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와 철학하기 - 소유에서 존재로, 넘버원에서 온리원으로, 진리에서 일상으로
김광식 지음 / 김영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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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열풍이 뜨거운데 별 책이 다 나왔다 싶었다. 철학과 BTS와의 만남이라니...어떤 내용이 담겨있을까 제목부터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사회비판, 철학적 메세지를 담는 것 등은 1세대 아이돌때부터 있던 컨셉이다.(물론 그때는 컨셉의 뿌리가 빈약한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그런 부분이 중2병으로 취급되다가 끝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던적이 있다. 하지만 요즘 아이돌시장은 '컨셉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화, 전설에서 따오는 모티브 뿐만 아니라 매 앨범마다 컨셉에 맞는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 BTS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걸까? 철학자가 보는 BTS의 이야기는 무엇인지 간단하게 한권으로 소개된 책이다.

제일 먼저 다룬 노래는 '피 땀 눈물'. 이 노래가 니체와 만나게될 줄이야. '자기안에 카오스를 지녀야만 춤추는 별 하나를 낳을 수 있다'라는 구절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기도 하다. 이 대목이 BTS와 만나다니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누군가 피 땀 눈물 노래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데미안+초인철학=피땀눈물'이라 말해도 될 것같다. 이 방대하고 어려운 개념이 노래 하나에 담기다니 흥미롭다.

책을 읽다보니 문득 든 생각은 소년에서 청년으로의 성장과 고뇌가 BTS 앨범 전체를 아우르는 컨셉같다. 이 안에서 삶의 그림자와 어두움을 노래한 On, 삶의 빛과 밝음을 노래하는 Dynamite까지 한 인간의 성장과 고뇌, 행복, 삶의 전반적인 발자취를 다루는 게 BTS가 노래하는 무엇인 것같다.


별이 빛나는 까닭은 스스로 폭발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빛나는 존재 지향의 삶을 살려면 별처럼 끊임없이 해체하고 파괴해야 한다. 소유를 지향하고 지키려는 보수적인 나를 폭발시켜 새로운 나를 생산하고 창조해야 한다. 참된 삶은 다이너마이트와 같다. 참된 삶은 다이너마이트처럼 나와 세상을 밝힌다.

p.67 Dynamite와 존재의 철학


그저 신나게 아무생각 없이 들었던 노래인데, 이렇게 보고나니 꽤나 심오하다. 빛나는 내가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해체되고 파괴되어야 한다. 소유지향이 아닌 존재지향의 삶, 우리의 삶은 이런것이라고 노래한다.

Fake Love 노래 해석부분에서는 나는 저자와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너가 좋아하는 모습이 되기 위한 나는 과연 옳지 못한 것일까? 너가 사랑하는 모습의 내가 되기 위한 나의 모습, 너의 욕망을 욕망하는 나도 '나'의 모습임을 받아들이는 것이 진짜 나로 이르는 길이 아닐까? 이 노래에서 말하는 fake love는 본인의 욕망을 위해 상대를 조정하는 가스라이팅의 모습을 의미하는게 아닐까?

이 외에도 니체, 하이데거, 프롬, 하버마스, 라캉, 들뢰즈, 보드리야르,데리다,롤스,로티,쿤,버틀러까지 왠만한 철학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들의 저서와 주장하는 바를 따로 공부하려면 꽤나 머리터지게 복잡하고 어려운데, BTS노래와 만나니 진입장벽이 낮아진 느낌이다. 하지만 어떤 부분은 철학적인 면을 찾아내기 위해 조금 억지스럽게 엮은 부분도 다소 보인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흥미롭게 철학을 즐길 수 있는 책인 것같다.

*출판사 제공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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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와 힐링의 시간 - 탈무드가 일러주는
주원규 지음 / 마리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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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류의 책은 정말 오랜만에 읽는다. 초등학생 시절 탈무드같이 간단한 일화가 소개되고 이와 더불어 얻을 수 있는 삶의 지혜를 엮은 책들을 좋아했었다. 어린시절에는 ‘그냥 재밌다, 좋은 이야기다’라고 느꼈던 탈무드가 어느 정도 사회생활을 거친 지금에는 내가 잊고 있던 것이 무엇인지, 내가 진짜 중요하게 생각해야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울림을 주는 부분이 있다.


이기심과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은 분명 구별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발판 삼아 ‘나’에 대해 철저하게 성찰해야 할 때가 있다 바로 ‘나’를 구성하는 요소가 온전한 ‘나’가 아니라 자신의 학벌과 가문,재산이라고 생각될 때이다.(중략) 있는 그대로 자기 자신을 신뢰할 수 있는 용기.학벌, 가문, 재산이라는 기준이 아닌, 온전히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용기.그 용기가 곧 지혜다.


그동안 나는 ‘누군가가 인정하는 나’의 노예가 되어 살지 않았는지, 내가 우울하고 스트레스받고 힘들었던 감정이 모두 진짜 ‘나’를 잊고 살아서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전반적으로 탈무드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전반적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길인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발 물러서면 죽는줄아는 요즘같은 시대에 한발 물러서도 괜찮다고, 물러서고 난 뒤에 보이는 여백이 더 아름답고 알찬 인생을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결국 벗어나고 싶다는 말은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 싶다는 갈망의 다른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벗어남을 추구하다가는 넓은 의미에서 소유욕과 집착에 붙들리게 될 위험이 크다.(중략)이는 자유가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왜 그럴까? 욕망을 자유로 착각하면 소유욕을 자신의 자유라고 믿고, 변하지 않는 선한 가치인 자유를 얻으려 애쓸 것이기 때문이다.애쓰면 애쓸수록 깊고 견고한 덫에 빠지는 줄도 모른채 말이다. 반대로 자유는 절제에 있는지도 모른다. 절제는 우리에게 더 나은 것, 더 원하는 것을 갈망하게 하는 게 아니라 지금에 만족하는 기쁨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지금에 만족하는 것과 안주하는 건 차원이 다르다. 상황을 늘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잘못된 자유의 개념을 바로 잡아야 한다. 그랬을 때 비로소 우리는 지금에 만족하기 위한 절제가 진짜 자유를 얻기 위한 지름길임을 깨닫게된다.


자유와 절제, 결코 평행선을 그리며 함께 할 수 없는 개념이라고 생각했다. 늘 나는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했다. 지금보다 더 나은 곳, 지금보다 더 높은곳. 모든 짐을 훌훌털어버릴 곳. 나는 더 갖기 위해 자유를 쫓는다 말하면서도 늘 괴로웠던 것일수도 있다.


우리의 눈,귀,코는 늘 받아들이며 세상과 소통한다.우리는 이렇게 받아들인 소통의 즐거움을 혀를 통해 타인과 나눈다.하지만 혀를 통해 타인과 즐거움을 나눌 때는 매우 조심하고 절제해야 한다.내가 받아들인 것의 딱 절반, 아니 그 절반의 절반만 표현하고 사용하는게 좋다.왜 그럴까? 나의 혀, 즉 말을 할 때는 완벽하게 차별과 편견 없이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또한 완벽하게 타인을 배려해 타인의 입장에서 말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새치 혀가 사람을 죽인다는 말처럼 말조심은 늘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내가 받아들인 것의 절반만 표현하고 사용하는 중용의 자세.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은 ‘중용’이란 것같다. 하지만 너무 말조심만 강조하면 오히려 깊은 교류를 방해하기도 한다. 탈무드는 말조심뿐만 아니라 어떻게 말을 써야하는지에 대해서도 말한다.


더 친밀해지기 위해 말을 배우고 익히자.피하지 말고 긍정하기 위해 말을 사용하자. 실수를 줄이는 것만 의식하지 말고, 실수를 정면으로 돌파하고승화하기 위한 말을 배우자


사회생활을 하면서 늘 말조심을 하기위해 노심초사하는 세월을 보냈다. 그러기에 차라리 입을 다물어버리자라고 생각하는 때가 더 많았다. 늘 말을 하는 것에 대해 어려움을 느낀다. 긍정의 말, 실수를 정면돌파하는 힘을 길러낼 것 이것이 오늘 탈무드가 나에게 주는 교훈같다.  우리는 늘 어딘가에 쓰임을 받기위해 고군분투한다. 회사에서, 사회에서, 모임에서, 가정에서 어디든 나의 쓰임이 나를 증명하는 것같다. 내 쓰임이 다하여 더 이상 내 자신이 필요하다 느끼지 못할때 우울감에 빠지게 된다. 더 이상 쓰임되지 못한 약함은 세상에 용납되지 않는다. 이건 쓰임새가 곧 나 자신이라 착각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비극이라고 탈무드는 말한다. 이 부분에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듯했다. 쓰임새가 있는 인간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망각하고 살아왔던 세월이다. 예전에 어디선가 이런 글을 보고 위안을 받은 적이 있다. 해파리는 힘이 없어서 수면위를 둥둥 떠다닌다, 약하다고 죽는 게 아니라 그냥 물결에 몸을 맡기고 그렇게 살면 되는 거라는 말. 이 별것 아닌 말이 그렇게 위안이 될 수 없었다. 세상의 쓰임새로 나 자신이 평가된다면 그건 진정한 사람다움이 아니다라는 탈무드의 가르침도 이와 같다. 쓰임새가 없다고, 약하다고 모두 없어져야할 것이 아니다. 우리는 기본 전제를 잘못 생각하고 있던 것은 아닐까 다시 생각하게 된다. 전반적으로 나 자신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하는가, 어떻게 죽음을 삶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는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가볍게 시작했다가 다시 내가 현재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해 고찰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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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감옥 에프 모던 클래식
미하엘 엔데 지음, 이병서 옮김 / F(에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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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읽은 미하엘 엔데의 책이다. 초등학생 시절 처음 끝없는 이야기를 만난 후 나의 최애 작가로 등극한 미하엘 엔데. 이번 읽은 책은 기존의 모모나 끝없는 이야기와는 달리 좀 더 어른을 위한 단편모음집이었다. 미하엘 엔데가 만들어내는 환상세계는 늘 나를 가슴 뛰게 한다. 그가 만들어 내는 환상은 마냥 환상 그 자체가 아니라 현실과 맞닿아있는 환상세계이기에 더욱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자유의 감옥 단편집에 나오는 8가지의 이야기는 모두 무언가를 찾기위해 고군분투하거나 먼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나온다.



스스로 ‘탐색 여행’이라 이름 붙인 그 방랑은 아주 자연스러운

그의 존재방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자신이 그토록 애타게 찾던 그것을, 언젠가는,

그리고 어디에선가는 진짜로 찾을 수 있으리라던

소년 시절의 순진한 희망은 이미 오래 전에 사라졌다.

오히려 이제는 자신에게 커다란 괴로움만 안겨 주는

그것을 더 이상 원하지 않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상황을

이렇게 공식화했다. ‘여행의 길이는 목표 성취의 가능성에

반비례한다.’ 이런 그의 생각에는 모든 안간적인 노력에 대한

빈정거림이 담겨 있었다. 모든 바람은 그것이 영원히

이루어지지 않는 것에 그 진정한 의미가 있는지도 모른다.

긴 여행의 목표 p.37


‘모든 바람은 그것이 영원히 이루어지지 않는 것에 그 진정한 의미가 있는지도 모른다’ 이 한마디에 모든 것이 담겨있다. 긴 여행의 목표도 보로메오 콜미의 통로도 여행가 막스 무토의 비망록도 ‘그것’을 찾기 위한 여정 자체에 의미가 있다. 그러므로 ‘그것’을 찾는 것은 이루어 지지 않아야 비로소 기다림과 여행의 목표가 완성된다.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는 단편도 있지만, 미하엘 엔데 소설 속에 나오는 익살스럽고 신비스러운 공간이 잘 표현된 것은 조금 작지만 괜찮아라는 단편이다. 이탈리아에서 만난 아주 작은 자동차에 여러 개의 방과 차고까지 갖추고 다니는 사람의 이야기. 한 편의 코미디를 본 듯한 단편이었다.

미스라임의 카타콤이라는 단편도 인상이 깊다. 고대 로마시대 핍박받던 기독교인들이 몰래 숨어 지내던 카타콤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속에 살아가는 그림자들은 자유의지없이 베히모트의 지시대로 일을하고 밥을 먹고 잠을 자고 끊임없이 목적없는 행위를 지속한다. 그림자 중 이브리는 우연히 카타콤 너머의 기억을 한 조각 찾게되고 베히모트와 지하 카타콤의 비밀을 밝히고 모든 그림자를 구원하고자 마음 먹는다. 흔한 소설이라면 이런 플로우라면 이브리가 영웅이 되어 그림자들을 해방하는 결론이거나 비운의 혁명가로 몰려서 처형당하거나 둘 중 하나겠지만, 여기서는 열린 결말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자유의지를 누군가 불어넣어줄 수는 있지만, 스스로 고뇌하며 찾은 것이 아니면 그저 선동당함에 지나지 않는다. 늘 의심하게 되고 끊임없이 유혹하는 목소리 속에서 내가 진짜로 강력하게 믿지 못하면, 나의 믿음이 진실이란 것도 거짓이 된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자유의 감옥은 중동의 먼 이야기를 상상하게 된다. 인간의 자유의지란 과연 언제나 선하고 옳은 것인지, 신의 섭리와 자유의지의 충돌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이 책에 나오는 단편들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가지면서도 묘하게 연결되는 무언가가 있다. 시간과 공간 그리고 자유에대한 작가의 독특한 상상력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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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가 읽어주는 내 마음
스테판 가르니에 지음, 홍정인 옮김 / 더모던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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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라는 말에 덜컥 서평단에 신청한 책. 어린왕자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작가의 개인적인 감상이 담긴 책이다. 나의 삶, 모습, 생활태도 등 다시금 나를 사랑하는 법을 어린왕자를 통해 비추어보고 있다.




사람은 시간이 흐른 만큼이 아니라 “영혼이 자란 크기만큼 자란다.”

개념과 지식의 갯수를 늘린다고 세상을 더 잘 이해하는 게 아니다.

삶에 대한 예민하고 내밀한 지식은 지독히 더디게 자란다.


사람은 시간이 흐른 만큼이 아니라 “영혼이 자란 크기만큼 자란다.”

개념과 지식의 갯수를 늘린다고 세상을 더 잘 이해하는 게 아니다.

삶에 대한 예민하고 내밀한 지식은 지독히 더디게 자란다.

P.21



순수한 어린왕자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잊고 있던 아주 단순하지만 어려운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모자안의 보아뱀을 보는 순간 우리의 세상은 더 커지고, 우리의 영혼은 더 자란다.



어렸을 때 읽었던 논술책처럼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저자는 독자의 생각을 묻는다. ‘너는 어때?’하고 말이다.



이별에의 연습도 중요함을 어린왕자는 이야기한다. 만남, 친구가 되는 법,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의심없이 바라보는 법, 그리고 외로움을 이해하는 법까지… 사실 어린왕자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잊고 있던 어린시절말이다. 다시 한번 어린왕자를 들춰보며 내 안에 어린왕자를 살펴보고 싶어졌다.

*출판사 제공으로 쓰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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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하의 여성사 특강 - 여성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10대를 위한 인문학 특강 시리즈 3
이임하 지음 / 철수와영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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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책이라지만 성인에게도 도움되는 책이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혐오,문명, 정치,결혼, 전쟁, 호명, 규범, 운동, 노동 등 9가지 주제를 통해 역사에서 소외된 여성의 역사를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이다.


여성들의 역사는 망각되고, 남성들의 활동을 중심으로 한 역사는 선택적으로

기억되었다는 것입니다. 과거가 현재를 만든다는 말처럼 기억이 왜 중요하냐면, 우리가 기억한 것, 의미 있다고 강조한 것, 과거에 빠뜨린 것은 우리의 현재를 규정하기 때문입니다. p.6


망각된 역사도 우리를 구성하는 한 부분임을 강조하는 저자의 머릿말을 보고 깊이 공감했다. 그동안 우리는 남자의 역사, 승자의 역사만을 배우며 자라왔다. 여성, 노동자, 가난한 자, 소외된 자의 역사는 곁다리로 잠시 취급되거나 이름을 찾지 못한 채 지워진지 오래다. 우리는 그동안 반쪽짜리 역사만을 배우며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만성적인 실업, 높은 물가고, 낮은 임금이라는 현실은 여성 노동을 지속적으로 필요로 했습니다.여성들이 노동시장에서 물러나기가 어려운 현실임에도 가정으로의 복귀를 강조한 것은 여성 노동을 일시적이고 보조적인 것으로 여기려는 태도 때문입니다. 이는 여성의 사회 활동에 대한 남성들의 두려움의 표시였습니다. p.31 여성혐오는 언제부터 일어났는가?


세계2차대전 후 사회활동에 나섰던 여성들을 억압하고 다시 가정으로 돌려보낸 서구 자본주의 사회의 모습은 우리나라에도 있었다. 남성 부재 시에는 여성의 노동력을 빌려왔지만, 다시 가부장제 사회를 유지하고 기득권을 얻기위해 여성의 노동력, 목소리를 억압해야할 필요가 있었다. 여성을 성녀와 창녀 이분법으로 규정지어 '말 잘듣는 여성'화하는 사업에 몰두했다.



비용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 전후 질서를 안정시키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전쟁 피해자를 모른 체하면서 특정 대상 곧 여성에게 책임을 묻는 것입니다. 환향녀가 '화냥년'이 된 것처럼,한국 사회에서 '위안부'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쓰인 것처럼,정절을 지키지 못했고, 행실이 바르지 못했고, 사치하고 방탕하다고 비난하면 되니까요.일본군'위안부'가 전후 45년이 지난 뒤에야 생존자 증언이 처음 나오고 아직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로 남아 있는 것은 전후 재건과 질서 그리고 희생양 찾기와 연관된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p.114 '환향녀'는 어떻게 '화냥년'이 되었는가?



이 또한 여성을 성녀와 창녀로 구분지어 본질흐리기화 하는 것과 맞닿아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시기 제도적으로 보완하여 고칠생각은 하지 않고 특정 집단을 차별하여 논점을 흐리는 것은 현재에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모든 부분이 차별과 혐오와 맞물려있다는 것을 늘 느끼게 되는 대목이다.


그러다 1909년 여성도 호적에 이름을 올려야 했습니다. 이름이 없는 여성이 많았기 떄문에 세례명을 가진 여성들은 세례명을 이름으로 신고했습니다.그래서 유독 이 시기에 서양식 이름을 가진 여성이 많았던 것이지요.개화기에 여성들이 사회활동을 하고 여성 교육이 행해지면서 남녀ㅕㅇ등의 한 방법으로 여성도 이름을 가졌습니다. 1920~1930년대의 신문을 읽으면 이성녀, 김성녀, 임성녀 따위로 '성녀'라는 이름이 많이 나옵니다.(중략)임성녀의 한자는 林姓女로 '임씨 성의 여자'라는 뜻입니다.'언년','자근애기','간난'으로 호적에 이름을 올리기는 했지만 '성녀'라고 불리는 여성은 여전히 이름이 없었던 것입니다.

p.119-120 일제강점기에는 왜 '성녀'라는 이름이 많은가?


제일 인상깊었던 챕터의 내용 중 하나이다. 김마리에, 박에스더 등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 중에서 유독 서양식 이름을 가진 분들이 많아서 의아하게 생각했었는데, 뿌리깊은 여성 차별의 한 부분이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이름이라는 것은 별것 아닌 것같지만, 참으로 별것인 것이다. 내게로 와서 이름을 불러주었을때 비로소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 시인의 시처럼 호명한다는 것은 한 존재를 인정하고, 그가 그답게 있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이름이라는 것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아이가 태어나면 돈을 들여서라도 철학원에 가서 좋은 뜻의 이름을 지어오지 않는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이름을 갖지 못하고 자아를 갖지 못한 채 살아왔을까 생각하니 가슴 한편이 저려온다. 학습의 기회가 생기고, 자기 자신의 이름을 갖게될 기회를 가진 여성들은 그때 비로소 새롭게 태어남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여성의 단발은 여성이 남성화되거나 여성의 본분을 지키지 않는 행위로 비쳤고,단발한 여성에 대해서는 사회적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투사적 의지이건,여성 억업에 대한 반발이건, 정절의 증명이건, 생활의 편리함을 꾀하기 위해서이건 단발은 당시 여성들에게는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사회에 대한 도전이요 반항이었으며 여성해방의 표상이었습니다.

p. 156  금기를 넘어선다는 것은?



저 문장에서 단발이라는 단어를 숏컷이라고 바꾸면 2022년 현 세대의 모습과 다를바가 없다. 아이러니하다. 여성은 태어나서부터 죽을때까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열을 받는다. 심지어 패션을 위해서이건 아니면 의지의 표현을 위해서 선택한 것이든 내가 내 맘대로 할 자유가 없다. 머리 모양을 하나 하더라도 하나하나 검열을 받는다.


혹자는 이 책을 읽어보지도 않고, 불온서적으로 낙인찍으려 할 수도 있다. 여성사는 누구를 차별하자는 것이 아닌 평등하고 민주적인 가치를 배우는 과정이다. 반쪽의 역사를 찾아가는 과정은 우리가 다양하고 넓은 시각으로 역사와 세상을 바라보는데 도움이 되는 과정이다. 불편하다하지말고 배우려는 노력이 있을 때 평등하고 발전적인 미래가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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