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퐁스 도데 - 아를의 여인 외 24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29
알퐁스 도데 지음, 임희근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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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영의 <행복의 충격> 이라는 책을 읽은 뒤로, 지중해 기후의 아름다운 남프랑스 지방, 특히 프로방스에 대한 로망이 있다. 따뜻하고 온화한 아름다운 자연이 살아있는 곳, 알퐁스 도데는 실제로는 파리 교외에서 많은 글을 썼지만, 프로방스를 자신의 글 고향으로 여긴듯 이 지방을 배경으로 많은 글을 써냈다. 책 서문을 보면 알퐁스 도데가 누군가에게 프로방스의 풍차를 샀다는 계약서를 쓰는 장면이 나오는데, 해설에 따르면 사실은 도데는 풍차를 소유한 적도 없고, '방앗간 주인'이었던 적도 없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프로방스 지방에 가면 알퐁스 도데의 풍차라고 해서 입장료를 내야 들어가서 볼 수 있는 관광지가 있다고 하는데 그건 순전히 소설의 배경이 된 풍차라서 그런걸까? 궁금해진다. 
현대문학에서 낸 세계문학 단편선 29번째 주인공은 알퐁스 도데다. 알퐁스 도데의 단편은 <별> 정도 밖에 알지 못했는데, 이번에 접한 단편들에는 정말 다양한 분위기의 이야기가 눈부신 프로방스의 자연, 해학, 민담들과 함께 자유롭게 어우러져 있었다. 책에는 총 25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풍차 방앗간 편지>라는 책에 담겨있던 짧은 단편 24편과 이번에 국내에 최초로 번역되어 선보여지는 <아를라탕의 보물>이라는 중단편이다. <풍차 방앗간 편지>는 알퐁스 도데가 13년에 걸쳐 다양한 지면에 발표했던 단편들을 엮어서 낸 단편집이다.  오랜시간에 걸쳐서 쓰여진 이야기들이라 그런지 이야기가 모두 제각각인듯 이어진듯 다양한 매력을 뽐낸다. 

알퐁스 도데의 단편 중 가장 유명한 <별>을 다시 읽으며 새삼 놀란 점은 피끓는 스무살 청년인 양치기가 스테파네트 아가씨와 함께 언덕에서 별을 보며 밤을 보내는 장면이 눈에 보일 듯 너무 아름다웠다는 점이다. 원래 이렇게 아무런 진전없이 별만 보다 끝나는 스토리였나 싶기도했지만, 아름다운 밤하늘에 대한 묘사가 그런 싱거움을 없애줄 만큼 아름다웠다. 

『우리 주위에는 별들이 커다란 양 떼처럼 유순하게, 소리 없는 운행을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앉은 채로 이따금 난 그려보곤 했어요. 저 별들 중에 가장 여릿여릿하고 가장 반짝이는 별 하나가 가던 길을 잃고 내게 내려와서는 이 어깨에 기대어 잠든 것이라고요. 』 < 알퐁스 도데 「별」 중에서 p.48>

또 하나 기억에 남는 단편은 <스갱씨네 염소>다. 화자가 자신의 친구인 시인 그랭구아르에게 왜 파리의 유수 일간지에서 내준 고정칼럼자리를 받아들이지  않냐고 하며 정신차리라는 차원에서 들려주는 염소에 대한 이야기다. 스갱씨는 최선을 다해 염소를 키웠지만, 매번 같은 방식으로 염소를 잃었다. 아무리 맛있는 풀을 주고 행복하게 해주려 노력해도 염소들은 하나같이 줄을 끊고 울타리를 넘어 자유를 찾으려고 했던 것이다. 자유를 찾아 떠나간 염소들은 매일 밤 늑대에게 잡아먹혀 생을 마감했다. 같은 방식으로 여섯마리나 되는 염소를 잃고 나자, 이번에는 집에 붙어 사는 것이 몸에 익숙해지도록 좀 더 어린 염소를 사서 최선을 다해 길렀지만, 그 염소 블랑케트도 결국엔 울타리 안에 갖혀사는 생활에 싫증을 냈고, 자유를 원했다. 어느 날, 염소 블랑케트는 결국 주인이 방심한 틈을 타 도망을 갔고, 결국엔 자신이 원하는 넓은 장소를 여행했다. 온 숲과 나무와 풀과 산양들에게 환영 받으며 블랑케트는 진심으로 기쁘고 행복했다. 그렇게 밤이 찾아왔고, 어김없이 블랑케트는 늑대를 만났다. 블랑케트는 최선을 다해 아침까지 견뎌보려고 노력하며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늑대와 싸움을 벌였다. 이윽고, 아침이 되었고, 결국엔 늑대에게 잡아먹히고 말았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자유롭게 살면 빨리 죽는다? 알퐁스 도데는 은근 꼰대기질이 강했는지 유독 교훈적인 이야기를 많이 썼다고 한다. 그래서 이야기들이 전반적으로 아이들이 읽는 동화같은 느낌이 많이 난다. 난 반대로 잠시라도 진정한 자유를 맛봤던 블랑케트는 그래도 행복했겠다, 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의 보호 아래 행복하지 못한 삶을 길게 영위하는 것보다, 자유롭게 불꽃같은 삶을 누리고 의지껏 끝까지 싸우다 조금 일찍 떠나는 것도 본인만 행복하다면 괜찮은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야기 안에서 어떻게 느끼던 그건 본인 마음이니까 뭐. 

나는 개인적으로 이번에 국내에 처음 선보인다는 <아를라탕의 보물>이라는 단편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알퐁스 도데가 죽기 직전 57세의 나이에 쓴 단편이라고 하는데 앞서 발표했던 단편들보다 사람의 깊은 내면변화와 함께 인물과 풍경묘사를 통한 감정표현들이 마음에 들었다. 
<아를라탕의 보물>은 파리에서 연인에게 상처받은 앙리 당주가 파리와 멀리 떨어진 외딴 마을 카마르그의 사냥용 오두막에 머물면서 느끼는 감정들을 담은 단편이다. 사랑에 상처받았으니, 그것과 관련 된 것에서 멀어지면 상처가 치유되리라 생각했던 앙주, 실제로 카마르그에 머물면서 그 곳 특유의 조용한 침묵과 자연환경 속에서 아픔의 상처가 아물어가는 듯 보였으나, 결국 그가 상처를 극복해내는 방법은 상황을 피해서 되는 게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면돌파! 외딴 마을에서 벌어진 그의 심리변화와 그의 어린 소녀 친구 지아의 비밀, 이런 이야기들이 신비하면서도 은근 매력있었다. 특히 단편 뒷부분의 해제에 <아를라탕의 보물>에 대해 정교하게 잘 분석해놓은 리처드 그랜트의 논문이 함께 실려있기에 어려웠던 부분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 부분을 읽고 나니 소설을 처음부터 다시 한번 더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꽤 세밀하게 쓰여진 작품같아서 책에 실린 알퐁스 도데의 다른 짧은 단편들보다 훨씬 깊은 맛이 있었던 것 같다. 

『"내 보물 속에는 사람 구하는 풀과 사람 죽이는 풀이 있지."
이 아를라탕의 보물은 우리의 상상력과 닮지 않았을까? 다양한 걸로 이뤄져 있고, 밑바닥까지 탐구하기엔 너무나 위험한 상상력 말일세. 사람은 그것 때문에 죽을 수도 있고 살수도 있지.』 
<알퐁스 도데 「아를라탕의 보물」 중에서 p.321>

전반적으로 목가적인 분위기나, 교훈적인 내용이 담긴 이야기가 많고, 단편 하나당 지나치게 분량이 짧은 것들이 많기에 프랑스의 문화를 잘 모르는 독자가 읽기엔 다소 지루하고 힘든 부분은 있었다. 실제로 이 책만 읽으면 어찌나 잠이 쏟아지던지, 몇일 간 나의 자기전 수면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읽다보면 알퐁스 도데 특유의 구수한 문체와 이야기들이 정감가기도 하고, 단편들에 대한 해제가 충실하게 실려있기에, 이야기에 대한 해설을 읽어보는게 사실 더 재미있기도 했다. 잘 몰랐던 알퐁스 도데와 친근해지고 싶다면 충실한 해설이 담긴 이 단편선을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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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맥(漂麥) 2017-12-20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억의 알퐁소 도데... 괜히 입고리가올라갑니다...^^

다림냥 2017-12-21 00:12   좋아요 0 | URL
ㅋㅋ 그렇죠~~ 추억돋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는 알퐁스 도데 였습니다ㅋㅋ 특히 <별>은 아주 순수하디 순수하더군용 ㅋ
 
경제의 특이점이 온다 - 제4차 산업혁명, 경제의 모든 것이 바뀐다
케일럼 체이스 지음, 신동숙 옮김 / 비즈페이퍼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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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 이대로 가다간 우리 모두가 일자리를 빼앗길지 몰라. 
얼마전 구글의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에서 알파고가 최종 승리한 이후 사람들 사이에 공포심이 번져가고 있다. 기계의 발전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으며, 이미 인간을 능가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산업 혁명, 정보 혁명등을 겪어오며 그 변곡점마다 그 전엔 생각지 못한 변화를 겪어왔던 인류지만, 이번 제 4차 산업혁명은 그 전과는 완전히 다를 것이라며 두려움에 떨고 있다. 실제로 인공지능의 상태는 매 발걸음마다 2배씩 증가하는 속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머신러닝, 딥러닝 같은 기술로 기계가 스스로 여러가지 패턴을 인식해 학습 해나가는 과정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그 변화속도가 무시무시한 것이다. 실제로 그 기계를 설계한 인간도 기계가 어느 정도까지 학습이 가능한지 알 수 없다. 바로 기술적 특이점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인데, 여기서 특이점이란, 밀도가 무한히 높아지는 블랙홀의 중심에서는 모든 규칙이 깨져 일반적인 예상이 불가능한 것처럼, 어떤 특이점에 도달하게 되면 기존의 규칙이 깨져서 다음을 예측하기가 평소보다 어려워지는 상태가 되는 것을 말한다. 정확한 예상은 어렵지만, 어렴풋이 알 수 있는 것은 머지않아 이 기계들이 인간이 하는 거의 모든 일을 대체하게 될 것이란 것이다.  인간이 아무리 기계에 지지 않으려 노력한 들 어쩔 수 없이 미래엔 거의 대부분의 분야에서 기계가 인간을 압도할 것이 뻔하다는 것을 전제로 케일럼 체이스는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다만 그 미래가 사람들이 막연히 두려워하는 디스토피아가 될 것이냐, 혹은 의외로 인간에게 더 많은 자유시간과 행복을 주는 유토피아가 될 것이냐의 문제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실제로 20년안에 일반화될 것이라는 저자의 전망에 살짝 놀랐다. 내 짝꿍씨는 현재 장롱면허 상태라, 모든 운전은 내가 담당하고 있다. 워낙 길치에 방향치까지 갖춘 짝꿍씨라 운전을 시키는 내가 더 불안할 것 같아 그냥 내가 하고 말지만, 앞으로 자율주행자동차가 곧 일반화 될 것이니 조금만 기다리라며 당당히 말하는 걸 보면 얄미워서 때려주고 싶었다. 그게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일반화 될 것 같냐며 비웃었는데, 사실은 그리 멀지 않은 얘기였던 것이다. 그 핑계로 짝꿍씨는 앞으로도 운전 배울 생각을 하지 않겠지 ㅋㅋ 
생각해보면 우리가 최첨단 시대를 살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아직까지 물리적인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들이 많다. 일례로 얼마전에 가스비를 앱으로 확인하려고 다운 받았는데, 실시간 요금을 알려면 직접 계량기를 사진으로 찍어서 확인해야 한단다. 아직도 계량기 확인을 사람이 직접 하고 다녀야 한다는 사실이 요즘 세상에 좀 놀랍지 않은가. 곧 그것도 자동화 될 거라는 소식을 듣긴 했는데, 그렇게 되면 우선 가스 검침원부터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다양한 직업군에서 기계적으로 할 수 있는 요소들을 찾아내 하나하나 기계가 대체하다 보면 어느새 기계보다 인간이 잘할 수 있는 분야는 몇 개 남지 않을 것이다.  

<경제의 특이점이 온다>는 미래를 2021년, 2031년, 2041년으로 나눠서 꽤 구체적으로 예상해서 보여주고 있다. 특히 2041년에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기계가 인간을 대신하기 때문에 선진국에서 실업자의 비율이 50%가 넘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그는 일자리를 잃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닐수도 있다고 얘기한다. 인간이 하는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일들을 기계가 대신해주게 되면 인간은 좀 더 편하고 창의적인 쪽에 시간을 들일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힘든일을 대신해주고, 인간들은 그 혜택을 누린다? 저자는 1만 2000여년 전, 농업혁명으로 인해 잉여자원이 많아지면서 출연하게 된 귀족 계층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그들은 특별한 직업이 없이 사교나 여행에만 시간을 쏟으며 지냈지만 이들이 그것 때문에 자아를 고민하거나 괴로워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고 하며, 직업이 꼭 인간의 행복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을 덧붙인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동등한 부를 누릴 수는 없고, 일부는 일을 하지 않으면 먹고 살 수 없는 상황에 이를 것이므로 그는 정부가 지급하는 보편적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꺼낸다. 일을 하던 하지 않던 먹고 살수 있을 정도의 수익을 항상 보장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 자체가 사회주의적인 생각을 어느 정도 담고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워 하고 있긴 하지만, 그는 결론적으로는 인공지능관련 사업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벌게 될 소수의 사람들이 내는 세금으로 나머지 사람들도 적당히 먹고 살 수 있는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이 그나마 좋은 그림이라고 밝히고 있다. 

특히나 유발하라리의 말을 인용하며 설명한 부분이 인상 깊었는데 기술이 발전할 수록 '신들과 쓸모없는 사람들'로 나뉘게 될 것이라는 말이었다. 

「가까운 미래사회에는 신체적, 인지적 발전을 가져올 새로운 기술적 발견이 매년 나타나다가, 그 뒤로는 매월, 그리고 매주 나타날 것이다. (..) 그렇게 되면 신기술을먼저 접할 특혜를 누리는 사람들과 나머지 사람들 사이에 큰 격차가 나지 않도록 해당 기술을 빠른 속도로 전파하기가 힘들어지고 심지어는 격차를 없애는게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그리하여 최상위 계층은 나머지 사람들보다 더 빨리 변화할 것이다. 이 두 집단이 서로 아주 동떨어진 삶을 살게 되면서, 그 격차가 얼마나 큰지를 다수 집단은 잘 느끼지 못할지 모르지만, 최상위 계층은 분명히 인식할 것이다. 」 
< 경제의 특이점이 온다 p.313>

예를 들어 늙지 않는 약이라던가, 잠을 안자도되는 약, 머리가 좋아지는 약 등을 최상위층만 공유하고, 나머지는 그런 존재를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 이른다고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정말 유발 하라리의 말처럼 '신들과 쓸모없는 사람들' 꼴이 날 것이다. 

<경제의 특이점이 온다>는 분명 경제 도서 임에도 불구하고, 읽으면서 SF소설을 읽고 있다는 착각이 자꾸 들었다. 드디어 영화에서만 보던 미래가 실제로 우리 앞에 닥칠 예정인가 싶어 신기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물론 책에 나오는 내용은 케일럼 체이스가 생각하는 시나리오 이므로 이 예상이 정확할 순 없다. 하지만 과거의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미래를 미리 예견하며 준비하는 것은 분명 의미있는 작업이다. 20년 전에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걸어다니며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상상도 못했던 것처럼 지금부터 20년 후에는 지금 우리가 상상도 하지 못할 일들이 더 빠른 속도로 벌어지지 않겠는가. 그 때를 대비해서 기계가 내 몫을 가로채가지 못하도록 뭔가 엄청난 예술적인 뭔가를 갈고 닦아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혹은 어떤 미래가 펼쳐질까 흥미진진 기다려지기도 한다. 

기술이 무섭게 발전하는 것은 이미 막을 수 없다. 
두려워만 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시나리오를 생각해보고 미래를 어떻게 대비할 지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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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가분하게 산다 - 몸과 마음까지 깔끔하게 정리하는 일상의 습관
오키 사치코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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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홀가분하게 산다는 것이 쉬운 게 아니다. 돈 걱정, 미래 걱정, 인간관계 걱정 등 누구나 이런 걱정거리쯤 한 주먹씩 안고 산다. 그래서 더 털어버리는 것이 중요한지 모른다. 미니멀리즘이 유행하는 요즘, 사람들은 버리기 열풍이 한참이다. 안쓰는 물건을 버리면서 쓸데없는 잡념과 걱정까지 한꺼번에 버리려는 듯 하다. 《홀가분하게 산다》의 저자 오키 사치코는 청소 업계에 30년 넘게 몸 담고 있는 사람이다. 다양한 집을 몇 십년간 청소하는 사업을 운영해오면서 다양한 일을 겪은 탓일까. 이제 어느 덧 노년에 다다른 듯 보이는 저자는 다양한 주제에 걸쳐 이제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겠다는 듯 조용히 읊조리듯 많은 이야기를 한다. 

사업이 꽤 잘 나갔던듯 보이는 저자는 젊은 시절엔 사고 싶은 물건은 꼭 사야 직성이 풀리고, 온 집안에 많은 물건을 쌓아두고 사는 타입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사지 않고도 산 셈 치는 법, 인간 관계도 모나지 않게 유지하는 법 등을 나이듦과 함께 자연스럽게 터득한 듯 보인다. 사람의 행복은 보통 일생에 걸쳐 U자 패턴을 보인다는 얘기를 본적이 있다. 태어났을 때부터 해서 어린시절이 가장 행복한 때이고,그 후 한참 일하고, 결혼하고, 육아를 할 젊은 시절에는 걱정과 고민이 많아 행복지수가 떨어진다. 그러다 인생의 황혼기인 노년이 오면 다시 행복해진다고 한다.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패턴은 아니겠지만, 어찌 됐든 저자는 노년을 맞아 자신만의 원칙을 가지고 어느 정도 홀가분하고 행복하게 사는 듯 보인다. 

제일 눈 여겨 보았던 부분은 마지막 챕터의 집안 정리와 청소에 관한 부분이었다. 역시나 청소 업계에서 30년 넘게 몸담고 있어서 그런지 청소가 몸에 베인듯해서 놀랐는데, 모든 청소는 그 자리에서 해치워 버리는 것이 최고이다. 일어나면 바로바로 이불 정리, 샤워하면서 욕실 청소, 계단 오르내리면서 계단 난간 닦기, 거실에서 쉴 때도 주변에 쓰레기가 없는지 살피는 습관, 그래서 저자의 집은 언제나 쓰레기나 먼지 하나 없이 반짝반짝 빛난단다. 
에효, 난 좀 더러움이 몸에 직접 느껴져와야 청소를 하는 게으른 타입이라 이렇게 그때그때 청소하는건 좀 자신이 없지만, 저자처럼 눈에 띌 때마다 바로 청소를 하면 크게 대청소를 할 필요없이 항상 집이 깨끗해서 좋겠구나 싶긴 했다. 

「요즘은 밖에서도 집에서도 테이블 위나 주변에 있는 장식물을 슬쩍 만져보곤 한다. 
'더러운 정도'를 체크하는 것이다. 
표면이 '거슬거슬'하면 먼지가 묻은 것이므로 우리집이라면 수건으로 대충 닦는다. 밖에서는 안타깝지만 모른 척하고, 그 곳이 음식점이면 두 번 다시 가지 않는다.  」 <p.213> 

이 부분에서는 왠지 좀 무서웠다. 무서운 시어머니 같은 느낌도 난다. 이런 깔끔한 성미를 갖췄기에 어쨌든 청소업계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거겠지. 

책은 전반적으로는 잘 읽히는 편이긴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개인의 일기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실망스럽긴 하다. 중심 내용이 딱히 없고 , 이 얘기 저 얘기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느낌이라서 에세이로서의 매력은 사실 별로 없다.  폰트도 너무 작고, 문단도 들쑥날쑥이라 정돈된 느낌이 나지 않는다. 나이 들면서 느끼는 다양한 소회들을 다양한 주제로 접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앞으로 에세이는 좀 더 내용을 정돈해서 내는 게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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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우리에게 주어진 놀라운 선물 - 알아 두면 쓸모 있는 헌법 이야기 아우름 24
조유진 지음 / 샘터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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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뉴스를 보면서 결국 이 세상은 돈 있고 힘있는 사람 위주로 돌아가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한숨을 내쉴 때가 있다. '착하고 바르게 사는게 다 무슨 소용이람, 법이라는 것도 다 힘 있는 사람들을 위한거지' 하는 삐뚤어진 생각을 하기도 했다. 돈 있는 사람들이 비싼 변호사를 고용해 잘못을 요리조리 피해가고 더 잘먹고 잘사는 세상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법을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오히려 더 잘 알아야 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우리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  대학교 학부시절, 법학에 관심이 있어서 수강했던 민법 수업에서 두껍고 한자가 가득한 책을 한학기 동안 공부하곤 혀를 내둘렀던 기억이 있다. 물론 흥미로운 부분도 있긴 했었지만, 무척 어렵게 다가왔던 까닭이다. 나를 포함한 일반적인 사람들은 대부분 법이 어렵다는 생각에 자세히 알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별로 하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를 둘러싼 환경에서 헌법이라는 테두리가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추구하는데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헌법, 우리에게 주어진 놀라운 선물》의 저자 조유진은 헌법 교육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헌법 대중화'를 주장한 사람이라고 한다.  청와대 행정관 시절 대통령의 국정 행위를 헌법의 관점에 비춰 살펴보는 업무를 담당했고, 국회정책연구위원으로 주요 현안을 분석하고 개선책을 마련하는 일을 했다. 그는 책에서 모든 사람들이 쉽게 헌법을 접하고, 이해할 수있도록 다양한 예시를 들어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다. 헌법이 어떻게, 왜 생겨났는지에 대한 이유부터 시작해서 헌법이란 무엇인지, 또 헌법이 우리 생활에 실질적으로 끼치는 영향, 실제 일어난 사건들을 예시로 들어 생각 해봐야 할 쟁점 사항까지 다양한 챕터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법 관련 책이라고 하면 어렵다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지만, 이 책은 누구나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간결하고 쉬운 문체로 작성되어 있어 좋았다. 

「국가의 최고 규범인 헌법은 무엇보다도 약자와 소수자를 보호하는 데 중요한 사명을 띠고 있습니다. 헌법은 기존 질서에 대한 사회적 약자의 불만이 시민혁명으로 촉발하면서 탄생했습니다. 헌법이 생겨나기 이전의 법규범은 사회 구성원의 행동을 금지하고 명령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이라는 표현은 기존 질서에 순응적이고 권위에 복종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 이기도 하였습니다. 
헌법은 금지와 명령 대신 모든 사람이 당연히 누려야 하는 자유와 권리를 선언했습니다. 약자와 소수자가 강자와 다수자와 똑같이 보호받아야 함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회가 더욱더 복잡해지고 다양한 이해관계로 충돌하면서 약자와 소수자를 보호하는 것이 헌법의 중요한 사명으로 인식되었습니다. 」
<p 21~22>

국가의 헌법은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이라는 말은 결코 칭찬이 아니다. 우리는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개인의 자유와 평등의 권리를 충분히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책에서 우리가 누려야 할 생각의 자유, 표현의 자유, 국민의 알 권리 등에 대해서도 다양한 예를 소개하고 있는데 인상깊었던 점은 국민의 알 권리에 기반한 공공기관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권에 대한 내용이었다. 
스웨덴에서 한 학생이 수업에서 정보공개 청구권에 대한 내용을 알게 되고 나서, 해당 학교 교장선생님의 3년치 이메일을 공개해달라고 요청했다. 학교측은 학생이 그 정보를 왜 궁금해하는지에 대해 묻지 않고 바로 정보를 공개해주었다고 한다. 비영리 언론 <뉴스타파>는 2017년 4월에 미국 국무부를 상대로 정보공개를 청구하여 자료를 입수하였다고 하는데, 당시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등에 관한 민감한 비밀사안이 포함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물론 삭제된 부분도 많았지만) 외국인인 우리에게 흔쾌히 공개를 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지난 정권을 생각해보면 참으로 많은 것을 은밀하게 비밀에 부쳐 처리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정보공개도 앞으로 좀 더 투명해질 것을 기대해본다. 

《헌법, 우리에게 주어진 놀라운 선물》은 헌법이 왜 중요한지, 왜 알아야 하는지 조목조목 쉽게 설명해주기 때문에 학교에 다니는 자녀와 함께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우리부터가 신민의식에서 벗어나 진정한 시민이 되어야 주어진 헌법을 잘 지켜내고, 그 안에서 개인의 자유와 권리도 잘 찾을 수 있을 테니까.  
헌법을 흥미롭고 쉽게 접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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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자본론 - 사람과 돈이 모이는 도시는 어떻게 디자인되는가
모종린 지음 / 다산3.0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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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친구와 문래창작촌에 있는 수제 햄버거집에서 약속을 잡았었다. 집에서 지하철 몇 정거장 거리인데, 처음 가보는 곳이었다. 원래 철강소 거리였던 노쇠해진 골목길에 최근들어 하나둘 씩 아기자기한 카페와 맛집, 공방들이 속속 들어선 모습이었다. 서울 도심 한가운데에 80년대의 모습을 간직한 낡은 골목길이라니, 걸어다니며 골목길 주변을 구경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분위기 있고 멋졌다. 어스름한 저녁, 낡은 건물 공방의 옅은 불빛 안에서 노란 새끼고양이가 야옹야옹하며 지나가던 우리에게 인사했다. 이제 막 생겨나기 시작한 거리인지 아직은 빈 가게도 적잖게 보이긴 했지만, 반짝반짝하는 도심의 휘황찬란한 거리와는 달리 향수를 자극하는 독특한 매력이 있어 다음에 꼭 좋은 카메라를 들고 사진찍으러 와야겠다며 다짐했었더랬다. 
독특하고 개성 가득한 골목길은 사람을 부르는 매력을 지닌다. 요즘 골목길이 여기저기서 부상하고 있다. 샤로수길, 합정 카페거리, 경리단길, 연희동 등 수많은 골목길들이 핫하게 뜨고 있다. 어딜가나 볼 수 있는 대기업의 프랜차이즈 가게만 가득한 거리가 아닌 저마다의 개성이 가득한 개인 상점들이 늘어서 있어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운 곳, 그 곳이 요즘 많은 사람들이 찾는 핫플레이스다. 

《골목길 자본론》은 모종린 교수가 대한민국 도시의 경제와 문화의 발전을 골목길 상권의 발전과 특화의 관점에서 재미나게 풀어낸 책이다. 경제도서라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중간중간 예쁜 거리 사진들과 함께 대한민국의 다양한 골목길 이야기, 세계 각국의 골목길과 도시 발전이야기들이 담겨있어 지루하지 않게 술술 읽히는 책이다. 골목길이 언제부터 이렇게 핫플레이스가 되었을까. 2000년대 중반쯤부터 부상하기 시작한 홍대, 이태원등의 거리가 이제는 한국에 여행온 관광객들은 물론 한국 젊은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거리가 되었다. 점점 탈물질 시대가 된다는 반증일까, 사람들은 라이프 스타일에서 점점 다양한 개성과 문화를 찾기 시작한다. 그들의 호기심과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다양한 매력을 지닌 골목길이 크게 부상하며, 유동인구가 많아지고 발전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골목길의 부상은 어쩔 수 없는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하는데, 유동인구가 많아지고 상권의 가치가 올라갈수록 젠트리피케이션 현상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낙후됐던 구도심이 번성하면서 임대료가 올라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말하는데, 한국에서는 기존에 골목길의 부흥을 이끌었던 상점들이 임대료 상승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현상을 말한다. 핫한 골목길 상권의 건물주는 오른 땅값만큼 이익을 취하고 싶을 것이기에 더 높은 임대료를 부르기 마련이지만, 그렇게 단기적인 이익만 바라보다가는 어렵사리 만들어낸 개성 넘치는 골목길의 이미지를 다시 일관된 프랜차이즈들만 즐비한 재미없는 거리로 바꿔버릴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책에 나오는 내용중에 흥미로웠던 점은 스타벅스 임팩트였다. 낯선 가게들이 가득한 낯선 골목길에서 스타벅스 로고를 보는 순간 익숙한 느낌에 마음이 푹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스타벅스가 입점한 곳은 자연스레 중심 상권이 된다. 다른 브랜드의 커피전문점보다도 스타벅스의 효과가 월등히 높다고 하니 우리나라 사람들의 스타벅스 사랑은 알아줘야 할 것 같다. 

「하루빨리 매력적인 골목상권을 조성하길 원한다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상권 확대 효과가 큰 거점 상점의 유치다. 성공한 골목상권은 경기가 나쁠 때도 꾸준히 유동인구를 유발하는 상점, 즉 거점 상점을 보유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에서 실패가 없는 명실상부 거점 상점은 젊은 소비자들이 열광하는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다. (중략) 
재래시장과 골목상권을 위협하는 대형마트와 달리 커피전문점과 같은 골목형 프랜차이즈는 오히려 골목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거점 상점으로 언급한 스타벅스가 대표적인 예다. 스타벅스 매장 입점이 주변 부동산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에서 입증됐다. 미국 최대 온라인 부종산 정보 사이트 질로(Zillow)의 연구에 따르면, 1997년에서 2014년 사이에 일반 주택의 평균 지가 상승률이 65퍼센트였던 것에 반해 스타벅스 주변 주택은 96퍼센트나 오르며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 골목길 자본론 p 128~129>

철저하게 해당지역에만 집중한 기업의 성공사례도 인상깊었는데, 대전의 성심당 제과기업과 서울 연희동과 신길에만 위치하고 있는 사러가 쇼핑센터가 그예다. 성심당은 대전의 구도심에 성심당거리를 형성할만큼 큰 규모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지역에는 진출하지 않고 오로지 대전 지역만을 무대로 활동한다. 사러가 쇼핑센터도 철저히 지역에 기반하여 질좋은 유기농 먹거리를 판매한다고 하니 꼭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두 곳 모두 지역주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는 곳이고, 연희동 일대의 몇몇 식당들은 '사러가 쇼핑센터 식재료를 씁니다'라고 내걸고 장사를 할만큼 자부심을 가지고 소비하는 곳이다. 

이제는 획일화된 도심보다는 다양하고 개성넘치는 골목길이 유행을 주도하고,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서울을 비롯해 지방의 각 골목길마다 아직 더 발전할 여지는 충분하다. 다만 골목길 상점의 개성과 질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장인의 육성과 골목길을 찾는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공공재를 제대로 공급하는 것은 정부가 좀 더 발벗고 나서야 할 문제일 것이다. 책을 읽다보니 서울 내에 있는 골목길도 안가본 곳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든다. 날이 풀리면 예쁜 골목길을 찾아서 맛있는 것도 먹고, 예쁜 공방도 구경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랜만에 아주 흥미로우면서도 뇌를 자극하는 좋은 경제도서를 읽은 것 같아 뿌듯하다. 
쉽게 차근차근 다양한 경제원리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는 책이니. 골목길과 도시의 경제가 궁금한 분들은 시간내서 읽어보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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