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1
로렌 와이스버거 지음, 서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2005년 6월 8일 읽고 쓰다

 

릴리는 자기에게 사랑을 돌려주지 않는 것이면 누구나,

무엇이든 사랑했다.

지금까지는 그게 그녀를 살아 있다고 느끼게 해주었다.

 

"이해가 안돼. 그 남자가 애인이랑 절대 깨지지 않을 걸 알면서

어떻게 같이 잘 수가 있니?"

 

나는 대학교 3학년 때 그녀가 몰래 만나던 남자에게 대해 이렇게

물은 적이 있었다.

 

"난 네가 어떻게 그렇게 많은 규칙을 지키며 사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

 

릴리는 바로 받아쳤다.

 

"완벽하게 계획하고,

정확하게 표시하고,

그렇게 빡빡하게 살면

재미있니?

좀 살아보자."

 

295~296p

 

 

300페이지가 조금 넘는 책을

지하철에서 오며가며 대략 2시간만에 다 읽었다.

책의 귀천을 가리는 것은 아니지만 문학동네가 왜 이런 책을?

하며 조금 의아해했다.

할리퀸류는 아니고, 적당히 빠른 템포의 문체와 위트가 돋보이기는

하지만 음..왠지 문학동네의 이미지와는 맞지 않는 것 같다.

 

그래도 이 책은 참 돋보인다.

브랜드를 동경하는 20대 여성을 타깃으로 한듯

도발적인 분홍색 컬러와 일러스트가 눈길을 끈다.

핸드백 속에 쏘옥 들어가도록 판형을 작게 한 것도 맘에 들고

또 본문지를 굉장히 가벼운 걸 써서-페이퍼백처럼-

들고 다니기에 부담없게 한 점도 좋다.

면지도 25년간 책을 보면서 처음으로 본 분홍색 땡땡이.

이것도 신선한 시도.

책이 가지고 있는 현대성을 드러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내용은 주인공이 악마같은 유명 편집장의 어시스턴트로 있으면서

겪는 여러가지 일.

다양한 브랜드와 유명인의 실명이 그대로 나와서

마치 가쉽을 보는 듯한-엿보기의 욕망을 채워주는듯-

느낌이 들게 한다.

 

번역자도 문장의 길이를 짧게 해서-원문은 어떤지 모르지만-

속도를 배가시켜주었다.

템포를 빨리하면서 읽어야 맛이 있는 책.

 

대충 2권의 내용이 어찌될지 조금 뻔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결말이 궁금하다는 생각을 들게하니

이 소설은 성공한 거겠지?

 

과외하는 애한테 어제 빌렸는데..2권은 토욜날 빌려야 겠다. 홍홍

 

 

 

------------------------------------------------

사람의 편견이란 참 무서운 걸지도.

인문, 사회과학 서적에 대한 나의 숭배(?)는 나도 모르게

다른 책들을 비하시키게 한다.

특히 쉽게 읽히는 책들에 대해서도.

어려운 소설책은 자랑스럽게 읽었음을 이야기하면서도

소위 베스트셀러라 일컬어지는 것들을 읽는 것에 대해서는

못내 부끄러워한다. 질이 떨어진다고.

정작 나보고 그런 이야기 써보라고 한다면 한 줄도 못 쓸거면서.

대중이 좋아하는 책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테니

눈여겨 볼 것.

그런 의미에서 이 책 재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내가 결혼했다 - 2006년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이당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2006년 5월 12일 읽고 쓰다

 

"나이가 좀 들면서 인간관계에 대해 알게 된 게 하나 있는데,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해 버리면 모든 게 간단해지는 것 같아. 뭔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원래 그런 사람이려니 하면 그만이거든. 마찬가지로 누가 나에 대해 뭐라고 해도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야 하고 생각하면 그만이야. 내가 잘못한 거라면 고쳐야겠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내가 잘못해서 뭐라고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싫어서 뭐라고 하는 게 대부분이야."

-64~65p

 

 

왜 하필 그 사람이어야 하는가. 낭만적 사랑에서는 이렇게 대답한다.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그 사람이니까. 낭만적 사랑에 있어서 상대방은 자신의 결여를 메워 주는 존재이다. 낭만적 사랑은 불완전한 개인을 완전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179p

 

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다 해서 그게 인생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어차피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인데.

-199p

 

삶에서 견딜 수 없는 고통이란 없다.

다만 견딜 수 없는 순간만이 있을 뿐이다.

-217p

 

어떠한 종류의 사랑이건 간에 사랑이란 그 자체로 아이러니이다.

왜? 을 사랑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너이고 네가 나였던 아주 짦은 시기가 지나가고 나면 사랑은 숨겨 놓았던 독을 사방에 풀어 놓는다. 그리하여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고 정작 사랑했던 사람들은 서로를 미워하게 된다.

-241p

 

보너스 팁. 싫어하는 인간을 즐겁게 보는 방법

없다. 앞으로도 계속 싫어하면서 살면 그만이다. 싫어하는 사람이 하나 줄어든다고 해서 갑자기 인생이 아름다어워지는 것은 아니다.

-342p

 

 

 

박현욱.

처음 보는 작가라 생각했는데 예전에 이사람 글을 읽은 적이 있었다. 그게 모였는지 기억은 잘 안나지만.

별로 축구 얘기 재미없어 하는데

결혼과 축구가 맞물린 이 소설은 재미있다.

여자의 양다리 걸치기가 조금 어이없긴 했지만

그게 이 책의 묘미이긴 하지. 호홍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06년 5월 10일 읽고 쓰다

 

스스로를 속이는 자는 아무도 없소

당신의 기다림이

당신이 보았던 시간보다

더 오래 지속되리란 것을 생각하오.

모든 것이 그렇게 흘러갈 것이기에."

-42p

 

글을 쓸 일이 없을 때에도, 수많은 사랑이 나를 스쳐 지나가도록 

내버려두었더 그 여유로운 마음가짐으로 매일 아침 책상을 정리한다.

-46p

(나의 미래가 이러한 느낌이기를)

 

나는 내 사랑이 될 수 있었으나 그러지 못했던 모든 사랑들로 목이 메였다.

-73p

 

노래하지 않는 사람은 노래하는 행복이 어떤 것인지 상상할 수도 없다

-82p

 

각각의 물건은 그것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야 하며, 각각의 일은 일의 성격에 맞는 시간에 처리해야 하고, 각각의 단어는 그 나름의 적절한 문체가 있다는 나의 강박관념은 질서 정연한 정신에게 주어지는 상이 아니라, 내가 근본적으로 무질서하다는 것을 숨기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낸 위장술이었던 것이다. 또 매일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것도 미덕이 아니라 게으름에 대한 반작용이었다. 야박한 심성을 숨기기 위해 인자한 척하고, 그릇된 판단을 숨기기 위해 신중한 척하고, 쌓은 분노가 폭발할까 봐 화해를 청하며, 타인의 시간에는 무관심하다는 걸 들키지 않으려고 시간을 엄수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88p

(이 문단에는 쉼표가 너무 많아~ 원문이 그랬나?)

 

그것은 단장을 하고 옷을 입고 향수를 뿌리는 것은 누군가를 위해서라는 사실을 사랑이 너무 늦게 내게 가르쳐주었기 때문이며, 나는 그런 누군가를 가져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110p

 

내 마음대로 해라. 올해 아니면 백 년 내에 반드시 죽은 몸이 되리라.

-142p

 

 

불친절한 책.

친절한 역자의 해설.

사랑은 상호적이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의 옆에 있으면서 그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이야기라고.

 

 

마르케스의 이야기를 오랜만에 읽었다.

행간의 의미폭이 너무나도 커서 따라가며 이해하기는 힘이 들었지만 마르케스라는 그 이름만으로 손이 갔던 그런 책.

위대한 작가는 이런 것인가?

축복인가, 아니면 형벌일까?

<백 년 동안의 고독> 이라는 마술적 리얼리즘 소설 이후

그의 모든 소설은 그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작가의 글 성향을 알고 있다는 것은-읽는 내내 그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어떤 의미인지 다시금 생각해본다.

 

1928년에 태어나 1982년에 노벨문학상을 받고

지금까지 살아있는 그의 일상의 편린을 조금 느껴본 듯한 기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끝없는 이야기 비룡소 걸작선 29
미하엘 엔데 지음, 로즈비타 콰드플리크 그림, 허수경 옮김 / 비룡소 / 200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06년 5월 10일 읽고 쓰다

 

"올바른 이름만이 모든 존재와 사물들에 실재성을 준단다."

"틀린 이름은 모든 것을 비현실적으로 만들지."

-2권 40p

 

"하지만 만약 그를 발견하지 못하면요?"

"만약 그가 존재한다면 나는 그를 발견할 거다."

여제는 수수께끼 같은 미소를 띠며 결연히 대답했다.

"그리고 내가 그를 발견한다면 그는 존재할거야."

- 46p

 

"난 영원히 지금 같았으면 좋겠어."

"영원한 건 순간이야."

-84p

 

"여기에는 오직 삶과 죽음, 페렐린과 고압만 있고 이야기가 없습니다. 주인님은 오직 주인님의 이야기를 경험해야 해요. 여기에 머물러 있으면 안됩니다."

..

..

"환상 세계에 있는 길들은, 주인님의 소원을 통해서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인님은 언제나 한 소원으로부터만 다른 소원으로 옮겨갈 수 있지요. ....그리고 어떤 장소를 떠나려고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어떤 다른 장솔호 가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주인님의 소원이 주인님을 이끌도록 해야 하는 거지요."

-129~130p

 

"진실한 소원이 없는 자는 자기가 뭘 원하는지 깨달을 때까지 그 안(천 개 문의 미궁)에서 헤매야만 합니다.

-131p

 

"지금까지 그 애는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기를 원했지만, 변하고 싶어하지는 않았거든."

-3권 167p

 

"넌 소원의 길을 따라갔고 그 길은 결코 똑바로 나 있지 않단다. 넌 멀리 돌아갔지만 그게 너의 길이었어."

-179p

 

 

 

 

 

 

 

마지막 소원은,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으면 하는 갈망.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고자 하는 마음.

 

 

네가 원하는 것을 해라 라고 환상 세계를 상징하는 메달에 씌여있었다.

 

 

미카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를 읽었다.

책 밖의 이야기와 책 안의 이야기가 어우러져 끝없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읽는 내내 나타나는 무수한 서사의 구조 속에서 행복해했다.

한 아이가, 못생기고 뚱뚱하며 놀림을 당하는 아이가 책을 통해 환상 세계에 들어가 멋진 왕자님이, 힘이 무척이 세고 지혜로운 아이(자신이 바랬던 환상 속의 그 모습)으로 변한다. 그러나 그 변화와 더불어 현실 세계의 자신을 잃어버리고 권력을 가진 대다수의 사람이 그러하듯이 탐욕스러워지게 된다. 그런 후에 여러여러 과정을 거쳐 자기 마음속의 소리를 따라가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되고 또 그러한 소원을 자신의 친구가 도와주면서 아이는 현실 세계에서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험한 책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4
카를로스 마리아 도밍게스 지음, 조원규 옮김 / 들녘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2006년 4월 27일 읽고 쓰다

 

"살아있는 자들의 세계는

그 자체로 충분히 기적과 신비를 품고 있다.

그 기적과 신비는

우리의 이성과 감정에 설명할 수 없는 방식으로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인생은 마술이라고밖에 달리 말할 수가 없다."

 

35p

 

파주출판단지 견학갔을 때 와인파티를 열어주신 들녘사장님께서

주신 책.

그닥 재미있지는 않다.

책이 인생에게, 사람에게 부여하는 탐미적일듯한 중독성을

사랑이야기와 버무려 놓은 책.

뭔가 행간의 띄엄띄엄한 철학적 내용들은

그 행간의 사이가 너무나도 길어 잡아내기가 힘들었다.

 

전체 100페이지내외. 대략 사오십분동안 후다닥 읽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