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러판화집
알브레히트 뒤러 지음, 강승주 옮김 / 현대지성사 / 2002년 4월
평점 :
품절


2005년 6월 29일 읽고 쓰다

 

뒤러의 판화를 처음 본 것은 [뒤마클럽]에서 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퍼즐을 맞추어가듯 게임하는 식의 그 소설에서
뒤러의 판화는 호기심 혹은 두려움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뒤러는 15세기 독일의 화가이자, 판화가이자, 미술평론가.
독일의 르네상스를 마련했다고 알려지는 인물이고
고딕미술을 확립시키는데 일조했고 [묵시록] [아담과 이브]등
종교적 색채-시대적 상황때문이었겠지만-를 띤
작품들을 많이 남겼다.
[뒤러판화집]은 뒤러의 목판화와 동판화 중 유명한 300여점을
추려 정리한 것.

벗뜨, 이 판화집의 번역은 꽝이다.
"그가 1492년 이전에 바젤에 오래 체재했을 가능성은 목판화를 위해
그린 225점이 넘는 소묘를 그가 진짜 그렸다는 것을 신뢰할 수 있는
가에 대한 난제를 감소시켰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문장이라니.
우리말에 대한 이해,라는 것이 있는 것일까?
뒤러 판화에 대한 감동 자체를 그대로 깍아버리는 듯하다.
책의 구성도, 300점이 넘는 판화 작품 하나하나에 대한 설명이
앞의 몇 장에 다 실리고,
정작 판화에는 번호밖에 붙여있지 않아 이해하기 불편했다.

그래도,뒤러의 판화는
인간이 어디까지 상상하고 그릴 수 있는가에 대해
그 한계를 뛰어넘게 한다.
판화가 이토록 섬세하게 표현되다니.
특히 동판화의 경우, 거의 회화(소묘)와 흡사하다.

판화집 맨 마지막 부분에 뒤러가 인체의 원근법, 혹은
사물의 원근법에 대해 고심한 흔적이 있는 판화도 인상적.

모..어쨌든 내가 좋아하는 로코코 양식과는 거리가 머나
뒤러의 그림은 뭐랄까....
신에게 다가가고 싶어하나 가까이 할 수 없는 인간의 나약함과
고딕 미술 사회에서의 고지식하리만큼의 답답함과
인간의 치부 혹은 잔인한 내면을 살짝 들춰낸 쓰라림을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뒤러의 판화를 볼 때마다
무섭다.

개인적으론, 1512년에서 1518년 사이에 그려진 그림 중
[개선문]을 추천. 보는 순간 절로 탄성이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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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김삼순
지수현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2005년 6월 24일 읽고 쓰다

 

"바보처럼 어깨 움츠리지 마. 턱을 치켜들고 당당하게 있으라구.
당신 자신이 스스로를 싸구려 취급하면 밖에서 누구도 당신을
대접해주지 않아."
(189p)

"한 쪽에서 갑자기 그만두었다고 나도 갑자기 그만둬버리면
이제까지 내가 한 사랑은 뭐가 되는 거지?"
(278p)

"하지만 '만약'이란 말은 정말 쓸데없는 거예요."
(287p)

"난 정말 당신이 좋아. 보면 웃을 수 있거든."
(288p)

끼아아악~>.<
너무 좋아. 삼순이.
MBC 인기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을 너무 좋아한 관계로
드라마의 원작소설을 찾아 읽었다.
솔직히 사기는 돈이 아깝고 해서^^;;
좋아하는 아주문고에 앉아('북카페'스러운 이미지)
약속시간을 기다리며 책장을 넘겼다.

드라마와는 약간 다른 내용. 그래서 드라만의 내용전개가
더 궁금해졌다.
문학적인 재미를 이 책에서 찾을 수는 없지만,
만화적인 재미는 찾을 수 있다.
만화같은 소설책이다.

주인공 삼순이가 내가 좋아하는 케잌을 만드는 파티쉐라는 것,
스물아홉적인 적당한 이성적임과,
그에 상응하지 못하는 상당한 감수성,
사랑과 연애에 대한 맹목적인 환상이 나는 참으로 많이 끌렸다.
하지만, 여전히 -아픔을 지닌-돈많은 집 아들과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은 20대여자들의 신데렐라빛 환상을
자극하는 듯.

'아~~정말 저런 남자와 사랑에 빠지고 싶어~!'
가 아니라, 이제는 저건 드라마에 불과하다는 걸
너무 잘 아는 내가 조금 서글펐던 하루.

그래도 나는, 예쁜 사랑이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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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저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2005년 6월 21일 읽고 쓰다

 

"사람마다 각자의 전쟁터가 있기 마련이지."라며
그는 미소지었다
(35p)

"하지만 적당히 거리를 두면서
삶과 사람이 친해지는 수도 있잖아?"

"물론이야...그렇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거리가,다른 사람에게는 다소 멀다,
라고 느껴지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
(171p)

"뭐랄까..내가 자리에 포함되어있지 않은 듯한 감각 같은 것,
그녀는 바로 내 눈앞에 있는데도,
그와 동시에, 몇 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 있어."
(173p)

"문득 생각한다.
나는 여기가 아닌 다른 장소에 있을수도 있었다.
그리고 언니 역시,
여기와 다른 장소에 있지 못할 이유가 없는 거다."
(270p)

"다음 어둠이 올 때까지, 아직 시간은 있다."
(279p)

하루키의 신작.
역시나 나는 그의 기행문이 더 좋다. 언제 나올려나.

학교 앞 지하서점에는 앉아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 많다.
국문과 종강파티 시간을 기다리며
탁자에 앉아 찬찬히 페이지를 넘겼다.
BGM이었던 바흐의 무반주 첼로곡이 압권.
책을 거의 다 읽을 때쯤 흘러나오던 윤도현의 [사랑했나봐]에서
무너졌지만..ㅡ.ㅡ;;

책을 읽는 도중에 생각이 여기저기로, 여러갈래로 뻗쳐나갔다.
늘상 하루키 책에서 봐오던
두 가지 다른 방향으로 향하는 이야기가
같은 방향으로 겹쳐지는 구조는 약간 식상하기도 했으나
남과 다른 나로서, 존재한다는 것,
이쪽에서는 이렇게 보이는 나와
저쪽에서는 저렇게 보여지는 나,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나와는
언제나 거리가 존재하지만,
그 거리까지도 포함해서 모두 "나"에 속한다는
평범한 이야기를 평범하지 않게 해주어서
하루키에서 고마웠다.

결론은 어둠의 저편에는 또다시 어둠이지만
그 중간은 빛.이라는 거겠지?

근데 이렇게만 읽어낸다면 이소설, 너무 식상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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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눈금
이윤기 지음 / 열림원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2005년 6월 19일 읽고 쓰다

 

"....짐을 줄이자, 나는 무거워지고 있는 것 같다." (109p)

개인적으로 이윤기는 아주 좋아하는 작가이다.
그래서 귀국하자마자 새 산문집이 나왔다는 소식에 냉큼 골랐다.
언어를 구수하게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다.
솔직히 나는 그가 번역한 [그리스.로마신화]도 읽지 않았고
(이름이 긴 사람들을 싫어해서...ㅡ.ㅡ;;
읽다보면 내용의 사각다리에서 마구마구 헤매다가 지쳐나온다.)
그래서 그의 소설가라는 이름앞에 붙는 신화학자라는 말에
아직은 잘 공감을 못하지만,
이윤기.라는 작가, 글을 참 맛깔스럽게 쓴다는 건 안다.
(투박하나, 결코 투박하지 않은 무언가..된장냄새라고 해야하나?)
그리고 후에 알았다.
내가 그 방대한 주석량에 놀랐던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도
그의 손을 거쳐 나왔다는 것을.
멋진 사람이다.
농부처럼 새까만 얼굴에 흰양복, 나비넥타이를 맨
책 속의 한 장 사진은 나를 웃게 만들었다.
당신은..그런 사람이구나. 푸훗.
그 묘한 부자연스러움속의 어울림의 나를 즐겁게 했다.

산문집은 소설이라는 세계와는 또다른, 작가의 면모를 알 수 있게
해주는 하나의 문이다.
나는 당신의 각도를 통해서 나의 새로운 각도를 만들었다.

많이 공부해야겠다고 반성했다.
많이 느끼기 위해서, 많이 바라볼 수 있게 되기 위해서는
우선 맹수처럼 달려들어 배워야하겠구나,
그래야 벗어날 수 있겠구나..하고 생각한다.

..유목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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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가 전해주는 마음의 열쇠 뼈
이외수 지음 / 동방미디어 / 2004년 4월
평점 :
품절


2004년 7월 30일 읽고 쓰다

 

솔직히는 실망이었다.
예전에 읽었던 우화집은 이런 느낌이 아니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이 책은 음..모랄까..너무 도덕교과서적인 냄새와
어설픈 느낌이 섞여있었다고나 할까?

읽는 내내, 돈과 권력과 세상의 탐욕에 쩔어사는 인간에 대한 실망과
그렇지만, 믿는 마음 또, 자연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긴 했지만
감동적이지는 않았다.

그래도 다시 한 번 꼬집어서 이야기한,
문학은 언어예술이라는 말이 제일 내 마음을 찌른 것 같다.
이야기, 플롯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풀어내는 언어의 중요성.
그것도 우리가 이 시대에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덕목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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