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봉지 공주 비룡소의 그림동화 49
로버트 먼치 지음, 김태희 옮김, 마이클 마첸코 그림 / 비룡소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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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옛날 공주님이 살았는데...... 그래서 공주님과 왕자님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나는 동화책을 많이 본 나는 종종 백마탄 왕자님이 나타나는 공상을 하며 자라났다. 하지만 살다보니 백마탄 왕자님이 제 때에 나타난 적은 한번도 없었고, 오히려 내 일은 스스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힘들게 깨닫게 되었다.

그래도 전형적인 공주이야기에 대한 중독은 풀리지 않아, '공주는 일도 안하는 게으르고 나쁜 사람이야'라는 말이라던가 '너는 공주처럼 잠만 자고 왕자가 나타나길 기다리는 사람이 되면 안된다'라고 하셨다는 친구 아빠의 말은 사실 내게 충격이었다. 딸아이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주신 그분은 페미니즘에 눈이 뜨이신 멋진 아빠인 것 같다.

이제 나도 내 딸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너는 왕자님이 나타나 모든 걸 해결해 줄 때까지 기다리는 공주님이 되면 안돼라고. 그런데 아예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이 종이 봉지 공주가 우리 아이가 처음 만나는 공주님 이야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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