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파리의 노트르담 1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3
빅토르 위고 지음, 정기수 옮김 / 민음사 / 2005년 2월
평점 :
낭만주의? 나는 모른다. 지식인을 찾아보고 백과사전을 찾아보고 사전적 의미를 알 수 있었다 해도 나는 모른다고 답하고 싶다. 왜냐하면 책을 읽기 전 나는 낭만주의라는 단어를 두고 이렇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낭만스럽다고? 로맨틱 소설인가?”
빅토르 위고? 나는 역시 모른다. 호메로스, 단테, 셰익스피어의 뒤를 잇는 세계 4대 시성이라고 책의 뒷표지에 대문짝하게 실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런가보다’ 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러나 나는 빅토르 위고가 노무현 대통령의 추천서 <레 미제라블>의 저자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도 나는 빅토르 위고가 그립기 보다는 <레 미제라블>이 그리울 따름이다.
하지만 <파리의 노트르담> 이 책 한권은 나에게 낭만주의를 알고 싶게 만들었다. 그리고 빅토르 위고를 알고 싶게 만들었다. 나는 책 속에 조금 등장하고 있는 건축물의 양식변화에 무관심했지만 이해하고 싶어졌고, 노트르담의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파리의 조감에 대하여 점점 더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파리의 중심 세느강. 그리고 좌안과 우안으로 나뉘는 각기 다른 모습의 두 장소. 마침내 나는 책을 읽으면서 활자가 묘사하고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과 파리의 모습의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그것들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어렵지 않게 웅장한 모양새를 뽐내고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모습과 저자의 말대로 비뚤빼뚤 솟아있지 않고 편평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파리 시내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21세기의 풍경이지만 그것만 해도 어디랴?
그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여러 가지의 양식들이 덧대어진 이 노트르담 성담을 있는 그대로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파리의 노트르담은 특히 그러한 잡종의 기이한 견본이다. 이 기념할 만한 건축물의 면 하나하나, 돌 하나하나는 이 나라 역사의 한 페이지일 뿐만 아니라, 학문과 예술의 한 페이지이기도 하다.” (214쪽)
그는 사람들의 예술과 사상과 종교적 생각을 표현해내기 위해서 존재했던 건축술의 발전에서 그 우위가 인쇄술의 발전으로 인하여 글로 넘어가게 되었다는 주장을 한다. 그의 말마따나 건축술의 쇠퇴와 인쇄술의 발전에 의해 2000년대의 인간은 1800년대의 사상을 얇은 책 한권으로 이해할 수 있었으며, 더욱이 그가 지어낸 그 속에서 표현하고 있는 1400년대의 인간과 문화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세월의 흐름에 맡겨진 파리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중앙의 시테 섬, 그것은 모양이 한 마리의 거북이 같아, 그 회색 지붕의 등껍질 아래로 기와로 비늘 진 다리들을 발처럼 내놓고 있다. 왼쪽에는 대학의, 촘촘하고 빽빽하고 비죽비죽 솟아 있는 단단한 하나의 돌로 된 사다리꼴. 오른쪽에는 정원과 대건축물들이 훨씬 더 많이 섞여 있는 장안의 광대한 반원 무수한 거리들로 대리석 무늬가 든 것 같은 세 개의 덩어리, 시테와 대학과 장안. 그 한가운데를 뚫고 흐르는, 섬과 다리와 배들로 가로막힌 센 강.” (251쪽)
이렇게 나는 이 책속에 담겨있는 인물들의 갈등을 생각하기 전에 파리의 풍경에 매료된채 이렇게 서평을 작성하는 손이 제멋대로 파리와 빅토르 위고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고 있다. 그리고 나는 내 멋대로 움직이는 손가락을 멈추기 싫다. 그저 내 마음가는대로 이렇게 끄적거릴뿐...
여행객들이 왜 낯선 이국땅을 보면서 환호하는지 이제 좀 알 것도 같다. 그곳은 그곳에 살았던 수 많은 인간들의 관념들이 숨 쉬는 곳이며, 사람들은 그 역사의 장소 그 곳의 일원이 되고 싶은 마음 때문이 아닐까?
사진출처 : KBS1TV 걸어서 세계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