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돌아오니 당신이 있다

아니, 당신이 있는 여기로 돌아왔다

당신을 떠난 것은 아니었지만, 잊었던 것이기는 했다

 

무명의 당신이 필요했던 30대의 나는

먼 도망길 끝에

다시 당신이 필요하여 이 자리에 선다

도망 다닌 길이 너무 초라하였던 모양이다

넝마 하나 더 얻어 걸치지 못하고

빈 손으로 이렇게 당신 곁에 다시 서는 걸 보면....

 

있지 않은 존재인 당신은

나를 반기지도 떠밀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 담백함과 덤덤함이

필요하다, 당기거나 밀어내는 뜨거움과 차가움에 지친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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