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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자존감 수업 - 세계 최고의 인재들은 어떻게 고민을 해결하는가
웨샤오둥 지음, 강영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심리상담은 사람을 기분좋게 하죠. 마치 하늘을 나는 것처럼요."
사람과의 대화만으로 심리치료 효과를 이끌어내는 심리상담의 힘은 무엇일까? 난 말의 힘을 별로 믿지 않는 축에 드는 사람이었다. 말은 물리적인 힘이 없으며, 입에서 나오자 마자 사라지고 마는 연기같은 것이니까. 하지만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서 서로를 이해하고자 하는 기반위에서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는 대화는 정말 효과가 있나보다.
하버드 자존감 수업 의 저자 웨샤오둥은 하버드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다년간 하버드 교내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접 심리상담을 진행했다. 혼자서 몇 달을 끙끙 앓다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품고 찾아왔던 학생들의 상담내용 사례들 중 10가지 정도를 추려내어 책으로 정리했다. 각각의 사례들이 보여주는 사실은 결국은 하버드 학생들도 한 명의 약한 인간일 뿐이라는 것, 그리고 상담을 통해 자신의 진정한 상태를 알게 되는 것은 분명 자신의 삶을 바꿔나갈 수 있는 큰 힘이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심리상담을 공부하거나 준비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더 큰 도움이 될 듯한 책이다. 심리 상담의 다양한 이론과 더불어 각 상담 사례가 끝날 때마다 상담한 내용을 분석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 상담이 진행된 것인지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어 흥미와 정보를 동시에 제공한다.
심리상담은 일반적인 위로와 다르다. 심리상담은 마음을 풀어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성장하게 한다. 여기서 말하는 성장이란 바로 상담 과정을 통해 내담자가 문제의 본질을 똑바로 보고 그것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깨달아,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마음의 안정을 찾고 사회에 적응하는 것을 말한다. 마음을 풀어 기분 좋게 하는 것은 심리상담의 전주에 불과하고 성장하게 하는 것이야 말로 심리 상담의 주선율이다. 그러므로 심리상담에서는 개인의 유쾌하지 못한 경험을 자아 성장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삼는다. 개인이 경험한 좌절과 시련을 적극적으로 대하게 함으로써 위기와 어려움 가운데서 희망을 보게 한다. (..) 에이브러햄 매슬로의 말을 빌리면 심리상담은 사람에게 절정 경험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 이것이 '하늘을 나는 느낌'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이것이 바로 심리 상담이 추구하는 경지다. < 하버드 자존감 수업 p.29~30>
나는 심리상담을 받아본 경험이 없어 단지 내담자의 하소연을 들어주고 그런 심리에 대해 설명해주며 위로해주는 정도의 과정일거라고 생각했는데 꽤나 전문적인 영역인 듯 하다. 상담하는 장소의 가구색깔 이나 배치, 내담자가 앉는 자리에서 보이는 그림의 종류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쓰면서 내담자의 정신적 평안을 돕는다. 그들 사이에서 과연 어떤 이야기가 오갈까. 전 세계에서 가히 최고라 할 수 있는 명문대에 다니는 학생들의 숨은 고민은 과연 무엇일까. 세계 최고의 두뇌를 지닌 그들의 자존감에도 과연 문제가 있을까?
호기심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한 첫번째 사례부터가 바로 열등감에 대한 사례였다. 세계 최고의 두뇌를 자랑하는 이들에게도 열등감이란건 존재하나보다. 각자의 학창시절, 뛰어난 두뇌로 주변의 칭찬만 들으며 성장해온 이들은 이제 그들끼리의 경쟁을 시작한다. 고향에서는 내가 최고였을지 몰라도 뛰어난 사람만 모아둔 곳에서는 나 같은 건 눈에도 띄지 않는 먼지 같이 느껴질 뿐인 것이다. 첫번째 사례의 내담자는 하버드에서의 학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스트레스와 함께 주변 친구들과의 비교를 통해 점점 열등감에 둘러쌓여 하버드에서 버텨낼 수 있을까 고민하는 여학생이었다. 그렇다. 자존감은 주변과의 비교에서 온다. 내내 뛰어난 실력으로 칭찬만 받던 사람이 갑자기 경쟁에서 밀려버렸을 때의 그 절망감과 열등감, 그게 어떤 느낌일지 대충은 알 것 같다. 상담자는 남들과의 비교는 자신을 좀먹을 뿐이니 자기 자신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감을 찾으라고 말을 하는데, 그 얘기를 보면서 내 사례가 떠올랐다.
올해 초쯤, 나는 일하는 데 필요한 추가 지식을 쌓기 위해 몇달 간 학원에 등록해서 빡세게 미친듯이 공부를 했었다. 세상에 내가 모르는게 이렇게나 많았다니, 거기다 세상에 실력자는 왜 이렇게 많은건지 난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면서 열등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배우면 자신감이 엄청 생겨서 이것저것 척척 해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몇달 간의 학원 수업이 끝난 후 난 오히려 풀이 죽은 상태였다.
"이 업계에서 최고가 되긴 글렀어. 난 너무 부족해. 내가 이것밖에 안됐다니!"
혼자 이런 생각들을 하며 자존감이 하락하고 있을 때, 나랑 같이 일하는 그가 말했다.
"너 근데 진짜 실력 많이 늘었다. 예전이랑 비교도 안되게 오류도 빨리 찾아내고, 속도도 엄청 빨라지고 진짜 잘하는거 같애!"
그런데 그 말이 별로 기쁘지가 않았다. 니가 뭘 잘 몰라서 그런다고, 세상에 잘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 줄 아냐고, 난 우물 안 개구리였다고..풀죽어 그렇게 말하자, 이렇게 말해주었다.
"왜 남이랑 비교를 해. 니가 아무리 잘하게 되더라도 너보다 잘하는 사람은 무조건 있게 마련이야. 니 자신이랑 비교해서 니가 얼마나 많이 발전했는지 생각해봐.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하던걸 이제는 척척 해낼 수 있게 됐잖아."
사실 그 말이 맞았다. 예전의 나 자신과 비교를 하면 확실히 발전을 했다. 그런데 난 남과 비교를 하면서 스스로 부족하다는 생각에 오히려 자신감이 떨어졌던 것이다. 내가 잘할 수 있는 부분에서 최선을 다해서 성과를 내면 되는건데 너무 욕심이 과했나 싶기도 했다. 그 뒤 다시 생각을 좀 고쳐먹고 나자 마음이 좀 편해졌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그렇게 말해줬던 그는 참 좋은 상담자였던 셈이다.
<하버드 자존감 수업>에는 친구의 자살로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 동성애로 고민하는 사람, 부모와 진로문제로 의견차이가 있는 사람, 자신의 진로 때문에 부부생활이 위태로운 사람 등 다양한 사례들이 등장한다. 사례를 들어보면 정말 고민되겠다 싶은 문제들이 많아서 이런 사례는 어떤 식으로 해결할까 자연히 궁금증이 생긴다. 하지만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답을 정해주는 존재가 아니다. 스스로가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존재인 것이다. 몇가지 질문을 통해 내담자가 스스로가 답을 생각해보고, 해결을 위한 시도를 해볼 수 있도록 힌트를 준다. 상담자는 되도록 많은 말을 하지 않고 듣기를 많이 하는 존재이지만 내담자들은 상담자와 대화를 통해 앞으로 자신이 어떻게 해야할지 스스로 답을 찾아나간다. 혼자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해결되지 않던 문제들이 전문가와의 체계적인 소통을 통해 차차 해결되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말의 힘, 대화의 힘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됐다.
사람은 결국 자기안에 답을 지니고 있다.
심리 상담은 결국 자기 마음 속 깊숙히 숨겨져 있어 안보이던 답을 "여기 있네요" 하고 손짓해주는 행위인 것이다.
마음이 답답할 땐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들여다보자. 숨겨져있던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발견하면 하늘을 나는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