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반양장)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2005년 10월 10일 읽고 쓰다

 

어떤 사람을 두고 자신의 필생의 사랑이라고 말하는 것은 다 살아보고 나서야 가능한 일이다.

9p

 

주사위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방향으로 구르지만, 우리는 미친 듯이 필연성의 패턴을 그려보려고 한다.

15p

 

우리에게 일어날 수도 있고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일에는 우리가 부여하는 의미 외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두려움

16p

 

우리가 만나고 못 만나는 것은 결국 우연일 뿐이라고, 그녀와 함께 하는 삶의 절대적 필연성을 느끼지 않게 되는 순간, 즉 그녀에 대한 사랑이 끝나는 순간이기도 할 것이다.

17p

 

가장 매력적인 사람은 곧바로 우리에게 입맞춤을 허락하는 사람이나 절대 우리에게 입맙춤을 허용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수줍어 하며 그 양 극단 사이로 우리를 이끄는 사람이므로.

36p

 

거기서 모든 고민이 생기는 것 같아요. 불균형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서, 자신이 인생에서 뭘 원하는 지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지 못하기 때문에.

39p

 

나는 순간적으로 그녀의 어떤 면들은 알고 싶지 않다는 욕망을 느꼈다. 그런 면들이 내가 처음 그녀를 보았을 때부터 내 상상 속에서 구축되어온 아름다운 이미지를 거스르지 않도록.

89p

 

말다툼은 차이의 정당성을 깨닫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자신의 관점을 수용하도록 강제하려는 실력 행사로 전락했다.

104p

 

사랑은 사랑이 만들어내지 않는 이름을 들고 우리를 찾아온다.

151p

 

나는 주어진 이름을 가진 너를 발견했다. 그러나 나는 너에게 새로운 이름을 줌으로써, 너라는 존재가 나에게 주는 의미와 다른 사람들에게 주는 의미 사이의 차이를 표시하고자 한다.

151~152p

 

본질적으로 우리는사랑을 받기 전에는 온전하게 살아있는 것이 아니다.

161p

 

상대방에게 무엇때문에 나를 사랑하게 되었느냐고 묻지 않는 것은 예의에 속한다. 개인적인 바람을 이야기하자면, 어떤 면 때문에 사랑받는 것이 아니라 나라는 사실 때문에 사랑받는 것이다. 속성이나 특질을 넘어선 존재론적 지위 때문에 사랑받는 것이다.

209p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라캉의 "내가 생각하는 곳에 나는 없고, 내가 없는 곳에서 나는 생각한다"로 변형되었다.

247p

 

세계가 내 영혼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 내가 거기 살든 ㅅㄹ지 않든, 행복하든 불행하든, 살아 있든 죽었든 관계없이 움직여가는 독립된 실체임을 일깨워주었다. 세상이 내 기분에 따라서 표정을 바꾸어주기를 기대할 수는 없었다......세상은 내 행복에 기꺼이 편의를 제공했지만 이제 클로이가 떠났다고 해서 무너져 내리지는 않았다.

270p

 

이제 나를 괴롭히는 것은 그녀의 부재가 아니라, 내가 그녀의 부재에 무관심해진다는 것이었다. 망각은 내가 한때 그렇게 귀중하게 여겼던 것의 죽음, 상실, 그것에 대한 배신을 일때워주는 것이었다.

271p

 

 

 

"내가 다시 한번 빠지기 시작했다는 것" 라는 말로 글은 끝을 맺는다.

 

유명세에 비해 조금 늦게 읽은 알래 드 보통의 책.

내가 읽은 책이 17쇄 발행되는 책으로 올해 6월에 찍은 책인데

왜 이런 모양새인지 알 수가 없다.

그의 또다른 책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은 역시

생각의 나무 답게 참 이쁜 책이 되었다.

원서인 [On Love]은 페이퍼백이어도 빨간 표지에 참 이쁘던데

이 책은 정말, 너무 안 이쁘다.

책의 내용이 좋지 않았다면 쳐다보지도 않았다.

이렇게 책이 넘쳐나는 시대에 책의 디자인을 신경쓰는 일은 당연한

일일텐데. 모..지미의 그 유명한 작품들도 청미래 출판사의

손에 들어가니 완전 이상한 책이 되어버렸다.

중국에서 나온 책보다도 디자인이 더 허술하다.

글자체나 레이아웃도 별로.

너무 구닥다리같은 느낌이다.

이래선 팔릴 책도 덜 팔리게 된다고.

 

알랭 드 보통.

멋져~~~~~~!!! 이 책은 그가 스물 다섯 살때 쓴 책이라 한다.

나보다 한 살 더 많을 때 낸 책이라니..ㅜㅜ

(뭐 하고 살았나 하는 생각이 바로 뇌리에 스쳤다.)

 

남녀가 만나서 첫눈에 사랑에 빠지고 사랑을 해 나가고

그 사랑이 스러지는 과정을 거쳐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는

사랑에 대한 전 과정을 철학적, 심리학적으로 분석해나가면서

풀어가는 내용이다.

동감되는 부분이 많아서 참 재미있었다.

특히 내가 원하는 모습의 그 사람이면 좋겠다.라는 부분은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지금 내가 번역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번역투의 몇몇 문장이 눈에 거슬리고, 미국식 농담이나 비유를

그대로 옮겨와서 잠시 무슨 의미일까 고민한 대목이 있었다.

내가 그 힘든 과정을 알아서 욕하면 안되지만

사람이 참 간사하게도,

내가 쓴 글은 칭찬만 받았으면 좋겠지만

술술 읽히지 않는 글은 마구마구 비난하게 된다.

전혀, 조금의 여유조차 봐주지 않고.

 

그래도 이렇게 감동받게끔 씌여졌다는 것은

물론 원서가 좋았겠지만 그걸 번역한 사람의 공도 상당했겠지.

나중에 시간이 되면 원서를 읽고 싶다.

작가는 어떤 단어를 쓰고 어떻게 풀어나갔는지 궁금하다.

우리말로 받아들이는 것과 영어로 받아들이는 것에도

차이는 존재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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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직업이다
구본형 지음 / 북스넛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2005년 10월 10일 읽고 쓰다

 

겉으로 그럴 듯하고 속이 비어 있는 것을 '부실'이라 한다.

껍데기를 미끼로 속이 찬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을 '사기'라 한다.

자신에게 사기치는 것을 '허영'이라 한다

171p

 

*행운을 만드는 법

1. 있는 그대로 행동하면서 타인을 기분좋게 해 주어라.

-허술함, 실수가 곧 친근함에 이르는 비밀의 통로

2. 카리스마를 키워라.

-자신의 자리에서 조용한 열정을 지닌 사람, 뿌리치지 못하게 만드는 사람.

3. 늙어서까지 어린아이의 마음을 간직하라.

-모르면 물어보라. '가만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잊을 것.

4. 다른 사람에게 잘해 주어라.

-호의는 다른 호의를 불러온다.

5. 다른 사람의 신뢰를 얻어라.

-잠시 명성을 얻는 것보다 오래 존경을 받는 길을 택하라.

6. 인맥을 유지하라.

7. 가능하면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지 마라

-유일한 경쟁상대는 자기자신.

8. 인생의 밝은 면을 보라.

9. 일이 잘 되지 않았을 때 실패의 책임을 져라.

10. 쉽게 열받지 마라.

-233~236p 발췌.

 

 

좋아하는 구본형 아저씨.

새로 직장을 구하려는 30~40대 직장인을 위한 창업을 위한 마음가짐 지침서다.

내가 읽기에는 약간 술술 넘어가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예전의 책들보다 잘 넘어가는 글은 아니었다.

"아~이거야"라면서 손뼉을 치게 만드는 부분이 몇 개 있었다.

 

이런류의 책의 장점은 '살아가고 싶은 희망'을 가지게 한다는 거다.

내가 나약하게 구는 것이

한갖 사치에 불과하다는 것을 너무 극명하게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덕분에 다시 아자아자! 하고 일어날 수 있게 한다.

 

허영. 자신에게 사기치는 것.

적어도 내 자신에게 사기는 치지 말고 살아야지.

열심히 하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는데

주위를 돌아보니 난 정말 나 자신에게 사기를 치고 있었다.

앞으로 열심히 나가는 사람들이 참 많다.

본받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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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 생각의나무 우리소설 10
윤대녕 지음 / 생각의나무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2005년 10월 7일 읽고 쓰다

 

"본인만 알 수 있는 사실을 가지고 우리가 고민할 이유는 없어. 남이 나한테 저지른 잘못을 가지고 내가 괴로워할 필요가 없듯이."

"그래도 그게 아니잖아요."

"더이상은 나도 모르겠어 유배 중인 사람은 남을 돌아볼 여유가 없거든."

"냉정하군요."

"뜨겁지 못할 바에야 오히려 차가운 게 나아. 항상 그 중간이 문제가 되는 거야." 

83p

 

"만약 그럴 만한 일이 있더라도 용서는 스스로 구하는 겁니다. 타인은 나를 용서해주지 않으니까요."

190p

 

"굶주림 때문이겠지요. 아귀 같은 굶주림 말입니다."

"그 나이에 벌서 그런 허기를 느낍니까?"

"아마 살고 싶음 때문이겠죠. 자신을 죽여서라도 다시 살고 싶은 겁니다."

246p

 

"항상 주위를 둘러보며 적이 있는지 없는지 살펴봐야 하는 거야. 이 어리석은 친구야. 가족을 빼면 상대는 모두 적이라는 걸 명심해. 그들을 관리할 줄 알아야 결국 살아남는 거야. 이 멍청한 친구야."

277p

 

"누군가를 진심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삶에서 가장 절망스러웠던 순간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391p

 

 

윤대녕의 책은 처음이다.

그다지 읽을 마음은 아니었는데 표지가 너무 예뻤다.

내 맘에 쏙드는 디자인이었던 것이다.

 

책은 글쎄...

실망한 것도 아니고 적당히 감동받았지만

무어라 말로 표현하기가 참 어렵다.

읽고 있는 동안 설명투의 문체가 종종 거슬리긴 했지만

이것도 이 작가의 매력이겠거니 하고 읽었다.

 

불안. 경계를 살아가는 사람들.

외줄타기를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 그래 어쩌면 작가가 말하려 하는 것은 삶이라는 외줄타기인지도 모르겠다.

아슬아슬하게, 좀 더 민감한 사람에게는 쥐약이 되는

그런 오돌오돌떨게 만드는 외줄타기.

경계에 서있는, 약한 사람은 삶에 대한 애정을 활활 불태우다가도

지쳐서 죽어버린다.

남아있는 사람은, 경계에 서있되 강한 사람은

삶의 의미-대체 뭘까?-를 지키고 살아가는 것일테고

둔한 사람들은 무감각하게 살아가는 거겠지.

 

마음속에 호랑이가 있었다.

잠자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울부짖으면서 수면으로 뛰어올랐다.

그래서 바다에 갔다.

바다에서 고기를 잡았다.

파닥파닥 움직이는 생명의 것들,

살육을 해서 삶의 허기를 채웠다.

그리고 살고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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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문쿨루스 1
야마모토 히데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2005년 8월 30일 읽고 쓰다

 

호문쿨루스(homonculous)란 라틴어로 작은 사람이라는 의미.

연금술에 의해 만들어진 인공적인 생명일뿐 아니라

순수한 이성의 산물로 창조된 생명체라는 뜻.

중세 때는 원죄없는 순수한 인간을 만들려는 연금술사들의 호기심에 의해서 연구가 많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지난주에 [거북이북스]에서 있었는 작은 세미나(?)에서

미국 에이전시 하시는 분이 그러셨다.

일본 만화의 장점은 소재의 다양성이고

한국 만화의 장점은 감수성이라고.  

 

무엇은 무엇이다..라고 간단히 정의내릴 수는 없겠지만

일본 만화의 소재가 참으로 다양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나는 어떻게 사람들이 이런 것들을 발견해내서

만화로 그려내는 것인지 참 신기하다.

 

[호문쿨루스]도 내가 반한 것 중 하나.

인간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잠재의식을 엿보게 한다.

아뿔싸!

이 만화책의 주제는 "엿보기" 혹은 "훔쳐보기"였구나.

두개골에 구멍을 뚫어 뇌의 활성화상태를 극대로 높히면

잠자고 있던 제6감이 깨어난다.

주인공의 제6감은 물체 혹은 기이한 형태로 변형된

무의식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이것은 어찌보면 사람들이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는

무언가를 훔쳐보는 행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글을 쓰기 전까지는 못 느끼고 있었는데 갑자기 생각이 났다)

 

내가 알지도 못하는 내 안의 나가

타인의 눈에 보인다.

그 내 안의 나는 비틀려져있고, 억눌려져 있으며

고통받고 있다.

주인공은 사람들이 그런 무언가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도와주지만

또 그만큼 자신의 억눌려있음을 보면서 괴로워한다.

일종의 트라우마?

 

이 만화책이 가지고 있는 내용과 의미는

너무 크고 폭발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절대, 혼자서 읽으면 안 됨!

그리고 한 번에 한 권씩. 곱씹어볼 내용이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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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성
궈징밍 지음, 김택규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2005년 8월 30일 읽고 쓰다

 

김택규 선생님이 옮기신 책으로는 세번째 읽는 책.

개인적으로 얼른 왕후이의 책을 읽고 싶다.

중국에서 사회주의에 대한 색다른 시각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산동대 도서관에서 글과 논문을 찾아본 기억때문.

 

[환성]은 인터넷 소설 답게 글의 호흡도 짧고, 스토리라인의 반복이 조금 심한 편이다.

그래도 고3이 이런 글을, 이렇게 방대한 상상력을 길렀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다.

 

조금만 이야기의 복선을 깔아서

누가 범인인지, 어떻게 그를 찾으려고 모의를 하는지에 대해

독자가 알 수 있게 한다면 더 나은 소설이 되지 않을까..한다.

내가 둔해서 복선을 못찾는 것인가..ㅜㅜ

 

해리 포터나 반지의 제왕과는 또다른 느낌의 판타지 소설.

글의 배경이라던가, 또다른 세계의 펼쳐짐,

점성술과 마법등등의 내용

하지만 이야기의 주축이 될 것이라 생각했던

빙족과 화족의 싸움은 도입부와 마지막 부분에만 나와있어

약간 벙쩠다.

 

성궤나 서방호법이었다는 것은 뒤통수를 맞은 격.

(까악~~나는 이런 구조 넘 좋아~>.<)

그래도 미리 복선을 깔아두었음 좋았을 텐데.

봉황도, 까마귀에 대한 내용도.

그리고 연희도.

 

맨마지막에 캐슬이 이락과 남상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감탄이 나왔다.

굳이 분석을 하자면 불교의 윤회주의와

인간세계의 허망함같은 것으로 설명이 되려나?

사람들은 눈 앞에 보이는 것에 사로잡혀서

그 안에 들어있는 본질은 놓칠 경우가 많다.

그 처절한 슬픔이라니.

 나를 나로 인식하지 못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니.

 

그리고 결국 환생한 아이코스에 의해 죽는 캐슬.

"연제"라는 인물의 손아귀에 노는 주인공들.

그녀는 '신'일까?

그녀가 남자가 아닌 여자라는 점은 또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신이라고 한다면, 그리고 주인공들을 인간이라 칭한다면

우리는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면서

신이 던지는 돌맹이에 맞아 우는 개구리들일까?

 

복선을 전혀 깔아주지 않고

나중에 그냥 범인을 찾아낸 이유를 설명해주는 작가에게

화가 났지만(그 이야기의 구조가 반복되어서)

마지막 부분에는 곰곰히 생각할 여지를 만들어주는 작가가

고등학생이라는 사실에 화가 났다.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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