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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를 빨아 버린 우리 엄마 ㅣ 도깨비를 빨아 버린 우리 엄마
사토 와키코 글.그림, 이영준 옮김 / 한림출판사 / 1991년 9월
평점 :
모든 남자가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남자라서 그런지 난 날씨 변화에 둔감한 편이다. 그래서 아내가 날씨가 좋으니 야외로 놀러 가자거나 “와! 빨래 잘 마르겠다”면서 기분 좋게 빨래를 할 때에도 시큰둥하니 “그래” 하며 넘어간다.
<도깨비를 빨아버린 우리 엄마>도 화창한 날씨에 빨래를 시작한다. 빨래를 너무 좋아하는 엄마는 팔을 걷어부치고 몇 바구니나 되는 빨래를 금새 해치운다. 심지어 아이들도, 고양이도, 강아지도, 빨 수 있는 것은 모두 빨아버린다. 그런데 여기서 질문 하나. 엄마는 빨래를 왜 이렇게 좋아할까? 내 아내는 빨래를 귀찮아 하던데… 아냐아냐… 아내도 가끔은 굉장히 열심히 빨래를 하곤 했어. 스트레스를 풀 때, 또는 날씨가 좋아서 빨래가 뽀송뽀송하게 마를 것 같은 날에는… ‘엄마’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될 것도 같다.
그런데 빨래만 하면 재미가 없지. 이 때 도깨비가 등장한다. 물론 추락사고 끝에 ‘엄마’의 빨래감으로 전락하고 말지만, 전화위복이랄까 새옹지마랄까. 깨끗이 빨려나온 도깨비는 아이들이 예쁜 얼굴을 그려주어 미남으로 대변신하고 만다. 그리고 그 다음은?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가 예약으로 항상 만원이듯, 도깨비들이 구름처럼 몰려와 엄마에게 '빨아주세요, 깨끗이 해주세요, 예쁘게 그려주세요'라고 성화다. 그때 엄마의 자신있는 한마디!! '좋아 나에게 맡겨' (와! 짝짝짝!!! )
아내가 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줄 때 보면 “좋아 나에게 맡겨”라는 부분에서 짐짓 힘이 들어간다. 아내도 그렇게 당당하게 말하는 ‘엄마’가 좋은가 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아이는 도깨비 얼굴 그리는 데 재미를 붙였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재미. 이전에 유행했던 <윌리를 찾아라>와 같은 게임을 ‘거미줄 같은 빨래줄’ 속에서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리는 어디 걸려있지? 양말은? 우산은?”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