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맨의 죽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8
아서 밀러 지음, 강유나 옮김 / 민음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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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을 읽었다. 책 후반부에 있는 작품 해설부의 내용. 그 시대의 대표적인 작가는 누가 있었는지, 작가의 대표작에는 또 무엇이 있는지, 다른 작가의 작품들은 어떤 작품들이 있는지와 같은 이야기들은 한쪽으로 제쳐두고 싶다. 나는 책 속의 주인공이자 우리들의 아버지상이라고 할 수 있는 윌리 로먼과 그의 가족 간의 이야기 그것 하나에 집중하고 싶다.

1949년에 발표되었다는 <세일즈맨의 죽음>. 이 책은 미국의 산업화를 불러일으킨 자본주의를 비판적으로 그린 작품이라고 한다. 이 책의 시점은 주인공 윌리 로먼의 전성기. 즉, 대공황이 불어 닥치기 바로 전인 1928년(1929년 10월 대공황 시작)과 10년간의 대공황을 겪고 곧바로 찾아온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직전인 1945년의 시점이 교차하고 있었다.

세일즈맨 아버지 윌리 로먼

젊은 시절의 윌리는 큰돈을 못 버는 세일즈맨 따위는 집어치우고 친형 벤을 따라서 알래스카로 노다지 광산을 찾기 위해 동행할 계획이었지만 우연히 만나게 된 나이 여든넷의 세일즈맨이 전화통화만으로 아주 쉽게 영업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중에 세일즈 경험을 쌓게 되면 돈을 쉽게 벌 수 있고, 삶이 끝난 이후에도 많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 행복하게 삶을 마감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세일즈맨을 자신의 진로로 결정한다.

세일즈를 하는 처음의 몇 년간.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럭저럭 괜찮은 벌이였다.(이때가 전성기 1928년) 사실 괜찮은 벌이라고 이야기하기엔 뭔가 부족해보였다. 왜냐하면 하루 11시간 동안 1000km를 넘게 운전하면서 종일 번 돈의 대부분이 주택리스나 가전제품. 그리고 자동차 유지비로 흘러들어갔기 때문이다.

윌리는 이런 생활을 하면서 하루하루의 삶이 더 급했던 나머지 넓은 시각을 유지하지 못했다. -90쪽부터 시작되는 하워드와 윌리의 대화중에서 그는 운전 때문에 라디오를 켤 수 없었다고 이야기한다. 즉, 뉴스와 같은 정보를 접하지 못한 채 세일즈에만 했던 것이다. -

그 결과 윌리는 시대를 파악할 줄 아는 눈을 잃어버린다. 그래서 사실 그 이후의 판매실적이 계속해서 하락하는 가장 큰 이유가 대공황 때문이었지만,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윌리는 실적하락의 원인을 자신의 겉모습이라고 판단하면서, 자신감의 상실로 위축되는 모습을 보인다.

윌리는 과거 노인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도 지금까지 쌓아놓은 인지도가 있으면 회사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고 앞으로도 계속 쉽게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극악의 근무조건을 참고 견디면서 34년간 일해 왔다. 하지만 결과는 노인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처음에는 기본급을 없애고 성과급만으로 부려먹기 시작하다가 결국 퇴직금도 뭐도 아무것도 없이 밑창이 다 뜯어진 헌신짝처럼 버림 받게 된다. 

자본주의의 어두운 단면

기업이라는 몸뚱이에서 실핏줄로 일컬어지는 직업. 그렇기 때문에 실핏줄을 흐르는 핏물처럼 고객을 대상으로 최전방에서 부대껴야 하는 세일즈맨은 회사의 수익을 좌지우지 하는 존재다. 하지만 이런 존재들에게 더 이상 이익을 물어올 능력이 사라져서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가차 없이 버려지는 세계가 바로 자본주의 세계요. 인간이 더 이상 인간이 아니게 되는 자본주의의 어두운 단면인 것이다.

세일즈맨의 직업병과 부작용

과거의 어느 한 드라마에서 자동차 세일즈맨이 아무런 대가 없이 다른 회사의 차를 정비해 주는데, 알고 보니 그 차의 주인이 바로 대기업회장이고, 그런 우연을 가장한 그의 성실함이 빛을 보게 되면서 성공하게 되는 이야기를 보여준 적이 있는데 냉정하게 말해서 그것은 단지 드라마일 뿐이다.

실제 세일즈에 들어갔을 때, 중요한 것은 실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팔아야 할 물건을 지금 파느냐 못 파느냐의 싸움이 가장 중요하다. 다음에 산다고 해서 실제로 다음에 산다고 사더라도 자신의 실적에 포함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그래서 하나라도 더 자신의 몫으로 판매를 하기 위해서는 제품에 단점이 있더라도 무조건 감춰야했고, 장점은 훨씬 과장하는 것도 모자라 없는 장점도 만들어내서 팔아야 했을 것이다. 그런 점이 아마도 세일즈맨 윌리에게 있어서 직업병이 되었을 것이다.

지금의 세일즈는 비교대상을 바로바로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판매를 위한 세일즈의 관행은 상당부분 완화되었겠지만 윌리의 주 무대인 1920~1940년대 사이의 세일즈맨에게는 판매를 위한 판매가 전부였을 것이다. 이처럼 먹고 살기 위한 세일즈는 삶의 전부를 과장되게 만들었으며, 단점은 철저히 가리게 되었을 것이다. 이런 병적인 자신감의 과시는 그의 두 아들 비프와 해피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었다. 아들의 가능성에 대한 막연한 기대만 가지고, 현실을 인정하려들지 않는다.

그래서 간혹 등장하는 친형 벤의 목소리는 세일즈맨을 계속 하게 된 후회에서 비롯되는 목소리라고 볼 수 있다. 큰형이 비록 개발 사업을 하다가 목숨을 잃었지만 그래도 17살에 떠나서 21살 때 갑부가 되어 나타난 것은 사실이었다. “아무것도 남겨주지 않는 세일즈맨을 그 때 집어치우고 노다지를 찾아 떠났으면 지금처럼 살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래서 환청으로나마 형이 가자고 유혹하는 그 목소리를 따르고 싶어 한다.

이처럼 34년간 몸 바친 세일즈맨 생활은 과대해석의 직업병을 만들어낸다. 게다가 또 여러 가지의 부작용도 만들어낸다. 그것은 바로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야하는 대신에 그는 차에서 운전대와 함께 시간을 죽이고 있었고, 고객을 만나야했으며, 이런 외로움들과 함께 세일즈 성과에 대한 압력은 불륜이라는 상황으로 치닫는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불편한 진실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하러 갔다가 우연히 이 불륜현장을 목격하게 된 장남 비프와의 관계는 이날부터 어긋나게 된다. 아버지는 집 나가있던 아들을 기억하게 되면 다시 과거의 잘못이 머릿속을 두드리는 고통이 찾아오게 되고, 아들은 그 때까지 가지고 있었던 ‘아버지의 한 마디’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이 무너져버리고 그가 꿈꾸던 모든 것을 내팽겨 쳐버릴 만큼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내 생각에는 그들이 바로 그 때. 서로에 대한 대화를 통해 각자가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어야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은 책 속에서 보는 것과 같이 그 사건이 지나고 10년이 넘게 흐른 그 시간 속에서도 서로가 서로에게 부담스러운 존재가 될 뿐이었고, 눈에 보이기만 하면 갈등을 일삼는 존재였다.

하지만 극의 마지막에 이르러 갈등은 부풀어 오르고 극적으로 풀리게 된다. 자신을 미워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아들은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단지 불만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봐달라는 것 그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 윌리는 형을 따라 나설 결심을 하고서는 마지막 남은 그의 모든 것을 남겨둔 채 떠난다. 

<세일즈맨의 죽음>이 내게 준 것

둘 사이를 안개처럼 가로막고 있던 불편한 ‘진실’ 그것을 속 시원하게 터놓지 못한 채 한쪽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삶을 살고 또 한쪽에서는 자신을 망가뜨리는 삶을 살고 있던 부자간의 이야기를 다룬 <세일즈맨의 죽음>. 이 비극을 바라보면서 나는 조금은 분석적으로 비극이 일어나게 된 이유들에 관해서 생각해보았다.

왜냐하면 <세일즈맨이 죽음>을 낳은 극작가 아서 밀러는 우리들이 이 연극을 보면서 이런 비극적인 결말을 예방하기 위해서 이야기를 만들었지, “니들이 아무리 이 세상에서 발버둥 쳐봤자 윌리 로먼처럼 될 거야.”라는 메시지를 전해주기 위해서 이런 이야기를 쓰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세일즈맨의 죽음>이 이야기하는 바는 아마도 최악의 경우를 가정한 시나리오일 것이다. 즉, “가족 간의 믿음이 없고, 가족 스스로의 반성이 없으며, 모든 초점을 돈에 맞춘 삶의 결과가 바로 이럴 것이다.” 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자본주의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가족애와 인간애를 마지막까지 꼭 잡고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만드는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만 더 가까이 접근에서 가족 구성원들의 고충을 이해하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처음부터 끝까지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관심을 조금만 더 기울였으면 어땠을까? 남편은 아내에게 무조건 발언 기회를 박탈할 것이 아니라 같이 대화에 참여시켰으면 어땠을까? 아내는 힘들게 일하는 남편의 사정을 이해하고 할부 소비를 자제했으면 어땠을까? 아들들은 아버지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남들에게 내세우기 위해서 급조된 ‘왕’이 아니라 정말로 왕처럼 아버지를 존중해주었으면 어땠을까?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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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거대한 기차 - '칭짱 철도 건설' 프로젝트에 가려진 통일 제국을 향한 중국의 야망
아브라함 루스트가르텐 지음, 한정은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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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그리고 티베트. 이 책을 읽기 전엔 단편적인 사실 하나만 알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이냐면 티베트자치구에 살고 있던 티베트인은 중국의 한족에 의해 점령당한 이후 오랜 시간에 걸쳐 많은 학대를 받아왔다는 사실을. 그리고 몇 달전 중국에서 일어났던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의 유혈사태를 바라보면서 이 지역이 티베트와 같은 동네(?)로만 이해하고 넘어갔었다.

신장과 티베트. 두 지역을 지도상으로 봤을 때는 위ㆍ아래를 기준으로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는 지역이었다. 그리고 종교도 신장은 이슬람이 중심을 이루고, 티베트는 불교가 중심을 이루는 지역이었다. 하지만 이 두 지역의 공통점은 오랜 시간 그 지역에 터전을 잡고 몇백년간 살아왔던 순수민족들이 삶을 이어가던 곳이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많은 불평등한 사건들이 자행되고 있던 지역이었다. 또한 이 지역들은 중국의 ‘서부대개발’ 이라는 큰 틀을 같이하고 있는 곳이라고도 할 수 있다.

티베트지역의 ‘서부대개발’

마치 미국의 ‘서부개척자’들의 이야기와 흡사하다. 아메리카 대륙에 진입한 유럽의 개척자들은 신식무기를 들여와서는 수 세기동안 그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던 토착민들을 모조리 쫒아버리고 그들의 나라를 만들었다는 이야기 말이다.

21세기의 중국 역시. 과거 마오쩌둥이 꿈만 꾸고 이루어내지 못했던 중국대륙의 가장 서쪽에 위치해 있는 ‘티베트’(이 책에서는 티베트를 주로 다룸)의 중심지 라사에 드디어 개발자본과 세력들을 끌어들였고, 현재 라사지역은 일확천금을 노리고 몰려드는 많은 이들로 북적대고 있었다.

라사지방의 북적거림은 티베트를 그들의 영향력에 집어넣기 위해서 장장 50년간 동안 치밀하게 준비해왔던 결실인 ‘칭짱 철도 건설’을 통해 이루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 지역에 철도가 건설되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 이유는 라사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고산병을 일으킬 정도로 험난한 고지대를 넘어야했고, 더욱이 영구동토층(토양 속에 수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 진흙층이지만 고지대에 위치하여 땅속이 1년 내내 언 상태로 있는 지반)을 이루고 있는 지대 때문에 교통망 설치도 여의치 않은 지리적 불리함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덕분에 오랜 기간 동안 티베트는 중국의 손길에서 한결 여유롭게 살아갈 수 있었고, 때문에 그들의 문화와 종교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06년 완공된 ‘칭짱 철도’는 모든 티베트인들에게 고통을 가져다주었다. 반대로, 중국의 입장에서는 동부지역의 활황세가 주춤해진. 아니 더 빠른 경제성장으로 이루기위해서 필요한 구심점을 찾고 있던 중국정부에게 새로운 방향을 설정해주었다. 

‘서부대개발’ 의도

이제까지 아무도 찾지 않던 서부지역의 버려진 땅을 개발하면서 막대한 인력을 고용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실업률을 낮추는데 기여했으며, 개발 후에도 지역 고유의 관광 상품이나 새로운 산업지구로의 발표를 통한 외자유치로 중국의 경제성장을 더욱 가속화 시키는 전략이라고 해석할 수 있지만 이 개발의 이면에는 또 다른 이유들이 녹아있었다.

첫째. 인도와의 영토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개발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지도상으로 보면 이곳은 중국의 베이징보다 인도와 훨씬 가까이에 위치한 지역이다. 티베트는 인도뿐만 아니라 네팔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에 안보문제와 관련해서 상당히 중요한 요충지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정부는 티베트 지역의 교통망을 정비하고 군대를 파견하여, 이 지역에 대한 인도의 접근을 막기 위해 인도의 주변국(파키스탄, 미얀마에 무기 공급)과의 관계를 이용하는 동시에 현재 인도의 영토에 속하지만 분쟁지역으로 분류되는 아루나 팔츠라데시(지도상의 오른쪽에 위치한 지역)의 영토를 장기적으로 손아귀에 넣기 위한 물밑작업으로서 이 지역의 개발을 서둘렀다고 볼 수 있다. 

둘째. 티베트인의 흡수ㆍ통합 그리고 분열을 위한 개발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중국정부는 철로를 통해 마련된 이곳에 한족들을 대거 이주시키면서 티베트인들의 문화적 특색을 지우기 위한 작업에 돌입한다. 이곳에 살고 있는 티베트인들은 외부인과의 대화를 일절 금지당해야 했고, 대화한 사실이 발각되는 즉시 내용에 관계없이 심한 고문을 당해야 했다.

그들의 종교(티베트 불교)가 민족주의를 불러일으킨다는 구실로 인해 엄청난 종교적 탄압이 행해지고, 이 지역의 철도와 도로 건설과 현대시설이 곳곳에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가운데서도 중국어를 사용하지 못하는 티베트인들은 자기 지역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는커녕 새로운 보금자리로 옮겨가기 위해 필요한 자금보다 훨씬 적은 보상금을 받고 쫒겨나는 비극이 반복되었다.(무일푼으로 쫒겨나는 이들도 부지기수) 우리가 비록 자주는 아니지만 보도를 통해서 접하는 중국의 소수민족 문제는 이런 이유에서 발생하는 현상인 것이다.

셋째. 티베트 지역의 땅 속에 산재되어 있는 엄청난 양의 지하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개발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바로는 이 지역의 개발을 위한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서. 특히 지하자원 매장량을 탐사하기 위한 연구 인력들이 꾸준히 배치되었다고 말한다.

탐사 결과 티베트는 말 그대로 보물창고였다. 구리, 철, 납, 아연 등 매장되어 있는 16종의 주요 지하자원이 1280억 달러의 가치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언급된다. 뿐만 아니라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도 상당한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로서 중국은 자원에 대한 해외의존도를 상당 수준 낮출 수 있게 되었으며, 전 세계의 원자재 가격에 영향을 좌지우지할 정도의 강력한 영향력을 지니게 되었다고 평가한다.

자원의 보고. 티베트 그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라사까지 연결된 철로는 티베트 전 지역의 자원을 모조리 갉아먹기 위해 필요한 보급로의 시작점에 불과하며 앞으로도 자원산지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연결로를 지속적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알려준다.   

‘서부대개발’의  문제점

‘칭짱 철도’가 들어서면서 이 지역에서 벌어지는 사원의 파괴와 같은 문화재 손실과 삶의 터전을 앗아가는 중국정부의 만행에 티베트인은 분노를 표출하지만 그보다 더 불만스러운 것은 바로. ‘그런 개발이 도대체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 라는 목소리들이 이야기하는 바와 같이 티베트 인에게는 아무런 이득이 없다는 점이었다.

오지나 다름없던 이 지역에 세상과 이어지는 한줄기의 통로를 만들었다는 생각은 용서할 여지가 있었고, 철로가 들어서게 되면 상품의 가격이 저렴해진다는 공산당의 선전만 믿고 그 약한 티베트 인들은 어쩔 수 없이 지금껏 참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상품가격이 저렴해지기는커녕 관광객들의 유입으로 인해 모든 소비재의 물가가 상승하고, 투기자금의 유입으로 토지임대가격은 수직 상승을 거듭하게 되면서, 지금까지 유목생활을 하면서 자급자족형 생활 습관을 갖고 있던 티베트인은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한 채, 예전의 생활방식으로는 도저히 삶을 영위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전 세계인들이 중국의 큰 문제점 가운데 소수민족과의 융화가 안 된다는 점을 첫 손가락으로 꼽는데,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이런 식의 문화차별주의가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유입인구와 자금으로 인해 잠시 솟아오른 경제적 상승흐름은 시간이 지나고 된 이후에 동력을 잃고 끊어지게 될 것이 분명해진다.

그들 중화민족의 역사 속을 들여다보면 배신의 역사가 많았고, 중국대륙을 손에 넣자마자 다른 종족에 대한 무차별 학대가 이어졌던 시기가 많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이제 그런 과거의 전철은 밟지 않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또 하나의 큰 문제점은 바로 영구동토층 위에 자리 잡은 ‘칭짱 철도’가 지구온난화 때문에 일어나는 지면의 온도 상승에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하는 의문사항이었다. 책을 들여다보면 자오스윈 총 책임자와 장루신 같은 엔지니어들은 동토층의 낮은 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열 사이펀’이라는 냉각스틱과 화강암 돌조각을 선로 주변에 배치시켜 공기가 순환할 수 있는 기술을 사용하는데, 이런 기술을 사용했기 때문에 영구동토층의 지표온도가 1도 상승하는 정도만 대비하면 출분하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철로를 설계했다는 인터뷰가 있었다.

그러나 저자가 여러 전문기관의 조사결과로서 밝혀낸 바에 의하면 이 지역 동토층의 온도상승은 적어도 2도에서 4도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자료를 내놓고 있다. 만약 이런 온난화의 예측결과가 사실이 된다면 동토층의 해빙과정으로 인해서 지면이 철로와 기차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질 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사건이 일어남을 암시한다. 

<중국의 거대한 기차>가 내게 준 것

중국이 티베트를 자기의 영향권 아래에 놓기 위해 만든 ‘칭짱 철도 건설’에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그보다 훨씬 위험한 부분이 상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철도 건설’이 비단 티베트 지역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중국 전 지역에서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과 그런 성급함 때문에 티베트 뿐만 아니라 신장 위구르 지역의 불만과 그것을 표출하기 위한 유혈시위와 독립 운동이 벌어지고 있고, 다른 여러 소수 민족의 불만도 커지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의 지도자. 덩샤오핑이 자본주의를 받아들이고 장쩌민이 발전시킨 중국의 정치사상 이면을 들여다보면 사회주의 노선을 분명히 유지하면서 성장의 따른 분배를 인민대중(노동자, 농민, 소시민)에게 하겠다는 기본 개념을 바닥에 깔고 있는데, 지금 상황을 들여다보면 파이를 키우는 것에만 온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묻고 싶다 대체 분배는 언제 할 거냐고?

이와 같이 파이를 키우기에 급급한 사회주의의 개발독재는 주위에 이런 독재를 막을만한 장치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거부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체제는 상당히 치명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개발독재의 망령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일어서는 것은 아닌지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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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도시 - 21세기 차이나 신세대의 방황과 질주
한한 지음, 박명애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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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9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작가군을 뜻하는 ‘80후’ 작가의 대표주자로 일컬어지는 한한의 <연꽃도시>. 비록 한국과 중국이라는 다른 공간에서 20대의 삶을 보내고 있지만, 아니 한국과 중국이라는 다른 공간이기에 나는 그 곳에 사는 친구들을 대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지에 대한 호기심을 뿌리칠 수 없었다.  

박정희 대통령의 군부독재가 끝나게 된 1980년대의 한국. 덩샤오핑이 사회주의 이념 하에서 경제발전을 이루기 위해서 자본주의의 개혁ㆍ개방 정책을 채택한 1980년대의 중국. 어찌되었건 이 두 나라는 성장을 위해서 자본주의라는 악마의 유혹을 결국 떨쳐버리지 못하고 국가가 가야할 방향으로 설정하고 달려온다.

산업화를 통한 자본주의 사회의 특징이라면 소비재의 대량 생산으로 인한 물질문명으로의 전환일 것이다. 그리고 이런 물질들은 광고와 같은 '마케팅 도구'를 사용하여 긍정적으로 '브랜딩'하는 것이다. 안철수 교수의 <네 꿈에 미쳐라>라는 책에서 그는 인류의 역사를 “인류가 도구를 만들고, 다시 이 도구가 인류를 바꾸어 놓는 사건의 반복” 이라고 정의한다. 즉, 사람이 편리함을 추구하기 위해 만들어낸 돈이나 물질들은 되레 사람을 돈과 물질에 허우적 되게끔 조종한다. 라고 이해해도 될 것 같다. 

자본주의가 으뜸으로 추구하는 가치인 돈. 그리고 소비재들은 사람들의 능력을 판단하는 척도가 되어버리고, 그것만을 최고로 생각하면서 추구하는 이들을 우리 사회에서는 ‘명품족’ 혹은 ‘된장녀’라는 이름으로 부르는데, <연꽃도시>에 등장하는 중국 젊은이들의 생활에도 이런 물질만을 추구하는 어두운 단면이 적나라하게 표현됨을 알 수 있다.

객지를 처음 방문한 주인공 ‘나’에게 전화기를 빌려주면서 그리고 택시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한 '나'에게 바가지 요금을 씌우면서 버럭 화를 내는 사람들의 모습. 당장에 치료가 급한 환자(젠수)가 병원을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의사는 시장경제의 원리 운운하면서 돈부터 내놓지 않으면 치료를 하지 않겠다며 으름장을 놓는 의사의 모습. 어디에선가 화재가 나거나, 차들이 구덩이에 빠지는 사건이 일어나면 그것을 재미있게 감상할 뿐 도와줄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 시민들의 모습.  

중ㆍ고등학생의 교복에서 구속을 받지 않는 유일한 부분이었던 신발과 가방조차 유행을 따라서 하나의 브랜드로 뒤덮이게 되어버리는 현실.  대학교의 4대 퀸카들의 면면이 하나같이 BMW, 벤츠, 호화빌라로 설명되는 대학가의 풍경. 힘들게 일을 해서 번 돈으로 여자친구에게 화장품 세트를 사다주면 더 비싼 브랜드의 화장품을 달라는 연애풍속도. 새롭게 들어선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사기만 하면 자신들도 미국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상류층이라고 생각하는 비뚤어진 시민의식. 주인공 '나'를 둘러싸고 있는 풍경들은 이처럼 한숨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우리의 상황과 닮아있었다.

그렇다고 주인공 ‘나’와 젠수를 둘러싸고 있는 외부요소만 탓할 것이 아니다. 돈을 벌고자 고의로 바이러스를 만들어 학교에 퍼트리다 발각되어 학교를 잘리게 되었음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사회구조가 그들을 버렸음을 표현한 것처럼 느껴지는 한없이 무기력한 주인공 무리들), 책의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우리나라의 닷컴열풍처럼 웹페이지를 개설해서 일확천금을 노려보겠다는 그들의 허황된 꿈들 역시 자본주의가 중국사회에 불러일으킨 어두운 단면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래서 나는 이 책에 대한 소감을 쓰기가 무척이나 어려웠던 것 같다. 처음부터 끝까지 희망적인 메시지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가면 갈수록 사태의 심각성이 커져감에도 불구하고 자비의 손길을 베풀어주지 않으면서 -도시의 폭발사건과 그에 대처하는 이기적인 인간들의 단면들- 시종일관 21세기 중국의 사회체제에 대한 냉소적인 비꼬기만 되풀이하는 저자의 이야기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그저 그가 이야기하는 어두운 현실에 공감해야 했다. 더 나은 사회로의 이행에 대한 고심은 접어두고 그저 ‘지금 우리는 시궁창에 빠져서 허우적대고 있다’는 패배의식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어쩌면 그의 말처럼 모든 것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안정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콘돔’ 하나밖에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책 속 주인공들의 삶에서 구원의 손길을 내민 유일한 것 -비록 그들이 돈에 눈이 멀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도 ‘콘돔’이요. 지금의 삶을 자식들에게 대물림하지 않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도 역시 ‘콘돔’이기 때문이리라. 그 만큼 ‘연꽃도시’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미래는 암흑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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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꿈에 미쳐라 - 컴퓨터 의사 안철수 미래를 소유한 사람들 1
김상훈 지음 / 엠에스디미디어(미래를소유한사람들)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는 저 자신에 대한 글이나 기사를 꽤 많이 접해온 편인데도 아직도 저에 관한 새 글을 쓸 때마다 쑥스럽고 불편합니다. 이는 마치 혼자서 열심히 공부에 매진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 주위가 모두 소란스러운 것 같아 둘러보니 수많은 사람들이 일제히 제가 공부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것을 깨닫게 되는 기분입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글이나 저에 대한 언론보도를 접할 때면 스스로를 채찍질하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스스로 책임감을 느끼게 되고,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죠.” -미국에서 띄운 편지 중-

잘하는 운동도 없었고, 희멀건 했던 외모를 가진 어린 시절의 안철수는 주위의 친구들에게 ‘흰둥이’라고 놀림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의지가 되었던 유일한 친구는 병아리였고, 병아리 친구와의 비극적 사건 이후에 그의 유일한 벗은 책이 되었다.

그가 얼마나 책에 미쳐있었는지는 근처 도서관의 책을 빌리고 반납하는 행동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반복하다보니, 도서관 사서가 ‘얘가 책의 뒷면에 이름을 남기려고 빌려가는구나.’라고 오해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알 수 있다. 이처럼 책에 미쳐있던 그는 책을 통해서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어떤 일을 잘 할 수 있는지 스스로 탐색해나가는 과정이었다고 고백한다.

물론 그는 처음에는 책을 통해서 하고 싶은 일을 발견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각종 기계들을 분해하고 조립하면서 컴퓨터와 같은 기계와 익숙해졌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서는 지금껏 그가 이루어낸 성과들을 설명하기에는 한참 모자란 듯싶다.

그는 고등학교 때까지 썩 뛰어난 학생이 아니었지만 결국 서울대 의대에 합격했다. 그 고된 대학생활과 레지던트 생활을 하면서도 국내 최초로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인생의 여인을 만나는데도 역시 성공했다. 그것도 한방에)

‘안철수 연구소’라는 회사를 차려서 연간 순수익 100억 원이 넘는 회사로 발전시키는 일에도 성공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경영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을 위해서 다시 새로운 공부를 하러 떠나고……. 책에서는 유학생활의 결과에 대해서는 이야기 하지 않고 있지만 현재는 화려하게 교수로 컴백한 안철수. 대체 이 사람이 가질 수 있었던 무한한 능력의 원동력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이 책 <네 꿈에 미쳐라>라는 책은 안철수 그의 자서전은 아니다. 그를 옆에서 취재했던 김상훈 기자가 보고 들은 이야기들을 전기식으로 재구성해 엮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내용과 함께 안철수 자신이 직접 참여한 공간도 이 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뒷부분 선각자 안철수가 하는 이야기는 지금의 관심사인 경영부분에 상당부분 많이 치우쳐있어서 CEO가 되고 싶은 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한 없이 보통사람인 내가 책을 모두 다 읽은 뒤에 느낀 소감을 이야기해보라 한다면 참으로 우직한 사람이라고, 그저 대단한 사람이라는 정도의 말 밖에 할 수가 없을 것 같다. 특히,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면 다른 분야의 일도 과정이 비슷하기 때문에 쉽게 해낼 수 있다는 그의 이야기는 어떤 분야에서도 전문적인 경과를 만들어내지 못한 나에게 있어서 마치 도교에서 이야기하는 ‘모든 것은 ‘무’에서 비롯되었다‘라는 말과 같은 의미로 해석될 따름이다. 

하지만 마냥 감탄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이런 성과를 이루어냄에 있어서 중요한 비결은 반드시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밝혀내서 나의 삶에 적용시켜야 한다. 책 속에서 그 비결을 찾아봤는데 내가 생각하기에는 비결은 바로 ‘기본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대입을 앞둔 다른 친구들은 문제집을 얼마나 많이 풀어내느냐를 경쟁했다고 하는데, 그 시기의 안철수는 영어의 기초가 되는 단어를 중점적으로 파고들었으며, 수학 같은 경우에는 아무리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확실히 기초를 다지고 난 이후에야 다음 페이지로 넘어갔다고 이야기한다.

나중에 백신을 개발할 당시에도 컴퓨터에 관련된 언어라든지,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를 숙지한 이후에 다음으로 넘어갔다고 한다. 그리고 경영에 관련해서도 체계 없이 지휘하지 않았고, 서재에 꽂힌 각종 경영전문 서적을 탐독하면서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끊임없이 탐구해나갔다고 한다.

몇몇 사람은 학창시절에 그런 식으로 공부를 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나도 이 책만 가지고서는 그가 어느 정도까지 기초를 다졌는지에 대해서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그의 기초에 대한 만족도는 보통사람이 생각하는 만족도 이상으로서의 기초를 다지는 것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풀어낸 앤드루 와일즈의 경우에도 300년 간 풀리지 않고 있던 그 정리를 풀어내기 위해서 수학적으로 필요했던 지식의 도구를 갈고 닦기 위해서 평생 수학자의 삶을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7년의 기간 중에 절반이상의 시간을 바쳤음을 이야기한다.

지금은 카이스트의 석좌교수가 된 안철수 교수는 어떤 어려운 상황과 어려운 공부를 함에 앞서서 다음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임했다고 한다. 그것이 바로 기본기의 확립과 더불어 그를 완성시켜낸 무서운 집념의 근원지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문제에 부딪히면 나는 미리 남보다 시간을 두 세 곱절 더 투자할 각오를 한다고. 그게 당신이나 나처럼 평범한 두뇌를 가진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야. 시간을 투자해 봐. 길이 보일거야.” -88쪽-

무조건 빨리 해야 하고 남들이 하는 진도에 따라서 움직여야 하는데 익숙해져 있는 우리들은 그의 이야기를 새겨들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돌아서가라는 선조의 가르침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정확성과 확실성이라는 능력을 키우기 위한 시간적 투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것으로 체득되어 아마도 지금의 안철수와 같은 경지에 이르도록 만들어 줄 것이라 생각된다. 

결국 지금의 안철수를 만들어 낸 경험치는 그의 인생의 대부분을 자신의 능력 향상에 힘써온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그도 우리와 같은 일반인이었지만, 남들과는 다른 멀리 볼 수 있는 그리고 해야 한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열심히 공부할 수 있었다. 그가 만들어낸 굳건한 지식의 탑과 실전으로 체득한 경험의 탑. 양쪽의 탑으로 떠받혀진 그가 완성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그리고 그런 든든한 양방향의 탑이 있기 때문에 어떤 분야로서의 시도를 함에 있어서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지지 않고 그 탑의 일부분을 이루고 있는 벽돌과 같은 모양새로 또 다른 분야의 탑을 아래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아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가 우리에게 당부한다.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를 가진 사람이 되어라고…….

“아무리 어려워도 결국에는 성공할 거라는 믿음을 잃지 않으면서, 동시에 그것이 무엇이든 눈앞에 닥친 현실 속의 가장 냉혹한 사실들을 직시하는 것이 개인이든 기업이든 성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사고방식이다.” -212쪽-

냉정한 현실인식, 과거에 대한 자기반성, 현실에 근거한 치밀한 사업계획, 구체적인 결과를 이끌어내는 현장 경영과 더불어 결국에는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과 열정. 이것이 바로 그가 실행하고 있는 경영자의 비법이요. 인간 안철수를 만들어낸 또 하나의 비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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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규태 2012-01-12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참으로 감동 깊게 읽었습니다. 안철수님,김상훈님 너무 너무 고맙습니다.
동료들과 읽지 않은 젊은 학우들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사랑해서 행복해 마음별에서 온 꼬마천사 2
쿠르트 회르텐후버 지음, 이승은 옮김 / 꽃삽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어린왕자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책이다. 지구별에서 떨어진 별에 살고 있는 꼬마천사와 그의 여자친구 제니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이 비록 짧고 직접적인 ‘스토리텔링’으로 그려지고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이 글과 그림을 이해하면서 내가 지금 내가 사랑하는 이에게 채워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기가 쉬울 것으로 생각된다. 

“나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

누가 했는지 모를 이 말에 따르면 꼬마천사는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알았기 때문에 다툼과 시기, 미움에 빠져있는 지구별에 사랑과 행복을 전파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랑의 씨앗이 자연스럽게 싹을 틔워 새로운 사랑으로 꽃이 활짝 핀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경험치를 나누어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잠언집 <배움>이라는 책을 보면 가족 간의 행복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 간의 소통을 위한 대화. 즉, 남편이 하루 동안 경험했던 일. 아내가 하루 동안 경험했던 일. 자식이 하루 동안 경험했던 일들을 숨기려들지 말고 대화로서 경험치를 나누어 가지라고 당부한다.

그런데 이 책 <사랑해서 행복해>의 꼬마천사의 가족들(어머니와 할아버지)은 사랑과 행복을 최대가치로 여기고 있는 행성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꼬마천사가 보이는 이상한 변화를 바로 감지해내고, 편안하게 좋은 경험을 털어놓을 수 있게 이끌어준다. 그리고 꼬마천사의 사랑을 아낌없이 응원하고 조언도 곁들여준다.

“해님과 내기라도 한 것처럼 얼굴이 환하구나. 사랑에 빠지기라도 했니?”
“어떻게 아셨어요?”
“엄마는 네가 세상에 태어났을 때부터 네 슬픔이나 기쁨을 모두 느낄 수 있어. 네 반짝이는 눈동자를 보면 많은 걸 알 수 있어. 엄마가 아빠를 처음 만난 날이 생각나. 그땐 나도 온 세상을 끌어안고 싶었지. 네 기쁜 얼굴을 보니 엄마도 기쁘다. 새로운 행복에 대해 엄마한테 말해주지 않을래?”

이걸 현실에 적용시켜보자.

“야야~~ 무슨 좋은 일이고? 실성한 놈처럼 실실거리게.”
“그냥요. 엄마는 몰라도 되요.”
한참 동안 시간이 흘러서……. 엄마가 모든 것을 알게 된 이후.
“이 노무 자식아. 공부 열심히 한다고 해서 폰을 사줬더만,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기집들하고 전화하고 문자질이나 하고 있어? 이놈의 쉬끼”

대략 난감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현실에 대한 푸념은 이쯤에서 접어두자. 앞으로 잘하면 되니까.  

이 사랑과 관심으로 똘똘뭉친 꼬마천사의 할아버지는 사랑에 빠진 꼬마천사에게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관심을 베풀고 키워나가라고 조언해준다. 그리고 ‘사랑의 열쇠’를 둘이서 같이 한번 찾아보라는 숙제를 내주는데…….

사랑과 행복의 결정체인 우리의 꼬마천사는 할아버지가 일러준 조언을 결코 허투루 듣지 않는다.할아버지의 조언을 가슴깊이 새기며 꼬마천사와 제니는 ‘사랑의 열쇠’를 찾기 위해서 길을 나선다. 하지만 처음에는 쉽게 발견되지 않았다. 그리고 찾으려고 하면 할수록 열쇠라는 것은 보이질 않았다.

“과연 열쇠가 무엇일까?”

할아버지는 꼬마천사와 제니 커플에게 그리고 사랑을 하려고 있는 그리고 이미 시작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 주고 싶은 것일까?

책 속에 들어있는 글의 양도 얼마 되지 않는데, 더욱이 핵심만 콕콕 찔러주고 있는데, 이런 비밀을 여기서 고스란히 밝혀줄 수는 없다. 다만 이야기 해줄 수 있는 것은 이 가르침이 동ㆍ서양을 막론하고 보편하게 적용될 수 있는 가르침이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이 책을 읽기 전에 읽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배움>에서 당부하고 있는 가족에 있어서의 도리. 앞서 이야기한 경험치를 나누라는 메시지 이외에도 신뢰와 존경을 가지고 대해야 하며, 함께 서로를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메시지가 이 책에 고스란히 녹아있음을 스스로 깨우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내로서 남편으로서 자기 배우자가 하는 일에 대해서 의견을 나눌 수 없다면, 또 항상 남편이나 아내가 감사할만한 조언을 해줄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그녀는 아내로서는 실격이며 오직 살림꾼에 불과할 것이며, 그는 남편으로서는 실격이며 오직 돈 버는 기계에 불과할 것이다.”

“부부는 한 몸이며, 한 생각이며, 한 느낌이며, 한 행동 속에서 하나가 되어야 한다.”

꼬마천사와 제니와 같이 사랑을 시작한 이를 두고 부부의 도리에 대해서 논하자니 좀 아귀가 맞지 않는 것도 같지만, 따지고 보면 둘 다 전부 사랑을 키워나감에 따라서 발전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으므로 이거나 저거나 그 나물에 그 밥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렇기 때문에 다들 하나가 되어 생활 속에서 ‘사랑의 열쇠’를 발견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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