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노트르담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4
빅토르 위고 지음, 정기수 옮김 / 민음사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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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노트르담의 꼽추>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 질문을 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이 소설이 바로 그 유명한 <노트르담의 꼽추>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빅토르 위고의 원전으로서의 <파리의 노트르담>과 <노트르담의 꼽추>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

내 기억이 맞는지 확실하지는 않다. 그러나 어릴 때 새겨진 기억을 지금에 와서 다시금 돌리기는 싫다. 그렇기 때문에 어릴 적 <노트르담의 꼽추>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박혀버린 기억의 카지모도를 한번 끄집어 내 보겠다.   

내 기억 속에서 노트르담의 꼽추는 주인공이었다. 그리고 그는 비록 생김새는 남들에게 혐오감을 일으켰지만 마음만은 누구보다 더 깊고 넓은 존재였다. 그는 그 생김새로 인해 사회적으로 버림받고 고통당하지만 결국 그는 그러한 악조건을 딛고 사랑을 쟁취하고 행복한 결말을 맞게 된다.

또 다른 고전인 <미녀와 야수> 그리고 최근의 <슈렉>과 같은 이야기에 섞여서 내가 <노트르담의 꼽추>의 내용을 잘못 기억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내가 알고 있는 <노트르담의 꼽추>는 카지모도가 주인공이고 사람을 단순히 외모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마음으로 판단하라는 교훈을 받았던 것은 분명하다.

허나 이 책 <파리의 노트르담>은 카지모도의 독무대가 이루어지는 책이 절대 아니다. 물론 외모보다 마음이 중요함을 강조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이 책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카지모도에게만 할당된 이야기인 것이다.

이 책 속에는 카지모도를 포함하여 크게 6명의 인간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저자 빅토르 위고는 이들의 삶을 철저하게 조명한다. 6명의 삶속에서 주어진 갖가지의 제약들. 그는 그것들을 ‘Anake' 우리말로 숙명이라는 하나의 굴레에 묶어 놓는다. 그것은 신분이고 장애이고 종교며 사상이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모든 등장인물들은 전부 그 숙명이라는 것을 벗어나지 못한 채 최후를 맞이하거나 고립된 인생을 살아간다. 지금이야 인권이 강화된 사회를 살고 있으므로 “자신의 삶을 자기가 개척할 수 있다”와 같은 의미를 가진 말들이 곳곳에서 범람하고 있지만 1400년대의 프랑스 파리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이야기인 것이다.

잡설은 이쯤에서 줄이고 어디한번 그들의 벗어날 수 없는 숙명 속으로 빠져들어 보자.

나는 카지모도와 에스메랄다와 그녀의 어머니 그리고 무자비하게 희생되는 거지들이 감내해야 하는 숙명을 바라보면서 신분의 장벽과 장애의 존재로 인하여 소외받고 고통 받는 인간들의 그 잔인한 ‘숙명’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이 가진 어두운 부분으로 인하여 마음껏 사랑을 할 수가 없으며 고통스러워한다.

그래서 나는 평등한 사회를 이룩해 놓은 위인들에게 더욱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역사 속에서도 분명 그러한 위인들은 존재한다. 그리고 찾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식민지 지배에 맞서서 자유를 되찾기 위해 투쟁했던 수많은 독립투사들이 바로 그들이다.

뿐만 아니라 건국 이래 민주화 운동으로 희생된 사람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순간에 도 끊이지 않고 벌어지고 있는 비인간적인 행위에 맞서 싸워나가고 있는 사람들. 그들은 우리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고마운 사람들이며, 지지해야할 사람들이다.

클로드 프롤로의 숙명을 바라보면서 종교에 억눌린 그의 자유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는 신의 사제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찾아온 불같은 사랑의 감정을 신의 시험으로 생각하고 거부하려든다. 그리고 거부하는 것에 모자라 자신이 살아남기 위하여 사랑을 없애버리려고 한다.

허나 그는 굴복 당한다. 사랑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으로 인하여……. 그러나 그가 이제껏 벌여놓은 만행들은 그 사랑을 순수함이라는 한 단어로 희석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아무리 자신의 진정을 이해해달라고 소리쳐도 그에게 되돌아오는 답은 단 한마디 “살인자” 였다. 그는 그렇게 숙명의 힘 앞에 굴복한다.

페뷔스의 숙명을 바라보면서 보이는 것이 모든 것이 될 수밖에 없는 귀족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는 사랑했다. 하지만 신분상의 제약은 그에게 있어서 치명타가 되었다. 성공에 있어서 그녀를 사랑하는 것은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는 그녀에 대한 끈을 매정하게도 놓아버린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숙명의 길을 따라서 가문이 짝지어 놓은 연인과 원만하게 결혼하고 그렇게 인생을 살아간다. 단 하나의 임팩트도 없는 그런 삶으로…….

이 책의 곳곳에는 그들이 벗어나려고 하는 숙명. 하지만 벗어날 수 없는 숙명으로 인해 고통 받는 사건들이 이야기들이 속속 등장한다. 그리고 그것의 중심에는 사랑과 자유가 존재한다. 그들은 자유를 원하고 사랑에 취해 숙명을 시험받는다.

우리는 그들을 바라보면서 단순히 과거의 왕정 체제의 역사 속의 사건으로만 생각할 것인가? 아니면 새롭게 생겨난 수많은 새로운 굴레들에서 우리의 자유와 사랑을 억압하는 그 무엇을 발견하고 그 속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찾을 것인가? 그것에 대한 답은 개인들에게 달려있다.

하지만 하나만 기억하길 바란다. 우리는 그들과는 달리 우리가 원하는 숙명이 주어진 숙명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세상을 살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우리는 되고 싶은 욕망을 더 키우면 반드시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되고 싶은 그것을 나의 숙명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그것이 사랑이든 그 무엇이 되었든 상관없다.

사진 출처 : KBS1TV 걸어서 세계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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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노트르담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3
빅토르 위고 지음, 정기수 옮김 / 민음사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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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주의? 나는 모른다. 지식인을 찾아보고 백과사전을 찾아보고 사전적 의미를 알 수 있었다 해도 나는 모른다고 답하고 싶다. 왜냐하면 책을 읽기 전 나는 낭만주의라는 단어를 두고 이렇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낭만스럽다고? 로맨틱 소설인가?”

빅토르 위고? 나는 역시 모른다. 호메로스, 단테, 셰익스피어의 뒤를 잇는 세계 4대 시성이라고 책의 뒷표지에 대문짝하게 실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런가보다’ 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러나 나는 빅토르 위고가 노무현 대통령의 추천서 <레 미제라블>의 저자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도 나는 빅토르 위고가 그립기 보다는 <레 미제라블>이 그리울 따름이다.

하지만 <파리의 노트르담> 이 책 한권은 나에게 낭만주의를 알고 싶게 만들었다. 그리고 빅토르 위고를 알고 싶게 만들었다. 나는 책 속에 조금 등장하고 있는 건축물의 양식변화에 무관심했지만 이해하고 싶어졌고, 노트르담의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파리의 조감에 대하여 점점 더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파리의 중심 세느강. 그리고 좌안과 우안으로 나뉘는 각기 다른 모습의 두 장소. 마침내 나는 책을 읽으면서 활자가 묘사하고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과 파리의 모습의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그것들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어렵지 않게 웅장한 모양새를 뽐내고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모습과 저자의 말대로 비뚤빼뚤 솟아있지 않고 편평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파리 시내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21세기의 풍경이지만 그것만 해도 어디랴?

그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여러 가지의 양식들이 덧대어진 이 노트르담 성담을 있는 그대로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파리의 노트르담은 특히 그러한 잡종의 기이한 견본이다. 이 기념할 만한 건축물의 면 하나하나, 돌 하나하나는 이 나라 역사의 한 페이지일 뿐만 아니라, 학문과 예술의 한 페이지이기도 하다.” (214쪽) 

그는 사람들의 예술과 사상과 종교적 생각을 표현해내기 위해서 존재했던 건축술의 발전에서 그 우위가 인쇄술의 발전으로 인하여 글로 넘어가게 되었다는 주장을 한다. 그의 말마따나 건축술의 쇠퇴와 인쇄술의 발전에 의해 2000년대의 인간은 1800년대의 사상을 얇은 책 한권으로 이해할 수 있었으며, 더욱이 그가 지어낸 그 속에서 표현하고 있는 1400년대의 인간과 문화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세월의 흐름에 맡겨진 파리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중앙의 시테 섬, 그것은 모양이 한 마리의 거북이 같아, 그 회색 지붕의 등껍질 아래로 기와로 비늘 진 다리들을 발처럼 내놓고 있다. 왼쪽에는 대학의, 촘촘하고 빽빽하고 비죽비죽 솟아 있는 단단한 하나의 돌로 된 사다리꼴. 오른쪽에는 정원과 대건축물들이 훨씬 더 많이 섞여 있는 장안의 광대한 반원 무수한 거리들로 대리석 무늬가 든 것 같은 세 개의 덩어리, 시테와 대학과 장안. 그 한가운데를 뚫고 흐르는, 섬과 다리와 배들로 가로막힌 센 강.”  (251쪽) 

이렇게 나는 이 책속에 담겨있는 인물들의 갈등을 생각하기 전에 파리의 풍경에 매료된채 이렇게 서평을 작성하는 손이 제멋대로 파리와 빅토르 위고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고 있다. 그리고 나는 내 멋대로 움직이는 손가락을 멈추기 싫다. 그저 내 마음가는대로 이렇게 끄적거릴뿐...

여행객들이 왜 낯선 이국땅을 보면서 환호하는지 이제 좀 알 것도 같다. 그곳은 그곳에 살았던 수 많은 인간들의 관념들이 숨 쉬는 곳이며, 사람들은 그 역사의 장소 그 곳의 일원이 되고 싶은 마음 때문이 아닐까?

사진출처 : KBS1TV 걸어서 세계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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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사고를 키우는 업무의 기술 - 회사가 탐내는 인재의 조건
하마구치 나오타 지음, 강민정 옮김 / 비즈니스세상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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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아! 이 책은 포켓북 형식으로 만들어서 출간해도 괜찮을 것 같다.’라는 생각을 가장 먼저 해보았다. 그 이유는 저자가 생각하는 ‘업무의 기술’ 100가지의 각 내용들이 복잡하지 않았고 기존 책의 한 장 분량 안에서 서술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와 같은 책은 곁에 두고 마음가짐이 느슨해질 때마다 읽으면서 잘못된 점을 다잡을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유용한 활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을 회사원만 읽을 것이 아니라 사회에 발가락 하나만 담그게 되었더라고 읽어보길 추천한다. 왜냐하면 요즘은 많은 젊은이들이 입사하기에 앞서 많은 사회생활을 통하여 미리 사회라는 곳의 속성을 경험하는 것이 보편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간접적으로 사회생활이라는 것을 짧게는 방학기간 중의 단기 아르바이트나 봉사활동으로 체험해 볼 수 있고, 길게는 휴학기간 중에 장기간으로 행하는 아르바이트로나 인턴쉽 프로그램으로부터 체험해 볼 수 있다. 그리고 대학 내부에서도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를 길러내기 위하여 점차적으로 기업 내부에서 행하는 업무를 본떠 만든 각종 프레젠테이션 수업이라든지 프로젝트 강좌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업무라는 것. 즉, 일을 하는 방식에 대해서 선행학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100가지의 전략 중에 다소 중복되는 것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막대한 양의 비법들을 하나하나 열거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책에 등장하는 비법 중에서 내가 생각했을 때 중요한 것들을 내가 8개월동안 근무했던 판매사원 생활을 되새겨보면서 이 책의 서평을 작성해보고자 한다.

1. 인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

인사라는 것이 참 기본적인 것이지만 낯선 사람에게 먼저 인사하고 이야기를 건넨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 고객에 대한 인사 한마디, 그리고 동료들 간의 인사 한마디가 지금 생각해보면 그날의 하루 일과를 좌우하는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당시 근무했을 적에는 내 어린 나이가 같이 일하는 어른들에게 있어서 다가가기 쉬운 동인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어려움 없이 인사를 할 수 있었고 어른들도 인사를 하는 나를 보면서 부족한 부분을 많이 가르쳐 주셨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인사 덕분에 일을 하는데 큰 마찰 없이 오랜 기간 동안 편하게 일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인사와 함께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미팅이 끝난 후 휴게실에 들렀을 때 커피를 뽑아드리는 행동이었다. 물론 내 돈으로 뽑아드린 것은 아니었지만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들고 있는 동전들을 갹출하여 잠시 커피를 마시는 시간이 있을 때 마다 항상 내가 동전을 넣고 스위치를 누르고 커피를 뽑아다가 앉아계신 곳 까지 가져다 드렸다.

그때는 나이도 가장 어리고 했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행했던 일이었는데 돌아서서 생각해보니 그렇게 싫은 기색 하나 없이 커피배달부를 자처했던 내 모습을 아무래도 좋게 봐주시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2. 잡일 담당 전문

내가 일했던 그 층에는 남자 직원이라고는 5명밖에 없었는데, 그 중에서도 2명은 업체 사장님이셨고 아르바이트라고 불리는 사람은 나를 포함하여 3명밖에 없었는데 서로 시간대가 달라서 거의 2명씩 돌아가면서 다른 행사에 판매대를 설치하고, 천장에 우드락을 달고 마감시간에 맞추어 리콜상품을 회수해서 리콜함에 담는 일을 추가로 담당했다.

솔직히 그 일들을 따로 하는 사람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제일 만만한 우리들이 할 수 없이 해야 했던 점도 있었지만, 그 층의 업체들의 행사 때마다 달라지는 우드락을 교체하고, 새로 들어오는 판매대를 이동시켰기 때문에 내가 했던 그 잡일들이 그 층에 있는 모든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는 좋은 계기로 작용하게 되었다.

3. 효율적인 업무처리

처음에는 모든 것이 혼란스러워서 그저 앞에서 주어져 있는 일들만 처리하고 판매하는 데 급급했지만 차츰 일을 해나가면서 곁눈질로 슬쩍 하면서 알게 된 방법들을 일을 하는데 적용시켜 보았다. 그랬더니 훨씬 남는 시간이 많아지는 것을 몸이 깨닫기 시작했다.

일을 계속해나가면서 물품이 들어오는 시간에 맞추어 재빠르게 들어오는 상품을 정리하는 것이 중요했다. 왜냐하면 여러 층의 물품들이 한꺼번에 도착하기 때문에 혹여나 게으름을 부리면 각층 사람들의 틈바구니에 끼어서 훨씬 시간이 오래 걸렸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하루 동안 빠져나간 상품들은 메모지에 한꺼번에 적어놓았다가 뒤쪽에 있는 창고로 이동하여 수량대로 가져와서 쌓아놓았다. 그리고 마감시간의 리콜상품의 경우에는 물건들을 리콜보관함에 가져다 놓지 않고 해당 제품의 판매 부스에 이동하면서 가져다 놓는 센스까지 발휘했다.

4. 판매에 있어서의 비법 연구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일주일 정도는 전임 선배에게 인수인계를 받으면서 내가 팔아야할 제품들의 특성을 빠른 시간 안에 숙지하고 있어야 했다. 그렇게 처음 시작은 하나의 제품에 하나의 판매 포인트를 가지고 시작했지만 점점 경쟁업체의 공세 속에서 이겨낼 만한 새로운 장점들을 찾아내야 했다.

가격, 재질, 형태 등. 모든 부분에서 우리상품의 포인트를 알았던 것에 그치지 않고 타 사의 제품과 비교했을 때 어떤 부분이 우월하고 열등한지 집중적으로 분석했고, 그것을 토대로 판매하는 데 응용했다. 그렇게 하면 상대 업체에서도 내가 이야기하는 부분을 간파하고 새로운 방법으로 판매하고 또 나는 그것을 보면서 새로운 방법으로 판매하곤 했다.

5. 고객을 편안하게 응대하는 것이 최우선

그렇게 점점 서로의 판매스킬을 발전시켜 나갔지만 판매를 하면서 가장 좋은 판매스킬은 말발이 아닌 바로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어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판매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보통 고객이 찾아왔을 때 내가 팔아야 하는 물건을 먼저 집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럴 때 마다 판매사원들은 고객이 집어든 그 상품보다는 어떤 면에서 우리상품이 좋은지 설득해야 하는데, 어쩌다보면 판매에 눈이 멀어 설득하는 것이 지나칠 때가 있다. 그때는 팔고 나서도 뒷맛이 찝찝하다.

그러나 고객이 찾아왔을 때, “음…….”하면서 고객이 가장 필요한 상품을 고객 눈에서 생각하면서 팔 때는 파는 것이 그렇게 재미있고 즐거울 수가 없다. 그럴 때는 자연스레 농담도 튀어나오면서 기분 좋게 팔았던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게 판매했을 때는 고객이 다시 방문했을 때 먼저 알아보고 인사도 할 정도로 오래 기억에 남았다.

그렇게 원만하게 여러 가지 경험을 했던 아르바이트 생활을 끝내게 되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쉬운 부분이 너무나도 많다. 조금 더 지각횟수를 줄였다면 좋았을텐데……. 한번 판매했던 고객들의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했으면 좋았을텐데……. 하루 목표량 설정과 판매량을 정성껏 기록했으면 좋았을텐데……. 그만두게 되었을 때 조금 더 철저하게 후임에게 인수인계를 시켰으면 좋았을텐데……. 학교로 돌아간 이후에도 자주 찾아뵙고 인사를 드렸으면 좋았을텐데…….등등 후회가 많이 된다.

하지만 이 책의 전략적 기술들을 읽고 자연스럽게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우선은 그 생활 속에서 내가 잘했던 부분을 먼저 찾아보았다. 그 당시에는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했을 뿐인데, 그것이 왜 잘한 일이었는지 이 책의 도움으로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

앞으로 취업을 할 회사 속에서 내가 어떤 점을 유지해야 하는지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먼저 직장상사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야 할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성실함을 보여주어야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을 계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은 일이라도 불평하지 않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며, 그 일에 대해서 ‘왜?’라는 물음을 가지고 접근해야 할 것이다. 덴소의 일개 여사원이 전체의 시스템을 이해하고 모든 작업공정을 스톱시킬 수 있었듯이 나 역시 내가 하는 일의 시스템을 이해하고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업무를 해나가야겠다. 긍정적인 마인드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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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학 - 미국인도 모르는 미국 이야기 빌 브라이슨 시리즈
빌 브라이슨 지음, 박상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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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계속해서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라는 메시지가 떠요.
A : 그건 아마도 계속해서 컴퓨터를 사용하려 한 탓일 겁니다. 컴퓨터를 끄면 그런 메시지도 사라집니다.
Q : 내 컴퓨터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쓰레기에요.
A : 맞습니다. 그리고 축하합니다. 이제 앤스랙스 3000 터보 모델로 업그레이드할 때가 되었습니다. 아니면 다시 펜과 종이로 돌아가시든가요. (252쪽)

소비자 상담 내역의 일부라면서 빌 브라이슨이 자랑스럽게 우리들에게 보여준 Q&A의 장면이다. 저 내용이 실제로 토시한마디 안 틀리고 썼다고 믿기는 힘들겠지만, 우리가 실제로 각종 사이트의 소비자 상담란에 불편함을 호소하면 볼 수 있는 내용들과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Q : 제가 이 XX 물품을 구입하고 사용하면서 이런 저런 이유로 해서 불편합니다.
A : 감사합니다. 고객님 현재 문제점을 발견하여 수정 중에 있으므로 조속히 해결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저희 XX 제품을 이용해주셔셔 감사합니다.

나는 위와 같은 답변을 받고 거의 일주일 동안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해서 전전긍긍했다. 그 동안 소비자 센터에 직접 건화를 걸어서 생돈만 3천 원 정도를 투자하면서까지 문제해결방법을 독촉했으나 전화상의 부드러운 목소리는 계속 조금만 기다리시면 고쳐질 것이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나에게 보내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문제점은 해결되었다. 물론, 해결책은 인터넷의 같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네티즌의 블로그를 통해서 해결했지만…….

빌 브라이슨의 글들을 읽으면서 혹자는 너무 앞뒤가 막힌 한 보수적인 남성의 글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으나 나는 그의 글을 통해서 매우 많은 부분에서 공감할 수 있었으며, 그의 글을 통해 지금껏 잊고 있던 이 사회의 부정적인 몇몇 사실들에 대해서 풍자하고 싶은 강한 욕구도 느꼈다.

빌 브라이슨은 서비스가 강조되는 사회는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선택을 간소화 할 수 있는 부분에 까지 침투하여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할 필요성은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가 꼬집고 있는 미국의 대형마트와 체인점 음식점들의 이야기에서 우리 사회에서도 공통적인 현상이 일어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며칠 전, XX에 갔을 때의 이야기다. 한국적인 정서로 생각해보면 세트메뉴를 시켰을 때, 우리들은 상식적으로 세트메뉴를 시켰으니 가격이 더 다운되어있다고 믿어버린다. 일례로, 짜장면 집에서 시키는 짜장면 두그릇에 탕수육이 들어가는 세트메뉴 A 같은 것이나 아니면 영식이(지역에 따라 이름이 다르더군요.) 두 마리 치킨에서 시키는 치킨 두 마리의 값은 하나하나씩 주문했을 때보다 가격 절감의 효과가 있다.

이것은 경제학적으로 생각해봐도 같은 고정비용에 조금 더 많은 양을 생산했을 때 나타나는 한계비용의 절감과도 부합하는 매우 당연하면서도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갔던 XX에서는 이것이 통용되지 않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버젓이 메뉴판 (별것도 없으면서 혼란스럽게 꾸며놓은 그리고 페이지만 많은)의 제일 첫 페이지에 새로운 제품이 출시 되었다며 그것에다가 샐러드와 음료를 추가 주문하면 가격 할인이 될 것이라며, 구매자들의 구매 욕구를 촉진시키는 카피를 새겨놓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고구마 토핑을 해달라고 주문하자 해당되는 상품이 아니라고 해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첫 페이지서부터 끝 페이지까지 메뉴판을 훓어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피자와 음료와 샐러드를 하나씩 각각 따로 주문했을 때와 가격이 할인된다고 써붙여놓은 그 세트메뉴와의 가격을 비교했을 때 하나씩 주문했을 때의 가격이 무려 2000원이나 저렴함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때는 무엇인가 남들은 모르는 대수롭지 않은 비밀을 발견했다고 단순히 넘어갔지만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미국학>을 보면서 이것이 그냥 넘어갈 만한 수준의 일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미국 기업 XX의 이러한 행위들이 바로 빌 브라이슨이 이 책에서 불평하고 있는 어떤 것들의 하나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가져보았다.

소비자들의 눈에 다양성을 심어놓고 교묘하게 뒤에서 잇속을 챙기는 그들의 행위. 물론 그것에 속지 않는 사람들의 지혜가 요구될 수 있겠지만, 그래도 뒷맛이 찝찝한 것은 어쩔 수 없다.

10년이면 강산이 한번 변한다고 했는데, 무려 20년 즉, 강산이 두 번 변화한 뒤에 다시 고향에 돌아온 빌 브라이슨은 과거와 현재의 괴리감을 이렇게 글로 표출해낸다.

그 속에는 내가 앞서 이야기했던 기업들의 변화된 모습과 더불어 환경보호적인 측면에서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는 미국정부를 비판하기도 하며, 과거의 역사적인 공간을 허물고 새로운 공간을 세우려고 하는 여러 프로야구 구단의 정책을 비난하기도 하며, 어째서 과거의 그 재미있던 것들이 새로운 것에 떠밀려 사라지는 가에 대한 심각한 고민들을 풀어놓기도 한다. 

우리도 생각할 수 있다. 빌 브라이슨이 이 책을 썼던 1990년대의 삶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얼마나 변했는지……. 나는 그 중에서도 가장 아쉬운 것을 몇 가지 들어보라면 이 두 가지를 가장 먼저 들고 싶다.

그 당시에 도로변에 뛰어나가서 동네 친구들과 숨바꼭질, 술래잡기, 한발두발, 고무딱지 놀이 등등. 스스로 놀잇감을 찾아서 하루 종일 밖에서 뛰어놀던 풍경이 이 도시에서 사라졌음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제 어린이들은 피시방이라는 편리한 곳에서 친구들과 욕설을 섞어가며 게임에 열중하고 있다.

그 당시에 조별과제가 주어져서 단원정리 발표수업이 진행될 때면 우리들은 커다란 전지와 매직을 가지고 그 큰 공간 위에 올라타서는 마치 우리가 화가나 작가가 된 것처럼 그 공간속에 우리들이 공부했던 것들을 써내려갔다. 그리고 발표 날이 있는 그날 등교할 때 그 전지를 보물인 것처럼 정성스럽게 모시고 학교로 향했던 기억들이 생생하다.

하지만 그러한 풍경은 이미 사라져버렸다. 우리들은 파워포인트라는 프로그램으로 모든 수업들과 발표들을 대체하고 있다. 그것은 USB라는 손가락 크기에 불과한 디스켓에 저장되어 우리의 호주머니나 가방 속에서 있다가 발표당일 컴퓨터의 도움으로 세상 사람들에게 공개된다.

그때가 그립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째서일까? 전지를 낑낑거리며 들고 학교를 나서던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리고 손수 만들어낸 그것을 가지고 친구들에게 설명하고 있던 내 모습이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다. 그리고 고무딱지 게임에서 져서 심통을 부리던 내 모습과 술래잡기게임을 할 때 아무도 잡을 수 없게 이리저리 보이는 대로 쫒아가다가 헥헥거리던 기억이 새록새록 솟아난다.

프로보다 아마추어가 그립다. 빨리 빨리 보다는 느림이 그립다. 몇 개 더 사면 깎아주는 그 인심이 그립다. 깎아주는 것도 모자라 어머니가 시장에서 흥정하는 그때 그 모습이 그립다. 숨이 턱에 찰때까지 쫒아다니다가 헥헥거리던 그 순간이 손가락을 움직이면서 욕설을 퍼붓는 지금보다 더 그립다. 그렇게 나는 현재보다 과거가 그립다.

덧붙이기. 유일하게 이 책에서 풍자적인 요소가 없는 부분이 한군데 있다. 그것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친구들에게 그가 남기는 잠언 같은 이야기이다. 이 책을 전부 읽을 기회가 없고 서점에서 발견할 때 꼭 그부분만은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풍자적인 요소가 없다고 그랬는데 취소다. 하지만 8번 문항만 제외하면 만족스럽다. 8. 늘 내 책을 사십시오. 책이 나오자마자 양장본으로. 왠지 밉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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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사과
기무라 아키노리, 이시카와 다쿠지 지음, 이영미 옮김, NHK '프로페셔널-프로의 방식' / 김영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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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농약 사과를 재배하겠다는 기무라 아키노리를 보면서 주위 사람들은 전부 미쳤다고 했다. 미쳤을 뿐만 아니라 말도 되지 않는 혼자만의 상상에 빠져서 주위의 사람들에게 위험을 노출시킨다며 손가락질까지 해댔다. 병충해에 약해서 농약 없이는 키우기가 절대 불가능하다고 인식되던 사과재배. 당시 주위의 농부들의 목소리는 그 사회의 통념상 틀리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마을 사람들 말대로 어쩌면 그가 위험인물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는 주위의 삿대질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이어받게 된 가업을 위해 도서관과 서점을 제 집처럼 들락날락 거리면서 우연히 마주치게 된 후쿠오카 마사노부의 <자연 농법>이라는 책은 그에게 인생의 전환점을 마련해 주었다. 그렇게 다가온 <자연 농법>에 매료되어 그가 완성시키고자 했던 ‘무농약 사과재배’ 는 그의 필생의 업이자 존재의 이유가 되어버렸다.  

"막대기로 트랙터 책을 쿡쿡 찔렀지. 그랬더니 옆에 있던 책까지 동시에 떨어져 버리지 뭐야. 허둥지둥 집어 들었는데 옆에 있던 책의 모서리가 찌그러져 버린 거라. 눈인지 비인지 바닥이 더러워져 있어서 얼룩도 조금 묻었고.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그 책도 같이 샀어." (64쪽) 

그렇게 무농약 농법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이 기르던 사과에 그것을 접목시키기로 결심하고서 1년, 2년, 3년, 4년, 5년…….그리고 그 후에도 몇 년의 시간이 더 흐르는 동안 그는 실패에 실패를 거듭했다. 점점 돈줄은 말라만 갔고, 장인, 장모, 아내 그리고 아이들까지 자신의 고집으로 인해서 궁핍한 삶으로 내몰려야했다.

그는 모든 방법과 갖은 애를 쓰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결실을 맺기는커녕 상황은 점점 더 참혹한 지경으로 치닫고 있었다. 그는 사과나무에게 제발 살아만 달라고 빌기도 했지만 좋아질 기미는 전혀 보이질 않았다. 그렇게 그는 마침내 한 인간에 불과한 자신의 미약함을 인정하고 거대한 자연에 패배를 시인하면서 그동안 쌓아왔던 지식과 자신을 내다버리기로 한다.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경험과 지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뭔가를 하기 위해서는 경험과 지식을 쌓아 나갈 필요가 있다. 때문에 세상에서는 경험이나 지식이 없는 사람을 바보라고 부른다. 그러나 사람이 진정으로 새로운 뭔가에 도전할 때, 가장 큰 장벽이 되는 것 역시 그 경험과 지식이다.” (144쪽)

자신의 부족함과 패배를 인정하고 남아있는 가족을 뒤로 한 채 죽을 자리를 찾아서 산으로 올라갔던 그 순간 그는 산 속에 씩씩하게 자라고 있는 도토리나무 한 그루를 발견한다. 처음에는 사과나무로 착각한 그 나무를 자세히 뜯어보면서 기무라 씨는 자신이 수년간 사과재배를 해오면서 간과했던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깨닫게 된다.

“자신은 지금껏 사과나무의 보이는 부분, 즉 지상에만 신경을 썼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과나무의 지하는 안중에도 없었다. 퇴비를 주고, 양분을 뺏기지 않게 잡초만 주었다. 잎의 상태만 신경 썼을 뿐, 사과의 뿌리는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158쪽) 

“자기는 이제껏 농약 대신 벌레나 병을 없애 줄 물질만 찾아 헤맸다. 퇴비를 뿌리고 잡초를 깎으며, 사과나무를 주변 자연으로부터 격리시키려했다. 사과나무의 생명이 무엇인지에 관해서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농약을 쓰지 않았어도 농약을 쓴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병이나 벌레 때문에 사과나무가 약해졌다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벌레나 병은 오히려 결과였다. 사과나무가 약해졌기 때문에 벌레와 병이 생긴 것이었다.”(158쪽)

그렇게 그는 자연의 섭리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그 위대함 속에 사과나무를 내맡기게 되었다. 더 이상 사과나무에 방해가 될 것이라고 짐작했던 잡초들을 제거하지 않았다. 오히려 흙에게 생명을 부여해주기 위해 콩을 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퇴비의 사용량을 줄여나갔다 그리고 해충들을 잡아 없애지도 않았다.

“자연 속에는 해충도 익충도 없다. 인간이 해충이라 부르는 벌레가 있기 때문에 익충도 살아갈 수 있다. 먹는 자와 먹히는 자가 있기 때문에 자연의 균형은 유지된다. 거기에 선악은 없다.” (187쪽)

그 결과 비료로 인해서 토양에 잔뜩 쌓여있던 양분 때문에 더 이상 땅속에 깊숙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지 않았던 사과나무는 점점 더 스스로 땅속을 헤집고 나가면서 스스로 양분을 찾기 위해 튼실한 뿌리를 가진 사과나무로 다시 태어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건강한 사과나무는 스스로 병균을 입은 잎에 구멍을 내어버리고 새로운 잎을 키워나가는 능력도 발휘한다.

<자연 농법>에 관한 책을 읽고 그것을 사과에 접목시키기로 작정한지 9년 만에 그는 처음으로 사과나무에 핀 하얀 꽃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사과나무들은 기무라 씨의 노력에 그들이 가진 새하얀 꽃과 함께 순수한 웃음으로 그의 노력을 치하해 주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건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니야. 모두들 내가 열심히 노력했다고 말하지만, 실은 내가 아니야 사과나무가 힘을 낸 거지. 이건 겸손이 아니야.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 인간이 제아무리 애를 써본들 자기 힘으로는 사과 꽃 하나 못 피워. 손끝이든 발끝이든 사과 꽃을 피울 순 없지.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니냐고 생각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그것의 진정한 의미를 모르는 거야. 온 밭 가득 활짝 핀 꽃을 보고 난 그걸 절실히 깨달았어. 저 꽃을 피운 건 내가 아니라 사과나무라는 걸 말이지. 주인공은 인간이 아니라 사과나무였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과나무를 돕는 것 정도야.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면서 간신히 그걸 깨달았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어.” (202쪽)

그는 사과나무의 꽃들과 주위 사람들의 칭찬에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이 한 일은 대단하지 않다는 겸손함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모든 것은 자연의 힘이고 자신은 그것을 약간 도왔을 뿐이므로 그렇게 과분한 영광은 받을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만약 칭찬을 받아야 한다면 사과나무에게 해달라는 요구와 함께…….

나는 이 남자의 뚝심에 제일 먼저 감동받았다. 바로 전에 읽었던 <하이퍼포머의 변화대처법>이라는 책에서 계속적으로 변해야만 이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변화의 메시지를 접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자신의 존재의 이유에 대한 답을 찾고자 끊임없이 노력한 기무라 씨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 변화라는 화두에만 너무나도 집착하면서 순응의 단계까지 생각하고 있던 나를 발견하고 곧바로 궤도를 수정할 수 있었다.  

변화에 대처하는 것이란 이리저리 메뚜기 떼들 마냥 휩쓸리는 것이 아니었다. 변화의 바람에 대응하는 것 자체는 바람직하나 기무라 씨와 같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목표를 향해서 변화를 이루어 나가야 한다는 깨달음이었다. 하나의 목표와 하나의 존재이유. 그리고 그것을 위해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았던 그의 모습에서 나는 이것이 바로 또 하나의 <하이퍼포머>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머리를 관통하고 지나갔다.

예전에 보았던 <마천루>의 하워드 로크의 인생이 바로 기무라 씨의 인생과 유사했음을 기억해 낼 수 있었다. 건축학계에 자리 잡고 있던 보편적이고 틀에 박힌 건축디자인을 거부하고 새롭고 실용적인 자신의 창작 활동에 심혈을 기울였던 하워드 로크의 모습이 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나의 기억 속에서 다시금 활개를 치고 일어섬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나에게 자연의 위대함을 깨닫게 해주는 동시에 인간이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하여 또 한 번의 깨달음의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기무라 씨는 소설 속의 하워드 로크와는 다르게 손수 ‘기적의 사과’라는 결과물을  보여주면서 우리들도 해낼 수 있음을 증명해주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했던 그 무엇. 세상이 옳다고 생각하는 그 무엇과 다르더라도 그것이 인류에게 도움이 된다는 확신이 든다면 인생의 전부를 바쳐서라도 이룩하겠다는 그 집념이 이 책에는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그리고 나는 기무라 씨가 남긴 그 기록들을 보면서 앞으로 내 인생의 앞에 놓인 장애물들을 넘을 수 있는 엔진을 발견한 것과 같은 기쁨이 물밀듯이 밀려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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