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에서 저자는 말했다. 전략은 '힘(권력)을 창조하는 기술'이라고.

2권에서 전략은 어떤 식으로 펼쳐지는가. 2권의 내용은 마르크스부터 시작한다. 나폴레옹 전쟁이 끝난 후 유럽은 격변의 세기를 보내고 있었다. 군주제는 무너졌고 민주주의가 태동하고 있었지만 모든 계층에서 권력을 손에 쥐기 위해 안간힘을 쓰느라 각양각색의 전투와 모략과 암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나타난 것이 바로 '혁명가'.

루이 오귀스트 블랑키, 피에르 조제프 프루동, 미하일 바쿠닌, 카를 마르크스 등을 필두로 이 당시에 다양한 혁명 이론가들이 활동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쳤고, 각국의 정세나 정부의 동향에 따라 혁명가들의 활동은 자중하거나 분발하거나 활발해지는 등 각기 달라졌다.

혁명과 강력한 사회주의가 태동하면서 또 아이러니하게도 수정주의자들이 나타났다. <전략의 역사 2권>에서 내가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바로 이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에 대한 부분!

 

  카를 마르크스

 

이 분야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너무나도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 인물들의 다양한 관점들이 섞여 있어서 몇 번을 왔다갔다 하며, 주석을 살피면서 읽어야 했다. 기본적인 개론서라도 읽은 상태에서, 일종의 해석서인 이 책을 읽었더라도 훨씬 더 이해가 잘 됐을텐데 그런 부분은 좀 아쉽다.

암튼, 19세기에 들어서면서 계급간 갈등이 심해지고 사회주의가 태동하면서 혁명이 체제를 전복하기 위한 주요한 전략으로 사용되었다. 이 시기에 등장한 많은 이론가, 행동가들은 과연 무엇이 모든 농민, 노동자를 위한 체제인지를 고민하며, 그리고 어떻게 하면 기득권 세력과 싸워 이길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다양한 방법을 내놓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극단주의자도 나타났고, 기존의 체제 사이에서 고민하는 수정주의자도 등장했다.

그리고 1917년 러시아 혁명이 끝이 났다. 최후의 승자는 레닌이었다.

 

(러시아 혁명 당시 모습)

 

"레닌은 1917년에 결국 승리했다. 살아남았다는 게 그 증거였다."(117p)

 

19세기 유럽의 한켠에서는 무력으로 제압하는 혁명을 논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관료제도가 가장 합리적인 제도라고 말한 이론가도 있었으며(막스 베버), 다양한 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실천주의자들(존 듀이, 제인 애덤스 등)도 있었다. 사회가 급변하다보니 어떤 하나의 이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 없었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이론가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현실화하기 위해 갖가지 실험들을 행했던 시대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시기에 나왔던 또 다른 개념이 '군중과 공중'이었다. 개인이 군중, 혹은 공중의 일원이 되면 개인의 특성을 잃어버린다고 시카고 학파의 로버트 파크는 말했다. 그는 군중(Crowd)은 '균질하고, 단순하며, 충동적이고, 사건에 감정적으로 대응한다'고 정의했고, 공중(Public)은 군중보다 훨씬 더 바람직한 개념으로 비판적이며, 사실을 추구하고, 복잡성을 오히려 편안하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선전, 즉, 프로파간다가 발달하게 된 까닭은 계급의 붕괴, 기계의 발달, 언론매체의 발달 등으로 예전처럼 상명하달식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저자는 이 책에서 선전의 기술이 왜 발달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지만 역사적으로 추론하면 저런 이유에서 때문일 것 같다. 나치 역시 선전의 대가였고, 세계대전 이후에 선거에서(특히 미국 선거)에서 프로파간다의 다양한 기술들이 사용되었다.

여론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법 중 하나가 선전술, 그리고 또 하나의 방법은 비폭력 전략이었다. 간디로부터 촉발되어 마틴 루터 킹 2세로까지 나아간 방법이었다.

 

(사람들을 이끌고 있는 간디)

 

이 책의 4부는 경영 전략으로 넘어간다. 정치학을 전공하고 전쟁연구학부의 학자인 저자가 경영 전략까지. 그가 말한 것처럼 이 책을 집필하는데 20여 년의 시간이 들었던 것은 방대한 역사적 시간을 다루고 있기도 하지만, 전략과 관련이 있는 거의 모든 학문을 공부해야 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경영자라는 새로운 계급이 등장했다. 앞서 설명한 혁명가들이 아래에서 민중을 움직여 힘을 창조해야 하는 일을 했다고 한다면, 경영자들은 위에서 시스템을 만들고 명령을 해서 기업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일을 했다. 공장의 규모가 커지고 노동자가 많이 필요하게 되면서 어떤 경영 전략을 쓰는지가 성과를 내는데 주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경영자에 대한 중요성, 다양한 전략들의 중요성도 다시 한 번 대두되었다.

 

처음에 경영자들은 '어떻게 하면 노동력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 집중했다. 명확하게 정리된 규정을 바탕으로 과학적인 경영의 한 형태를 추구하고자 한 것이다.(436p) 이것이 테일러주의였으나 인간성을 무시한 기계적인 방법들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직원들 간의 자율성, 인간적인 대우를 해줬을 때 작업량이 높아지는 것에 대한 심리학 실험이 진행되면서 경영 전략은 점점 더 고도화되었다. 존 록펠러와 스탠더드 오일, 헨리 포드와 포드 자동차, 알프레드 슬론과 제너럴 모터스(GM) 등 각기 다른 스타일의 경영자 이야기가 책 속에서 나란히 전개된다.

현대적인 기업이 경영을 한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학문적인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탐구한 사람은 피터 드러커였다. 1950년대 드러커는 경영자와 자본가의 의미를 분리하고, 경영의 직무를 바람직한 어떤 기대 사항을 우선 가능하게 만들고 그 다음에 실제 현실에서 실현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497~498p) 드러커, 알프레드 챈들러 2, 필립 코틀러, 잭 트라우트와 앨 리스 등 다양한 경영 전략 이론가들의 자신의 이론을 펼쳤고, 경영학에서 다시 경제학으로 사람들의 시선이 옮겨갔다. 이후 김위찬과 르네 마보안이 블루오션 전략이라는 새로운 시장 전략을 가지고 왔고, 행동경제학의 발달이 어떻게 전략에 영향을 미쳤는지도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

 

예전에는 인간이 합리적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인간의 합리성은 도식적이고 기계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인간은 합리적임과 동시에 비합리적이기도 했다. 이러한 인간의 양면적인 측면을 고려한 것이 바로 행동경제학이었다. 행동경제학의 근거를 따르면 기존 경제학이 가지고 있었던 많은 전제(前提)들을 뒤바꿔야 했다. 지금은 그 전제들을 바꾼 상태로 인간의 행동을 연구하고 있다.

저자가 마지막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내러티브에 관한 것이다. 저자는 작가전략가를 비교한다. 작가는 상상의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서 각각의 캐릭터에게 성격을 부여하고 사건을 만들어서 본인이 원하는 결말로 이끌어나간다. 전략가는 기존의 현실과 이미 있는 인물들을 가지고 어떤 스토리를 만들어갈 것인지 구상한다. 작가는 세계를 통제할 수 있지만, 전략가는 세계를 통제할 수 없다. 이 둘 사이는 분명한 간극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러티브를 만들어낸다는 측면에서는 동일한 부분이 있다. 훌륭한 구성이 있어야 사람들을 설득시키고 원하는 결과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이 책은 방대한 역사의 광범위한 어떤 경향을 다룬다. 전략이라는 렌즈로 역사의 거의 모든 부분을 담고자 했기 때문에 어떤 부분의 설명은 너무 간략하기도 하지만, 전체를 통사적으로 훑어보고자 하는 목적에는 딱 부합하는 책이라고 본다.

인간은 원하는 목표를 향해 움직인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현실적인 수단을 찾아, 말뿐만이 아니라 실제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다. 어떤 방법이 됐든(살인이나 기타 악마적 행위가 아닌) 원하는 그 목표를 실현하는 사람, 원대한 목표를 탁월한 방법으로 실행하는 사람을, 주위 환경이 변했을 때는 적절하게 융통성을 발휘할 줄도 아는 사람을 우리는 탁월한 전략가라고 부른다. 이 책의 저자인 프리드먼 교수는 이 방대한 책을 통해서 힘을 창조하는 기술인 전략에 대해, 그리고 그 기술을 활용할 줄 아는 전략가라는 사람에 대한 헌사를 바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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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개념이 과거에서 현재로 안착되는 동안 얼마나 다양한 변모와 진화의 세월을 거치는가. 전략(strategy)라는 프레임으로 인류의 문명사를 훑고 있는 이 책은 그 변모와 진화의 시간들을 농축한, 진한 엑기스 같은 책이다.

 

역사는 어떤 창()을 통해 들여다보느냐에 따라 관점이 많이 달라진다. 미술사가가 바라본 역사가 다르고, 음악사가가 바라본 역사는 다른 색깔로 흐른다. 전략을 연구하는 사람이 바라보는 역사라면? 3,000년이라는 인간의 장대한 역사 흐름 속에서 로렌스 프리드먼 교수는 전략의 기원부터 발전, 변화 과정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 특히나 흥미로웠던 것은 전략이라는 조금은 모호할 수 있는 개념을 기반으로 우리가 전략이라고 명명(命名)하기 전부터 사용해왔던 전략의 의미를 하나하나, 차근차근 설명해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 쉽지는 않지만 내용의 큰 줄기가 역사의 흐름을 따라가기 때문에 전체적인 구조를 파악하면서 읽는데 큰 무리가 따르지는 않는다.

 

저자는 서문에서 '전략'에 대해 합의된 정의는 없다고 말하면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전략은 목적과 방법 및 수단 사이에 일정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 객관적인 실체와 목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 그리고 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자원과 수단을 파악하는 것이다'(17p)

 

우리가 원하고자 하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방법을 고안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일련의 모든 활동을 '전략'이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덧붙인다. 원하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길에서 원래 생각했던 그곳으로 질서 정연하게 나아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고. 그래서 전략은 중간 평가를 통해 수시로 재조정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고 강조한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이 과정은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할 때도 많다. 그래서 수시로 협력과 동맹 관계를 통해 진행되기도 한다. 또한 전략의 영역은 위협이나 압박, 협상과 설득, 물리적이거나 심리적인 영향력까지 아우른다. 그리고 저자는 말한다. 전략은 힘, 즉 권력을 창조하는 기술이라고.(19p)

 

총 2권으로 나온 이 책의 1권은 '전략'이라는 개념을 인간 이전의 침팬지 사회에서부터 볼 수 있었다고 설명하며 전략의 기원부터 18세기 나폴레옹 전쟁, 세계대전 이후 핵 게임을 하는 시기까지를 다룬다. 앞서 말한 것처럼 전략이 힘, 즉 권력을 창조하는 기술이라고 한다면 침팬지 사회에서 침팬지들은 어떻게 권력을 쟁취할까? 동물들의 사회에서는 당연히 힘이 세거나 몸집이 큰 녀석들이 우두머리가 될 것 같지만 우리가 잘 아는 제인 구달, 그리고 이 책에 등장하는 프란스 드 발이라는 동물행동학자의 연구 결과에는 그렇지 않았다.

(영화 <혹성탈출> 중에서)

 

침팬지 사회에서 우두머리가 되는 것은 비단 힘이 센 것뿐만 아니라 머리가 좋은 것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다른 친구들과 어떻게 동맹을 맺느냐, 어떤 지략을 선보이느냐에 따라서 우두머리는 바뀔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영화 <혹성 탈출>에서 우두머리를 맡고 있는 '시저' 역시 그렇다. 시저는 가장 강한 침팬지는 아니었다. 물론 힘이 세긴 했지만 그보다 더 뛰어난 것은 다른 침팬지들에 비해 머리가 좋아다는 점이었다. 그는 리더십이 있었고, 자신의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법도 알았으며, 잘못을 하는 다른 침팬지를 혼내고 또 용서할 줄도 알았다.(물론 과학의 힘에 영향을 받았지만 침팬지로서의 본성이 달라지지는 않았다는 전제에서) 

 

저자는 침팬지 사회에서 보이는 정치적 성향에 대한 내용을 통해 '전략'의 기원이 인간 이전, 동물과 원시사회에서부터 나타났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차례로 성경에서는 전략이 어떤 식으로 나타났는지, 고대 그리스신화에서는 어떤 식으로 나타났는지 설명한다. 저자가 '전략'의 기원을 설명하면서 표현하는 것은 대동소이하다. 전략을 통해서 원하는 목적(힘을 쟁취하는 것)은 단지 물리적 힘에 의해 좌우된 것이 아니라 정신적 힘도 큰 역햘을 했다는 것, 그래서 약자도 강자를 이기고 정상에 설 수 있었는데 이때의 전략은 대부분 속임수나 간계 등이었다고 말한다.

 

전략의 기원에 이어 손자와 마키아벨리로 나아간다. 손자의 <손자병법>와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소개하면서 손자가 이야기한 지피지기 등의 방법, 마키아벨리가 군주가 권력을 쟁취하고 부하들의 충성심을 유지시키기 위해 힘을 어떻게 운용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전략이라는 단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된 시기는 19세기 초로 알려진다. 그러나 이 단어의 기원은 5세기 아테네였고, 처음의 그 뜻은 '장군의 지식'이나 '장군의 지혜'였다. 전략의 정의는 따로 존재하지 않았지만 초기에는 지휘관이 자기 영토를 지키고 적을 물리칠 때 사용하는 수단의 의미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페르시아 전쟁)

 

전략이라는 용어는 사실 명확한 정의도 없었고, '전술'이라는 단어와 그 의미가 구별되지도 않았으나 최고 지휘관과 관련된 어떤 것을 의미하며 사람들의 언어 생활에 빠르게 파고 들었다. 전쟁에서 보급과 수송, 화력과 요새화에 대한 계산 등 군사적인 목표의 범위를 결정하고, 군사 작전의 모든 측면을 포괄하는 의미로 사용되게 된 것이다.(176p)

 

이는 지도의 발전으로 더 가속화될 수 있었다. 우리가 영화에서 종종 보는, 장군들이 지도를 펼치고 일련의 전투 계획을 짜는 것은 지정학의 발달과 지도 제작술의 발전으로 지도가 만들어지고, 계획에 맞춰 군사작전을 펼치지는 것의 유용성, 대규모 부대를 지휘해야 하는 리더십의 필요 등의 여러 요소들이 맞물려 가능하게 된 것이다.

 

 

전략의 구체적인 실행과 함께 이를 이론화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가장 중요한 인물은 바로 클라우제비츠! 19세기 당시에는 앙리 조미니가 나폴레옹의 방법론을 가장 잘 해석하는 이론가로 알려졌었지만 현대에는 클라우제비츠가 조미니보다 더 유명하다. 클라우제비츠는 위대한 전쟁 이론가로 평가받는데, 저자는 그의 성숙한 사고 속에 자리 잡은 통찰력을 강조한다.

 

"전쟁은 놀라운 삼위일체에 의해서 형성된다.

이 가운데 첫 번째가 맹목적이고 자연적인 본능의 힘인 원초적인 폭력과

증오와 적개심이다.

두 번째는 창의적인 정신이 자유롭게 어슬렁거리는 (관념적인) 공간인 우연성이다.

세 번째는 전쟁을 오로지 논리성(합리성)에 종속하도록 만드는,

정책의 도구로서의 종속성이다."

 

전쟁은 이후에 '섬멸전'이 최고냐, '소모전'이 최고냐 하는 논쟁으로까지 이어졌다. 어느 방법을 써서 전투를 승리로 이끌 것인가 하는 문제는 당시 전략가들에게 가장 큰 화두였다. 어느 것이 정답이라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이 논쟁의 승자는 아무도 없었다. 

 

나폴레옹 시대까지는 화력전으로 이어졌지만, 세계대전이 터지면서 핵 전쟁이 발발했고 전쟁은 다른 양상으로 나아갔다. 핵무기라는 공멸의 무기가 개발되면서 이 무기를 쓰면 승자는 없고 모두 다 패자인 전쟁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전략은 새로운 양상을 띄게 되었다. 이제는 전쟁의 목적이 승자가 아니라 싸움을 억제(이 책의 역자는 '억지'(deterrence)라고 표현했다)하는 것이 되었다. 이 내용을 설명하면서 경영학 수업에서 항상 배우는 게임이론과 죄수의 딜레마 이론이 등장한다. 나는 이 부분이 좀 신기했는데 세계대전과 냉전시대를 거치면서 미국과 소련이라는 두 강대국이 대치하는 상황을 해석하기 위해 수많은 연구자들이 이 이론으로 해석을 했다. 대등한 힘을 가진 두 강자가 서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가 자신의 선택을 결정하는 데 아주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출처: http://economicstudents.com/2013/08/nuclear-deterrence-and-profit-maximisation/)

 

두 강대국이 서로 힘겨루기를 하는 동안 이웃 나라들에서도 전쟁은 끊이질 않았다. 전쟁의 새로운 방법들은 계속 고안됐는데 우리가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로 알고 있는 영국 장군 로렌스가 펼쳤던 방법이 바로 게릴라전이었다. 중국의 마오쩌둥이나 베트남의 보응우옌압 장군도 게릴라전으로 나중에 전면전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잡고자 했다.

 

 

이 책은 군사 혁신에 관한 내용으로 1권을 마무리한다. 대량 살상무기는 물론이고 기상천외한 정보작전을 벌일 수 있는 다양한 신무기들이 개발되면서 정보를 주 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전쟁, 정보화 시대에 맞게 조정된 군사 작전들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전략'이라는 것은 단어 본연의 의미는 변하지 않았지만 시대가 달라지고 기술이 발전하고 목표에 이를 수 있는 방법들이 다양해지면서 지속적으로 다른 양상을 띄었던 것 같다. 고대에는 싸움의 방법이 속임수나 간계, 지략 등이었다면 중세에는 대규모 군대를 이끌고 군사 작전을 펼치는 것으로, 그리고 핵무기가 발달된 후에는 그것으로 어떻게 힘의 균형을 이룰 것인가 하는 문제로까지 이어졌다. 

 

역사는 보는 시각에 따라 그 의미를 훨씬 풍부해진다. 성경은 단순히 종교서가 아니라 '신의 전략서'로 읽힐 수 있고, 나폴레옹의 전쟁은 위대한 전략 이론가들의 장이었으며, 게임이론은 비슷한 힘을 가진 두 집단의 치밀한 두뇌싸움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가 지나온 역사의 발자취가 이전과는 다른 식으로 이해될 수 있음을 느끼게 된다. 방대한 분량과 난이도 덕분에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읽어야 하는 책이었지만 충분히 공을 들여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간만에 머릿속에서 다양한 지혜의 향연이 펼쳐진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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