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의 숲 1
이시키 마코토 지음, 유은영 옮김 / 삼양출판사(만화)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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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이라면 누구나 약간의 천재 컴플렉스가 있지 않을까? 자기는 죽어라 몇날 몇일을 밤세워 공부했는데 설렁설렁 공부하는 것 같은 아이가 도맡아 전교 1등을 하는 걸 보았을 때나, 무슨 곡이든 한 번 들으면 금방 피아노로 칠 수 있다는 신동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또는 5살 짜리 꼬맹이가 엄청나게 영어를 잘하는 걸 봤을 때... 약간의 시기심과 함께 부러움을 느끼기 마련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천재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촉각을 기울이기 마련이다. 그들은 평범한 우리네가 갖지 못한 재능을 갖고 있으며, 그 재능으로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피아노의 숲>도 결국은 천재에 대한 이야기이다. 피아노에 천재적인 재능을 보이는 '이찌노세 카이'라는 아이와 그의 친구이자 라이벌 '아마미야 슈우헤이', 그리고 교통사고로 음악계를 떠난 불운의 천재 피아니스트 아지노 선생님... 이 세 사람을 축으로 펼쳐지는 일종의 성장드라마이다.

이 세사람을 이어주는 것은 바로 피아노, 즉 음악이다. 숲 속에 버려진 피아노를 장난감 삼아 자라난 창녀촌의 아이 카이는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피아노의 신동이 되어버렸고, '프로를 꿈꾸는' 예비 피아니스트 슈우헤이는 모짜르트의 재능을 시기하는 살리에르처럼 카이를 자신이 넘어야할 목표로 삼게 된다. 그리고 카이가 가지고 놀던 피아노는 바로 아지노 선생님의 것이었다는 사실... 피아노와 음악을 향한 두 아이와 한 남자의 꿈과 목표의식이 잘 얽히고 섥힌 이 작품은 굉장히 빠른 속도감으로 전개된다. 게다가 주인공들이 초등학생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경쟁이면 항상 따라붙는 질투심이나 비겁한 요소들이 배제된 채 진행되는 이야기라서 풋풋한 점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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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고양이 날개책 - 전4권 베틀북 날개책
아츠코 모로즈미 지음, 김정미 옮김 / 베틀북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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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우리 아이에게 사준 건 22개월 때쯤. 아이가 좋아하는 <아기토끼 날개책>의 작가 아츠코 모로즈미의 작품이라 '옳타쿠나'하고 사버렸다.

1권 <아침엔 할 일이 많아요>, 2권 <어디에 살까요?>, 3권 <바깥 놀이는 즐거워요>, 4권 <우리는 형제예요>로 구성된 네권의 책은 그 전작과 마찬가지로 생활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재미있고 따스하게 그리고 있어 기대를 충족시켜 주었다. 고양이 쿠쿠의 캐릭터 또한 토끼 못지않게 귀엽고 정감있다.

무엇보다 내가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4권 <우리는 형제예요> 덕분이다. 왜냐하면 우리 가영이에게도 이제 동생이 생겼기 때문이다. 의젓한 가영이는 누나로서 동생시샘을 덜 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가끔 동생에 대한 적개심(?)을 표출하곤 해서 좀 걱정이 되었는데, 이제는 쿠쿠와 코코의 이야기를 같이 읽으며 동생을 잘 돌봐야 한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 그것도 딱딱한 훈계로써가 아니라 재미있게 책을 읽으며...둘째를 본 아이에게 읽혀주고 싶은 책이 바로 <아기 고양이 날개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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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토끼 날개책 - 전4권 베틀북 날개책
아츠코 모로즈미 지음 / 베틀북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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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이들은 책을 부모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용도로 사용할 때가 많다. 책 여러 권을 쌓으면서 놀 때도 있고, 펼치는 재미에 이쪽 저쪽 뒤적이기도 하고, 책 모서리를 빨다가 질겅질겅 씹기도 하고, 이리저리 던지기도 하고...

처음엔 아이가 책을 이런 식으로 '가지고 놀면' 책이 찢어질까봐 내심 걱정도 되었다. 그런데 우리 아이 5개월 때 사준 <아기토끼 날개책>은 이런 걱정을 덜어준 책이다. 우선 딱딱한 보드북이라 아이가 무던히도 빨고 씹고 했는데, 1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끄떡이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빨고 씹는 걸 좋아하던 아이가 서서히 책을 보고 책과 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책 속의 날개를 펼치면 이야기가 반전되는 날개책의 묘미를 잘 살린 이 책은 아이에게 호기심과 상상력을 길러준다. 이제는 숨겨진 부분에 무슨 이야기가 나올까 다 알고 있는 우리 아이지만 여전히 날개를 펼치며 이야기를 확인하는 걸 즐기고, 때론 나름대로 다른 이야기를 만들기도 한다. 이야기의 주제도 주변에서 갖고 노는 놀잇감과 놀이터에서 생기는 일들, 그리고 아이가 아빠를 돕는 과정, 잠자리에 들기 등이어서 아이의 생활에 대한 좋은 지침이 되기도 한다. 돌 미만의 아이에서 3살 정도까지의 아이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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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를 빨아 버린 우리 엄마 도깨비를 빨아 버린 우리 엄마
사토 와키코 글.그림, 이영준 옮김 / 한림출판사 / 199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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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남자가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남자라서 그런지 난 날씨 변화에 둔감한 편이다. 그래서 아내가 날씨가 좋으니 야외로 놀러 가자거나 “와! 빨래 잘 마르겠다”면서 기분 좋게 빨래를 할 때에도 시큰둥하니 “그래” 하며 넘어간다.

<도깨비를 빨아버린 우리 엄마>도 화창한 날씨에 빨래를 시작한다. 빨래를 너무 좋아하는 엄마는 팔을 걷어부치고 몇 바구니나 되는 빨래를 금새 해치운다. 심지어 아이들도, 고양이도, 강아지도, 빨 수 있는 것은 모두 빨아버린다. 그런데 여기서 질문 하나. 엄마는 빨래를 왜 이렇게 좋아할까? 내 아내는 빨래를 귀찮아 하던데… 아냐아냐… 아내도 가끔은 굉장히 열심히 빨래를 하곤 했어. 스트레스를 풀 때, 또는 날씨가 좋아서 빨래가 뽀송뽀송하게 마를 것 같은 날에는… ‘엄마’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될 것도 같다.

그런데 빨래만 하면 재미가 없지. 이 때 도깨비가 등장한다. 물론 추락사고 끝에 ‘엄마’의 빨래감으로 전락하고 말지만, 전화위복이랄까 새옹지마랄까. 깨끗이 빨려나온 도깨비는 아이들이 예쁜 얼굴을 그려주어 미남으로 대변신하고 만다. 그리고 그 다음은?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가 예약으로 항상 만원이듯, 도깨비들이 구름처럼 몰려와 엄마에게 '빨아주세요, 깨끗이 해주세요, 예쁘게 그려주세요'라고 성화다. 그때 엄마의 자신있는 한마디!! '좋아 나에게 맡겨' (와! 짝짝짝!!! )

아내가 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줄 때 보면 “좋아 나에게 맡겨”라는 부분에서 짐짓 힘이 들어간다. 아내도 그렇게 당당하게 말하는 ‘엄마’가 좋은가 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아이는 도깨비 얼굴 그리는 데 재미를 붙였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재미. 이전에 유행했던 <윌리를 찾아라>와 같은 게임을 ‘거미줄 같은 빨래줄’ 속에서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리는 어디 걸려있지? 양말은? 우산은?”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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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탕탕, 할머니 귀가 커졌어요 비룡소의 그림동화 54
엘리자베트 슈티메르트 글, 카를리네 캐르 그림, 유혜자 옮김 / 비룡소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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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집에 살다가 넓은 집으로 이사와 마음껏 뛰어 놀고 싶은 아이들과 그걸 기어이 막고 말겠다는 아랫집 할머니! 둘이 붙으면 누가 이길까? 당연히 할머니지. 왜냐고? 할머니의 심술을 아무도 막을 수 없으니까. 봐, 변기 물 내리는 소리까지 트집 잡는 거봐. 그럼 조용히 하면 할머니에겐 아무 일도 없을까?

지금은 5층짜리 아파트 1층에 살기 때문에 우리 딸아이와 마음 놓고 뛰어 놀지만, 4층에 살던 때에는 아무래도 조심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아파트나 연립주택 같이 여러 가구가 모여 살다보면 아랫집, 옆집에 시끄러운 소리가 새어나가지나 않을까 걱정이 될 때가 있기도 하다. 아이가 시끄럽게 울거나 미친 듯이 뛰어다닐 때는 더욱. 게다가 아이들 발소리에 시시때때로 인터폰을 울려오는 예민한 이웃이 아래층에 산다면 우리는 아래층 이웃을 만날 때 마다 계면쩍은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을 게다. 그런데 또 입장이 바뀌어 어쩌다 윗집에서 부부싸움이라도 하는 날이면 귀를 쫑긋 세우고 듣게 된다. 아주 재미난 구경거리나 난 것처럼… 여러 사람이 모여 살다보니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일들이다.

어느날부턴가 우당탕탕 뛰던 아이들이 아예 아무 소리도 내지 않자, 이번에는 그 소리를 더 잘 들어보고자 아래층 할머니의 귀가 커진다. 결국 할머니 키보다 더 커진 귀는 침대 밑으로 겹겹이 늘어져 버린다. 이 '못들어서 생기는 병'을 고칠 수 있는 것은 위층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주는 데 있다는 게 이 동화가 제시하는 이웃간의 화해책이다.

결국 심술궂다고만 생각했던 할머니도 사람 소리가 그리웠던 것, 할머니의 외로움이 심술을 만들었다는 게 작가의 생각일까? 하긴 사람은 먼저 손을 내밀기보다는 누군가 내밀어준 손을 잡고 싶어하지. 혹시 우리 주변에도 그런 이웃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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