, 경영 컨설턴트로, 벤처기업 창업자로, 대기업 사장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고루 성공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여성들의 사회진출 필요성을 온몸으로 부르짖는다.
하느님은 세상을 창조할 때 흙을 빚어 남자를 만들었고, 남자의 갈비뼈를 뽑아 여자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남자는 ‘토기’ 인 반면, 여자는 태생부터 ‘본차이나’bone china 아닌가? 여자는 남자와 원소재 자체가 다르다. 그러니 여자가 더 강할 수 밖에 없다.
< 여자의 미래 p.152>
과연 저자 신미남을 보면 여자가 마음 먹으면 이렇게 독하 구나 싶은 마음이 든다. 새로 들어간 컨설팅 회사에서 상사가 눈앞에서 자신이 만든 자료를 빡빡 찢어 쓰레기통에 버렸을 때 저자는 화장실에 들어가서 펑펑 울다 오기가 생겼다고 한다. 그때부터 밤낮없이 일에만 매달리기 시작했는데, 자정 넘어 퇴근해서도 오로지 공부, 오전엔 5시부터 회사에 출근하는 일정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뒤통수에 원형 탈모도 오더란다. 보다 못한 남편이 자기가 먹여 살릴 테니 회사를 그만두라고 하기까지 했지만, 저자는 결국 그런 노력 끝에 팀원 중 유일하게 차세대 리더 육성 프로그램 대상자로 선정되어 일로서 인정을 받고야 말았다. 그런 노력으로 따낸 인정이니 누가 뭐라고 할 수 있을까.
숱한 열등감 속에서 내가 깨달은 사실 하나는 열등감이 크게 느껴질수록 그 열등감에 집중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열등감을 나를 채찍질하는 동력으로 삼아 죽을 힘을 다해 본질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열등감은 성장의 원천이 된다. 학생의 본질은 공부를 하는 것이고 직장인의 본질은 성과를 내는 것이다. 열등감의 크기만큼 본질에 집중하면 평균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고, 그러면 주변에서도 결코 나를 무시하지 못한다. < 여자의 미래 p.119>
나는 언젠가부터 무슨 일이든 부정적인 미래에 대한 걱정부터 앞세우는 버릇이 생겼다. 어릴 땐 어떻게 되든 무조건 저지르고 보자는 주의였는데 어느새 겁이 많아진 걸까, 그런 도전들이 두려워진 것이다. 그래서 저자의 연역적인 생각 방식에 매력을 느꼈다. 연역적인 생각방식이란, 결과를 놓고 이유를 논리적으로 증명해가는 방식이다. 귀납적으로 살면 ‘문제’에 집중하게 되지만, 연역적으로 살면 ‘기회’에 집중할 수 있다고 한다. 저자의 경우, 남편과 함께 유학 길에 오르고 싶었지만 문제는 둘다 돈이 한 푼도 없었고, 학교의 입학허가를 받을 수 있을지 조차 불투명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유학을 가야겠다는 결과를 먼저 놓고 그걸 이루기 위한 방법들을 생각한 결과, 결론적으로는 부부 모두가 학교에서 각각 장학금을 받으며 넉넉한 유학생활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운과 능력이 따라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그런 상황에서 어떤 방법이든 시도를 해보았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피그말리온 효과’는 일이 잘될 것으로 기대하면 잘되고, 안될 것으로 기대하면 잘 안 풀린다는 자기충족적 예언을 의미하는 말이다. 연역적인 사고를 하면 피그말리온 효과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극대화할 수 있다. 즉 위기가 아닌 기회에 초점을 맞추고, 그런 기회 앞에서 나약해지려는 자신을 일으켜 세울 수 있다. 연역적인 사고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선행 조건이 있다. ‘자신의 운명을 믿는 것’이다.
< 여자의 미래 p. 115>
저자는 자신의 운명에 아주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나 보다. 아이들을 ‘큰이모’라 불리는 보모에게 전적으로 맡기면서 아이들을 키울 수 있는 10년여의 추억과 시간을 희생하는 대신, 앞으로 30여년동안 일할 수 있는 능력을 쌓아 남은 시간 동안 자녀들과 동등하게 사회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부모가 되고, 아이들에게 자랑스럽고 당당한 엄마가 되는 것, 그것이 그녀의 전략이자 목표였다. 그녀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온전히 온 마음을 다해 집중했고, 그 결과 자신이 원하던 결과를 얻어낸 것이라 생각한다. 그녀는 피그말리온 효과 때문인지 실제로 운이 좋았다. 하는 일마다 어려움이 있을지언정 결과적으로 잘 풀렸고, 그녀 스스로 노력하는 의지와 능력도 있었으니 말이다. 책 뒷부분을 보면 시부모님에게도 사랑받았고, 아이들도 바르게 잘 컸기에 결론적으로는 일과 가정 모든 면에서 완벽한 여자로 비춰진다. 그녀의 성공을 존중하지만 한편으로는 모든 여자가 일과 육아 모든 면에서 성공적인 슈퍼우먼이 되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심어줄까 염려스럽기도 하다.
나는 여성의 사회활동을 찬성하고 환영한다. 최소한 육아에 대한 죄책감이나 자신감 부족 때문에 여성들이 자신의 아까운 경력을 포기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혼자서 모든 것을 껴안고 다 잘하려고 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본다. 더이상 남자는 바깥일, 여자는 집안일로 구분되는 시대가 아닌만큼 함께 사는 부부가 서로의 발전을 도모하며, 집안일과 육아도 함께 분담 해나가는 바람직한 문화가 하루빨리 정착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