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달아서 끈적한 것 - 박상 본격 뮤직 에쎄-이 슬로북 Slow Book 2
박상 지음 / 작가정신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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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에서 '안녕하세요? 무명작가 박상입니다. 저는 이름이 생소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라고 할때부터 빵 터졌다ㅋ 이토록 솔직하면서도 재기발랄한 인사라니, 왠지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은 하나의 앨범처럼 Side A와 Side B로 나눠서 각각 20곡씩 총 40여곡을 소개하고 있다. 챕터마다 하나의 노래를 소개하고, 그 노래와 관련된 작가의 다양한 경험을 소개한다. 작가가 소개하는 노래는 아는 노래보다 모르는 노래가 더 많았기에 난 챕터 하나를 읽을 때마다 작가가 소개하는 노래를 유트브로 찾아서 틀어놓고 배경음악 삼아 책을 읽었다. 음악은 마법같아서 작가가 말하는 그 음악을 실제로 들으며 책을 읽으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그 느낌이 정말 생생하게 다가온다. 마치 나도 그 자리에 있었던 것 처럼. 

작가가 추천하는 주옥같은 명곡을 같이 들으니, 친한 친구와 이어폰 하나씩 나눠끼고 속닥속닥 수다를 떠는 느낌도 든다. 작가의 개그에 혼자 푸핫 웃기도 하고, 우연히 발견한 좋은 노래를 기분좋게 눈감고 감상하기도 하면서 책을 다 읽고나니 박상 작가와 왠지 모를 친밀감도 느껴진다. 역시 음악을 같이 듣는다는 건 그 사람의 취향과 생각을 알 수 있는거라, 좋아하는 책을 함께 읽는 것 만큼 즐겁고 신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은 달아서 끈적한 것>은 음악 이야기도 있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는 여행가서 있었던 일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다. 이비자 섬부터 시작해서 유럽과 동남아시아 곳곳 많이도 돌아다녔다는 생각이 드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낭만적인 여행이 아니다. 작가 박상은 내가 발작적으로 책을 지르는 것처럼 발작적으로 해외여행 특가 비행기표를 지르는 사람인 듯 하다. 옆 동네 마실가듯 갑작스럽게 여행을 떠나지만 특별한 여행 준비도 없고, 여행 경비도 거의 없다. 하루 만원으로 숙박을 해결하려 한 적도 있다니 말 다했지. 하지만 그는 언제나 초긍정적이다. 사람이 이렇게 긍정적일 수 있나 싶도록. 돈은 돈대로 날리고, 각종 바가지에, 숙박업소는 거지같았던 필리핀 마닐라 여행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도 그의 긍정력은 발휘된다. 

아니 젠장. 여행이란 '뭐니 뭐니 해도 우리나라가(집이) 제일 괜찬아' 따위를 확인하는 과정이 아니잖아. 새롭고 까다롭고 거지 같고 아름답고 신비로운 걸, 신나고 발랄하고 용기있게 탐험하는 과정이면 좋았는데, 이번엔 어쩔 수 없었다. 한국에 돌아가는 보딩패스를 받는 순간 기쁨이 활짝 펼쳐지며 인상이 밝아지고 피부가 좋아졌다. 생애 처음으로, 여행지에서 집으로 돌아가는게 즐거웠고, 신나게 들떴고, 일상에 없던 에너지가 꽉꽉 충만해졌고, 맛난 쫄면 요리를 주문한 것처럼 쫄깃해졌다. 마치 어딘가 여행을 가려고 비행기를 탔을 때 상기된 상태와 너무도 흡사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마닐라에서 날린 돈이 아깝지 않았다. 망한 여행이더라도 여행에 쓴 돈은 손해 본 게 아니라는 걸 확인했다. 가을 타던 것도 필리핀의 택시 차장에 매달려 구걸하는 소녀의 맨발에 비하면 사치 같아 집어치웠고, 잊고 있던 마릴린 맨슨의 명곡도 재발견했으니 된 거다. 아아, 이제 열심히 살테다. 
< 사랑은 달아서 끈적한 것 p. 207>

여행지가 거지 같았던 만큼 우리집이 제일 좋다는 걸 확인했고, 집으로 가는 길이 즐거워졌으니 됐다는 박상의 긍정 마인드에 웃음이 났다. 그의 대책없는 긍정은 읽는 사람에게도 '그래, 인생 뭐있나 즐거우면 된거지' 하는 안도의 한숨의 쉬게 하는 마력이 있다. 

우연히 잘 얻어걸린 옥탑방에 살던 시절, 그의 옥탑방은 돈없고, 할 일 없고, 대책 없고, 애인없고, 근거 없는 자신감만 있는 상태 안좋은 친구들의 아지트였단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우울해하는 일 없이 온갖 개그와 쇼로 즐거움을 추구하며 보냈다. 이한철의 <슈퍼스타>의 가사 "괜찮아 잘될거야 너에겐 눈부신 미래가 있어. 괜찮아 잘될거야 우린 널 믿어 의심치 않아" 의 희망찬 가사를 마음껏 불러재끼며 희망을 불어넣던 친구들의 이야기는 약간 찡하기도 했다. 

그때 그토록 잘될 거라고 노래를 불렀지만 사실 잘된 놈은 없다. 하나같이 찌질하게 산다. 하지만 경쟁과 성공에 목숨 걸지 않고 행복에 지표를 두고 살아선지 친구들 대부분은 아직도 유쾌함을 잃지 않고 있다. 생활의 안정 여부를 떠나 늘 긴장하고 불쾌한 표정인 사람들보다 그 대책 없이 웃긴 친구들이 훨씬 더 후회없이 잘 사는 중이라고 믿어볼란다. 
< 사랑은 달아서 끈적한 것 p.185>

그의 음악 에세이는 팍팍한 현실에서도 음악이 있다면 즐거운 기분을 유지할 수 있다는 메세지와 함께 한편으론 찌질하고 안되 보이는 이야기들도 가득하다. 그치만 난 작가의 이런 찌질하지만 긍정적인 태도가 좋다. 없으면 없는대로 있으면 있는대로 스스로를 긍정하고 음악으로 위로하며 아무쪼록 즐겁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그가 우리에게 보내는 위로가 아닐까. 

모쪼록 달콤한 사랑이 쩍쩍 달라붙는 날들 되시길. 
작가의 말처럼 어떤 삶이든 긍정하며 살면 꿀처럼 쩍쩍 달라붙는 행복이 오지 않을까 생각하며, 나도 야심차고 웃기게 살아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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