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영화 한 편 씹어먹어 봤니? - 학력도 스펙도 나이도 필요없는 신왕국의 코어소리영어
신왕국 지음 / 다산4.0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어는 왜 아무리 공부해도 여전히 두려운가. 외국인을 보면 입술을 본드로 붙여놓은 듯 입이 떨어지지 않고, 쉬운 아이들 만화조차도 자막없이는 쉽게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비정상회담에 나오는 세계 각국의 외국인들을 보면 한국말을 잘만 하던데, 왜 우리는 몇 십년을 공부한 영어를 입에서 한마디 떼는 것 조차 어려워하냔 말이다. 너무나 수많은 책들에서 이미 많이 언급되어 왔던 영화로 영어 공부하기! 시중에 나온 수백가지 책들이 이미 미드나 영화를 보면서 영어공부 하라는 내용의 책들을 쏟아내고 있고, 집에도 그런 책들이 몇 권 꽂혀있다. 그런 내용들에 혹해서 몇 달 전 내가 좋아하는 미드 '모던 패밀리' 한편을 정해 여러 번 반복하면서 깔짝깔짝 뜯어먹어 본 적이 있지만, 작심 이틀 천하에 그쳤기에 효과 운운할 만큼 할 말이 있는 건 아니다. 

그러던 차에 알게 된 이 책  <근데, 영화 한 편 씹어먹어 봤니?> 
안 씹어먹어봤는데, 씹어먹으면 진짜 뭔가 달라질까? 라고 묻고 싶었다. 

저자는 학창시절 공부라곤 한 적 없던 사고뭉치였고, 영어시간에 선생님이 해석하라고 시켰던 'Wait a second'를 '기다려 하나 둘' 이라 해석했던 레알 영알못이었다. 그러던 사람이 독한 마음을 먹고선 외국 유학없이 혼자 방구석에서 하루 10시간씩 미친듯이 영화를 씹어먹고 났더니 6개월만에 영어 귀가 확 트여버렸고, 1년 뒤에는 애니메이션, 영화, CNN 뉴스를 직독직해 할 수 있음은 물론 미국의 UC버클리에 당당히 합격하여 유학을 가게 되었단다.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일까 싶었다. 몇 십년씩 영어를 공부하거나 심지어 미국에 몇년씩 살던 사람 조차도 아직 영어를 어려워 하는 사람이 많다는데 도대체 어떻게 공부하면 그렇게 될 수 있을까 호기심이 일 수 밖에 없었다. 

내 생각에 일단 저자는 엄청 독하고 집중력이 강한 사람임은 확실하다. 학창시절 자주 전학다니던 환경 탓에 새롭게 만나는 친구들에게 절대 지기 싫었던 저자는 싸움에 지기싫어 시작한 복싱이 너무 재미있어 열심히 한 끝에 프로 복서 자격증을 따기에 이른다. 그치만 어느 날 학교 통과의 싸움을 계기로 학교생활에 대해 지루함과 무의미함을 느끼고 고등학교 자퇴라는 파격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그 후 얼마 뒤 저자는 "이번엔 영어다! 영어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 며 혼자만의 싸움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저자 신왕국은 애니메이션 영화 <라푼젤>을 시작으로 애니메이션 3편과 <타이타닉>,<어거스트 러쉬> 같은 영화를 지나 CNN 뉴스까지 차례대로 끈덕지게 한문장 한문장을 반복하며 문장 씹어먹기를 반복해 영화에 나오는 모든 문장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작업을 했다. 문장 당 기본 100번 이상을 반복해서 들었고, 문장이 끝나고 따라하는 쉐도잉이 아니라 영화 속 등장인물과 동시에 말할 수 있는 수준으로 똑같이 따라하는 과정을 통해 모든 문장을 씹어먹는다. 저자는 영어의 기초가 없어 문법도 단어도 거의 몰랐지만 이 모든 기초가 영화를 씹어먹으면서 닦여졌다고 말한다. 

<근데, 영화 한 편 씹어먹어 봤니?>를 읽으면서 점점 저자의 방법에 일리가 있다고 느껴졌던 것은 물론 저자의 살아있는 생생한 경험이 한 몫 했겠지만, 아기가 태어나서 모국어를 배우는 과정을 바탕으로 사람이 언어를 습득하는 단계에 맞게 외국어에 익숙해지는 방법을 알려주기 때문이었다. 아기가 엄마의 목소리를 계속 반복해서 들으면서 모국어에 익숙해지고, 점점 한단어씩 알아듣다가, 나중에는 어른들끼리 하는 말도 알아듣게 되고, 나중에는 자신도 자유자재로 말을 배워서 할 수있게 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성인이 된 다음에 얻을 수 있는 환경은 바로 '영화 씹어먹기'라고 저자는 힘주어 말하고 있다. 

영어를 잘하기 위해 모든 것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바로 '듣기'라고 한다. 영어 듣기가 안되는 상태에서 말하기를 공부하는 것은 사상누각이라는 소리다. 책에 나오는 사례를 보면 심지어 외국의 명문대학을 다니면서 몇 년씩 공부한 학생 조차도 원어민들의 얘기를 잘 못알아듣고, 말도 잘 못해서 고민인 사례가 나온다. 최대한 토론 수업 등을 피하고 오로지 읽고 쓰는 것 만으로 점수를 딸 수 있는 수업만을 들으며 버텨왔다고 한다. 외국에서 공부하면 완전 영어환경이니 자연스럽게 영어를 잘하게 되는 줄 알았는데 딱히 그런것도 아닌가보다. 모국어가 아닌만큼 성인이 되어서 배우는 외국어는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소리다. 

듣기가 문제였군. 내가 영어를 못하는 이유를 드디어 알게 되었다. 나는 영어듣기를 유독 싫어해서 학창시절부터 영어듣기를 할 때면 나도 모르게 긴장되어 쉬운 대화조차도 잘 놓치곤 했다. 듣기도 전에 '잘 못 들으면 어쩌지' 하고 걱정을 했던 탓이었을 거다. 반면에 문장을 해석하거나, 단어를 외우거나 잘못된 문법을 알아맞추는건 차라리 듣기보다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지금의 내 상태가 영어를 아예 모르는건 아니면서도 막상 외국인 앞에서는 써먹기 애매한 절름발이 영어가 되었을 것이다. 

영어는 한국어와 기본적으로 강세와 발성에 있어서 다르기 때문에 원어민들이 실제 쓰는 언어에 일단 익숙해져야 한단다. 영어를 한국어로 해석해서 알아듣거나, 말할 때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해서 말하는 습관을 버려야 진짜 원어민들과 즐거운 대화를 할 수 있을 듯 하다. 우리가 I love you 를 말할 때 '사랑해'를 영어로 번역해서 말하지 않고 당연하게 말하는 것처럼 모든 대화가 그런 경지가 되어야 한다. 책에서 알려주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보니 다시 한번 영어공부에 열을 올려볼까 하는 열의가 생기기도 한다. 영알못이었던 저자가 영화 씹어먹기로 하늘을 나는 수준까지 되었다면, 나는 날쌔게 뛰어다니는 수준의 영어 수준을 기대하면서 한번 잘근 잘근 씹어먹고 싶어진다.

다른 피부색을 가진 외국인과 친한 친구처럼 자연스럽게 대화나눌 수 있는 그날을 꿈꾸며.. 
영어 요놈! 한번 잘근잘근 씹어먹어 보리라.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팬텀7 2017-10-27 0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굿

다림냥 2017-10-27 12:3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2017-10-27 1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27 12: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스탠퍼드식 최고의 수면법 - 적게 자도 피곤하지 않은 90분 숙면의 기적
니시노 세이지 지음, 조해선 옮김 / 북라이프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잠을 잘 자고 일어난 다음날은 정말 하루종일 몸상태도 좋고, 머리회전도 달라지더라구요. 한국인들 잠을 너무 적게자요! 수면법 제대로 알고 실천해보고 싶네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적 리딩을 위한 기본 영단어 300 WORDS - 이 시대 작가들이 자주 쓰는 바로 그 단어 지적 리딩을 위한 보카 시리즈
마이클 그린버그 지음, 오수원 옮김 / 윌북 / 2017년 10월
평점 :
품절




영어단어를 빽빽이 하듯 억지로 외우는 것이 아니라 책 읽듯 자연스럽게 외우고 싶다면 이 책이 어떨까? 윌북에서 3권째 시리즈로 나오고 있는 지적 리딩을 위한 영단어 시리즈다. 지적 리딩을 위한 필수 영단어 1100 words 를 시작으로 지적 리딩을 시작하는 공식 영단어 504 words 에 이어 이번엔 지적 리딩을 위한 기본 영단어 300 words 이다. 난이도를 따지자면 3권의 시리즈중 1100 words가 가장 어렵고 300 words가 가장 쉬운 축에 속하는 단어장이다. 


이 책에 나오는 300워드를 익히면 <앵무새 죽이기>를 원서로 읽을 수 있다는 컨셉으로 나온 책인데, '단어가 300개 밖에 안들어있다고?'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각 챕터마다 필수 영단어들이 사용된 에세이글과 해당 단어를 설명해주는 영어문장과 퀴즈에 나오는 문장들에 나오는 단어들까지 합치면 꽤나 만만치 않은 양이다. 기본 영단어라고 하지만 미국의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단어 위주로 담았기에 우리나라 중학생 수준의 완전 기본단어는 아니다. 원서를 읽다보면 심심찮게 만날 수 있는 단어들 중 살짝 난이도가 있는 단어들을 주로 묶어놨다.  



 

한 챕터에 15개의 영단어가 배정되어 있고, 이 단어들로 쓰여진 에세이 한편으로 챕터가 시작된다. 처음엔 굳이 단어의 뜻을 몰라도 괜찮다. 문맥에 따라 대충 뜻을 유추해보면서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평소에 영어 쓸 일이 많이 없으니 알던 단어도 까먹을 지경인데, 기본 단어라기엔 생각보다 난이도가 있어서 놀랐다. 한편으론 너무 쉬운 단어가 아닌것에 안도하기도 했다. 옆 페이지에서 영어문장으로 다시 한번 단어의 쓰임이나 늬앙스에 대해 설명해 주기 때문에 그 문장을 읽어보면 자연스레 단어의 뜻이 이해가 된다.  




이 부분은 확실히 504워드 보다 친절해진 부분이다. 504워드에서는 해당 단어가 쓰여진 소설이나 잡지의 문장을 그냥 예시로 넣어뒀을 뿐이지만, 300워드 에서는 단어의 뜻을 영어문장으로 다시 풀어서 설명 해주면서 자연스럽게 유의어까지 익힐 수 있도록 배려해주어서 좋았다. 보통의 영어 수험서처럼 단어에 대한 쓰임이나 인용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문장 내에서 어떤 늬앙스로 쓰이는지 느낌적으로 알 수 있기 때문에 감을 익히기 좋을 듯 하다. 


 




영어 문장을 통한 설명으로 단어의 뜻을 한번 익히고 나면 다양한 형태의 퀴즈들이 기다리고 있다.  해당 단어의 동의어를 찾아보기도 하고, 하나의 문단을 제시하고 빈칸에 알맞은 단어를 형태에 맞게 집어넣는 문제도 있다. 문장을 읽어보고 빈칸에 알맞는 단어를 생각해내어 적어넣는 활동을 반복해서 해보는 동안 자동적으로 단어의 뜻과 늬앙스를 익히게 되는 구조다. 


하나의 단어를 여러개의 문장안에서 반복해서 보기 때문에 보통 단어와 뜻만 달랑 써있는 단어장을 외우는 것보다 늬앙스나 문장 내의 쓰임을 훨씬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더군다나 단어 하나를 외우기 위해 무작정 외우거나 빽빽이를 하는 식이 아니라 책을 읽고 글을 읽듯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는 구조라서 공부방법에 부담이 없다. 또 퀴즈에 나오는 문장 내에서도 기억해 둘만한 단어들이 많이 등장하기에 낯선 단어들은 체크해서 함께 외우면 더 좋을 것이다. 




단어를 학습하고 퀴즈까지 풀고나면 챕터마다 짧막한 칼럼이 있다. 1챕터의 칼럼은 문맥을 통해 단어를 학습하는 것의 장점에 대한 글이었는데 정말 일리가 있었다. 우리가 한글을 학습하거나, 대화를 나눌때에도 모르는 단어는 앞뒤 문맥을 따져서 '혹시 이런 뜻인가?' 하며 추측하며 학습할 때가 많은 것처럼 영어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학습할 때 가장 기억에 잘 남을 수 있는 것이다.  




책에 뒷부분을 넘겨보면 챕터 앞부분에 나오는 에세이에 대한 한글 해석본과 퀴즈의 답들이 나와있다. 


나는 이런 순서로 공부 했다. 맨 먼저 단어의 뜻이나 내용에 대한 정보없이 무작정 에세이를 여러번 읽어본다. 단어의 뜻은 다 모르지만 '문맥상 대충 이런 내용의 글이구나' 라고 생각한 뒤, 옆 페이지에서 각 단어에 대한 설명 문장들을 보고 단어의 진짜 뜻을 파악하고, 늬앙스나 유의어를 파악한다. 그렇게 파악한 단어의 기억을 바탕으로 퀴즈들을 차례대로 풀어보고 정답을 맞춰본다. 퀴즈 내에서 단어들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파악해보고, 퀴즈에서 발견한 새로운 단어들과 함께 단어들을 연습장에 한번씩 써보고 잘 모르는 단어들은 인터넷을 검색해 발음까지 정확히 들어보며 따라해본다. 그런 과정을 한번 마치고 나서 다시 처음의 에세이를 읽어보면 확실히 안개처럼 뿌옇던 글들이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 느껴진다. 1개의 챕터에서 15개의 단어를 익히라고 하고 있지만, 공부하고 나면 단어 15개의 유의어들을 포함한 늬앙스, 문장안에서 툭툭 던져지는 원어민들의 표현까지 덤으로 익힐 수 있다. 그러고 나면 뭔가 빡세게 공부한 느낌도 아닌데 왠지 이것저것 많이 알게된 듯한 느낌이 든다. 


300 words 는 시험을 위한 영어공부 책이 아니기에 영어를 좀 더 재미있고 친근하게 느껴서 영어 원서나 잡지를 쉽게 읽어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300워드 가 세권 중에 가장 기본 영단어 책이라고 하지만, 내 생각에 504 words와 난이도 면에서 큰 차이는 없는 듯하다. 다만 조금 더 설명이 친절하고, 퀴즈가 더 많아서 공부하기 편한 느낌이 들고, 총 20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기존의 책들이 42챕터, 48챕터로 이루어진 것에 비해서 부담이 적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마지막, 혹은 내년의 시작을 영어공부로 장식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집어들기에 부담없으면서도 뿌듯함을 만끽할 수 있는 적절한 영어공부 책이 아닌가 싶다. 


300워드 를 시작으로 504 워드, 1100 워드를 다 정복해 나가면 얼마나 뿌듯할까. 

영어원서를 한글 읽듯이 줄줄 읽을 수 있는 그 날을 기대하며 공부를 시작해볼까?

(맨날 말만..ㅠ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버드 자존감 수업 - 세계 최고의 인재들은 어떻게 고민을 해결하는가
웨샤오둥 지음, 강영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심리상담은 사람을 기분좋게 하죠. 마치 하늘을 나는 것처럼요."


사람과의 대화만으로 심리치료 효과를 이끌어내는 심리상담의 힘은 무엇일까? 난 말의 힘을 별로 믿지 않는 축에 드는 사람이었다. 말은 물리적인 힘이 없으며, 입에서 나오자 마자 사라지고 마는 연기같은 것이니까. 하지만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서 서로를 이해하고자 하는 기반위에서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는 대화는 정말 효과가 있나보다. 


하버드 자존감 수업 의 저자 웨샤오둥은 하버드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다년간 하버드 교내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접 심리상담을 진행했다. 혼자서 몇 달을 끙끙 앓다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품고 찾아왔던 학생들의 상담내용 사례들 중 10가지 정도를 추려내어 책으로 정리했다. 각각의 사례들이 보여주는 사실은 결국은 하버드 학생들도 한 명의 약한 인간일 뿐이라는 것, 그리고 상담을 통해 자신의 진정한 상태를 알게 되는 것은 분명 자신의 삶을 바꿔나갈 수 있는 큰 힘이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심리상담을 공부하거나 준비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더 큰 도움이 될 듯한 책이다. 심리 상담의 다양한 이론과 더불어 각 상담 사례가 끝날 때마다 상담한 내용을 분석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 상담이 진행된 것인지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어 흥미와 정보를 동시에 제공한다. 


심리상담은 일반적인 위로와 다르다. 심리상담은 마음을 풀어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성장하게 한다. 여기서 말하는 성장이란 바로 상담 과정을 통해 내담자가 문제의 본질을 똑바로 보고 그것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깨달아,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마음의 안정을 찾고 사회에 적응하는 것을 말한다. 마음을 풀어 기분 좋게 하는 것은 심리상담의 전주에 불과하고 성장하게 하는 것이야 말로 심리 상담의 주선율이다. 그러므로 심리상담에서는 개인의 유쾌하지 못한 경험을 자아 성장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삼는다. 개인이 경험한 좌절과 시련을 적극적으로 대하게 함으로써 위기와 어려움 가운데서 희망을 보게 한다. (..) 에이브러햄 매슬로의 말을 빌리면 심리상담은 사람에게 절정 경험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 이것이 '하늘을 나는 느낌'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이것이 바로 심리 상담이 추구하는 경지다. < 하버드 자존감 수업 p.29~30>


나는 심리상담을 받아본 경험이 없어 단지 내담자의 하소연을 들어주고 그런 심리에 대해 설명해주며 위로해주는 정도의 과정일거라고 생각했는데 꽤나 전문적인 영역인 듯 하다. 상담하는 장소의 가구색깔 이나 배치, 내담자가 앉는 자리에서 보이는 그림의 종류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쓰면서 내담자의 정신적 평안을 돕는다. 그들 사이에서 과연 어떤 이야기가 오갈까.  전 세계에서 가히 최고라 할 수 있는 명문대에 다니는 학생들의 숨은 고민은 과연 무엇일까. 세계 최고의 두뇌를 지닌 그들의 자존감에도 과연 문제가 있을까?


호기심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한 첫번째 사례부터가 바로 열등감에 대한 사례였다. 세계 최고의 두뇌를 자랑하는 이들에게도 열등감이란건 존재하나보다. 각자의 학창시절, 뛰어난 두뇌로 주변의 칭찬만 들으며 성장해온 이들은 이제 그들끼리의 경쟁을 시작한다. 고향에서는 내가 최고였을지 몰라도 뛰어난 사람만 모아둔 곳에서는 나 같은 건 눈에도 띄지 않는 먼지 같이 느껴질 뿐인 것이다. 첫번째 사례의 내담자는 하버드에서의 학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스트레스와 함께 주변 친구들과의 비교를 통해 점점 열등감에 둘러쌓여 하버드에서 버텨낼 수 있을까 고민하는 여학생이었다. 그렇다. 자존감은 주변과의 비교에서 온다. 내내 뛰어난 실력으로 칭찬만 받던 사람이 갑자기 경쟁에서 밀려버렸을 때의 그 절망감과 열등감, 그게 어떤 느낌일지 대충은 알 것 같다. 상담자는 남들과의 비교는 자신을 좀먹을 뿐이니 자기 자신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감을 찾으라고 말을 하는데, 그 얘기를 보면서 내 사례가 떠올랐다. 


올해 초쯤, 나는 일하는 데 필요한 추가 지식을 쌓기 위해 몇달 간 학원에 등록해서 빡세게 미친듯이 공부를 했었다. 세상에 내가 모르는게 이렇게나 많았다니, 거기다 세상에 실력자는 왜 이렇게 많은건지 난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면서 열등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배우면 자신감이 엄청 생겨서 이것저것 척척 해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몇달 간의 학원 수업이 끝난 후 난 오히려 풀이 죽은 상태였다. 

"이 업계에서 최고가 되긴 글렀어. 난 너무 부족해. 내가 이것밖에 안됐다니!" 

혼자 이런 생각들을 하며 자존감이 하락하고 있을 때, 나랑 같이 일하는 그가 말했다. 

"너 근데 진짜 실력 많이 늘었다. 예전이랑 비교도 안되게 오류도 빨리 찾아내고, 속도도 엄청 빨라지고 진짜 잘하는거 같애!"    

그런데 그 말이 별로 기쁘지가 않았다. 니가 뭘 잘 몰라서 그런다고, 세상에 잘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 줄 아냐고, 난 우물 안 개구리였다고..풀죽어 그렇게 말하자, 이렇게 말해주었다. 

"왜 남이랑 비교를 해. 니가 아무리 잘하게 되더라도 너보다 잘하는 사람은 무조건 있게 마련이야. 니 자신이랑 비교해서 니가 얼마나 많이 발전했는지 생각해봐.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하던걸 이제는 척척 해낼 수 있게 됐잖아." 

사실 그 말이 맞았다. 예전의 나 자신과 비교를 하면 확실히 발전을 했다. 그런데 난 남과 비교를 하면서 스스로 부족하다는 생각에 오히려 자신감이 떨어졌던 것이다. 내가 잘할 수 있는 부분에서 최선을 다해서 성과를 내면 되는건데 너무 욕심이 과했나 싶기도 했다. 그 뒤 다시 생각을 좀 고쳐먹고 나자 마음이 좀 편해졌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그렇게 말해줬던 그는 참 좋은 상담자였던 셈이다. 


<하버드 자존감 수업>에는 친구의 자살로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 동성애로 고민하는 사람, 부모와 진로문제로 의견차이가 있는 사람, 자신의 진로 때문에 부부생활이 위태로운 사람 등 다양한 사례들이 등장한다. 사례를 들어보면 정말 고민되겠다 싶은 문제들이 많아서 이런 사례는 어떤 식으로 해결할까 자연히 궁금증이 생긴다. 하지만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답을 정해주는 존재가 아니다. 스스로가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존재인 것이다. 몇가지 질문을 통해 내담자가 스스로가 답을 생각해보고, 해결을 위한 시도를 해볼 수 있도록 힌트를 준다. 상담자는 되도록 많은 말을 하지 않고 듣기를 많이 하는 존재이지만 내담자들은 상담자와 대화를 통해 앞으로 자신이 어떻게 해야할지 스스로 답을 찾아나간다. 혼자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해결되지 않던 문제들이 전문가와의 체계적인 소통을 통해 차차 해결되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말의 힘, 대화의 힘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됐다. 


사람은 결국 자기안에 답을 지니고 있다. 

심리 상담은 결국 자기 마음 속 깊숙히 숨겨져 있어 안보이던 답을 "여기 있네요" 하고 손짓해주는 행위인 것이다. 

마음이 답답할 땐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들여다보자. 숨겨져있던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발견하면 하늘을 나는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타인의 슬픔을 마주할 때 내 슬픔도 끝난다 - 이미령의 위로하는 문학
이미령 지음 / 샘터사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학은 인간이 어떻게 극복하고 살아가는가를 가르친다   「윌리엄 포크너」


책에 관한 책을 읽을 때마다 나의 서점 장바구니는 또 그 책에서 나온 책들로 가득 찬다. 예전에 박웅현 작가의 《책은 도끼다》 를 읽고 나서 그 책에 나온 거의 모든 책들을 구매했던 기억이 있다. 그 저자가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경험을 똑같이 느껴보고 싶은 욕심이 컸다. 그땐 책을 좋아하긴 했지만 책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었던 시절이라 《책은 도끼다》에 나오는 책들은 거의 다 모르는 책들 투성이었지만 무작정 따라샀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 나도 고전이라는 것에 눈을 떴던 것 같다. 책을 읽는 속도보다는 사모으는 속도가 훨씬 빠르기에 그때 사모은 책들 중 아직 절반도 다 못 읽었다. 하지만 그동안 다양한 책에 관심을 가진 덕분에 이 책을 읽으면서는 거의 대부분의 책들이 익숙했기에 반가웠다. 물론 읽은 책보다는 어디선가 들어봤거나 집에 소장중인데 안 읽는 책이라던가 줄거리만 알고 있는 책들이 훨씬 많긴 했지만, 저자가 책에 대해 설명하면서 각 책들에 대한 줄거리를 워낙 재미나게 소개를 해놓아서 안읽었지만 읽은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 《타인의 슬픔을 마주할 때 내 슬픔도 끝난다》는 저자 이미령이 자신이 읽은 책들에 대한 감상을 모아놓은 책이다.  총 서른권이 넘는 책들에서 느낀 감상들을 읽으면서 내가 읽었던 책에서는 저자와 느낀점을 비교해보고, 안 읽은 책에 대해서는 정보를 얻고 어떤 책인지 가늠해보면서 읽을 수 있어 전체적으로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다른 사람의 책장엔 어떤 책이 꽂혀있는지 항상 궁금한 법이니까. 

그 중에서 기억에 남는 책은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 이라는 책에 대한 내용이었다. 쉰 다섯살의 양치기 엘제아르 부피에는 고독하게 혼자 살아가는 노인이다. 가족도 없이 혼자 황무지 같은 벌판에 살아가는 그에게 희망이란 없어보인다. 하지만 그가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하는 일이 있다. 바로 도토리 100개를 가지고 나가서 쇠꼬챙이로 집어 황무지 땅 깊숙히 심는 일이다. 그 땅은 자신이 소유한 땅도 아니며, 누구의 땅인지도 알 수 없지만 10만개의 도토리를 심으면 적어도 만개쯤은 장차 떡갈나무가 되지 않겠냐며 매일 그 일을 지속한다. 그를 지켜보는 책 속 화자는 노인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 후 시간이 지나고 1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 정신없는 전쟁을 겪는다. 화자는 전쟁터에서 정신없는 5년을 보내고 다시 그 동네로 돌아오게 되는데 돌아온 순간 대기의 알수 없는 빛깔을 느끼게 된다. 바로 노인이 심어놓은 도토리 들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서서히 싹을 틔워 푸른 빛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전쟁중에도 노인은 멈추지 않고 도토리를 심었으며 그렇게 시간이 지나 그 도토리들은 아무 것도 없는 황무지를 천연 떡갈나무 숲으로 변모시킨다. 나무들이 자라기 시작하자 자연이 되살아나며 다시 시원한 냇물이 흐르기 시작하고,  마을을 떠났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와 마을에 정착하여 채소를 키우고 꽃을 가꾸기 시작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누구도 이 거대한 숲이 한 사람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노인도 말하지 않는다. 

이 내용을 보면서 《나무를 심은 사람》을 직접 읽은 것이 아님에도 가슴 찡한 기분이 들었다. 그 노인은 아무 희망 없는 현실에서 장차 몇십년 앞을 내다보며 현실에 충실했던 것이다. 그것도 자신의 개인적 이득을 위한 것이 아닌 모두를 위한 나무를 심어 누구도 생각지 못한 숲을 만들어냈고, 또한 그것을 자신이 해냈다고 떠벌리지도 않는다. 심지어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이라고 하니 더 놀라웠다. 노인은 어떤 생각을 하면서 그 수많은 도토리를 심었을까. 당장에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 일에 대해 꾸준한 노력을 지속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그 노력들이 쌓이고 쌓여 실제로 눈에 보이는 푸른 숲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이 감동스러웠다. 

예전에 고양이에게 주려고 귀리를 작은 화분에 심어놓고는 하루에 한번씩 들여다보며 왜 싹이 안나냐며 성질급한 불평을 해댔던 기억이 난다. 몇일 뒤 싹이 올라오자 신기하다며 물을 주며 키운 것도 잠시, 몇일 지나자 너무 많은 풀들이 작은 화분에서 왕성하게 자라자 어찌할바를 모르다 결국에는 몇 일 못가 시름시름 노랗게 변하더니 다 죽고 말았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 조차도 꾸준히 관리하고 보살피는데에는 노력이 필요한 법인데 몇 십년 뒤의 미래를 바라보고 꾸준히 나무를 심은 그 노인은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사람보다 훨씬 더 대단해 보인다. 그동안 제목은 많이 들어봤지만 별로 흥미가 가지 않아 읽어보지 않은 책이었는데 조만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문학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시대에 걸친 경험과 희노애락이 들어있다. 어릴 때는 동화를 읽으며 자랐고, 어른이 되어서는 문학과 드라마, 영화등 을 통해 계속해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접하며 살아간다. 사람들이 타인의 삶을 엿보고 싶어하는 심리는 무엇일까. 그건 타인의 삶에서 내 삶에 대한 공감을 얻거나, 희망을 얻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학은 타인의 삶과 그의 생각에 가장 깊숙이 접근할 수 있는 매체인 듯하다. 픽션이든 논픽션이든 사람들은 이야기 속에서 저마다의 공감점을 찾아 자기 삶에 견주어본다. 그러면서 위로를 얻기도 하고, 공감하며 함께 울기도 한다. 

예전에는 이야기가 주는 재미가 박진감 넘치는 책을 좋아했다면 요즘엔 사람의 심리를 깊이 잘 파고드는 이야기가 좋아진다. 책을 읽으면서 그만큼 사람에 대한 이해가 조금씩 깊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잘 모르겠을 땐, 책에 대한 책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어차피 책은 또 다른 책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데, 다른 사람이 읽은 책에 대한 감상을 읽고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읽어보며 감상을 비교해보는 것도 꽤 쏠쏠한 재미이기 때문이다.

<타인의 슬픔을 마주할 때 내 슬픔도 끝난다> 라는 제목도 참 절묘하다. 어차피 모든 사람은 살면서 슬픔과 고난을 겪기 마련이고, 수많은 책 속에서 나와 비슷한, 혹은 나보다 훨씬 심한 슬픔도 마주하기 마련이다. 

어쩌면 문학은 타인의 슬픔을 마주하기 위해 읽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가 슬픔을 대하는 법, 인생이라는 슬픔에 어떻게 대항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