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노트르담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4
빅토르 위고 지음, 정기수 옮김 / 민음사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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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노트르담의 꼽추>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 질문을 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이 소설이 바로 그 유명한 <노트르담의 꼽추>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빅토르 위고의 원전으로서의 <파리의 노트르담>과 <노트르담의 꼽추>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

내 기억이 맞는지 확실하지는 않다. 그러나 어릴 때 새겨진 기억을 지금에 와서 다시금 돌리기는 싫다. 그렇기 때문에 어릴 적 <노트르담의 꼽추>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박혀버린 기억의 카지모도를 한번 끄집어 내 보겠다.   

내 기억 속에서 노트르담의 꼽추는 주인공이었다. 그리고 그는 비록 생김새는 남들에게 혐오감을 일으켰지만 마음만은 누구보다 더 깊고 넓은 존재였다. 그는 그 생김새로 인해 사회적으로 버림받고 고통당하지만 결국 그는 그러한 악조건을 딛고 사랑을 쟁취하고 행복한 결말을 맞게 된다.

또 다른 고전인 <미녀와 야수> 그리고 최근의 <슈렉>과 같은 이야기에 섞여서 내가 <노트르담의 꼽추>의 내용을 잘못 기억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내가 알고 있는 <노트르담의 꼽추>는 카지모도가 주인공이고 사람을 단순히 외모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마음으로 판단하라는 교훈을 받았던 것은 분명하다.

허나 이 책 <파리의 노트르담>은 카지모도의 독무대가 이루어지는 책이 절대 아니다. 물론 외모보다 마음이 중요함을 강조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이 책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카지모도에게만 할당된 이야기인 것이다.

이 책 속에는 카지모도를 포함하여 크게 6명의 인간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저자 빅토르 위고는 이들의 삶을 철저하게 조명한다. 6명의 삶속에서 주어진 갖가지의 제약들. 그는 그것들을 ‘Anake' 우리말로 숙명이라는 하나의 굴레에 묶어 놓는다. 그것은 신분이고 장애이고 종교며 사상이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모든 등장인물들은 전부 그 숙명이라는 것을 벗어나지 못한 채 최후를 맞이하거나 고립된 인생을 살아간다. 지금이야 인권이 강화된 사회를 살고 있으므로 “자신의 삶을 자기가 개척할 수 있다”와 같은 의미를 가진 말들이 곳곳에서 범람하고 있지만 1400년대의 프랑스 파리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이야기인 것이다.

잡설은 이쯤에서 줄이고 어디한번 그들의 벗어날 수 없는 숙명 속으로 빠져들어 보자.

나는 카지모도와 에스메랄다와 그녀의 어머니 그리고 무자비하게 희생되는 거지들이 감내해야 하는 숙명을 바라보면서 신분의 장벽과 장애의 존재로 인하여 소외받고 고통 받는 인간들의 그 잔인한 ‘숙명’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이 가진 어두운 부분으로 인하여 마음껏 사랑을 할 수가 없으며 고통스러워한다.

그래서 나는 평등한 사회를 이룩해 놓은 위인들에게 더욱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역사 속에서도 분명 그러한 위인들은 존재한다. 그리고 찾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식민지 지배에 맞서서 자유를 되찾기 위해 투쟁했던 수많은 독립투사들이 바로 그들이다.

뿐만 아니라 건국 이래 민주화 운동으로 희생된 사람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순간에 도 끊이지 않고 벌어지고 있는 비인간적인 행위에 맞서 싸워나가고 있는 사람들. 그들은 우리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고마운 사람들이며, 지지해야할 사람들이다.

클로드 프롤로의 숙명을 바라보면서 종교에 억눌린 그의 자유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는 신의 사제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찾아온 불같은 사랑의 감정을 신의 시험으로 생각하고 거부하려든다. 그리고 거부하는 것에 모자라 자신이 살아남기 위하여 사랑을 없애버리려고 한다.

허나 그는 굴복 당한다. 사랑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으로 인하여……. 그러나 그가 이제껏 벌여놓은 만행들은 그 사랑을 순수함이라는 한 단어로 희석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아무리 자신의 진정을 이해해달라고 소리쳐도 그에게 되돌아오는 답은 단 한마디 “살인자” 였다. 그는 그렇게 숙명의 힘 앞에 굴복한다.

페뷔스의 숙명을 바라보면서 보이는 것이 모든 것이 될 수밖에 없는 귀족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는 사랑했다. 하지만 신분상의 제약은 그에게 있어서 치명타가 되었다. 성공에 있어서 그녀를 사랑하는 것은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는 그녀에 대한 끈을 매정하게도 놓아버린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숙명의 길을 따라서 가문이 짝지어 놓은 연인과 원만하게 결혼하고 그렇게 인생을 살아간다. 단 하나의 임팩트도 없는 그런 삶으로…….

이 책의 곳곳에는 그들이 벗어나려고 하는 숙명. 하지만 벗어날 수 없는 숙명으로 인해 고통 받는 사건들이 이야기들이 속속 등장한다. 그리고 그것의 중심에는 사랑과 자유가 존재한다. 그들은 자유를 원하고 사랑에 취해 숙명을 시험받는다.

우리는 그들을 바라보면서 단순히 과거의 왕정 체제의 역사 속의 사건으로만 생각할 것인가? 아니면 새롭게 생겨난 수많은 새로운 굴레들에서 우리의 자유와 사랑을 억압하는 그 무엇을 발견하고 그 속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찾을 것인가? 그것에 대한 답은 개인들에게 달려있다.

하지만 하나만 기억하길 바란다. 우리는 그들과는 달리 우리가 원하는 숙명이 주어진 숙명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세상을 살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우리는 되고 싶은 욕망을 더 키우면 반드시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되고 싶은 그것을 나의 숙명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그것이 사랑이든 그 무엇이 되었든 상관없다.

사진 출처 : KBS1TV 걸어서 세계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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