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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특이점이 온다 - 제4차 산업혁명, 경제의 모든 것이 바뀐다
케일럼 체이스 지음, 신동숙 옮김 / 비즈페이퍼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 이대로 가다간 우리 모두가 일자리를 빼앗길지 몰라.
얼마전 구글의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에서 알파고가 최종 승리한 이후 사람들 사이에 공포심이 번져가고 있다. 기계의 발전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으며, 이미 인간을 능가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산업 혁명, 정보 혁명등을 겪어오며 그 변곡점마다 그 전엔 생각지 못한 변화를 겪어왔던 인류지만, 이번 제 4차 산업혁명은 그 전과는 완전히 다를 것이라며 두려움에 떨고 있다. 실제로 인공지능의 상태는 매 발걸음마다 2배씩 증가하는 속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머신러닝, 딥러닝 같은 기술로 기계가 스스로 여러가지 패턴을 인식해 학습 해나가는 과정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그 변화속도가 무시무시한 것이다. 실제로 그 기계를 설계한 인간도 기계가 어느 정도까지 학습이 가능한지 알 수 없다. 바로 기술적 특이점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인데, 여기서 특이점이란, 밀도가 무한히 높아지는 블랙홀의 중심에서는 모든 규칙이 깨져 일반적인 예상이 불가능한 것처럼, 어떤 특이점에 도달하게 되면 기존의 규칙이 깨져서 다음을 예측하기가 평소보다 어려워지는 상태가 되는 것을 말한다. 정확한 예상은 어렵지만, 어렴풋이 알 수 있는 것은 머지않아 이 기계들이 인간이 하는 거의 모든 일을 대체하게 될 것이란 것이다. 인간이 아무리 기계에 지지 않으려 노력한 들 어쩔 수 없이 미래엔 거의 대부분의 분야에서 기계가 인간을 압도할 것이 뻔하다는 것을 전제로 케일럼 체이스는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다만 그 미래가 사람들이 막연히 두려워하는 디스토피아가 될 것이냐, 혹은 의외로 인간에게 더 많은 자유시간과 행복을 주는 유토피아가 될 것이냐의 문제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실제로 20년안에 일반화될 것이라는 저자의 전망에 살짝 놀랐다. 내 짝꿍씨는 현재 장롱면허 상태라, 모든 운전은 내가 담당하고 있다. 워낙 길치에 방향치까지 갖춘 짝꿍씨라 운전을 시키는 내가 더 불안할 것 같아 그냥 내가 하고 말지만, 앞으로 자율주행자동차가 곧 일반화 될 것이니 조금만 기다리라며 당당히 말하는 걸 보면 얄미워서 때려주고 싶었다. 그게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일반화 될 것 같냐며 비웃었는데, 사실은 그리 멀지 않은 얘기였던 것이다. 그 핑계로 짝꿍씨는 앞으로도 운전 배울 생각을 하지 않겠지 ㅋㅋ
생각해보면 우리가 최첨단 시대를 살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아직까지 물리적인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들이 많다. 일례로 얼마전에 가스비를 앱으로 확인하려고 다운 받았는데, 실시간 요금을 알려면 직접 계량기를 사진으로 찍어서 확인해야 한단다. 아직도 계량기 확인을 사람이 직접 하고 다녀야 한다는 사실이 요즘 세상에 좀 놀랍지 않은가. 곧 그것도 자동화 될 거라는 소식을 듣긴 했는데, 그렇게 되면 우선 가스 검침원부터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다양한 직업군에서 기계적으로 할 수 있는 요소들을 찾아내 하나하나 기계가 대체하다 보면 어느새 기계보다 인간이 잘할 수 있는 분야는 몇 개 남지 않을 것이다.
<경제의 특이점이 온다>는 미래를 2021년, 2031년, 2041년으로 나눠서 꽤 구체적으로 예상해서 보여주고 있다. 특히 2041년에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기계가 인간을 대신하기 때문에 선진국에서 실업자의 비율이 50%가 넘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그는 일자리를 잃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닐수도 있다고 얘기한다. 인간이 하는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일들을 기계가 대신해주게 되면 인간은 좀 더 편하고 창의적인 쪽에 시간을 들일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힘든일을 대신해주고, 인간들은 그 혜택을 누린다? 저자는 1만 2000여년 전, 농업혁명으로 인해 잉여자원이 많아지면서 출연하게 된 귀족 계층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그들은 특별한 직업이 없이 사교나 여행에만 시간을 쏟으며 지냈지만 이들이 그것 때문에 자아를 고민하거나 괴로워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고 하며, 직업이 꼭 인간의 행복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을 덧붙인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동등한 부를 누릴 수는 없고, 일부는 일을 하지 않으면 먹고 살 수 없는 상황에 이를 것이므로 그는 정부가 지급하는 보편적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꺼낸다. 일을 하던 하지 않던 먹고 살수 있을 정도의 수익을 항상 보장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 자체가 사회주의적인 생각을 어느 정도 담고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워 하고 있긴 하지만, 그는 결론적으로는 인공지능관련 사업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벌게 될 소수의 사람들이 내는 세금으로 나머지 사람들도 적당히 먹고 살 수 있는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이 그나마 좋은 그림이라고 밝히고 있다.
특히나 유발하라리의 말을 인용하며 설명한 부분이 인상 깊었는데 기술이 발전할 수록 '신들과 쓸모없는 사람들'로 나뉘게 될 것이라는 말이었다.
「가까운 미래사회에는 신체적, 인지적 발전을 가져올 새로운 기술적 발견이 매년 나타나다가, 그 뒤로는 매월, 그리고 매주 나타날 것이다. (..) 그렇게 되면 신기술을먼저 접할 특혜를 누리는 사람들과 나머지 사람들 사이에 큰 격차가 나지 않도록 해당 기술을 빠른 속도로 전파하기가 힘들어지고 심지어는 격차를 없애는게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그리하여 최상위 계층은 나머지 사람들보다 더 빨리 변화할 것이다. 이 두 집단이 서로 아주 동떨어진 삶을 살게 되면서, 그 격차가 얼마나 큰지를 다수 집단은 잘 느끼지 못할지 모르지만, 최상위 계층은 분명히 인식할 것이다. 」
< 경제의 특이점이 온다 p.313>
예를 들어 늙지 않는 약이라던가, 잠을 안자도되는 약, 머리가 좋아지는 약 등을 최상위층만 공유하고, 나머지는 그런 존재를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 이른다고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정말 유발 하라리의 말처럼 '신들과 쓸모없는 사람들' 꼴이 날 것이다.
<경제의 특이점이 온다>는 분명 경제 도서 임에도 불구하고, 읽으면서 SF소설을 읽고 있다는 착각이 자꾸 들었다. 드디어 영화에서만 보던 미래가 실제로 우리 앞에 닥칠 예정인가 싶어 신기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물론 책에 나오는 내용은 케일럼 체이스가 생각하는 시나리오 이므로 이 예상이 정확할 순 없다. 하지만 과거의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미래를 미리 예견하며 준비하는 것은 분명 의미있는 작업이다. 20년 전에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걸어다니며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상상도 못했던 것처럼 지금부터 20년 후에는 지금 우리가 상상도 하지 못할 일들이 더 빠른 속도로 벌어지지 않겠는가. 그 때를 대비해서 기계가 내 몫을 가로채가지 못하도록 뭔가 엄청난 예술적인 뭔가를 갈고 닦아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혹은 어떤 미래가 펼쳐질까 흥미진진 기다려지기도 한다.
기술이 무섭게 발전하는 것은 이미 막을 수 없다.
두려워만 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시나리오를 생각해보고 미래를 어떻게 대비할 지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