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제국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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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63년생 김성훈. 67년생 김기영. 이 두 사람은 동일 인물이다. 그는 북한에서 태어나 20세가 되던 해. 남한으로 침투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67년생 김기영이라는 허물을 덮어쓴 채 북한이 의도한 대로 남한의 대학교에 합격. 대남공작의 기틀을 마련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그는 그 시대를 일컫는 대학생. 386세대와 함께 민주화를 외치는 시위에 참여했다. 그리고 이북의 혁명사상을 공부하는 여인과 결혼까지 한다. 그렇게 그는 사상적으로 조금 위험한 사람이긴 했지만 정석적인 386세대로 위장하면서 한국인으로 살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이후 10년간 의심을 받지 않고 대남공작활동을 실행할 수 있었다. 그가  공산당원으로 해야 했던 임무는 시나리오 작가들처럼 남한으로 내려온 간첩들에게 적절한 배역을 제공해 주는 것이었다. 그가 쥐어주는 배역들에 따라 간첩들은 다양한 직업을 가진 한국 사람으로 변신했다. 그렇게 그는 열심히 시나리오를 써내려갔다.

허나 그의 남한생활 20년 인생에서의 나머지 10년 동안에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아무런 활동지침을 받지 못했다. 그렇게 그는 북에서 잊혀져간 사람이 되어갔다. 그러는 사이 그는 남한 속에서 남한의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아내와  딸아이를 위해서 여느 대한민국의 아버지처럼 치열한 삶을 살아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국명 김기영에게 즉시 북으로 귀환하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남한 상륙 20년 만이요. 잊혀 지내 온지 10년 만의 갑작스런 사건이었다. 그는 혼란스러워졌다. 그의  인생은 힘겹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기반을 잡아놓은 상태에서 딱 하루의 삶밖에 살 수 없는 시한부 환자의 상태로 변해버렸다.

하루의 삶을 살아야 하는 인물은 김성훈이었다. 그래서 그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여느 환자들처럼 과거를 회상했다. 그리고 지금껏 떨어져 지내던 자신과 함께 내려왔던 동지들을 만난다. 지극히 짧은 하루 동안의 시간. 그는 정리하기로 한다. 왜냐하면 김성훈이라면 결코 거역할 수 없는 위대한 어버이의 명령을 따라야 했기 때문에…….

그러나 그의 앞에는 또 다른 선택지가 놓여 있었다. 그것은 김기영이라는 선택지였다. 그에겐 가족이 있었다. 그는 이미 이곳의 삶에 적응해버렸다. 그는 정말 김기영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그는 평양호텔의 지하 깊숙한 그 곳. 교육 목적으로 만들어진 인공의 서울. 공작원들을 교육시키는 부속품으로 그곳에 갇히게 될 것이 뻔한 미래를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인간으로 바뀌어 버렸다. 

남한의 사회 속에서 김성훈이라는 선택지에는 하나의 운명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나 김기영이라는 선택지에는 수많은 운명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그가 기영이라는 이름을 가진 채 남한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숱한 과정 하나하나에는 그의 부인 장마리가 함께하고 있었다.

장마리라는 이름을 가진 그녀는 어린 시절 매우 똑똑한 학생이었다. 그래서 우수한 대학교에 진학하지만, 어떤 계기로 인간미 없는 서울의 도시 사람들의 모습을 극한으로 경험하게 된다. 그러면서 그녀의 인생은 180도 뒤바뀐다. 비인간적인 사회를 부정하는 여인으로…….

그녀는 김기영과 혼인한다. 그러나 그에게 깊숙하게 접근할 수 없었다. 무엇인가 알 수 없는 거리감이 그녀를 지치고 힘들게 했다. 그녀는 그래도 그를 이해해보려고 노력했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부모님을 잃은 상처가 그를 외로움을 지닌 남자로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그를 이해하고 사랑받길 원했지만 그는 그녀에게서 점점 더 멀어져만 갔다. 가까이 존재하는 것은 그의 몸뚱이와 체온 뿐 그 이상은 그녀에게 허락되지 않았다.

그렇게 그녀 또한 이 사회와 그의 남편의 성향 때문에 좌절감을 느끼면서 변화해나간다. 힘겨웠던 나날들이었지만 조금씩 극복하며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곁에 20대의 순수함을 잃어버린 채 이 사회의 어두움에 길들여진 그녀를 원하는 한 남자가 다가온다.

고성욱. 그는 20세의 젊은 법대생이다. 그는 약한 척 도도한척 이것저것 따지기 좋아하는 젊은 여자들보다 모든 악조건을 견뎌낸 강인한 커리어 우먼인 40대의 장마리를 사랑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자기가 원하는 거라면 무엇이든지 가리지 않고 들어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변태적인 성욕을 채우기 위한 행위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장마리에게 있어서 고성욱이란 젊은 남성은 안정되지 못한 삶을 그녀를 비참하게 만들었던 사회에 대한 분노를 풀어낼 열쇠 같은 것이었다. 젊은 남성을 정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 그것은 이 사회의 도덕적 관념을 무너뜨릴 수 있을 만한 것이었다. 그녀를 이렇게 만들어 버린 이유는 여인이라면 한 남자의 아내라면 누구나 꿈꿔왔던 사랑을 받지 못했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김기영. 그가 과거의 비밀을 지켜나가기 위해서 불안한 나날을 보내야 했던 그 순간부터 그의 주위 사람이 그에 맞추기 위해 변해버렸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인생에서 중요했던 변곡점. 그 한 고비의 선택이 어긋난 순간부터 그것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은 점점 더 흐트러져가는 것을 바로잡기 위한 흐름이 아니라 그저 어그러지는 물속의 잉크 한 방울처럼, 그것에 순응하면서 맞춰나가야 했던 것이다.

오죽했으면 그의 딸인 현미가 자신의 절친 아영이에게 우리 엄마는 계모라는 황당무계한 비밀을 털어놓았을까? 기영이 만들어낸 어두움은  그렇게 그의 딸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마리의 딸. 현미에게 그녀는 계모가 아니었다. 그녀는 기영의 딸일 뿐만 아니라 마리의 딸이기도 했다. 허나 현미가 아영에게 털어놓은 “우리엄마는 계모”라는 비밀처럼 한창 사춘기의 나이에 있는 현미는 아버지를 더 좋아하고 아버지를 더 정상인으로 생각하는 딸로 변하고 있었다.

현미가 생각하는 정상인의 개념. 그것은 김기영 = 진국이라는 공식으로 변해버렸다. 딸은 아버지와 같은 남성을 이상형으로 삼는다더니……. 진국이라는 자폐아적인 성격을 가진 한 남자아이가 풍기는 분위기는 다른 또래의 아이들과는 다른 신비로운 존재로 현미에게 다가왔다.

하지만 현미는 기영의 행동에 발맞춰 순응 해나갔던 마리와는 달리 진국이에게 덮여 씌워진 또 다른 하나의 자아에 맞서서 이겨내기를 다짐한다. 현미의 이러한 다짐은 기영과 마리에게 놓인 과거와 현재와는 다른 또 다른 미래를 암시한다.

이 책은 간첩이라는 가장을 둔 특수한 한 가정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었다. 그 속에는 우리의 분단의 비극이 존재하고 있었다. 김기영. 그는 이북의 사상으로부터 벗어난 20년의 세월 동안 정반대의 세상에서 보금자리를 마련했고 그렇게 그는 자본주의의 세상에 길들여져 갔다. 그리고 그가 적응하는 중심에는 가족들이 있었다. 비록 그가 이 세계에서 비밀을 간직한 채 혼자서 싸워 나갔지만 그가 싸움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옆에서 묵묵히 이해해주었던 부인이 있었고, 그의 성향을 이상형으로 받드는 그의 딸이 있었다. 

그 덕분에 이들의 가정은 정상의 개념에서 한참 떨어진 지점에서 균형을 맞추면서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다소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외설적인 장면들은 아마도 멀어진 균형이 초래하는 비극의 일부를 나타낸 것이리라. 그리고 그 비극을 다시 행복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지금과는 다른 방법이 필요한 것임을 암시하는 것이리라.

이 책의 제목은 <빛의 제국>이다. 그러나 <빛의 제국>이라는 단어는 이 책 속에 아주 잠깐 동안 등장한다. 인민 김성훈에서 한국인 김기영으로의 삶을 선택했을 때. 사상의 이끌림보다 가족애의 이끌림을 받아들였을 때. 그를 데려가려고 태안반도에 도달한 북한군을 쫒아버리는 등대의 불빛이 바로 빛의 제국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김기영은 자신의 운명을 선택했다. 40년 세월동안 주어진 사명에서 벗어난 것이다. 그렇게 이곳에 남기로 한 후에 다른 날처럼 신문을 펼쳐들고 있는 그를 바라보며 전날 그에게 떠나버리라고 소리쳤던, 부인 장마리는 아무런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상황을 바라보고 있는 현미는 지금까지의 다툼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라는 것을 몸으로 이해한다. 

이제 그들 가정에는 행복한 정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즐거운 과정이 남아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상황을 상상하면서 책장의 마지막을 덮었다. 이 책은 사상의 범주 속에서 가족애를 표현했으나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 중 한 가지는 모든 것을 감내하고 이해만 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였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가족이라면 가족 구성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함께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이 책은 알려주고 있는 것이었다. 밝은 빛이 나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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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사 공부법 - 공부하는 방법부터 공부하라
조세핀 풀턴 지음, 권태은 옮김 / 보누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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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걸을 수 있는가?, 말을 할 수 있는가?, 커피를 끓일 수 있는가?, 빵집에서 빵을 살 수 있는가? 이 무슨 황당한 시추에이션이란 말인가? 책의 제일 첫 장에서 등장하는 학습능력 테스트를 위한 질문은 모두가 이런 식이었다. 그것도 멘사공부법이라는 제목을 가진 책에서 말이다.

얼토당토 안한 질문들을 제시했던 지은이 조세핀 풀턴은 조금 후에야 질문을 던진 의도를 우리에게 알려준다. 그는 이 질문을 통해서 우리들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 자체가 배움의 연속이요. 학습능력이란,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경험과 훈련, 습관의 결과라는 것을 알려주었고 그것들이 멘사라고 해서 보통사람들과 다른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었다. 

이 책은 아이큐 상위 2%이상의 모임이라는 멘사를 제목에 내세우고 있다. 그래서 책을 알게 된 처음부터 자칭 천재라는 사람들은 어떻게 공부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가장 먼저 들었다. 그래서 그들의 비법을 알고 싶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조금 더 효율적인 공부를 하고 싶었다.

그렇게 나의 눈길을 끌었던 책에서 나는 공부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머리가 좋은 사람만이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받아들여 그것을 꾸준히 해나가는 것에서부터 성공의 길이 시작되리라는 것이었다.

이와 같이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가르침과 함께 나머지 여덟 장까지의 책장을 쉼 없이 넘겨나갔다. 테스트가 앞을 가로막고 있으면 해나가면 되는 것이요. 시간제한이 있다면 최대한 확실히 지금의 내 위치를 파악하고자 타임워치를 맞춰가면서 해나가면 되는 것이었다. 책에 담겨있는 여러 가지의 테스트를 통해서 현재 나의 학습능력은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간략히 파악해 볼 수 있었다. 

이 책은 목차 순서대로 기억력, 집중력, 독해력, 수리력, 창의력, 판단력ㆍ의사결정력, 의사소통능력의 테스트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공부에 관련된 모든 영역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각각의 능력에 대한 테스트를 마치고 나면 그것들의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몇 가지 비법을 소개하는 식으로 책의 전개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아마도 첫 장의 학습능력 테스트를 무사히 할 수 있었다면 이 책의 모든 테스트를 손쉽게 실행할 수 있을 것이다. 지루하지만 않으면 말이다. 만약 지루하다고 생각이 되면 페이지에 구애받지 않고 가장 궁금한 것부터 진행해나가도 무방하다.

나의 경우에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독해력, 집중력, 기억력 이 세 가지 범주가 가장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기존의 독서법에서 몇 가지 고칠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간략히 이야기 해보자면 읽기의 준비운동이라고 하는 스캐닝 독서법에 관한 내용이었다.

나는 어떤 주제와 난이도를 가지고 있는 책이든지 간에 무조건 첫 장의 목차부터 시작해서 끝까지 정독하는 방식으로 독서를 해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스캐닝 독서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꼭 써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만들었다. 이 방법은 정독을 하기에 앞서서 빠른 방법으로 어떤 핵심단어를 찾아서 끝까지 스윽 훑어 내려가는 것이라고 한다.

각 페이지당 2초~20초 사이의 시간으로 핵심 단어들을 찾아서 그 주위의 내용을 읽게 된다면 스캐닝 독서법이 끝난 후 다시 정독했을 때 훨씬 더 책의 이해가 쉽고, 무엇보다 앞서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을 더욱 집중해서 읽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비법을 읽는 순간 나는 무릎을 소리가 날 정도로 치고야 말았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야구선수들이 받는다는 그 ‘원 포인트 레슨’이라는 것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이 책에는 무릎에서 소리가 연신 울려 퍼질만한 비법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나는 단지 내가 제일 흥미 있었던 독해력 부분에서 그것이 더욱 강하게 느껴졌을 뿐이다.

이 책을 읽고 나는 천재와 둔재의 차이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옛 속담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둘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는 것이 결코 아니었다. 모두가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 지에 따라서 종이 한 장 차이가 백짓장 차이로 벌어지는 것이었다.

조금 더 공부를 잘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누구든지 이 책에서 몇 가지를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이 책의 분류가 청소년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 책은 한창 공부를 해나갈 그들을 위해 만들어진 책인 것이다. 그만큼 이 책은 어렵지 않다. 조금 더 효율성을 높이고 싶다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이 책을 펼쳐들길 바란다. 아직 늦지 않았다.

덧붙이기. 다만 아쉬웠던 것은 이 책의 지은이가 외국인이다 보니 어휘력 부분에서 전부 영어 단어로 테스트를 한다는 것이 좀 아쉬운 부분이었다. 이것을 번역자가 저자의 허락을 얻어 한글어판에서는 한글로 순환시키던지 아니면 비슷한 형태로 만들어서 독자들에게 제공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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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 보급판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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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720페이지의 분량을 자랑한다. 상대적으로 많은 분량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전 세계인들이 가장 많이 본 과학책 중에 한권으로 꼽힌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나도 몇 번씩이나 독서를 통해 알게 된 책임에도 불구하고 선뜻 구매하기 망설였던 책인데, 밝은 웃음님 덕분에 큰 배움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간단히 이 책을 1회독하고 난 뒤의 느낌을 말해보라고 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유체이탈과 같은 이상야릇한 기분을 느꼈다고…….

나는 책을 한 장 한 장 넘겨 나가면서 과학자들이 왜 이 책을 읽어보라고 잔소리를 해대는지 그 까닭을 알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아……. 내가 왜 이런 책을 지금에서야 읽는지 후회스러운 감정이 물밀듯이 밀려들어왔다. 그리고 이 서평을 본 사람이 있다면 꼭 한번 읽어 보기를 바란다. 

이 책은 그 중요성만큼이나 다루고 있는 범위가 매우 넓다. 그러나 책이 다루는 광범위한 지식들이 이 책에서는 13장의 챕터를 통해 단계적이고, 꼼꼼하게 연결되어 이어지고 있다. 이것이 아마도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저자의 능력일 것이다. 어려운 개념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 설명뿐인가? 그는 미래의 우리들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비전까지 제시한다.

이 책에서는 바로 전에 읽은 <태양의 아이들>에서 알게 된 인간의 기원에 관한 내용들. 즉, 태양이 만들어낸 원자의 진화과정. 그것들이 만들어낸 세포의 형성으로 점차적으로 인간까지 진화하게 되었다는 설명은 이 책 <코스모스>에서도 마찬가지로 언급되어 있었다.

그와 더불어 <코스모스>는 지구와 태양관의 관계만을 주목하면서 인간위주의 역사를 언급한 <태양의 아이들>과는 달리 우주의 기원과 우리 주위에 있는 행성들. 금성, 화성, 목성, 토성뿐만 아니라 저 멀리에 존재하고 있는 이름 모를 수많은 별들에 대한 생성과정부터 블랙홀로 변하기까지에 대한 내용을 알려주고 있었다. 물론 인간의 과학발전 역사를 빼놓지 않고 말이다.

인간의 발전에 관해서는 특히 기원전의 알렉산드리아와 중세시대의 사이에 존재했던 과학 우월주의와 종교 발달로 인한 ‘신’ 의 존재 때문에 과학이 퇴보되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과학자들은 자신이 새로이 알게 된 사실들을 그들 사이에서만 공유했고,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나 장애물이 앞에 놓이게 되면 “그것은 신의 섭리”라는 논리 속으로 감춰버렸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그 긴 어둠의 터널을 벗어나와 고대 과학자들의 이론을 뛰어넘는 엄청난 발전을 거듭하여 현재의 모습에 도달해있다. 우리는 전파를 통해서 더욱 우주에 대한 이해력을 키워 나가고 있으며, 우주선을 개발하여 실제로 그곳에 한 걸음을 내딛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도달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조차도 충분히 지금껏 인류가 이룩해 놓은 과학기술을 통하여 어느 정도 예측을 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하지만 저자는 인류의 두뇌에 축적되어있는 파충류의 뇌를 걱정한다. 저자는 우리 앞에 놓인 광활한 우주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현재 발달한 엄청난 핵무기를 권력의 싸움의 도구로 이용하여 인류의 파멸에 이르게 될까 두려워한다. 세계 1, 2차 대전에서 사용되었던 핵 폭탄의 위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의 에너지 이용기술은 발전해 버렸다. 그리고 그 기술은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을 초월해 버렸다.

그 기술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파충류의 뇌가 아닌 대뇌피질에 형성되어 있는 인간의 뇌이다. 인간의 뇌는 이성적인 존재이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에게 한 가지 약속을 해달라고 부탁한다. 인간이 이룩한 인간의 뇌를 더욱 중점적으로 사용하여, 전 세계인이 합심하여 저 멀리 신세계를 개척해 나가자고 말한다. 그 옛날 지구를 탐험했던 것처럼 말이다.

올해는 우주개척을 우리에게 당부했던 그가 떠난 지 13년째 되는 해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인류의 다툼은 끝나지 않고 있다. 우리의 앞에 직면해 있는 핵무기 위협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북한이 놓여있다.

개인적으로 북한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곱지 않다. 곱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고립된 사회에 놓인 북한의 마지막 발악의 방법이 전 세계인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라는 것에 같은 한민족으로 부끄럽다는 생각이 든다.

구 소련으로 대표되던 사회주의는 이미 실패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수정해 나갈 생각은 하지 않고 김 씨 일가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대한민국이 원조해준 수많은 식량과 물자들을 인류의 협박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 북한의 지도층에 대해서 분노가 치민다.

인간의 부귀영화가 전 우주의 삶에 비하면 하루살이 축에도 끼지 못할 정도인데, 그것에 연연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그들의 옹졸한 생각에 쓴웃음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들이 누린 부귀영화는 길게 잡아봤자 50년에 불과하나, 그가 죽고 난 뒤에 기다리고 있을 사람들의 평가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칼 세이건은 이 책과 또 다른 여러 저서들 이외에 <코스모스>라는 같은 제목의 13편의 다큐멘터리를 우리들에게 남겨주었다. 나는 그 사실을 알고 재빨리 그것들을 구해 놓았다. 그것들은 이 책의 내용을 시각영상화 한 것에 불과하지만 활자를 통해서 상상할 수 없거나 이해할 수 없는 내용들을 적절히 시각영상으로 받아들이면서 <코스모스>를 읽어 나간다면 더 유익한 자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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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아이들 - 에너지를 향한 끝없는 인간 욕망의 역사
앨프리드 W. 크로스비 지음, 이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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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말한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태양의 아이들이다.” 이 말에 따르면 현재 이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인간들 역시 다른 생명과 마찬가지로 태양에서 태어나고, 자라난 생명체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우리들 인간은 다른 생명체와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우리는 지금 인류세라고 불리는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먼 옛날 공룡들이 지구상에서 절대적인 지위를 누린 것처럼, 우리들도 이 세계는 모든 것이 인간 중심이며 인간을 위해서 흘러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일 뿐이다.

인간의 그런 착각이 인간들을 지구에서 영향을 미쳤던 과거의 어떤 생명체들보다 훨씬 위험한 생명체로 만들어버렸다. 왜냐하면 절대자의 지위를 이용해서 우리들이 쓸 수 있는 에너지의 한계를 초월. 40억년 동안 지구의 생성과 함께 만들어져 내려온 어마어마한 에너지들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 <태양의 아이들>은 이러한 인류세동안 진행되어온 인간의 에너지 소비 변천사를 알기 쉽게 풀어쓴 책이다. 이 책은 고대 인류가 어떻게 태어나서, 어떻게 다른 생물들과 달리 머리를 발전시키며 진화해왔는지 서술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인류의 엄청난 진보라고 불리고 있는 불의 발견과 그 이후 산업 혁명기에 나타난 증기기관의 발명과 화석 연료의 사용. 그리고 앞으로 지속가능한 연료로 각광받고 있는 태양에너지와 핵융합 에너지를 개발 중에 있는 인류의 에너지 역사를 포괄하고 있다.

책을 통해 드러난 인류의 역사를 들춰보면 인간은 갈수록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했고 점차 거대화된 에너지 소모체로 변화하고 있었으며, 인간은 더 이상 자신의 근육으로 일을 하지 않게 되었다. 인간은 지구상의 어떤 생물들보다 뛰어난 진화의 산물인 두뇌를 극대화하여 기술력을 발전시켜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발전하는 기술력에 비례하여 사용되는 에너지는 점차 증가했다.

그 덕분에 지금 우리는 미래에 우리가 아니 어쩌면 다른 누군가가 사용하여야 할 자원들을 소모하면서 풍족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어져 온 인류세가 멈추지 않고 이어질 경우에 우리들은 우리 이전에 지구를 지배하던 종족들처럼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래도 그들은 자신의 능력만을 사용하여 몇 억년의 역사를 창조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능력을 초월하여 이 세계를 유지시기고 있다. 그것은 바로 인류의 멸망시기를 앞당기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들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에너지 상황에서의 ‘정상’이 무엇인가를 올바르게 정의하는 일이다. 저자가 설명하는 지금까지 ‘정상’의 개념은 항공모함에서부터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온갖 장치들을 가동할 수 있는 엄청난 에너지의 소비를 뜻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개념은 고작 150년 밖에 되지 않은 인공적인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조금 더 에너지의 정상의 개념을 자연친화적이고 좀 더 효율이 높으면서 지속가능한  에너지라는 개념으로 고쳐나가기를 원하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저자는 우리들이 지금껏 누려왔던 고에너지 사회를 각성제 또는 암페타민을 먹은 것과 비슷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는 이렇게 경고한다.

“화석연료와 마찬가지로 암페타민도 사람에게 활기를 불어넣는다. 암페타민을 먹은 사람은 피로를 느끼지 않으며, 사고 과정과 동작이 더 빨라지고, 더 많은 행복을 느낀다. 그러나 암페타민을 먹는 사람들은 결국 여기에 의존하게 된다. 불행하게도 암페타민을 끝없이 얻을 수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게다가 암페타민 사용자는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암페타민을 너무 오래 먹으면 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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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혼 - 도전하는 영혼을 위하여
추성훈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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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의 표지부터 범상치 않다. 추성훈이라는 사람은 자신에게 씌어있는 불합리한 것들을 이와 같은 모습과 각오를 통해서 극복했나보다. 그래서 이 사진에 나타나있는 마음가짐이 고스란히 나의 눈을 통해 가슴으로 전달되는 것만 같다.

추성훈. 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아마도 이중국적 논란 때문에 언론의 뭇매를 맞던 때였던 것 같다. 그는 우리나라에 만연해 있는 파벌 때문에 안타깝게도 고국에서 꿈을 이룰 수 없었고, 그래서 그는 아키야마 요시히로라는 이름을 가진 일본인으로서 꿈에 도전한다. 그리고 그는 그렇게 나의 기억 속에서 멀어졌다.

그로부터 몇 년 후, 그는 무릎팍 도사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우리들에게 공개했다. 방송을 통해 사람들에게 비쳐진 모습은 우리가 알고 있는 카리스마 있고, 다소 무서웠던 인상과는 달리 자상하고 순박한 인물이었다. 의외의 이미지와 더불어 가수 뺨치는 노래실력 덕분에 그는 국내에서 큰 이슈 메이커가 되었다. 그리고 추성훈 같은 남성상이 대한민국의 또 하나의 남성상으로 자리 잡았다.

그랬던 그가 지금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고 있다. UFC라는 무대에 진출 한 것이다. 솔직히 나는 UFC라는 것을 모른다. 왜냐하면 격투기 시합을 크게 좋아하거나 즐겨보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쨌든 그는 UFC라는 더 큰 무대를 앞두고 있다. 이것은 간단하게 말해서 일본 격투기계를 벗어나서 세계무대에 진출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튼 그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일본에서의 이미지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몸에 크림을 바르고 경기에 나섰다가 실격 처리된 시합과 사커킥 논란을 불러일으킨 그 시합을 통해서 추성훈은 아니 추성훈이라기 보다는 일본인이 아니라 한국인이었기 때문에 악역의 이미지를 덮어쓰게 된다.

한 번은 그가 경기시작 전 등장하는 모습을 본적이 있었는데, 어두운 배경에 차가운 표정으로 등장했다. 그리고 그의 포스터도 같은 모습이었다. 나는 그것을 보면서 일부러 상대의 기를 죽이기 위한 의도된 행위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실은 그것이 아니라 선악 구도를 통해 이익을 극대화 하려는 일본 격투기계의 교묘한 상술이 덮여진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항상 악역이었다.

격투가의 자존심에 치명상을 입혔던 인터넷 상에서의 인격모독. 어쩌면 일본인이 아니라 한국인이기 때문에 더욱 비난 받아야했던 그의 과거사. 그리고 그의 격투인생 내내 따라다녀야 할지도 모르는 아픔을 함께 돌아보면서 그가 감내해야 했던 커다란 고통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가슴이 먹먹해졌다.

하지만 강한 가슴을 지닌 그는 그를 지켜봐주는 팬들이 있기에 그리고 그가 목표로 하는 큰 사명감이 있었기에 그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더 이상 자신의 공격할 때 야유 받고, 공격당할 때 환호 받는 곳을 벗어나서 실력 대 실력으로 대우받는 곳을 찾아 떠났다. 

이 책은 그가 더 높은 곳을 향해 날개를 펼치기 전에, 지금까지 그가 살아온 과거들을 스스로 되짚어 보고 반성하고자 엮은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의 가장 큰 두 가지 목표. 유도를 세상에 널리 보급하는 일과, 한국과 일본 사이에 있는 보이지 않는 커다란 장벽을 해체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되새기고 싶었으리라.

이 책을 통해서 그의 내면과 대화할수 있었다. 뭐랄까 마치 하루 종일 그와 함께 술잔을 기울인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딱딱한 문체가 아니라 살아 숨 쉬는 대화체로 나에게 전달되었다.

“야! 인마. 강한남자가 뭐라고 생각하냐? 내 생각에는 지 잘났다고 으스대는 게 강한 것은 절대로 아니야!”

“그럼 뭐냐고? 뭐긴 인마! 자고로 강한 남자란, 자상한 남자다 이 말씀이야.”

“진정한 사나이는 말이다. 상대가 아무리 강해도 결코 굴하지 않는 정신으로, 오직 자신의 신념에 따르는 것을 의미하는 거다. 알겠냐?”

“어이 너 잔 비었네. 사나이가 되라는 의미로 내가 가득 채워준다. 알지? 원 샷!”

그는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소주잔을 채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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