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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199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으며 울어 본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나이가 주는 부담감, 직장인 생활패턴 상 불가피하게 토막나는 책읽기, 습기를 잃어가는 감성 등이 이유가 되어 울만한 책을 읽어도 좀처럼 울어지지 않았었다. 이른 아침 사무실에 앉아 책을 펴놓고 눈물 콧물 훌쩍거리는 나를 보며 사무실 사람들이 웃는다. “와! 정말 책 보고 우시는 거에요?” 민망해서 울먹이며 웃는다. “그러게…”
무엇보다 놀라운 건 작가의 표현력이다.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사람의 마음에 울림을 주는 표현 방식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는 타고난 글쟁이의 솜씨다. 물론 여기에는 좋은 번역도 한 역할 했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가장 많이 보이는 방식은 ‘미루어 짐작하게 하기’이다. 할아버지나 할머니의 ‘작은 나무’에 대한 배려나 애정은 노골적으로 묘사되는 법 없이 늘 간접적 묘사를 통해 미루어 짐작되고는 한다. 그래서 읽는 사람은 그러한 짐작에 슬그머니 웃음 짓게 되고, 마음이 따듯해 지는 기회를 갖는다.
세상을 보는 시각이 얼마나 달라 질 수 있는가에 대한 많은 사례를 제공한다는 점이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이다. 특히 할아버지를 통해 묘사되고 있는 ‘인디언식의 세상 이해하기’는 때로는 우리의 가치기준이 얼마나 허술하고 이치에 어긋나는지를 살짝 속삭여 준다. 물론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인디언과 가장 추악한 서양인-인디언의 상대적 개념으로서-들을 대비시켜 선=인디언, 악=서양인 식의 구분을 짓는 데는 조금 억지가 있다 하더라도.
제목이 조금 평이하다 해서, 책표지나 편집이 애교스럽다고 해서, 소재나 문체가 가볍고 경쾌하다고 해서 가치가 간과되어서는 안되는 아름다운 책이다. 구겨진 마음에 다림질이 필요하다는 사람을 만나면 이 책을 권해 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