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봉지 공주 비룡소의 그림동화 49
로버트 먼치 지음, 김태희 옮김, 마이클 마첸코 그림 / 비룡소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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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옛날 공주님이 살았는데...... 그래서 공주님과 왕자님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나는 동화책을 많이 본 나는 종종 백마탄 왕자님이 나타나는 공상을 하며 자라났다. 하지만 살다보니 백마탄 왕자님이 제 때에 나타난 적은 한번도 없었고, 오히려 내 일은 스스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힘들게 깨닫게 되었다.

그래도 전형적인 공주이야기에 대한 중독은 풀리지 않아, '공주는 일도 안하는 게으르고 나쁜 사람이야'라는 말이라던가 '너는 공주처럼 잠만 자고 왕자가 나타나길 기다리는 사람이 되면 안된다'라고 하셨다는 친구 아빠의 말은 사실 내게 충격이었다. 딸아이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주신 그분은 페미니즘에 눈이 뜨이신 멋진 아빠인 것 같다.

이제 나도 내 딸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너는 왕자님이 나타나 모든 걸 해결해 줄 때까지 기다리는 공주님이 되면 안돼라고. 그런데 아예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이 종이 봉지 공주가 우리 아이가 처음 만나는 공주님 이야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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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과 채소로 만든 맛있는 그림책 아기 그림책 나비잠
주경호 지음 / 보림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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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호씨의 그림책은 상상력과 창의력이 넘친다. <재미난 그림책>이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옷과 소품을 이용한 재미있는 상상력 놀이라면, <맛있는 그림책>은 형형색색의 과일과 채소를 이용한 기발한 동물 그림책이다.

양배추와 귤, 강낭콩, 마늘이 어울려 귀여운 부엉이가 되고 감자, 앵두, 은행, 호박씨로 하마가 태어난다. 어른인 나는 그 상상력에 손뼉을 치고, 우리 아인 알록달록 재미난 동물의 모양에 빠져든다. 참외로 만든 돼지, 당근으로 만든 바다코끼리가 신기한 모양이다. 게다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왼쪽에 등장하는 '누구야 누구야, 뭐하니?' '~~한다'의 반복되는 지문도 아이의 흥미를 유발하기에 충분하며, 기차놀이 하는 양배추, 감자 인형들도 재미있게 다가온다. 우리 아이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오이가 탔어' '피망이 또 탔어'하며 즐거워한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느라 야채를 씻는 아내의 손길을 보며 아이와 한번 그림책을 따라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그림책이 바로 <맛있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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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투병의지와 자기건강관리
오복자 외 / 신광출판사 / 199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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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이 무서운 병에 걸렸는데도, 의사나 병원으로부터는 그 병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없는 것이 한국 의료계의 현실이다. 뭐 특별히 무성의한 의사 선생님을 만나서 그런 것도 아니다. 다른 나라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 나라의 경우 치료의 과정에서 환자 본인은 주체적인 위치를 상실한 채 대상화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증상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나 결정은 대부분 환자는 모른 채 보호자와 의사 사이에서 내려지기 마련이다. 한국 최고의 권위있는 의사 분을 만나도, 제일 좋다는 병원에 가도 그런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처음 백혈병에 걸린 걸 알았을 땐 정말 죽는 줄로만 알았다. 그리고 의사선생님과 병원으로부터 얻는 정보는, 특히 환자인 나에게 주어지는 정보는 정말 제한적이고 단편적인 것 뿐이었다. 어찌어찌해서 <새빛누리회>라는 백혈병 환우단체를 알게 되었고 이 책을 소개받았다.

이 책을 읽고서야 내 병에 대해 객관적이고 자세한 설명을 얻을 수 있었고, 치료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잘 하면 살 수 있겠다는 희망, 아니 반드시 살아야 겠다는 투병의지를 기르게 되었다.

병에 걸린지 일년이 채 안되었지만, 나는 아직 살아있다. 그리고 지금 회복되고 있는 중이다. 물론 의사선생님과 병원의 치료 덕이겠지. 하지만 백혈병에 대해 아무 것도 몰라 답답해하던 나와 우리 가족에게 이 책은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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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 최재천의 동물과 인간 이야기
최재천 지음 / 효형출판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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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파렴치한이나 극악무도한 자를 일컬어 '짐승만도 못한 놈'이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그러나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를 읽고나면 이 표현에 이의를 제기하게 될 것이다. '짐승만도 못하다굽쇼? 어찌 그런 자들을 동물에 비유한단 말입니까? 아무리 미물일 지언정 비유당하는 짐승, 기분 나쁩니다.'라고.

그렇다. 이 책은 자연주의자의 눈으로 본 동물들의 신비로운 삶이다. 최재천이 본 동물들의 삶은 때론 인간에게 교훈을 주고 훈계를 하기도 한다. 그래서 저자의 말대로 '다른 동물들도 그런데 우리도 이래야 하지 않는냐는 식'의 '자연주의적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정도가 과하지는 않다. 왜냐하면 그의 글에는 동물들이 사는 모습을 알면 알수록 그들을 더욱 사랑하게 되는 것은 물론 우리 스스로도 더 사랑하게 된다는 믿음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생명이 있는 것은...>은 인간 중심의 협소한 시각에만 사로잡혀 자연의 지배자인냥 살아가는 우리에게 드넓은 생명의 바다를 시원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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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사냥을 떠나자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3
헬린 옥슨버리 그림, 마이클 로젠 글, 공경희 옮김 / 시공주니어 / 199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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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다 보면 저절로 흥이 나는 때가 있다. 때론 어설픈 가락을 넣어 운문을 읊조리듯, 아니면 판소리의 아니리를 하듯 하다보면, '참,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그걸 들으며 좋아하는 아이의 얼굴을 보면 색다른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곰 사냥을 떠나자>도 아이에게 읽어주다 보면 흥이 나는 그런 책이다. 엄마, 아빠와 세 아이, 그리고 강아지가 곰을 잡으러 떠나는 여행을 그린 이 책은 말놀이와 몸놀이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좋은 뮤지컬(?)용 책이다. '곰 잡으러 간단다. 큰 곰 잡으러 간단다'라는 식으로 반복되는 대사와 '사각 서걱! 사각 서걱!', '덤벙 텀벙! 덤벙 텀벙!', '처벅 철벅! 처벅 철벅!' 등의 의성어는 재미있는 말놀이를 제공한다. 게다가 풀밭을 헤치고, 강물을 헤엄치고, 진흙탕을 밟고 지나는 동작을 몸으로 흉내내며 읽어주면 아이는 틀림없이 좋아서 뒤로 넘어갈 것이다.

곰에게 다가가는 내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점층식 구성도 아이의 흥미를 유발하기에 충분하며, 굴 속에서 곰과 마주치는 순간의 놀라움은 이 책의 하일라이트라 할 만하다. '으악, 곰이잖아!!!!' 이 말에 아이는 깜짝 놀라면서도 '도망가자'를 외치며 책 속으로 빠져든다. 기승전결의 짜임새 있는 구조에 박진감 있는 이야기를 담아낸 이 책을 읽는 묘미는, '큰 소리로 크게 몸짓을 하며' 읽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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