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훈 : 호의를 받아들여주는 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져라. (79쪽)
트이로프,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프로이트 이름을 거꾸로 한 사기꾼이 있었다는 교양강좌의 교수. 그러고 보니 교양강좌를 하던 그 교수도 약간 사기꾼 같다는 느낌이 든다. 한데 트이로프,의 글이 썩 사기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어쩌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비틀어 생각하기,라는 기법으로 현재 독서치료에서 활용하고 있는데, 트이로프의 사고 역시 상통한다.
트이로프가 이솝우화를 완전 다르게 각색, 재창조한 것인지는, 나는 정확히 단정지을 수가 없다. 이솝우화가 기억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기 전 <이솝우화>를 먼저 구입, 책장에 잘 보관만 하고 있다. 해서 좀 뒤, 언제가 될지는 모를 일이지만 나중에 진짜 이솝우화를 읽고 나면 <뜻밖의 이솝우화>를 달리 볼지도 모른다. 어쨌든 나는 이 책이 참 재미있다. 세상에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분이 존재하다니, 외롭지가 않다. ^ ^;;
호의를 받아들여주는 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져라.
트이로프는 이솝우화를 적당히 각색한 듯하다. 한데 각색보다 더 영묘한 부분이 바로 '교훈'으로 내세운 한 줄 문장이다. 쥐와 사자의 이야기는 언제가 들어본 듯도 하다. 쥐가 사자를 구출한다. 그물에서 빠져나온 사자가 쥐에게 고맙다, 해서 보은을 하는 쪽의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뜻밖의 이솝우화>는 좀 다르다.
"저 좀 보세요. 선생도 저 얼간이 하는 꼴을 봤더라면 아마 가관이었을 겁니다. 저 바보가 글쎄 힘만 셌지, 밧줄에 묶이니까 무서워서 벌벌 떨기만 하더라 이 말입니다. 그래서 내가 풀어줬지요, 그러니까 완전히 죽을 목숨 하나 살려줬다 이거죠."
이 말을 들은 사자는 미처 앞뒤 가릴 것도 없이 그 무시무시한 발을 들어 은인을 내리쳤다. 호떡보다도 더 납작해진 불쌍한 생쥐의 새체는 벌판에 던져져 개미들의 먹이가 되고 말았다. (78~79쪽)
삽화 역시 한몫을 하고 있다. 그림이 글보다 앞선다는 것, 정확성이 다소 떨어지지만 명료하게 내용을 전달할 수 있는 강점을 가졌다는 점을 생각하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쥐와 사자,이야기에 수록된 삽화는 그 자체로 이 모든 내용을 요약하고 있다.
사자 : 이런 쥐색히가 어디서 주둥이를 함부로 놀려!
쥐 : 찍~ 찍~ (퍽) 찍!
사자 아들 1 : 생쥐 녀석 왜 자꾸 성질을 건드려서 화를 자초 하냐고요~
사자 아들 2 : 불쌍한 녀석......
<뜻밖의 이솝우화>는 짧은 이야기가 가득, 풍성하게 수록되어 있다. '해와 바람'이 나그네(농부)의 옷벗기기 내기 역시 트이로프는 달리 풀어낸다. '제 성질 개 주면 건강에 해롭다'? 순간 갸웃갸웃 고개를 외로 기울게 된다. 무슨 뜻일까. 한데 내가 알고 있던 이솝우화와는 내용이 제법 달랐다. 교훈만 슬쩍 훝어 읽다가 <뜻밖의 이솝우화>는 또 한 가지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애쓰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그것이 바로 이야기 만들기라는 사실을. 이솝 우화로 <뜻밖의 이솝우화>가 나왔듯이 우리는 <나의 이솝우화>를 만들 능력이 있는 것이다. 다만 스스로 억누르고 있을 뿐이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보이고 있는 <뜻밖의 이솝우화>는 참으로 고마운 책이다. 즐거움과 교훈을 모두 갖추고 있는 이 책을, 심각해하지 말고 가볍게 읽을 수 있기를. 오래 생각할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