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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여행책 - 휴가없이 떠나는 어느 완벽한 세계일주에 관하여
박준 지음 / 엘도라도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성공하면 좋겠지만
성공이 아니라면 실패라도 해야 한다.
미련이 없어야 다른 길도 찾는다.
고비를 넘길 때마다
인간은 조금씩 더 아름다워진다. (95쪽/책여행책)
<책여행책>. 제목에서 언뜻 다른 책이 떠오른다. 그렇다. <책그림책>. 그러나 제목 이외에 다른 공통점이나 유사점은 발견하지 못한다. 아니다. 진한 감동을 받는다는 것. 그것도 책을 통해서 다양한 시각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비슷한 제목을 띄고 있는 두 책 사이의 공통점일 것이다.
한 유명인사는 말한다. 개인사적 이야기는 좋지 못하다. 특히 개인적인 경험을 자신의 목소리로 하는 것은 더욱 좋지 못하다. 그의 발언은 교육적, 즉 정답을 찾는 질문지에 해당되는 소리이다. 사적 체험의 무의미를 언급할 때 나는 종종 불편함을 느낀다. 책 한 권 읽고 '감상문'을 적는 것이 어느덧 그 책을 제대로 읽었는지, 정답 형식으로 적어야 한다고 소리할 때 속간지러움에 견디기가 힘들다. <책여행책>에서, 나는 '감상문'을 쓸 수밖에 없다. 나는 이 책의 깊이나 수준을 감히 평가하는 논객이 될 수 없다. 나는 <책여행책>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제목이 주는 분위기, 즉 여행을 자주 다녔던 길 위의 생활을 떠올렸고, 홀가분하게 떠나기가 멋쩍은 현실상황에서 여행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싶은 욕심이 발동하였다. 분명 <책여행책>은 여태 읽어온 여러 여행서와는 비슷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지만, 간간이 여행서적(강석경의 인도기행, 후지와라 신야의 인도방랑, 체 게바라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 등)이 직접적으로 언급될 때에는 다른 여행서와는 차별되는 독특한 매력을 이 책은 발산하고 있었다. 그 속에서 나는 두 가지 특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책의 직접적 묘사부분을 감상하면서 나는 한때 그 책들을 읽어가던 그 분위기로 젖어들었고, 색다른 감성을 그 책들을 회상하게 되는 것이었다.
<책여행책>은 '여행'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글쓴이 자신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글쓴이가 앞으로 할 여행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 이 책은 이야기책이다. 소설과 같은 가상인물을 등장시키는 것이 아닌, 담소형식의 이야기를 경험할 수 있다. '여행'이란 무엇일까. 나는 한 번도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여행은 곧 노숙, 혹은 낯선 지역 찜질방 사우나에서 일박하는 정도로 그저 하나의 '행위'에 지나지 않았다. 한 번도 나는 여행 위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행위'로 만족했기 때문이다. 글쓰기로 반성까지 하고 싶은 마음이 애초에 없었던 것이다. '행위' 그 자체로 충분했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벗어나 무작성 (차로) 달리는 것, 그 순간 망상에서 벗어날 수 있고, 그리고 관계에서 잠시나마 자유로워질 수 있는 행위, 그것이 여행이었다.
<책여행책>에서는 글쓴이가 생각하는 '여행'에 대해서, 그가 얼마나 숙고하고 있는지를 찾아볼 수 있다. 나는 여행을 "떠나기 위해 돌아오는 행위"로 정의한다. 시간적으로 여행으로 보내는 시간이, 일상 생활보다 더 적음에도 주를 여행으로 단정짓고 있는 셈이다. 글쓴이는 '나이'에 따라 여행을 다르게 경험한다는 것을 언급하는데, 상당히 공감되었다. 마흔 줄에 이른 글쓴이는 서른을 호평가하고 있지만, 삼십 중반에 다다른 나는 좀 다르게 이 나이를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나이'에 따라 여행 중 경험에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은 인정한다. 이십 대 여행에서 느꼈던 그 많은 감성이 삼십 대에는 전혀 느껴지지 않고, 무심심한 풍광에 이십 대의 그 감성이 약간, 아주 약간 그리울 뿐이다. 그렇다고 그 풍랑 속으로 다시 나를 밀어넣고 싶지는 않다.
이제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여행을 하는 데
나이는 상관 없지만
무엇을 느끼는가는
나이에 따라 다르다.
세상을 한 권 책으로 명명한 '아우구스티누스'. 그를 머리말에 인용한 글쓴이의 선택이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한 권의 책, 여행하지 않는 자는 그 책의 한 페이지만 읽을 뿐'. 나는 아우구스티누스의 명언을 모른다. 대신 내가 한때 끄적였던 글귀가 있다.
세상은
거대한 책
읽기가 싫어 마냥 덮어 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