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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범, 그들은 누구인가 - 대한민국 최고의 범죄학 박사 이윤호 교수의 연쇄살인범 53명의 프로파일링
이윤호 지음, 박진숙 그림 / 도도(도서출판) / 2017년 9월
평점 :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어떤 심리일까, 그것도 시간을 두고 반복적으로 여러 명을 죽이는 연쇄 살인범들은 정말 살인을 할 수 밖에 없는 정신적 이유가 있는걸까. 이 책은 범죄학 박사 이윤호 교수가 연쇄 살인범 53명을 프로파일링 하여 그들이 자라온 환경과 그들이 살인을 하게 된 동기나 이유 등을 분석한 책이다. 다양한 유형의 살인자들이 등장한다. 어릴 때부터 부모로 부터 학대 받아온 자, 겉으로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 모범생 타입, 누구에게나 호감을 줄만한 잘생긴 얼굴의 살인자 등 모두가 가지 각색의 특색을 가지고 있지만 한가지 공통점을 꼽자면 병적인 분노와 마음의 병을 가진 것이라 할 수 있을 것 이다. 물론 그 중에는 아무런 죄책감 없이 습관처럼 사람을 죽이는 일명 '또라이'도 있다. 53명의 살인범을 프로파일링 했다지만 사실 몇 명 정도의 삶을 읽고 나니 그들이 살아온 삶은 대동소이 한 면이 있다. 그들이 어떻게 자라났고, 어떤 학대를 받았든 간에 어찌됐든 죄없는 일반인을 무차별적으로 죽인 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 중에서 특이한 사례를 하나 소개하자면, 데니스 앤드류 닐센 이라는 연쇄살인범 이다. 그는 부모님이 이혼한 후 4살 때 할아버지에게 보내져 길러지게 된다. 닐센은 할아버지를 무척 좋아했지만 불과 얼마 후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게 된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는 장례식에서 할아버지가 죽은 것이 아니라 잠을 자고 있는 것이라 속이며, 할아버지의 시체를 굳이 닐센이 보도록 한다. 닐센은 잠을 잔다고 했던 할아버지가 몇달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자 커다란 트라우마를 앓게 되었다. 그로 인해 그는 더이상 '건강한 사랑'은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고, 자신을 떠나지 않을 대상은 시신이라 여기게 되었다고 한다.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죽어야만 관계를 지속시킬 수 있었다. 나에게 할아버지의 가장 두드러진 모습의 전형은 죽은 이미지였다. 내가 할아버지에 대해서 신성하게 느겼던 감정을 표현할 수 있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죽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것은 아직 발달하지 않고 성숙되지 않은 유사-성적, 유아기적 사랑이었다. 피해자들의 광경은 씁쓸한 달콤함과 일시적 평화와 성취감을 가져다 주었다. "
< 연쇄살인범, 그들은 누구인가 p.45>
그는 밖에서 만난 마음에 드는 사람을 집으로 데려와 교살한 다음 씻겨서 화장을 시키고, 양말과 속옷을 입혀 무릎을 꿇고 앉아서 시체를 바라보곤 자위행위를 하거나, 아름다움에 경탄하여 감정적으로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어릴 적 부모에게 충분히 사랑받지 못한 상태에서 자신의 애정의 대상인 할아버지가 충분한 인사없이 떠나자 그는 정신이 약간 이상해진 듯 하다. 어린 아이에게 죽음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을 경우, 이런 일까지 일어날수도 있는건가 싶어 간담이 서늘해진다.
이런 식의 다양한 연쇄살인범들의 케이스를 책에서는 인격장애, 가정의 비극, 극에 대한 집착, 사회적 불만, 정신분열, 우월해지고 싶은 욕구, 여성증오 등 다양한 동기로 인한 살인 케이스로 분류하여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섬뜩한 것은 살인을 저지르고 경찰에 잡힌 이후에도 정신이상이나 혹은 다른 이유로 짧은 시간내에 다시 사회에 풀려나 더 많은 살인을 저지르도록 방조된 경우이다. 아이를 성추행을 하다 잡혀간 범인이 결국엔 소아 성애에 대한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나자, 몇년 뒤 그 아이를 다시 찾아가 결국엔 살해하고 말았다는 이야기는 그래서 더 끔찍하다. 그 아이는 무슨 죄로 두 번이나 같은 살인자에게 고통을 받아야 한단 말인가.
최근에 따로 책으로 펴나온 전설적인 콜럼바인 사건도 언급되어 있다. 사회에 불만을 품은 두 소년의 학교 내 총기 대학살은 너무나 끔찍한 사건인데, 문제는 다른 범죄자들이 콜럼바인 범죄자들을 순교자라 칭하며 그 사건을 재현하려 했다는 점이다. 유일한 한국인으로 등장한 조승희는 미국으로 이민간 후 완전히 동화되지 못하자 학교 강의실 내에서 총기를 난사해 32명을 살해하기도 했다.
엽기적이고 충격적인 살해에 대한 이야기가 이 외에도 아주 많다. 시신에 성행위를 하는자, 인육을 먹는자 등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들어있는 책을 보면서 역시 현실은 영화보다 더 끔찍하구나 란 생각을 한다. 연쇄살인범, 그들은 누구인가. 진짜 어떤 DNA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인지 궁금해졌다. 연쇄살인범은 타고나는가, 아니면 환경이 만들어낸 괴물인가. 그 부분을 연구하기 위해 수많은 프로파일러들이 그들을 연구하는 거겠지.
이 책을 읽으면서 좀 안타까웠던 점은 범죄자들의 어린시절이나 동기에 대한 자료를 단순히 나열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다양한 케이스를 소개했기에 흥미로운 부분도 있었지만, 막상 저자 이윤호 박사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내용이 없는 것 같아 혼자 생각해볼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이 아쉬웠다. 케이스 수를 좀 줄이더라도 저자의 분석이나 생각이 좀 더 들어갔으면 어땠을까 싶다.
어쨋건, 연쇄살인범, 그들은 보통 사람들 사이에 숨어 이빨을 빛내고 있기에 더 무서운 존재들이다.
부디 살아생전 마주칠 일이 없길 간절히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