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감옥 에프 모던 클래식
미하엘 엔데 지음, 이병서 옮김 / F(에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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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읽은 미하엘 엔데의 책이다. 초등학생 시절 처음 끝없는 이야기를 만난 후 나의 최애 작가로 등극한 미하엘 엔데. 이번 읽은 책은 기존의 모모나 끝없는 이야기와는 달리 좀 더 어른을 위한 단편모음집이었다. 미하엘 엔데가 만들어내는 환상세계는 늘 나를 가슴 뛰게 한다. 그가 만들어 내는 환상은 마냥 환상 그 자체가 아니라 현실과 맞닿아있는 환상세계이기에 더욱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자유의 감옥 단편집에 나오는 8가지의 이야기는 모두 무언가를 찾기위해 고군분투하거나 먼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나온다.



스스로 ‘탐색 여행’이라 이름 붙인 그 방랑은 아주 자연스러운

그의 존재방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자신이 그토록 애타게 찾던 그것을, 언젠가는,

그리고 어디에선가는 진짜로 찾을 수 있으리라던

소년 시절의 순진한 희망은 이미 오래 전에 사라졌다.

오히려 이제는 자신에게 커다란 괴로움만 안겨 주는

그것을 더 이상 원하지 않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상황을

이렇게 공식화했다. ‘여행의 길이는 목표 성취의 가능성에

반비례한다.’ 이런 그의 생각에는 모든 안간적인 노력에 대한

빈정거림이 담겨 있었다. 모든 바람은 그것이 영원히

이루어지지 않는 것에 그 진정한 의미가 있는지도 모른다.

긴 여행의 목표 p.37


‘모든 바람은 그것이 영원히 이루어지지 않는 것에 그 진정한 의미가 있는지도 모른다’ 이 한마디에 모든 것이 담겨있다. 긴 여행의 목표도 보로메오 콜미의 통로도 여행가 막스 무토의 비망록도 ‘그것’을 찾기 위한 여정 자체에 의미가 있다. 그러므로 ‘그것’을 찾는 것은 이루어 지지 않아야 비로소 기다림과 여행의 목표가 완성된다.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는 단편도 있지만, 미하엘 엔데 소설 속에 나오는 익살스럽고 신비스러운 공간이 잘 표현된 것은 조금 작지만 괜찮아라는 단편이다. 이탈리아에서 만난 아주 작은 자동차에 여러 개의 방과 차고까지 갖추고 다니는 사람의 이야기. 한 편의 코미디를 본 듯한 단편이었다.

미스라임의 카타콤이라는 단편도 인상이 깊다. 고대 로마시대 핍박받던 기독교인들이 몰래 숨어 지내던 카타콤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속에 살아가는 그림자들은 자유의지없이 베히모트의 지시대로 일을하고 밥을 먹고 잠을 자고 끊임없이 목적없는 행위를 지속한다. 그림자 중 이브리는 우연히 카타콤 너머의 기억을 한 조각 찾게되고 베히모트와 지하 카타콤의 비밀을 밝히고 모든 그림자를 구원하고자 마음 먹는다. 흔한 소설이라면 이런 플로우라면 이브리가 영웅이 되어 그림자들을 해방하는 결론이거나 비운의 혁명가로 몰려서 처형당하거나 둘 중 하나겠지만, 여기서는 열린 결말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자유의지를 누군가 불어넣어줄 수는 있지만, 스스로 고뇌하며 찾은 것이 아니면 그저 선동당함에 지나지 않는다. 늘 의심하게 되고 끊임없이 유혹하는 목소리 속에서 내가 진짜로 강력하게 믿지 못하면, 나의 믿음이 진실이란 것도 거짓이 된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자유의 감옥은 중동의 먼 이야기를 상상하게 된다. 인간의 자유의지란 과연 언제나 선하고 옳은 것인지, 신의 섭리와 자유의지의 충돌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이 책에 나오는 단편들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가지면서도 묘하게 연결되는 무언가가 있다. 시간과 공간 그리고 자유에대한 작가의 독특한 상상력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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