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이솝우화 - 예기치 못한 '깨달음'이 숨어 있는
트이로프 지음, 김정우 옮김 / 스마트비즈니스 / 200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교훈 : 호의를 받아들여주는 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져라. (79쪽)

 

     트이로프,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프로이트 이름을 거꾸로 한 사기꾼이 있었다는 교양강좌의 교수. 그러고 보니 교양강좌를 하던 그 교수도 약간 사기꾼 같다는 느낌이 든다.  한데 트이로프,의 글이 썩 사기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어쩌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비틀어 생각하기,라는 기법으로 현재 독서치료에서 활용하고 있는데, 트이로프의 사고 역시 상통한다.  

 

     트이로프가 이솝우화를 완전 다르게 각색, 재창조한 것인지는, 나는 정확히 단정지을 수가 없다.  이솝우화가 기억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기 전 <이솝우화>를 먼저 구입, 책장에 잘 보관만 하고 있다.  해서 좀 뒤, 언제가 될지는 모를 일이지만 나중에 진짜 이솝우화를 읽고 나면 <뜻밖의 이솝우화>를 달리 볼지도 모른다.  어쨌든 나는 이 책이 참 재미있다.   세상에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분이 존재하다니, 외롭지가 않다. ^ ^;;

 

     호의를 받아들여주는 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져라. 

 

     트이로프는 이솝우화를 적당히 각색한 듯하다.  한데 각색보다 더 영묘한 부분이 바로 '교훈'으로 내세운 한 줄 문장이다.  쥐와 사자의 이야기는 언제가 들어본 듯도 하다.  쥐가 사자를 구출한다.  그물에서 빠져나온 사자가 쥐에게 고맙다, 해서 보은을 하는 쪽의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뜻밖의 이솝우화>는 좀 다르다.

 

     "저 좀 보세요. 선생도 저 얼간이 하는 꼴을 봤더라면 아마 가관이었을 겁니다.  저 바보가 글쎄 힘만 셌지, 밧줄에 묶이니까 무서워서 벌벌 떨기만 하더라 이 말입니다.  그래서 내가 풀어줬지요, 그러니까 완전히 죽을 목숨 하나 살려줬다 이거죠."

이 말을 들은 사자는 미처 앞뒤 가릴 것도 없이 그 무시무시한 발을 들어 은인을 내리쳤다.  호떡보다도 더 납작해진 불쌍한 생쥐의 새체는 벌판에 던져져 개미들의 먹이가 되고 말았다. (78~79쪽)

 

     삽화 역시 한몫을 하고 있다.  그림이 글보다 앞선다는 것, 정확성이 다소 떨어지지만 명료하게 내용을 전달할 수 있는 강점을 가졌다는 점을 생각하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쥐와 사자,이야기에 수록된 삽화는 그 자체로 이 모든 내용을 요약하고 있다.

 

사자 : 이런 쥐색히가 어디서 주둥이를 함부로 놀려!

쥐 : 찍~ 찍~ (퍽) 찍!

사자 아들 1 : 생쥐 녀석 왜 자꾸 성질을 건드려서 화를 자초 하냐고요~

사자 아들 2 : 불쌍한 녀석......

 

     <뜻밖의 이솝우화>는 짧은 이야기가 가득, 풍성하게 수록되어 있다.  '해와 바람'이 나그네(농부)의 옷벗기기 내기 역시 트이로프는 달리 풀어낸다.  '제 성질 개 주면 건강에 해롭다'? 순간 갸웃갸웃 고개를 외로 기울게 된다. 무슨 뜻일까.   한데 내가 알고 있던 이솝우화와는 내용이 제법 달랐다.  교훈만 슬쩍 훝어 읽다가 <뜻밖의 이솝우화>는 또 한 가지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애쓰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그것이 바로 이야기 만들기라는 사실을.   이솝 우화로 <뜻밖의 이솝우화>가 나왔듯이 우리는 <나의 이솝우화>를 만들 능력이 있는 것이다.  다만 스스로 억누르고 있을 뿐이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보이고 있는 <뜻밖의 이솝우화>는 참으로 고마운 책이다.  즐거움과 교훈을 모두 갖추고 있는 이 책을, 심각해하지 말고 가볍게 읽을 수 있기를.  오래 생각할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홍길동전 나의 고전 책꽂이 2
김진섭 지음, 양상용 그림 / 깊은책속옹달샘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가족의 문제가 한 가정 내의 것으로만 볼 때 비난하기 일쑤다.  왜 그렇게 사냐, 부모 잘못 만나 아이들 고생이다 등등으로 혀차는 소리가 수없이 쏟아진다. 과연 가족 구성원들 개개인만의 문제일까.  보는 시각에 따라 무수한 이야기가 쏟아질 것이다.  초고가 나온 뒤 수백년이 지난 지금도 <홍길동전>이 예사롭지 않은 것은 비단 국문 사용 때문만을 아니다.  <홍길동전>의 우수한 점 가운데 하나는 바로 가족 문제가 곧 사회, 국가 전체의 이야기로 끌어가고 있는 '힘'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홍길동전>을 다시 읽었다.  갑갑해서 미쳐버릴 것 같은 국어 수업 시간이 아니라  읽어야 할 것 같은 때가 비로소 맞아들어 읽었다. 김진섭 님의 <홍길동전>은 글말보다 그림체에 더 매료되었다는 것이 솔직한 내 심정이다. 동화책에서 그림체는 갑직하게 보아 넘길 것이 아니다. <홍길동전>에서도 마찬가지다. 양상용님의 그림체는 신비롭다.  무식한에게도 이 그림체는 아마 조선조 문화를 그대로 드러내는 듯하다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우리의 문화가 우리 모두의 것이라고 막연히 믿어 의심치 않았던 때가 있었다. 한데 과연 문화라는 것이 집단성이 있는가, 자문할 경우에는 긍정적이지 못하다. 문화 역시 '힘'의 논리를 따르게 마련이라는 비관, 염세주의가 야비하게 고개를 쳐든다. 잊혀지, 잊어야만 했던 우리 문화, 왕조시대의 풍습을 엿보는 듯한 그림체에서 원색적인 한민족의 문화를 다시금 각성하게 된다. 자연에 가까운 눈부신 원색은 때때로 비현실적이지만, 그래서 더 절실함을 느끼게 한다. 즉 비손, 염원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민족의 문화는 긍정성이 기저에 깔려 있다.

 

     <홍길동전>의 서사는 이미 정규 교육 과정에서 밑줄 쫘악 그으며 지겹도록 들어왔던 내용이다.  하지만 수업 시간에 읽었던, 토막난 홍길동전과는 달리 지금 읽는 이 책은 매력적이다.  아주 단순한 어휘까지 풀어 설명하는 데에서 낯설어 당황할까 걱정하는 제작자의 배려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게다가 홍길동전이 씌어졌던 당시대의 사회, 정치 판도까지 언급하면서, 홍길동으로 추정되는 인물에 대한 설명까지 자세히 해둠으로써 책 읽기를 더욱 풍성하게 도와주고 있다. 이상향을 그리고 있는 율도국, 길동은 노래한다.

 

칼을 잡고 시름을 비껴서니

남쪽 큰바다가 몇 만 리뇨

대붕이 날아다니고

회오리바람이 이는도다

춤추는 소매 바람을 따라 나부끼니,

티끌을 쓸어 버리고 태평한 세상을 만들었구나!

상서로운 구름이 일어나고 상서로운 별이 비치는도다.

용맹한 장군이 사방을 지키었으니

도적이 이 땅을 엿볼 리 없도다

(139쪽)

 

     사람 사는 세상, 관계 속에서 모든 갈등이 비롯되게 마련이다. 이상향 율도국이 지금의 어디 지역이라는 것에는 사실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큰 시름에 애태웠던 그 당시의 고뇌가 지금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여실히 느낄 때 <홍길동전>이 많이 읽혀야 할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가정에서의 대화를 포함한 모든 양육 방식이 한 인간의 일생을 좌우한다. 어마어마한 족쇄다. 홍길동은 그 틀을 깨기 위해서, 자기 정화를 위해서 그토록 비현실적인 행동을 보이며 스스로 치유되어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엄마가 꼭! 봐야 할 독서지도의 정석
가톨릭대학교 우석독서교육연구소 지음 / 글로연 / 200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마침맞게 좋은 책을 읽었다. <독서지도의 정석>(이하, <독서지도>)은 가을 학기에 강의를 하나 더 들어나 볼까 하는 와중에, 안내 지도서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치러냈다.  관심 있는 분야에 관심 있는 책을 읽을 때, 엄청난 몰입을 보인다.  <독서지도>는 그러한 몰입을 경험하게 해준 것만으로도 내게는 중요한 책이다. 

 

2.

     <독서지도>는 교육이다.  이 책은 교육적 측면으로 '독서'를 다루고 있다. 가정에서 양육자가 아이를 어떻게 지도할 수 있는지, 아이가 학습 장면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고 능동적으로 책을 다룰 수 있는 방법을 명료하게 안내하고 있다.  해서 책을 읽으면서 감탄을 하게 된다. 책을 단순히 읽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일상을 표현하는 방법이 참으로 놀라웠다.  

 

     책 첫머리에는 '조용한 가족', 즉 현재 한국 남녘땅의 가정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현세태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썩을 상처를 메스로 도려내듯 침통하다.  하지만 누구나 인정하고 있는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이의를 달 필요는 없을 것이다.  지금 시급한 것은 대책이다.

 

가족 간의 대화가 거의 없고 각자의 일에만 관심을 쏟는 '조용한 가족'이 늘고 있다. (...)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초등학생들조차도 부모와 거의 대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  학년이 높아질수록 대화는 더욱 줄어들고 중,고등학생 40% 정도가 부모와 대화하는 시간이 전혀 없다고 한다.

가정은 가족간의 사랑을 공유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지지해 주는 중요한 곳이다. 또한 사회를 이루는 가장 기본 단위이다. 가족간의 대화가 단절되고, 가족이 서로를 이해하고 지지해주지 못한다면 우리의 고다난 일상은 어디에서 위로를 받을 수 있을까.

(14쪽)

 

    해서 이 책에서는 독서를 통해서, 함께 책을 읽음으로써 가족간의 대화를 풀어내도록 이끌고 있다.  <독서지도>는 교육서이기도 하지만 대화의 창구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총3장으로 구분된 구성은 '엄마'를 독서지도의 안내자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굳이 엄마로 한정할 필요는 없다.  독서지도사이든, 논술교사이든, 혹은 몇 살 위의 형누나이든 상관은 없다.  가르침은 가장 좋은 배움이다.  <독서지도>를 읽고 누군가를 훈육하는 것에 그친다면, 참으로 안타까울 노릇이다.

 

3.

     부록으로 첨부된 책 소개는 어느 하나 빼놓지 않고 읽으면, 구비하면 좋을 테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한 권 책을 읽더라도 <독서지도>에서 소개하고 있는 방법을 착실히 따른다면, 변화 성장으로 가는 모습을 목격할 것이고, 가르치는 이 역시 함께 성장할 것이 틀림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침의 노래 저녁의 시
나희덕 엮음 / 삼인 / 200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詩)는 발자국과도 같다. 시간을 지긋 누르고 지나간 발자국이 시가 아닐까 생각을 한다. 시간은 러시아 인형(51쪽)처럼 열어보면 또 속이 있고, 겉이 속이기도 한, 켜켜이 덮여 무엇이 무엇인지를 단정지을 수 없는 것이다. 한데 층층이 시 한 편이 이정표 노릇을 한다.  시인 나희덕 님이 선정한 여러 편의 시, 그리고 짧게 감상을 남긴 줄글에서 나는 '나'를 본다. 아니 내가 이미 경험은 했으나 제대로 기록하지 못한 시간들을 확인한다.

 

이른 새벽마다

나의 뜨락엔

한 마리씩의 새들이

어김없이 날아와 앉는다

그 가운데서 내가 알 수 있는

새의 이름은

참새와 까치밖에 없지만

하얀 꽁지를 단 아주 아름다운

새도 있다.

(...)

(정진규/ 몸詩 52 - 새가 되는 길/ 72쪽)

 

     얼마나 기억할 수 있을까.  오감으로 느끼는 사물, 경험들에는 모두 제 이름을 가지고 있다.  다만 기억되지 못할뿐, 여전히 그것들은 그것들로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사물에 관심을 갖는 것은, 그래서 '나' 자신에게 쏟는 관심과도 상통하는 것이다.  얼마나 집중하고, 얼마나 깊이 들어가 내 몸이 아닌 다른 사물들 속에서 '나'를 발견하고 통찰할 수 있을까.  그것은 나 혼자만의 전력으로는 불가능하다.  관계 속에서, 건강한 관계에서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씨앗을 품고 공들여 보살피면

언젠가 싹이 돋는 사랑은 야채 같은 것

 

그래서 그녀는 그도 야채를 먹길 원했다

식탁 가득 야채를 차렸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오이만 먹었다

 

그래 사랑은 야채 중에서도 오이 같은 것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야채뿐인 식탁에 불만을 가졌다

그녀는 할 수 없이 고기를 올렸다

 

그래 사랑은 오이 같기도 고기 같기도 한 것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의 식탁엔 점점 많은 종류의 음식이 올라왔고

그는 그 모든 걸 맛있게 먹었다

 

결국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 사랑은 그가 먹는 모든 것

 

(성미정/ 사랑은 야채 같은 것/ 42쪽) 

 

     성미정 님의 시, 사랑은 야채 같은 것은 여러 가지로 읽힐 '우려'가 있다.  사랑은 그가 먹는 모든 것?  그러면 화자인 여자, 아내일 것이다.  아내가 원하는 것은 사랑이 아닌가.  나(아내)는 평생 죽어지내야 하는가.  억울함이 비대해질 것이다.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오독은 사랑은 억울함을 품고 있는 모순된 감정이라는 결말을 도출해 낼 수가 있다.  물론 오독이다.  지독한 오독이다.  이 오독에는 여자는 죽어라 희생해야 한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성미정 님이 쓴 시는 아무래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독자가 그렇게 읽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삶이 책 읽은 그대로 수월하던가? 그럴 수 있다면야 좋으련만 그렇지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해서 나는 말한다.  사랑은 억울함을 이기고 상대를 끌어안는 마음이라는 것이라.  물론 현실 속의 나는 지독히 추악하고 더럽다.  바라는 마음까지 접을 때 비로소 세상은 평온해진다.  그리고 나는 굶어죽는다. 그것이 곧 해탈이고, 진정한, 참자아로 가는 길일 것이다.

 

그곳을 찾으면 어머니가 친정에 간 것 같다

갯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에 나서 겨울 햇살에 검은 비늘을 털어내는 갈대가 아름다운 곳

갈대들이 조금에 뜬 달 아래서 외가에 간 어머니가 끝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말하던 곳

둑을 넘어 농로에 흘러든 물에 고구마를 씻는 아낙의 손, 만지고 싶다.

 

(장대송/ 고향/ 156쪽)

 

     '그곳'은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누구나가 기억하는 것도 아니고, 누구나가 찾아나서는 것 역시 아니다.   위대하고 싶지 않다.  평온한 수면에 떨어지는 돌이 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만지고 싶다.'  그 욕망이 부질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시간 저층에 놓여 있는 그 손을 만지고 싶다.

 

     나희덕 님이 선택한 시들에서는 여러 가지 물소리를 들을 수 있다.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  아니 모른다고 하고 싶다. 상쾌한 시선집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있다면? 없다면! 생각이 자라는 나무 12
꿈꾸는과학.정재승 지음, 정훈이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있다면? 없다면!>은 삽화 때문에 읽은 책이다.   그림만 봐도 뉘신지 알 만한, 적어도 내게는 그림만으로도 행복을 주는 사람이 있다.  그 분이 바로 '정훈이'님이다.  한겨레 신문 웹사이트에서 우연찮게 만화를 보고 지지자?가 되었다.  아마 정훈이'님을 아는 사람은 알 것이고 모를 사람은 모를 것이다. 

 

1. 그림, 거부감이 덜한 소통의 터널

 

    '정훈이'님의 만화에는 세상을 우습게 볼 줄 아는 여유가 있다.   내게 농담을 가르쳐 준 사람 중 한 분이 바로 '정훈이'님이다.  비록 나는 한 마디 뱉으면 혼자 키득대지만 '정훈이'님은 나를 웃긴다.  겨드랑이 간질 듯이 자지러질 듯 웃길 때도 있고, 때로는 이해를 못하는 내가 이상해서 웃어댈 때도 있다. 

 

     글은 그림보다 방어기제가 강하게 작용한다.  하니 심리치료에서 그림이 즐겨 사용될 것이다.  '정훈이'님의 만화는 사람을 웃게 하는 힘이 있다.  머리 굵어지고 세상이 문문하게 뵈던 10대 후반에서는 느끼지 못했을, 그 당시 내가 '정훈이'님의 만화를 봤더라면 아마도 공감하지 못했을 그림체이다.  진지함이 세상을 멋들어지게 사는 것이라는 착각으로 아침에 눈을 떴고, 새벽에 눈을 감았던 때였기 때문일 것이다.  가끔 나도 그림을 그린다.  스케치 없이 무턱대고  색연필로 그려대는 나도 모를 그림에서 나는 내 생각을 얼핏 읽어낸다.  내 속에 가득한 분노와 폭력성을 똘똘 감싸고 있는 위선이 삼삼하게 보인다. '정훈이'님의 그림에는 '내가' 없기 때문에 더 좋아하며 즐길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2. 책, 알찬 구성

 

     <있다면? 없다면?>은 한마디로 '우습다'.  가소롭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기막힌 상상력을 정련된 문장으로, 단락이 바뀔 때마다 주제문에 어울릴 사진까지 실어놓은 구성인데 어째 가볍다, 유치하다 하시할 수 있을까. 

 

     그렇지만 이 책, 진짜 우습다. 

 

     개에게 불통을 달아주는 이야기에서 잠시 읽다가 덮어두고는, 도심 곳곳에서 보이는 애완견들이 '불개'로 보이는 것은 웬일인고.  유심히 개를 내려다보고 있는 내가 눈에 선연하다는 것.  책은 마치 없는 것을 실제 있는 듯, 그런 개가 하늘 아래 어딘가에 분명 있을지도 모를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다른 이야기들도 마찬가지다.  하나같이 사실성을 확보하고 있는 문장들. 

 

     책 속에 빠져들어 바닥 모르게 가라앉았다가 떠오르고 숨을 몰아쉬면서 '내가 지금 책을 읽고 있는 거다.  책이다.' 하면서도 마치 실제 그러한 듯 착각을 해대는 것이다.  읽는 동안 몇 번이고 '대단하다'를 연발하게 되는 책이다.  때때로 전문용어가 액면 그대로 노출되면서 아이들 읽기에 어렵지 않을까, 의아해했지만 사실 내가 읽게만 어려운 것 아닐까 싶다. 초등학교 정규교과에서 언급되는 내용을, 어휘를, 개념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때 이 책은 정말로 지극히 교육적이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초등학교에서는 너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더 배우라고 강요하는 어르신들은 얼마나 알고 계신지 사뭇 궁금타.

 

3.  과학

 

     기억하기로 초등학교 때 '과학'은 참 재미난 '경험'이었다.  아무래도 실험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직접 식물을 키운 적도 있었고, 화산폭발을 실험하면서 여선생님 머리카락 타는 것도 구경했고, 자기장으로 나침반 만드는 것도 해봤고, 좀 많이 어려웠지만 해와 달의 일상(자전과 공전)에 대해서도 '안다'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있다면 없다면>은 그러한 '과학'이야기를 재미나게 풀어나가고 있다.  과학 싫다 해도 분명 이 책은 좋다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