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나는 지금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새로운 땅 만주로 가고 있는데, 왜 지나간 날 들었던 멸망의 옛이야기만을 이다지도 끝없이 떠올리고 있는 것일까.
한번도 실체로서 오늘을 살지 못한 채, 오늘이 어제가 되면 그제서야 비로소 그 어제에 발목이 묶여, 헤어날 길 없는 어제를 오늘 사는 어리석음.
그것이 싫다. (혼불 4 P. 46)
나이 서른을 넘기던 날 부터, 내 삶은 뒤에 두고 온 것들을 돌아보는 것, 그 이상 아무것도 아니게 되어 버렸다. 다시 오지 않을 시간들이라며 닥치게 살아낸 시간들은 고스란히 내가 수습해야할 몫이 되어 남았다. 그래서 오늘을 살 시간이 없다. 어제의 뒤치닥거리를 해 내다 보면 나의 오늘은 어느새 없다. 모든 것을 다 버릴 자신도, 새로운 세상을 찾아 떠날 만주도 내게는 없다. 이렇게 살아지는 것이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